한 달 전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전염성 질병에 대한 속보를 따로 다루기 위해 금주중 신설 편성된 채널이 방송됩니다.
아나운서의 표정은 짐짓 심각합니다.
편성된 채널의 인트로격인 멘트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본격적인 보도가 시작됩니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은데…
TV의 볼륨이 낮춰져 있나 보네요.
행운 또는 관찰 판정
츠키나가 레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소파 팔걸이 아래 나동그라져 있는 리모콘을 발견합니다.
츠키나가 레오:... 아. (이제는 작곡가였던 누군가처럼 귀도 고장나버린건가, 하는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 아무 생각없이 던진 시선의 끄트머리에 들어온 리모콘을 발견한다. ... 한참을 가만히 리모콘을 내려다보다, 내키지 않는다는 듯 느릿하게 집어들고는 볼륨을 높여본다.)
소리를 높여보면, 이제야 아나운서의 말이 명확하게 귀에 들어옵니다.
정형화된 톤의 아나운서 멘트가 마무리되면 화면이 뒤바뀌며 블러처리된 대형 병원들의 외관이 연이어 흘러나옵니다.
이번 전염병에 감염되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피부가 트는 등 사람에 따라 각종 면역력 결핍 증상을 보이지만,
대표적인 증상은 서서히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하다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라는 기자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지능 판정
츠키나가 레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전세계를 강타한 이번 유행성 전염병의 병명이 아직까지 공식 발표되지 않았음을 떠올립니다.
그나마 공통적인 증세라고는 고열을 앓게 된다는 점 말고는 밝혀지지 않았다니까요.
항간에서는 유행성 독감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던데…. 참 기묘한 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뉴스 내용을 곱씹고 있자면 슬슬 시간이 꽤 흘렀음이 느껴집니다.
학교에 갈 준비를 해 볼까요?
츠키나가 레오:(한참을 떠들어대던 뉴스의 화면이 전환되고나서야 비스듬히 떠있던 해가 높게 떠있는 것을 발견한다. ... 사실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괜히 쓸데없는 사실만 알아버린 것 같아 복잡해진 머리를 한번 헤집은 뒤 TV를 꺼버린다.)
... (그러고는 잠시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다가, 몸에 베여버린 버릇에 더는 이기지 못하고 대충 겉옷을 걸치고는 학교로 향한다.)
학교에 향하려 신발끈을 묶고 거울을 확인하면, 가슴팍에 간신히 달려 있는 교복 명찰에 눈이 갑니다.
곧 떨어질 것처럼 덜렁거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대로 달고 나갔다간 모르는 새 길가에 떨어뜨려 잃어버릴 것만 같아요.
츠키나가 레오:... (괜히 한번 더 달기는 귀찮은데. 뚱한 얼굴로 거울 속의 명찰을 보다 명찰을 고쳐 달고는 현관문을 연다.)
지금 고쳐 달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것 같네요.
너무 늑장을 부린 탓인지 지각이 코앞입니다.
급한 대로 대충 주머니에 쑤셔넣고... 길을 나서기로 합니다.
무작정 학교로 향하기 위해 늦은 걸음을 내딛습니다.
걷다 보면, 늘 다니던 길목에서 화창하고 잔잔한 풍의 피아노 협주곡이 들려옵니다.
정신력 판정
츠키나가 레오: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맑은 하늘에 가벼운 공기.
여유로운 아침을 만끽하며 잠시나마 붕 떠있던 기분이 노골적으로 가라앉습니다.
왜일까요?
피아노를 그만둔 뒤로 건반에 더 손을 댄 적은 없어도 곡을 듣는 것까지 거북했던 적은 없는데…
평소에 다니지 않던 다른 루트를 이용해서라도,
노랫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길로 등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SANc 0/1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 (괜히 거북해지는 기분에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푸르르 털고는 다른 길로 걸어간다.)
이미 한 번 음악에 대한 의지를 저버린 탓인지 청각과 마음이 이전같지 않습니다.
방금 느꼈던 메스꺼움도 그만둬버린 음악에 대한 내면의 적개심일까요.
아니면 미련일까요.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시멘트 길의 인도를 따라, 익숙한 교정의 모습이 보입니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씁쓸한 입맛을 돋굽니다.
여름이니까요.
-
정문을 향하면, 이 시간에 정문을 통과하는 학생은 레오뿐입니다.
그야 지금쯤이면 조례가 시작되었을 무렵인걸요.
레오는 3학년 B반의 학생으로,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서면 조례 직전 출석이 막 진행되려던 참입니다.
A반 선생님:? 너 지금 오는 거냐? 정말 소문대로 지각쟁이가 많은 반이구만. 빨리빨리 앉아라.
A반 선생님의 불같은 호령이…
잠깐만, A반 선생님이요? 여긴 B반인데요?
그러고 보니 자리 배치도 어제와 묘하게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레오가 허둥대고 있으면 선생님은 도끼눈을 뜹니다.
분필이 날아오기 전에 얼른 비어있는 자리에 앉는 것이 이롭겠습니다.
츠키나가 레오:므믓... (익숙한 호통에 뚱한 얼굴을 하는 것도 잠시,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더니 대충 비어있는 자리에 후다닥 앉는다.)
관찰 판정
츠키나가 레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급한대로 빈 책상에 앉아 책가방을 내려둔 뒤 교실을 쭉 둘러봅니다.
한 달 전부터 시작된 유행성 질병으로 인해 텅텅 비어있던 열댓 개의 책걸상이
모르는 아이들의 머리통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어 있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들은 분명 본 적 없거나…
아니면 복도에서 한 번쯤 보았던 얼굴입니다.
역시 반을 잘못 들어온 걸까요?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도 교탁 앞에 서 있는 저 사람은...
평소에 벌점을 남용하기로 유명한 그 A반의 담임 선생님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B반 아이들의 모습 또한 가득 찬 교실 속 틈바구니에 끼어 있군요.
이게 무슨 일이지…
다시금 교탁으로 눈을 돌리면 출석 확인이 한창입니다.
B반 학생들도 분명히 보이고,
그 사이로 레오가 알고 지내던 A반 친구인 이즈미도 보입니다.
아무래도 A반과 B반 아이들이 한데 섞여 있는 모양인데, 어떡할까요?
츠키나가 레오:므므믓... 갑자기 뭐야...? (선생님의 기에 눌려 대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티는 내지 못한채로 작게 꿍얼거리며 두리번거린다. 그 사이에서 아는 얼굴을 발견하자 얼굴이 조금 밝아진다.) 오옷, 세나다! 아하핫! 세~나~!
세나 이즈미:?! (피곤한 기색으로 앉아있다가, 대각선 뒤에서 기세 좋게 저를 부르는 소리에 퍼뜩 놀라 비스듬히 뒤를 돌아본다.) 잠깐, 이 바보가! 선생님 계시잖아, 눈치라는 걸 좀 보지 그래? (작은 소리로 투덜...)
확실히... 지금은 조례 중이네요. 선생님의 따가운 눈초리가 또 날아들 것 같은데요.
은밀행동 또는 손놀림 판정
츠키나가 레오:
은밀행동
기준치:
53/26/10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자리가 조금 가까웠던 덕인지, 어찌저찌 선생님의 눈에 안 들고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조금 조용히만 하면요.
츠키나가 레오:므므므믓... (연달아 싫은 소리를 듣자 이제는 대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툴툴거린다.) 그런데 세나는 왜 여기 있어? 세나는 A반이잖아? 앗, 설마 밤 사이에 외계인이 왔다간건가!
세나 이즈미:저 선생님 눈썰미 좋으니까 표정 관리도 좀 하고. (레오 흘깃 보다가) 나 참, 외계인은 무슨. 오늘부터 너희 반이랑 우리 반이랑 합반 수업하기로 결정돼서 이런 거야. 그래서 아침부터 책걸상 옮기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아~ 좋겠네, 지각한 누구 씨는 속 편하게 남이 옮겨놓은 책상에 앉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야. (평소처럼 툴툴대는 투로 말했다.)
츠키나가 레오:믓, 세나는 잔소리쟁이! 귀신! (자기도 지지않고 힐긋 째려보고는 입을 삐쭉 내밀어) 응? 그랬던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끙 소리를 내) 나는 그런 말 못 들었는데?
... (반박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꾸욱 닫고는 뚱하게 있는다.) 그러면 합반 끝나면 세나 책상은 내가 옮겨주면 되는거잖아!
(수업 끝나기 전에 도망칠거지만)
세나 이즈미:누가 잔소리쟁이라는 거야, 네가 잔소리 들을 만한 일을 자꾸 만들어 오니까 그렇잖아? (찌릿 마주보다가) 못 듣는 게 당연하지. 네가 오기 전에 급하게 지침이 내려와서, 아침에 애들이 학교 오는 대로 공지하기로 한 모양이야. 나도 아까 처음 들었어.
요즘 열 난다고 병결하는 애들 많아졌잖아? 유독 결석생 많은 반은 오늘부터 이렇게 묶어서 수업 할 건가봐. 아무리 끼리끼리 감염 안 되는 병이라지만 이 시국에 학교를 나오라니… 다들 제정신 아닌 거 아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망치면 죽는다)
츠키나가 레오:몰랏! 세나가 잔소리를 계속 하니까 잔소리쟁이! 아아 안 들린다아~!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고는 지지 않겠다는 듯 째려본다.) 흐응... 그럼 딱히 내가 못 들은게 아니네! 아하핫!
흐으음~... (가만히 네 얘기를 듣다가 웃음을 터트린다.) 뭐! 나는 부르든 말든 상관없지만! 와하핫☆
(세나는 귀신이야?)
세나 이즈미:하아? 진짜 정말, 어린애 같은 짓이나 하고... 됐어. 바보랑 같이 있으면 나까지 바보가 되니까 가만히 있을래. (네가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는 모습을 어이없단 듯 본다.) 뭐, 그렇기야 하지만 제때 온 것도 아니지.
하기야 너는 이렇게 되기 전에도 학교는 대충 다녔으니까. 그러다 졸업 못 한다고? 좀 제대로 다녀. (네가 웃어버리는 걸 힐끔 보고 무언가 더 말하려다, 그저 눈앞으로 고개를 돌려 버린다.)
(귀신이면 어쩔 건데?)
츠키나가 레오:바보 아니거든? 바보라고 하는 사람이 바보다! (어이없다는 얼굴에 불만이라는 듯 빠안히 본다.) 그치만 수업 시작 전에 왔으면 그걸로 된거 아냐?
믓... (졸업 얘기에 잠시 멈칫하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투덜거린다.) ... 세나? (뭐라 더 말하려다 고개를 돌려버리는 너를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별 수 없다는 듯 책상에 엎어진다.)
(귀신이면... 귀신이면... 릿츠한테 물어볼테닷)
세나 이즈미:그런 거 다 헛소리야, 헛소리~. 바보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고, 레오 군. (손사래를 치듯 손을 살살 내젓고선) 지각의 기준은 조례 시간이잖아, 멋대로 규칙 바꾸지 말아줄래?
(잠시 멈칫하는 너를 힐끔 보았지만, 신경 쓰이는 눈을 하면서도 교실 앞을 쿡쿡 가리킨다. 일단은 선생님의 말을 듣는 척 하기로 한 듯.)
(하? 쿠마 군이 여기서 왜 나와... 진짜 바보네)
이즈미는 성실히 대꾸해 주면서도 아침부터 있었던 책상과의 씨름으로 무척 고단한 참인지 하품을 합니다.
손으로 가리긴 했지만, 쩍 벌어지는 입 너머로 피로함이 다 느껴질 정돕니다.
교실 앞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관찰 판정
츠키나가 레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휙.
커튼 너머로 휘몰아치던 바람이 뺨을 긋고 지나갑니다.
어찌나 미지근하고 달짝지근한지 갈증이 다 날 정도네요.
잠시 후 레오를 포함한 모든 학생의 출석체크가 끝납니다.
임시 통합 담임을 맡게된 A반 선생님이 교탁 위로 출석부를 탕탕, 두어번 두드린 뒤 말합니다.
A반 선생님:아까도 말한 거지만, 뒤늦게 등교해 듣지 못한 사람이 있으니... (레오를 한 번 쳐다보곤) 다시 한 번 공지한다. 갑작스럽겠지만 오늘부터 결석생 수가 많은 반을 임의로 묶어 합반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A반 B반은 미술, 음악중에 음악 과목을 선택한 반이지? 비슷하게, 미술을 선택한 C반은 D반과 합반 수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다.
B반 선생님이 유행성 질병으로 오늘부터 병가를 내게 되셔서, 오늘부터 내가 A반과 B반의 통합 임시 담임을 맡게 됐고. 이상이다, 조례 끝! 다들 조용히 1교시 준비하도록.
성황리에 황당한 공지를 일단락한 임시 담임 선생님이 안내를 끝마친 직후 교실 앞문 너머로 사라집니다.
몇몇 아이들의 얼굴에 불만의 기색이 내비쳐지는 한편,
원래 알던 사이인지 옆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아이들도 눈에 띕니다.
바뀐 임시 시간표에 따르면 1교시는 수학이라고 하네요.
비어있던 자리가 레오의 책상이었던 모양인지,
책상 사물함에 손을 넣어보면 레오의 이름이 적힌 교과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레오도 곧 이즈미를 비롯해 아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 사이에 섞입니다.
그 후로 진행된 수업은 몇몇 아이들의 불안을 불식할 만큼 무난하게 흘러갑니다.
어느덧 점심 시간이 다가왔네요.
츠키나가 레오:후아암... (느릿하게 일어나서 하품을 하고는 눈을 부비며 주변을 둘러본다.) 응? 벌써 점심시간인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 저를 돌아보는 세나의 시선에 잤는걸 들킬까봐 흠칫하고는 후다닥 일어선다.) 세나! 매점 갔다올게!!
세나 이즈미:(제 자리에서 싸온 샐러드를 꺼내 열다가, 괜히 제 눈치를 보곤 총알같이 뛰어가는 네 뒷모습에 고개를 슬 젓는다.) 하아... 넘어지지나 말고 갔다 와! 정말이지, 내가 엄마도 아니고. (투덜거리며 도시락 냠냠...)
츠키나가 레오:... (안 들켰겠지...) (조금 있다 들을지도 모를 잔소리에 골치 아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야키소바 빵을 하나 집어들고는 우물거리며 교실로 돌아간다.)
점심시간의 매점이라 사람이 많았지만, 그래도 맛있는 AP... 아니 빵을 살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해결하고 교실로 돌아와 바뀐 시간표를 재차 확인하면, 5교시는 음악 수업입니다.
그새 교실 칠판에 노란색 분필로 작성된 커다란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5교시 음악이래~! 교과서 챙겨서 음악실로 이동할 것!
하필이면 음악 수업이라니… 내키지 않지만 가긴 해야겠죠.
츠키나가 레오:... (칠판에 큼지막하게 적힌 글씨에 내키지 않는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쉰다. 괜히 손목을 몇번 만지작거리다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한번 한숨을 쉬더니 마지못해 서랍에 대충 처박아둔 책을 꺼내들고는 음악실로 향한다.)
교과서를 챙기기 위해 책상 서랍 내부를 뒤적이면 쉽사리 음악책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어쩐지 사용감이 영 낯익지 못합니다.
츠키나가 레오:...?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음악책을 촤르륵 넘겨본다.)
관찰 판정
츠키나가 레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교과서를 넘겨보던 레오는 책 모서리에 적혀 있는 낯선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갈한 글씨체로 '3학년 A반 스오우 츠카사'라고 적혀 있네요.
아침부터 합반 수업을 위해 책걸상을 옮겼다더니 아무래도 그 소란스런 틈에 교과서가 뒤섞였나 봅니다.
스오우 츠카사?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에요.
명확한 정보라고는 교과서의 주인이 A반의 학생이라는 점뿐이고요.
오늘부터 전체 합반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으니,
이 교과서의 주인도 5교시의 음악실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따가 갖다 줘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츠키나가 레오:므으... 귀찮게 됐네... (작게 한숨을 쉬고는 제 교과서를 찾아보려는 듯 책상을 뒤적거린다.)
책상을 뒤적거려 보지만 레오의 음악책 행방은 묘연합니다.
또 모르는 새 잃어버린 걸까요?
츠키나가 레오:... (잠시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끙 소리를 내는 것도 잠시, 금새 이런 적이 하루이틀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미련없이 교과서를 들고 음악실로 걸어간다.)
3학년 B반은 3층, 음악실은 5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엘리베이터 고장 문제로 여지껏 수리가 미뤄지고 있으니 하는 수 없이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야겠습니다.
어느덧 수업 시작 종울림을 목전에 둔 시간인지라 복도는 한적하기만 합니다.
주욱 시원하게 뻗은 복도 창 너머로 초록이 우거지고 청음이 기승을 부립니다.
여름이 불시에 목구멍에 들이닥친 듯한 기분.
그 막연함을 가르고 어디선가 나지막한 악기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츠키나가 레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끊길듯 가냘픈 소리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연주를 재개합니다.
당연하게도 저 복도 끝에 자리하고 있는 음악실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듣고 말고 판단할 것도 없이 피아노가 연주되어 흘러나오는 소리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예요.
아침에 들었던 곡소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속이 메스껍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과거에 당신이 자주 연주하던 곡이었기 때문일까요?
마치 태엽을 감듯 매끄럽고 유연한 악상이 여운처럼 귓전을 맴돕니다.
흡사 굳어버린 고목나무처럼 못 박힌 듯 서서, 이어지는 곡조를 관청하다 보면…
꼭 본능처럼 되새겨지는 감상이랄 것이 남는 법입니다.
지능 판정
츠키나가 레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순간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곡의 완성도가 훌륭하기 때문일까요?
상대는 템포와 리듬감 할 것 없이 악상의 표현이나 곡의 이해도 또한 뛰어난 편입니다.
연주자는… 고등학생이 아니지 않을까요?
레오가 알기로 이 학교에 이만큼이나 피아노를 잘 치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먼저 도착한 음악 선생님일지도 몰라요.
츠키나가 레오:... (괜히 손목이 아려온다. 그러면서도 가슴이 뛰고, 저도 모르게 소리에 맞춰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연주자가 누군지. 어떻게 저런 선율을 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자꾸만 머리 속에서 복잡하게 뒤섞이는 모순적인 생각을 한번에 없애버리듯, 본능에 가깝게 다리가 먼저 걸음을 내딛는다. 처음엔 걸을 생각이였던 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어느새 도착한 음악실의 문을 소리내어 열어젖힌다.)
음악실 문을 엶과 동시에 점심을 해결하고 뒤늦게 몰려온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옵니다.
피아노 연주자의 정체는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됩니다.
당연히도 피아노 연주는 끊긴 지 오래입니다.
뒤늦게 피아노 의자를 살펴도 아이들의 무리에 섞인 모양인지 연주자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대신, 음악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학생 A:아, 간신히 세이프... 어라? 근데 누가 여기에서 피아노 연주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학생 B:그러게? 아니면 그거 아냐? 이 학교 음악실에 원래 나온다는 귀신!
학생 A:뭔 소리야... 너 귀신 같은 거 믿냐?
학생 B:너야말로 못 들었어? 요즘 애들 없는 시간에 간간이 5층 음악실에서 피아노 연주 소리 난다는 거.
왜, 나 작년에 클래식 동아리에 아는 선배 있었잖아? 그 선배가 전에 축제 준비 한다고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았던 적이 있대. 근데 달밤에 피아노 소리가 나길래 눈 딱 감고 음악실 문을 열어봤는데... 아무도 없더라는 거야!
학생 A:아, 안 무서우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앉아! 벌건 대낮부터 귀신은 무슨 귀신.
학생 B:에이, 진짜라니까?
학생들의 얘기는 쉴 새 없이 이어지다 다른 주제로 방향을 틉니다.
한편 레오는 자꾸만 아까의 피아노 소리가 신경쓰입니다.
선생님도 아닌 모양인데,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였을까요?
그 전에 왜 이런 걸 생각하고 있는 거지….
정말 귀신이었나?
됐고, 신경 끄자.
...그런데도 신경이 쓰입니다.
츠키나가 레오:... (애써 머리를 헤집으며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피아노에 시선이 간다. ... 정말 유령이라면, 유령이라면. ... 죽은 뒤에도, 그렇게 피아노를 아름답게 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상념을 털어내려는 듯 고개를 푸르르 턴다.)
때마침 수업 종이 울립니다.
마흔 명에 육박하는 아이들이 왁자지껄 음악실을 서성이다 각자 자리를 찾아 착석합니다.
레오 또한 적당히 빈 자리에 몸을 앉히고 선생님을 기다리다 보면…
톡톡.
누군가 어깨를 두드립니다.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하면... 처음 보는 학생입니다.
단정하고 유려하게 떨어지는 붉은빛의 머리카락.
석양의 끝자락과도 닮은, 둥글지만 기개가 들어 있는 보랏빛 눈동자.
와이셔츠 칼라 바로 밑까지 성실하게 단추를 잠근 모습을 보아하니 그의 성격이 대충 짐작이 갑니다.
당신을 마주하는 그의 미소는 몹시도 잔잔합니다.
눈이 마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츠카사는 묻습니다.
스오우 츠카사:(너와 눈을 마주치곤, 말갛게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아, 혹시... 옆자리가 비어 있다면, 제가 앉아도 괜찮을까요?
츠키나가 레오:어? ... (잠시 멍하게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상관없으니까. 마음대로 해.
스오우 츠카사:후후, 감사합니다. 조금 늦게 와 버렸는지 앉을 자리가 애매해서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너의 옆에 반듯한 자세로 앉았다.)
자리에 앉은 츠카사는 통성명을 하기도 전에 대뜸,
스오우 츠카사:...츠키나가 레오 씨, 맞으시죠?
하고 말을 걸며 책 한 권을 레오에게 건넵니다.
꼼꼼히 살피지 않아도 그 책이 사라졌던 음악 교과서임을 눈치챌 수 있어요.
책을 건네는 손목의 둘레를 따라 채워진 은색 손목시계의 테가 단정하게 빛을 반사합니다.
시중에 저런 디자인의 시계를 팔던가?
꼭 처음 접해 생소한 보석처럼 느껴집니다.
츠키나가 레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시계에 잠시 정신이 팔린 듯 멍하니 보다 그제서야 조용해진 것을 알아차리고는 교과서를 받아든다.) 아앗, 이거 너한테 있었어? 어디있나 했는데! 자, 그럼 이거 쓸모없어졌으니까 이번 시간엔 너한테 줄게! 아하핫! (제 교과서를 이리저리 펼쳐보며 재잘거리더니 자기가 들고 온 교과서를 너에게 건넨다.)
스오우 츠카사:네. 제 책상 서랍 속에 들어 있더군요. 아무래도 아침에 책걸상을 옮기는 도중에 우연히 섞였나 봅니다. 책을 찾느라 늦으시진 않아서 다행이네요. (생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 제 책은 츠키나가 씨에게 있었군요.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너의 왁자지껄한 목소리에 잠시 눈을 크게 뜨고 깜빡이다가, 이내 다시 작게 미소지으며 제 교과서를 맞바꾸듯 받곤 작게 목례를 했다.)
츠키나가 레오:어? (너의 말에 그제서야 너의 얼굴을 한번 더 살펴본다.) 너가 그, 으음... 으음...? (이름이 바로 기억나지 않는 듯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 뭐, 상관없나! 덕분에 덜 귀찮아졌네 다행이야☆
스오우 츠카사:에, 아아. (본인의 책이야 바로 본인이 알아본다지만, 너는 그렇지 않겠지. 갸웃거리는 너를 보고 괜히 민망한지 뒷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저만 제 책인지 알아보고 이야기 해 버렸네요. 저는... 스오우 츠카사라고 합니다.
그 말에 문득 상대의 가슴팍에 달려 있는 플라스틱 명찰에 시선이 붙었습니다.
광택 없이 매끈한 명찰 위로 새겨진 이름은 '스오우 츠카사'.
책의 주인이 틀림없네요.
책을 찾아 조금은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책을 들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오우 츠카사:...어쨌든 다행입니다. 조금만 늦게 오거나, Timing이 엇갈렸다가는 저희 둘 다 남의 책을 보고 수업을 들을 뻔했네요. (작게 웃고선) 츠키나가 씨는 B반이셨던가요?
츠키나가 레오:... 아. (그제서야 어떻게 너가 명찰도 달고 있지 않는 저의 이름을 알고 왔는지를 알아차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지? 그러니까... 으음, 스오는 A반인거고?
스오우 츠카사:역시 그렇군요. 저희 반에서는 본 적 없는 name이었으니까요. B반이신가 생각했습니다. (뒤이어 네가 붙여버린 제 별명과도 같은 호칭을 듣고선.) 스오...? 제 이름은 스오우 츠카사입니다. 네, 저는 A반이에요.
문득 헛헛한 당신의 셔츠 옷감을 떠올립니다.
그래요.
당신은 오늘 아침 곧 떨어질 것처럼 달랑거리던 명찰을 발견해 주머니에 넣은 이래인지라,
하루종일 명찰을 착용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상대는 분명 오늘 처음 만나는 A반의 학생.
당신의 이름과 얼굴을 어떻게 매치할 수 있었던 걸까요?
당신의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요?
츠키나가 레오:... (이미 얼렁뚱땅 납득을 해버린 뒤지만, 그래도 역시 궁금해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궁금한 것들은 대채로 망상으로 채우기는 했지만, 어쩌지 지금은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서.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스오는, 내 이름은 어떻게 알고 온거야? 내가 스오 책을 들고 있었다고는 해도, 스오가 들고 있는 책이 내 책이 아닐 수도 있었잖아?
스오우 츠카사:네? 아... (제게 돌아온 질문에 눈을 깜빡이며 너를 바라보던 끝에 답한다.) 제법 날카로우시네요. ...사실 오래 전부터 당신을 알고 있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오래 전부터 자신을 알고 있었다는 말에 잠시 멈칫한다. 너를 향하던 시선이 잠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흔들리더니 이내 책상 위로 떨어진다.) ... 그랬구나. 응. 더는 말 안 해도 돼.
스오우 츠카사:(어딘가 흔들리는 듯하다 이내 저를 빗겨가며, 책상 위로 떨어지는 네 시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더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말에 한동안 멀거니 있다가.) ...츠키나가 씨.
츠카사가 무어라 더 말하려는 순간, 음악실의 출입구가 열리며 음악 선생님이 들어섭니다.
츠카사는 정자세로 몸을 돌리고 턱을 괸 채 칠판을 응시하기 시작합니다.
의문만을 남긴채 대화는 결국 흐지부지 종결되고 맙니다.
음악 선생님:자, 오늘 78페이지 바로크 시대 작곡가 파트 진도 나갈 차례지? 내가 알기로 A반 B반 진도가 비슷했거든? 모두 책 펼치자.
유럽 문명사에서 지칭되는 바로크 시대란 보통 17세기를 가리킨다는 거, 저번 시간에 먼저 이야기 했었지? 17세기의 예술을 가리킨다고…
점심시간 종료 이후, 선생님이 음악실에 등판함과 동시에 수업이 시작됩니다.
점심 식사 직후인지라 어마어마한 식곤증이 밀려옵니다.
벌써부터 꾸벅꾸벅 조는 등 시동을 걸고 있는 아이들의 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78p를 펼치기 위해 교과서 페이지를 넘기던 레오는…
어라?
60p쯤에서 전에 본 적 없던 작곡가의 이름을 발견합니다.
소제목은 'M에 대하여'.
원래 음악책에 이런 내용이 실려 있었던가요?
M이라는 작곡가가 존재했던가요?
과거에 나름 오래간 피아노를 전공했던 자신이 교과서에 실릴 만큼 이름난 작곡가를 모를 리 없는데…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듭니다.
SANc 0/1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손 놓고 지내는 동안 머리가 돌처럼 굳어버린 건가?
교과서를 자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 천천히 교과서를 읽는다.)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었다는 M의 곡에 대한 기사 내용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M에 대하여
츠키나가 레오:... 이런 작곡가도 있었던가. (지나가는 말로 작게 중얼거리고는 멍하니 교과서를 내려다봤다. ... 습작곡을 도둑맞은 건가. 그 사람한테는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겠네. 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고는 교과서를 넘긴다.)
관찰 또는 자료조사 판정
츠키나가 레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박스 하단에 작은 글씨로 새겨진 메모를 추가로 발견합니다.
실제로 <겨울이 흘린 눈물>의 원본을 보았다는 예술가의 증언에 따르면,
악보 <겨울이 흘린 눈물>에는 은은하게 빛나는 특이한 인장이 찍혀 있었다고 합니다.
형태가 무척 조악했으며 세월에 바래 누렇게 떠 있었다고요.
달리 흥미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아마 작곡가 M의 자필 사인이었을 겁니다.
지능 판정
츠키나가 레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마침 몇 년 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M에 대한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가 쓴 곡은 음악에 문외한인 인물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인 악보였다는 뜬소문이 내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런데 그게 도둑을 맞았었나 봅니다.
심지어 나머지 한 곡은 분실되었고요.
어쨌든 도둑 엔딩이라니 별 대단한 내용도 아닙니다.
악보 원본이 공개된 것도 아닌 모양인데 별 게 다 교과서에 실리는군요.
그 두 곡을 제외하곤 여지껏 악보랄게 발견되지도 않았던 무명 작곡가가 어떻게 교과서까지 신출귀몰 했는지 의문입니다.
츠키나가 레오:... 별 신기한 일도 다 있네. (조금의 흥미도 생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교과서를 넘긴다.)
문득 말랑한 목덜미에 달라붙은 츠카사의 머리카락에 시선이 갔다가도 쉬이 흩어집니다.
음악실의 에어컨이 고장난 걸까요…
너무나 덥습니다.
바깥에서는 매미가 울고 풀벌레가 나무를 깁니다.
무더운 여름의 녹음 속에서 수업은 막힘없이 진행됩니다.
방충망에 달라붙어 있던 나비 하나가 창틀을 타고 오르다 이내 나뭇잎 너머로 자취를 감춥니다.
여름이네요.
...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염증이 날만큼 물러 터졌는데 시간은 너무나도 착실히 흐릅니다.
벌써 종례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책가방을 싸거나 집에 갈 준비를 서두르며 종례를 맞이하고 있는데…
A반 선생님:츠키나가.
담임 선생님이 갑작스레 레오의 이름을 호명합니다.
각자 떠들던 아이들의 시선이 당신의 자리에 고였다가도 빠르게 흩어집니다.
A반 선생님:지금 보니까 임시 출석부가 음악실에 있는 것 같네. 근데 A반도 B반도 반장이 결석이라 말이야, 네가 음악실에서 출석부 찾아서 교무실에 갖다 두고 나서 하교해 줘라. 지각한 벌 심부름이다. 알았지?
츠키나가 레오:므믓... (그제서야 반을 둘러보더니 보이지 않는 얼굴들에 작게 끙 소리를 낸다. 당장은 꿍얼거리지는 못하고 우선 고개를 끄덕인다.)
반문하고 싶지만 선생님은 레오의 책상 위에 음악실 열쇠를 내려두고 종례 선언을 끝마친 뒤 교무실로 사라집니다.
하는 수 없이 음악실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가야겠네요.
마스터키를 들고 5층으로 발걸음하면,
음악실의 방음 문이 좁은 틈을 벌리고 열려있음을 발견합니다.
그 사이로 오후 다섯 시의 비산하는 빛줄기가 묘연히 바닥을 적시고 있고요.
누군가 음악실에 잔류해 있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음악실을 사용했던 다른 반의 주번이 잠그는 일을 깜빡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저런 가능성을 유추하고 있노라면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작달만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곡은…
익히 들어왔기에 잘 알 수밖에 없는 곡입니다.
쇼팽 에뛰드 작품 25-5번, '추억'.
누구인지 모를 연주자의 손끝에 의거하여 피아노 독주가 막 시작되는 찰나입니다.
지능 판정
츠키나가 레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부유하던 먼지와 공기가 미세한 파동이 되어 호수 밑바닥까지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부터였어요.
종례를 할 때면 계단은 한적했고,
꽤 아득히 느껴지는 상층에서는 늘 정체 모를 누군가의 피아노 연주 소리가 들려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상대는 어쩌면 오늘 음악 시간 시작 전에 문 너머에 있었던 그 사람일지도 모르죠.
츠키나가 레오:...! (또 다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 정말 유령인걸까. 아니면 사람인걸까. 연주 중에 갑자기 방해하는 건 매너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서 이번에도 다시 문을 열어저진다.)
늘 환청같은 피아노 곡 소리를 들으며 계단을 내려가던 기분이 좋았는지 싫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은 여전히 열려있고 연주는 거리낌이 없습니다.
한편으로 방과후에 마음대로 음악실을 사용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할 테고요.
선생님께 하달받은 심부름도 있으니 레오는 음악실로 들어서기로 합니다.
문을 가르고 접어든 공간의 꼭 닫혀있던 커튼이 말갛게 걷힌 가운데,
잠시 눈앞이 하얗게 정전했습니다.
산발하는 태양빛은 이따금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구석이 있습니다.
눈부신 빛에 적응한 시야 너머로 들어오는 것은 예의 그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
투명한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해 고아한 빛을 뿜는 악기 너머 건반을 다루고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오늘 음악 시간에 함께 수업을 듣던 A반의 츠카사입니다.
막연히 듣기에도 굉장히 탁월한 실력입니다.
악보대로 건반을 짚어나가는 손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매끄러우면서도 성실합니다.
청명한 수풀이 푸르른 가운데 녹색으로 물든 빛이 그의 등 뒤를 적시고 있습니다.
순간 넋이 나갈 뻔했습니다.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문득 바라본 츠카사의 모습 너머로 스스로가 겹쳐 보였던 것도 같아요.
아까 음악실에서 보았던 미소가 그의 입가를 아른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그가 연주해내는 에뛰드는 저 너머 보이는 여름의 푸름과도 같이, 그저...
그저 찬란하게만 들립니다.
자연스레 생각해 버립니다.
레오 자신도 이런 음악을 연주한 적이 있던가요.
자신도 이렇게 즐거운 듯 피아노를 쳤던 적이 있었던가요.
츠키나가 레오:... (말 그대로 넋이 나갈 것만 같은 순간이였다. 건반을 정확하게 짚어나가는 손길은 놀랄만큼 매끄러웠고, 그런 손길이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선율이 마치 색을 띄고 있는 것 처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추억이라는 곡의 제목과는 다르게 마치 지금 이 여름을 닮은 초록빛을 띈 에뛰드. 그런 음악에 감화된 듯 심장이 뛰어오는 것도 잠시, 너의 너머로 겹쳐보인 자신의 모습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 뭐 하자는거야. 엉망진창으로 부셔져서, 더는 피아노 따위 손도 대지 않겠다며 도망쳐온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저기다 자신을 겹쳐보고 있는거야. 애초에 그럴 자격조차 없는 주제에. 애써 눈을 돌리면 돌릴수록, 자꾸만 그때의 저가 아른아른 보여서.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검게 덮어버린 것 처럼 더는 형체를 짚어낼 수도, 알아보고 싶지도 않는 자신의 모습이 보여 눈을 질끈 감고는 시선을 돌렸다.)
어느덧 곡이 완주되고 마침내 손가락이 건반에서 떨어져 나옵니다.
츠카사는 그 옆에 세워두었던 녹음기의 정지 버튼을 누른 뒤 주머니에 집어넣고 레오에게 아는 척을 합니다.
스오우 츠카사:... (녹음기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한숨 돌린 후, 피아노 너머로 언뜻 보이던 너에게 시선을 돌려 짐짓 나긋하게 미소지었다.) 언제부터 와 계셨던 건가요? 츠키나가 씨.
츠키나가 레오:... (너의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시선을 피하고는 애써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 아까부터. ... 중간 쯤 부터 들었어.
스오우 츠카사:
(To GM)rolling 1d20+10
(
20
)
+10
=
30
스오우 츠카사:(시선을 피하는 너를 보면서도, 의아하거나 조심스러운 기색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잔잔한 미소는 지우지 않은 채였다.) 중간쯤부터... 그랬군요. 저는 곡이 끝날 즈음에야 츠키나가 씨가 오신 줄 알아차렸거든요. ...제 연주, 괜찮았나요?
츠키나가 레오:... 연주를 하는 중에는 최대한 집중을 하게되니까. 그게 맞는거야. 방해하진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네. (애써 네게서 시선을 돌려 출석부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너의 말에 잠시 입을 닫는다.) ... 응. 오늘 점심시간에 연주한 캄파넬라도. ... 둘 다 좋았어.
스오우 츠카사:후후, 그렇네요. 어지간히 집중해서 쳤던 모양입니다. 며칠 뒤에 콩쿨이 있어서 연습 중이었거든요. (제게서 시선을 돌리며 두리번거리는 너의 옆모습, 혹은 뒷모습을 넌지시 바라보며 여전히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었다. 좋았다는 너의 말에는 조금 기쁜 듯 눈이 맑게 빛나는 것 같았고.) 정말인가요? 좋았다니 다행입니다. ...알고 계셨네요? 제가 La Campanella를 연주했던 사람이라는 거.
츠키나가 레오:... 그래? (콩쿨이라는 말에 두리번거리던 얼굴이 살짝 어두워진다. 자꾸만 가라앉는 기분이, 너의 기쁜듯한 목소리에 억지로나마 잠시 끌어올려지는 기분이 든다.) ... 그렇게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사람은 이 학교에서 몇 명 없으니까. 세나도, 선생님들도, ... 그렇게 까지 치는건 힘들고.
스오우 츠카사:네. 이미 보시다시피 저, pianist거든요. ... (잠시 고민하는 듯한 낯빛으로 입을 다물었다가, 이내 기어이 입을 연다.) 츠키나가 씨, 당신처럼요. ...아뇨, 과찬입니다. 저는 아직 미숙해서 그렇게 호평을 받을 정도는 아닌걸요. (푸슬 웃으며 그렇게 말하곤 너의 옆모습을 줄곧 바라본다.)
츠키나가 레오:... (나처럼. 그 말에 결국 더는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너를 본다.) ... 아니. 틀렸어 스오. 나처럼이 아니라, 그냥 스오가 피아니스트인거야. ... 나랑 다르게. (어쩔 수 없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고는 고개를 천천히 젓는다.) ... 스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실력 정도는 제대로 보는게 좋아. 너무 낮게든, ... 너무 높게든. 자기 실력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나중에 힘들거니까.
스오우 츠카사:...츠키나가 씨. (저와 다르게. 선을 긋는 듯한 너의 말에 조금 남아있던 잔잔한 미소가 가라앉고, 짐짓 차분해 보이는 무표정이 되었다.) ...당신의 이름은 익히 들었습니다. 세간에서 유명한 천재 피아니스트이시죠. ...피아노, 치지 않으시나요? (느릿하게 그렇게 물었고.) 그러니까 저는 스오가 아니라, 스오우 츠카사입니다. 츠키나가 씨의 말씀도 맞지만... 그래도 역시 제 연주에는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는걸요. 자만은 좋지 않다는 것이 저희 집안의 가르침이고요.
츠키나가 레오:(결국 무표정을 지어보이는 너를 보며 이번에는 저가 웃어주었다.) ... 그건 이제 옛날 이야기고, 피아노는 이제 그만뒀어. ... 나는 피아니스트가 아니야. (천천히 고개를 젓고는 피아노 위에 놓여져있던 출석부를 겨우 찾아내 집어든다.) ... 뭐, 스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 스오는, (좋겠네. 무심코 튀어나오려던 말을 꾹 억누르고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 오늘 처음 본 낯선 사람의 삶을, 제 생각대로 저와 겹쳐보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는데.) ... 콩쿨 준비 열심히 해. (가볍게 너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몸을 돌려 음악실에서 걸어나온다.)
스오우 츠카사:옛날 이야기, 인가요?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요. (건반에 시선을 옮긴 채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던 시선이, 피아니스트가 아니라는 너의 말에 다시금 너를 향했다.) 정말, 피아니스트가 아닌가요? (다시 돌아온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그렇게 물었고.) 물론 자만도 지나쳐서는 안 되겠지만, 저는 아직 제가 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도중에 싹둑 잘려나간 너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출석부를 집어들고 나가려는 너의 모습에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너를 쫓았다.) 앗, 잠시만요. 츠키나가 씨...! (가까스로 너의 손목을 붙잡았다.)
츠키나가 레오:응. 이제 옛날 얘기지. 맥이 끊긴 이야기는 이제 거기서 멈추는거야. 그에 비해서 사람들은, 시간은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가니까. 더는 움직이지 않는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지. 안 그래? ... (다시 물어오는 너에 말에, 더는 대답하기 싫다는 듯 입을 닫고는 시선을 돌렸다. ... 자꾸만 들쑤셔진 탓에 기어이 고개를 들고 마는 미련에 더는 아니라고 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저를 더는 피아니스트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 (다급하게 잡힌 제 손목과 너를 번갈아보고는 조금 당황한 듯 웃어보인다.) ... 스오?
스오우 츠카사:(너의 말을 조곤조곤 들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확실히, 맥이 끊겨버린 이야기는 지나간 과거나 역사로만 잔존하게 되는 법이죠. ...그래도 당신은, 아직 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가요? 저도 당신도 아직, 나이를 먹고 있으니까요. 시간은 계속해서 흐릅니다. ...그렇지 않나요? (고개를 조금 기울이며 작게 미소지었다.) ...아, 그. 죄송합니다. (급히 잡았던 손목을 놓고, 얼마 후 다시 반듯한 자세로 섰다.) 피아노를 듣는 건, 아직 할 수 있으신 거죠?
츠키나가 레오:... 뭐, 스오의 말도 맞지만. 피아니스트 츠키나가 레오는, 이제 옛날 이야기라는거지. ... 더는 이어갈 생각도 없어. 이야기든 뭐든, 끝낼 수 있을 때 끝내는게 제일 좋아. ... ... (연주를 들을 수는 있냐는 너의 말에 잠시 너를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 피아노만 그만둔 것 뿐이니까.
스오우 츠카사:... (너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그렇게 고조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침체되지도 않은 목소리로. 오직 올곧은 눈으로 입을 열었다.) 피아니스트 츠키나가 레오가 끝났다고 말한 건, 누구인가요? ...당신은 그 이야기를 끝내길 원하시나요? (그 뒤로 이어진 너의 대답에는, 한결 안도한 듯한 표정이 되어 다시 부드러운 미소가 입가에 떠올랐다.) ...! 그럼 혹시, 내일 조례 전 아침에 이곳 음악실로 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실은 콩쿨이 얼마 남지 않아서... 제 연주를 듣고 feedback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이 가진 실력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능력, 이라는 거. 저는 아직 츠키나가 씨보다 부족한 것 같으니까요. ...안 되겠습니까? (짐짓 간절한 시선으로, 너를 마주보았다.)
츠키나가 레오:... 그건 이제와서 상관없는 이야기잖아. 피아니스트는 무대에 오르는 사람이고. 그만큼 사람들의 시선도 중요하다는거 스오도 알고 있잖아? ... (이야기를 끝내길 원하냐고. 그 말에는 결국 대답하지 못한채로 너의 시선을 피했다. 저와 다르게 흔들리지도 않고 올곧게 저를 바라보는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겨우 닫아놓았던 것들이 흔들리고 있어서.) ... 나 원래 그렇게 제 시간에 학교에 오는게 아니라서 못 갈지도 모르겠지만. ... ... 시간이 된다면, 기억이 난다면 들으러 갈게. (그렇지만 제가 간절하게 부탁해오는 것은 결국 거절하지 못한채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스오우 츠카사:시선, 말이죠. ... (너의 말을 들으며 느릿하게 고개를 기울이다, 대답하지 못한 채 제 시선을 피하는 너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다 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수긍의 의미로 알아들었는지.) !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오전 7시에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까보다 한결 밝아진 얼굴로 저도 고개를 마주 끄덕였다.)
츠키나가 레오:그래 시선. ... 아무도 듣고 싶지 않아하는 음악같은거 계속 연주해봤자, 들으러 오는 사람도 없을걸. (너에게 가닿을지도 모르는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리더니 한결 밝아진 너의 얼굴에 별 수 없다는 듯 힘없이 웃어보였다.) ... 그럼 나는 간다? ... 이제 합반이랬으니까, 어쨌든 내일 보겠네. 내일 봐.
출석부를 교무실에 갖다 두고 학교 건물을 나오면 어느덧 해가 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가 진다고는 해도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아직 주홍빛 노을이 타오르고 있을 뿐입니다.
곧장 교문을 향하면, 아까 음악실에서 바로 나왔던 건지...
츠카사도 교문을 향해 걸어오고 있습니다.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어 마주치는 것만큼 어색한 일이 또 없죠.
그저 말없이 손인사 혹은 눈짓으로만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려던 당신을, 츠카사가 불러세웁니다.
앞뒤 사정 설명은 간결히 생략해 버린 하나의 물음으로요.
스오우 츠카사:(교문 앞에, 너와 조금 거리를 두고 멈춰서서. 고개를 돌려 너를 멀거니 바라본 채 나지막이 말했다.) 그게 피아노를 그만둔 이유인가요? ...당신의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
츠키나가 레오:(너의 물음에 돌아보는 것도 잠시,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옅게 웃어보인다.) ... 응. 그게 이유야. ... 물론 그것만이 이유인건 아니지만,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하면 맞는 말이니까?
스오우 츠카사:...그런가요. (무얼 생각하는지, 앞만을 응시한 채 잠시 눈을 도륵 굴리다 이내 저 나름대로 수긍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알겠습니다. ...실례인 줄 알고도 여쭤본 질문에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해요. (너에게 꾸벅 목례를 하고는, 뒤돌아 먼저 교문에서 멀어져간다.)
츠키나가 레오:...? (죄송하다는 너의 말에 조금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이더니 작게 한숨을 쉰다.) ... 별난 녀석이네~... (진이 다 빠진 듯 한번 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집으로 걸어간다.)
-
레오는 오전 7시에 음악실에서 만나자는 약속에 따라 제법 이른 시간 등교하게 됩니다.
나뭇잎 사이를 걸러 들어온 햇빛이 묘하게 어슴푸레하게 느껴지는 오전,
공기는 제법 서늘하고 묶어놓지 않은 커튼을 바람이 나부낍니다.
암막 커튼과 그 위에 이중으로 쳐놓은 쉬폰 커튼이 펄럭일 때마다,
텅 빈 사각형의 교실 위로 유령의 몸짓같은 그림자가 일렁이길 반복합니다.
오늘은 내가 가장 빨리 등교한 건가?
그런 생각과 함께 책가방을 내려놓고 교실을 둘러보면…
텅 빈 서른 대여섯 개의 책상 중 유일하게 책가방이 올라와 있는 책상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츠키나가 레오:...? (순간 당황한듯 악보집을 한번 더 살펴본다. 살살 매만져보기도 하고, 뚫어져라 보기도 하며 살펴보더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살짝 찌푸린다. ... 어째선지 어제 교과서에서 보았던 도둑맞은 악보가 생각나는 것도 같아, 표지에 쓰여져있을 악보집의 제목을 찾아본다.)
제목을 찾기 위해 악보집을 펼쳐봅니다.
음표가 수놓인 모양을 미루어 생초면의 작품입니다.
츠카사는 작곡도 겸하고 있는 걸까요?
1p 상단에 뉴스 헤드라인처럼 자필로 작성되어 있는 곡명을 발견합니다.
이탈리아어로 적혀 있습니다.
외국어(이탈리아) 또는 어려운 난이도의 교육 판정입니다.
츠키나가 레오:
교육
기준치:
65/32/13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곡명은 <여름의 유령>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여름의 유령... 이면, 어제 보았던 곡들의 제목과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관되어 있을거라 확신하기도 어려워 끙 소리를 내고는 조금 더 악보집을 넘기며 다른 제목은 없나 찾아본다.)
지능 판정
츠키나가 레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름의 유령> 은 첫 마디만을 살펴도 꽤나 매혹적인 곡입니다.
불현듯 어제 5교시에 음악 교과서에서 발견했던 'M에 대하여' 대목이 떠오른 것은 우연이었어요.
M은 16세기의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로,
<겨울이 흘린 눈물>과 곡명이 알려지지 않은 의문의 계절 환상곡을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다… 고 했던가?
도둑맞아 곡명은 미궁 속에 숨어 있다던 계절 환상곡이 마음에 걸립니다.
만약 <여름의 유령>이 정말 300년 이상 된 곡이라면,
<겨울이 흘린 눈물>과의 작곡 시기가 얼추 맞물린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SANc 0/1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어서 정신력 판정을 합니다.
츠키나가 레오: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런데, 어라?
단언할 수 없으나 이 장면은 분명 언젠가 본 적이 있습니다.
혹은 경험했거나요.
데자뷰란 본디 뜬금없는 현상이긴 합니다만,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불쾌하다기보다는, 지금 이 장소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
SANc 0/1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어 애써 고개를 푸르르 털었다. ... 계속해서 가라앉지 않는 잡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애써 고개를 젓고는 악보집을 다시 정리해 가방 안에 넣는다.)
악보집을 정리하고 있으면 교실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7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립니다.
시계를 확인하면 시침과 분침은 7을 가리키고 있고 초침은 막 숫자 5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약속 시간인 오전 7시입니다.
찜찜하다기보단 의뭉스러운 상태가 이어집니다.
약속을 어길 것이 아니라면 더 늦기 전에 음악실로 올라가는 편이 낫겠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쉬고는 조금 서둘러 음악실로 향한다.)
마치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것처럼 음악실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귀를 기울여 보지만 오늘은 이 너머에서 달리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지는 않는군요.
문고리를 잡아 돌리면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음악실로 들어서면 어제와 같이 환하고 눈부신 여름의 햇살이 레오의 전신을 덮칩니다.
이름난 과거 음악가들의 초상화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방음벽 어귀에 붙어 있고,
교탁 너머의 칠판에는 분필 가루가 얕게 묻어나긴 했으나 그 나름대로 깨끗하고 푸르기만 합니다.
오래된 악기만이 머금은 특유의 냄새는 익숙한 종류여서,
늘 이 냄새를 기억하고 있던 심장만이 조용히 두방망이질 칩니다.
창틀 너머로 풀잎의 싱그럽고도 비릿한 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콧잔등을 건드리면 그제야 정신이 드는 것입니다.
그 단정하고 고요한 음악실 가운데 그랜드 피아노 앞에는 약속처럼 츠카사가 앉아 있습니다.
츠카사는 뚜껑이 닫힌 피아노에 팔꿈치를 기댄 채 눈가를 짚고 있습니다.
레오가 들어온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한 상태로,
어딘가 몸이 좋지 않은 듯 안색이 창백합니다.
비단 오전의 하얀 백색광선 탓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스오우 츠카사:
(To GM)rolling 1d100<65
(
54
)
=
1 Success
스오우 츠카사:... (피아노에 제 체중을 기대고 있다가, 문득 문이 열리는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약속을 지켜주었다. 그 사실에 표정이 한결 밝아져, 어제처럼 잔잔한 미소를 입에 걸고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난다.) ...와 주셨네요. 감사해요.
츠키나가 레오:... (어쩐지 안색이 좋아보이지 않는 너의 모습에 괜히 제 손목을 힐긋 보다가 한숨을 쉰다. 천천히 너에게 다가가 너의 말도 무시한채로 이마에 손을 짚어본다.) ... 피아노 계속 치고 싶으면, 몸도 관리해가면서 쳐.
츠카사의 이마에 손을 짚어보면, 평범한 상태라기에는 체온이 꽤 높습니다.
스오우 츠카사:에, (제 말과는 상관없이 저에게 가까워져 오는 너의 모습에 차츰 놀란 듯 바라보고 있다가, 결국 네 서늘한 손이 이마를 짚자 짧은 탄식만을 흘렸다.) ...아... 저, 몸이 좋지 않아 보였나요? 괜찮습니다. 콩쿨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무리할 만큼 안일하진 않으니까요. (짐짓 기쁜 듯 미소지어 보이며, 이마를 짚은 네 손을 잡아 내렸다.) 신경 써 주신 건, 감사합니다.
츠키나가 레오:... (꽤나 높아보이는 열에 얼굴이 살짝 구겨진다.) 열도 꽤 있으면서 무슨 소리야? 너 그러다간 콩쿨이 아니라, ... (아차, 하는 마음에 입을 꾹 닫았다. 이래서는, 자꾸 자신을 너에게 겹쳐보기만 할 뿐인데. 나는 그럴 자격도 이제는 없는데. 못마땅하다는 듯 너를 한참을 보더니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어. 네가 그렇다면 그런걸로 해.
스오우 츠카사:...이상한 곳에서 말을 멈추시네요, 츠키나가 씨는. (입을 꾹 닫은 너를 보고 푸슬 웃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던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다시금 피아노 의자 위에, 그렇지만 제 옆에 한 사람 분의 공간을 남겨둔 채 앉는다.) 그건 저를 믿어주신다는 말로 알아도 되는 거겠죠? 그렇지만... 전 정말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츠키나가 레오:... 아니. 알아서 좋을 것도 아니고, 너한테는 필요없는 말이니까 일부러 들을 필요 없어. (너의 웃는 얼굴을 잠시 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린다.) 별로, 믿겠다는 말은 한 적 없는데. ... 그래서, 얼른 쳐봐. 피드백 받고 싶다며. (너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 네 옆에 한 사람 분의 공간이 남아있는걸 보고서도 애써 무시하며 의자 옆에 서있는다.)
스오우 츠카사:...그런가요. (시선을 돌리는 너를 힐긋 보고는, 문득 조금 쓸쓸한 얼굴을 한 것도 같았다.) 저는 당신을 꽤나 믿고 있는데 말이에요. (의자 옆에 서 있는 너를 다시 바라볼 때에는, 다시 미소를 머금었다.) 아, 그렇죠. 일부러 시간을 내 주셨으니, 유익한 시간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일단 악보부터 보시겠습니까? 어제 여기에 악보를 놓아두고 갔으니,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여기에서 종종 연습을 하니까 어제는 두고 갔거든요. ...그러니까, 분명 이 쯤에. (피아노 뒤편의 간이 책상으로 향한다.)
츠카사가 간이 책상을 향하던 그때입니다.
덜컹!
어딘가를 잘못 건드린 걸까요.
일말의 소음과 함께 간이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악보집들이 바닥에 우수수 쏟아져 섞입니다.
스오우 츠카사:으힛?! ...이런, 제가 잘못 건드렸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일단 이것부터 치워야겠네요... (몸을 숙여 바닥에 떨어진 악보를 주섬주섬 정리한다.)
츠키나가 레오:... 너 말끔하게 생겨서 의외로 허당이구나? (조금 당황한 듯 너를 가만히 보더니 저도 같이 악보집을 주워 정리한다.)
스오우 츠카사:허, 허당이라뇨...! 크윽, 이건 우연히 일어난 사고입니다. 평소에는 말끔하게 행동하고 있으니까요? (허당이라는 말에 조금 발끈한 건지 그렇게 중얼거렸다가, 다시 악보집을 정리한다.)
츠키나가 레오:지금 반응도 전혀 아닌데? (너의 반박에 더 흐릿한 얼굴을 해보이고는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살살 저으며 악보집을 정리해 책상 위에 올려둔다.)
악보를 정리하려 몸을 숙이면 낱장의 악보가 발치에 채입니다.
바닥에 엉망으로 흩어진 내용물들을 살피니 그 수가 꽤 많았네요.
훑어보면 츠카사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들도 눈에 들어오지만,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포장조차 뜯지 않은 악보집도 더러 보입니다.
관찰 판정
츠키나가 레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틈에 거꾸로 뒤집혀 있던 낡은 악보집 한 권입니다.
뒤집혀 있던 탓에 곡명을 읽지는 못했지만…
레오는 악보집의 어귀에 자리하고 있던 어떤 인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찰나였지만 은은하게 빛나던 모양새가 아주 특이한 문양이었습니다.
일견 누군가의 자필 사인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곧 츠카사가 얼른 그것을 주워 정리를 마무리합니다.
스오우 츠카사:
(To GM)rolling 1d3
(
3
)
=
3
츠키나가 레오:... (악보와 너를 번갈아보다 애써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시선을 떼어낸다. ... 그저 섞여있으니까 한꺼번에 정리한 거라 생각하고는 네가 정리해둔 위치를 기억해둔다.)
스오우 츠카사:휴우... 그래도 금방 끝났네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긋 웃어 보이고는, 원래 꺼내야 했던 악보를 찾기 위해 악보를 넘기며 훑기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악보에 시선을 둔 채로 말을 이어나간다.) 그러고 보면... 가끔 book이나 movie에서 봐서는 안 될 그림이나 연주해서는 안 되는 악곡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오곤 하죠.
츠키나가 레오:(악보를 넘기는 너를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 너의 말에 조금은 의아하다는 듯 눈을 깜빡인다.) ... 뭐어, 그런 괴담이나 이야기는 종종 있지만. 갑자기?
스오우 츠카사:(너의 말에 잠시 고개를 들어 너를 보며 슬 웃곤, 다시 악보에 눈을 돌린다.)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요. 요즘 학교 음악실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도 돌고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그런 이야기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물론 과학적 고증은 없지만요. 후후, 좀 뜬금없긴 했네요.
(이내 악보 하나를 꺼낸다.) 아, 여기 있네요. ...츠키나가 씨에겐 굳이 보여드리지 않아도 괜찮았으려나요. 과제곡은... La Campanella로 하기로 했거든요.
츠카사는 피아노 의자 아래 수납공간에 악보집을 집어넣습니다.
찾은 악보는 그대로 피아노 앞으로 도로 들고 갑니다.
스오우 츠카사:(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들고 있던 악보를 네게 내민다.) 일단, 찾았으니 보면서 들어 주세요.
츠키나가 레오:... (얼떨결에 악보를 받아들고는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 뭐, 일단 알았어.
스오우 츠카사:(고개를 끄덕이는 너를 보고 생긋 웃었다.) 전에는 반의 다른 분들 때문에 도중에 연주가 끊겼었죠? 이번에는 끊김 없이 들려드릴 수 있겠네요. ...그럼 연주하겠습니다.
츠카사는 마침내 연주를 하려는 듯 자세를 고쳐 앉습니다.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연주 직전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녹음 버튼을 누릅니다.
곧이어 츠카사의 연주가 이어집니다.
집에 돌아가고 나서도 계속해서 연습을 하고 있는 걸까요.
선율이 어제보다 더 감미롭고, 손가락의 움직임도 훌륭합니다.
츠카사의 말마따나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매끄러운 한 곡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아노의 건반을 쓸어가는 그의 입가는 또다시 느긋한 호선을 그립니다.
제법 즐거워 보여요.
연주를 들으며 레오는 어떤 피드백을 해 줄지 생각할지도 모르고,
지난 날 자신이 해 왔던 피아노 연주를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츠키나가 레오:... (어제보다 한결 더 나아진 것을 저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조금 더 매끄러워진 선율,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 저번보다 더 사람을 끌어당기는 듯한 연주. ... 그것보다도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제는 미처 보지 못한 너의 즐거워보이는 표정.
... 저가 이때까지 무슨 연주를, 어떻게 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눈 앞에 있는 네가 즐겁다는 듯 연주하고 있어서. 다시 옛날처럼 피아노를 치고 싶다던가, 아니면 억지로 기억을 헤집어 즐거웠을지도 모르는 순간을 찾고 싶은 것은 아니였다. 네 앞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너의 표정에 감화된 듯, 저도 모르게 손가락이 천천히 음계에 맞추어 움직인다. 건반이 없는 곳에 저만의 건반을 만들어, 강렬하게 누르기도, 살며서 내려안기도 하며. ... 그냥, 지금의 너 처럼 즐겁게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그런 갑작스러운 충동에 맞추어.)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스오우 츠카사:(건반을 막힘없이 눌러가는 가운데 조금 달뜬 호흡을 한다. 소리가 조용히 사그라드는 대목에서는 저의 상체까지 숙여가며 조심히 건반을 건드린다. 한층 더 빨라진 손놀림이 가볍다. 소리가 커지는 대목에서는 강단 있게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을 주며 비로소 상체를 뒤로 젖히며 건반을 묵직하게 내리누른다. 그러니까, 시선이 너에게 돌아갈 틈이 없다. 네가 제 연주를 바로 곁에서 듣고 있음을 알고 있을 터인데도. 희미한 미소만을 머금은 채, 그저 지금 이 악곡을 머리 위로 흠뻑 들이붓기라도 한 듯 연주를 이어간다. 턱 밑으로 땀방울이 흐른 것도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끄트머리에 다다라서야, 잠시 저의 시선이 너를 스쳐간다. 그 찰나에도 입술은 여리게 웃고 있어서.)
...하아... (연주가 모두 끝난 후 녹음기의 버튼을 누르고, 결과를 확인하곤 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직후, 옆에 서 있던 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새 땀에 약간 젖은 앞머리 끝자락이 피부에 달라붙어 있다.) ...어떠셨나요?
(To GM)rolling 1d20+10
(
20
)
+10
=
30
츠키나가 레오:... (모든 곡이 다 끝나고, 곡을 치는 그 순간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는 듯 어느새 땀에 젖은 네가 나를 본다. 그제서야 저도 모르게 움직이고 있던 손을 깨닫고는 급하게 손을 꾹 말아쥔다. ... 마치, 너와 같이 곡 하나를 완주한 듯이 가슴이 쿵쿵 뛰어와서 당황한 듯 흐트러진 표정을 애써 갈무리하고는, 피아노로 시선을 돌린다.
네가 질문을 했던 것도 순간 까먹은채로 가만히 피아노를 내려다본다. 그 순간 느낀 익숙한 무게감, 익숙한 감촉. ... 피아노를 치지 않았지만 분명히 제게 와닿았던 피아노의 감촉. ... 어쩌면, 아주 어쩌면... ... 흐릿하게 떠오른 의문을 떨쳐내듯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 이것만으로는, 안 되는게 있다고. 그렇게 자신에게 되뇌이자 그제서야 저를 보고 있는 네 시선을 의식했는지 다시 네게 시선을 맞춘다.) ... ... 스오는, 좋은 피아니스트네. 잘 들었어. (꽤나 진심을 담아 너에게 옅게 웃어준다.)
스오우 츠카사:(어쩐지 몽롱한 시선이 너의 눈빛을 지나, 서서히 밑으로 내려가자. 그제야 급히 꾹 말아쥔 손을 보고 잠시 무표정으로 눈만을 꿈뻑인다. 피아노로 시선을 돌리는 너를 보고서는 다시금 말갛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처음이네요, 츠키나가 씨가 여기에서 웃어주신 건.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그 미소를 네게 향했다가, 문득 저도 피아노로 시선을 돌리며.) ...즐거우셨나요?
츠키나가 레오:... 그랬던가. 그래도 어제도 웃었던 것 같지만~? (너의 말에 잠시 어제를 되짚어보는 듯 눈이 데구르르 굴러가더니 이내 멋쩍은 듯 웃어보인다.) ... 응. 그래도 음악을 듣는건 그만두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건반을 누르고 싶다는 충동이 든 것은 오랜만이였으니까.) ... 스오 덕분이야. 고마워.
스오우 츠카사:으음... 수업 중에는 웃으셨던 것도 같지만, 저와 함께 오셨을 때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서요. 착각이었을까요. (너의 말에 눈을 접으며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아니에요. ...사실 저, 옆에서 츠키나가 씨가 듣고 계시다는 건 신경도 못 쓸 만큼 연주에 대한 것밖에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악보로 돌렸다.) 오로지 악보에만, 눈앞의 건반을 누르는 것에만 몰두했던 것 같아요. ...시선 같은 건 느껴지지도 않을 만큼 즐거웠어요. (그리고 다시금 건반으로 시선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저는 츠키나가 씨를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한 어떤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츠키나가 씨도 제 연주를 즐겨 주셨죠. ...음악이라는 거,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해요. (넌지시 웃으며 다시 너를 보았다.)
츠키나가 레오:... 그런가. (더는 반박을 하지 못하고 난감한 듯 네 시선을 피했다.) 뭐어, 스오가 본게 맞을지도. ... 나는 그런거 잘 기억 안 하니까. ... (너의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도 같았다. 천천히 너를 바라보고, 너의 시선을 따라 악보를 보고. ... 건반에는 더는 시선을 두지 못한채 손을 꾹 말아쥐고는 다시 너를 마주봤다.) 스오가 즐기면서 쳤으니까. 스오가 진심으로 곡을, 악보를, 건반을 바라보면서 쳤으니까 당연한거야. ... 즐겁게 연주하면, 그 기분은 곡에 담기니까. (그래서 나는, 더는 피아노를 치지 않기로 했다는 말을 꾹 눌러담은 채로 너를 가만히 바라봤다.)
스오우 츠카사:보통 그런 것까지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니까요. (저 또한, 어디까지나 당신의 표정이었기에 그렇게도 기억에 남았던 것일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비로소 웃어보인 너의 그 표정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그렇네요. 치는 사람이 즐겁다면, 듣는 사람도 즐거워지는 연주가 나오니까요. ...저도 언젠가,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주본 시선을 그대로 유지하며.) 그때 들었던 연주가 정말 즐거워서, 듣는 저도 즐거운 기분이 되어서. ...그래서, 꼭 그렇게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생각을요. (아득히 먼 기억의 틈새를 내다보는 사람처럼 멀거니아른해지던 시선이 다시 선명하게 너를 보았다.)
츠키나가 레오:(너의 말을 가만히 듣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 의외네. 스오는 도련님처럼 생겼으니까, 당연히 부모님이 시켜서 치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 뭐, 그랬으면 그렇게 칠리가 없나. (조금 멋쩍은 듯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그러면 스오는 이미 그런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된거네. 스오는 내가 즐겁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렇게 열심히 피아노를 친것 만으로도 이미 충분했으니까. ... 정말로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으니까. (가만히 기억을 되짚어보는 너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답지않게 자꾸만 떠오르는 과거의 상념들에 애써 고개를 털어냈다. ... 지금같은 기분에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들 뿐이라서.)
스오우 츠카사:(너의 말에 푸슬 웃어버린다.) 그렇게 보였나요?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저희 집안은 영향력 있는 재벌이고, 저는 가업을 물려받아야 하는 입장이죠. 그렇지만 피아노만큼은 제가 스스로 선택해서 시작했습니다. Classic piano 정도는, 교양으로도 좋을 거라고 부모님도 허락해 주셨고요. (이미 충분했다고, 그런 말을 하는 너의 시선을 슬 들여다보다 다시 눈앞의 허공을 응시한다.) 그렇네요. ...정말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즐거운 기분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요. (이 말을 할 때에는, 다시금 올곧게 너와 눈을 맞추었고.) 아직 전 피아니스트로써는 미숙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정말 그런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랬다면 좋겠네요. (속삭이듯 그렇게 말하고, 이마의 식은땀을 훔치는 시선이 어딘가 아득하다.) ...그럼, 이만... 교실로 돌아갈까요? 벌써 조례 시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네요.
츠키나가 레오:... (천천히 저와 눈을 맞추어가며 말을 이어오는 너의 시선을 맞춰오며 말을 하는 너와 더는 눈을 맞추지 못하고 시선을 떨궜다. 그렇게, 잔뜩 행복하다는 듯 이야기 해오면,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기 때문에.) ... 스오는, 충분히 뛰어난 피아니스트야. ... 내가 장담할 수 있어. (겨우, 제 얄팍한 경험으로 겨우 쌓아올린 한 마디 밖에 뱉을 수 밖에 없어서.) ... 아, 응. 그럴까. (이어 교실로 돌아가자는 너의 말에 살았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스오우 츠카사:...그러니까, 레오 씨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저처럼. (아주, 아주 작게 중얼거린 말이 물 속으로 퍼지며 유영하는 잉크처럼 엷게 흘러나온다.) ...감사합니다. 츠키나가 씨는 상냥한 분이시네요. 네, 돌아갑시다. (너의 말에 가볍게 미소짓는다. 이후 나가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 그 몸짓이 조금 비틀거리면서도, 멈추는 일 없이 피아노 뚜껑을 닫고 뒷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츠키나가 레오:... ... (아니. 나는, 너처럼은 못해. 제게 천천히 스며들듯 들려온 말에 입술을 꾹 깨문다. ... 물론 네 연주를 들으며 다시 피아노를 치는 상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시 피아노를 치고, 무대에 올리는 것은 할 수 없다는 듯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아직도, 마지막 무대에서의 표정이 선명히 다시 떠올라서.) ... 스오, 너... (작게 비틀거리는 너의 몸에 또 다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얼굴이 조금 구겨진다.) ... 몰라, 너 알아서 해.
스오우 츠카사:(저의 말은, 마음은. 그리고 연주는 당신에게 얼마나 닿고 있을까. 오로지 그것만을 생각하며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가로 다가간다.) ...네? (너를 돌아보았다가, 알아서 하라는 말에 살풋 웃고는 더운 숨을 내쉰다.) 뭡니까, 그게. 어서 가요.
음악실에서 나가기 전 츠카사는 활짝 열린 커튼을 친 뒤, 바깥으로 나가며 이런 말을 합니다.
스오우 츠카사:음, 혹시나 싶어서 말해드리는 겁니다만. 해가 진 뒤에는 학교의 음악실에 들어오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갑자기? (느리게 복도로 나오다 너의 말에 음악실을 돌아보더니 의아하다는 듯 네 얼굴을 본다.) ... 왜?
스오우 츠카사:아까 이야기입니다만, 음악실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 말이에요. 정말일 수도 있습니다. 혹여 마주치면 큰일이 날지도 모르니까요. (짐짓 무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다, 마지막 문장을 다 뱉고 나서야 살풋 웃어보인다.)
그렇게 말한 츠카사는 음악실의 문을 닫습니다.
문 틈새가 점점 얇아지는 찰나입니다.
정신력 판정
츠키나가 레오: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문이 닫히는 마지막까지 음악실의 내부는 평온해 보이네요.
스오우 츠카사:이제 돌아갈까요?
음악실의 문을 단속한 츠카사가 말합니다.
츠키나가 레오:... 그러자. (너를, 그리고 음악실을 한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실로 내려간다.)
-
점심 시간이 종료되고 또 다시 식곤증이 학생들의 수면욕을 지배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오후 1시 20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5교시.
물리 시간입니다.
해가 중천에 떠 있고 불어오는 바람의 빛은 투명합니다.
미지근한 공기가 뺨을 건드릴 때마다 어떻게 된 게 졸음만 쏟아집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선생님은 열심히 수업 내용을 이야기하고 계시네요.
칠판에 적힌 큼지막한 분필 글씨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과 시간여행>
물리 선생님:거시 세계를 다루는 이론을 뭐라고 한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라고 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찰자나 광원의 속도에 관계 없이 진행중인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고 설명해 줬었지? 따라서 시간과 공간은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어허, 왜 다들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어?
복습 좀 하라니까, 것 참. 아무튼, 적어도 강한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이야기는 기억하고 있겠지? 내가 그렇게 강조했는데. 블랙홀은 시공간에 구멍을 뚫는다고 별표까지 달아줬을 거야. 교과서 확인해 봐.
도무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말들만을 늘어놓던 선생님은,
졸음에 지친 듯한 기색인 학생들을 쭉 둘러보다 갑자기 목소리의 톤을 바꾸십니다.
물리 선생님:안 되겠네, 다들 졸고 있는 것 같으니 잠깐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볼까? (잠시 교과서를 교탁에 내려놓고는.) 다들 어렸을 적에 시간 여행에 대한 생각은 해 본 적 있겠지? 실제로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은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느려지니까, 빛보다 빨리 나아가면 시간이 거꾸로 흐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해.
하지만 빛보다 빠른 물질이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지? 2011년에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 CERN에서 초광속입자 해프닝이 있기도 했는데, 궁금한 녀석은 학교 끝나고 찾아보도록 해라.
공부를 제대로 한 녀석들은 눈치를 챘겠지만, 시간과 공간이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빠르게 나아갈 경우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게 아니라 허수의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다. 즉,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을 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소리지. 우주 끈이나, 웜홀을 사용한다거나. 하지만 웜홀이 그저 가상의 이론 상태일 뿐인 지금, 시간여행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 어딘가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미지의 구멍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말이야.
자, 어떨까. 과연 미래에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할까? 혹여나 그렇게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은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츠키나가 레오:... (펜만 겨우 쥔채로 꾸벅꾸벅 졸다가 달라진 목소리에 조금 잠이 깬듯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 그래도 결국 이어지는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결국 책상 위에 엎드린다.)
선생님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끝으로 샛길로 빠졌던 수업을 재개합니다.
물리 선생님:그럼, 다음 시간까지 시간여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제출하도록. 숙제다! 안 해 오면 감점이야!
...뒤늦게 파격적인 숙제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숙제라는 말에 멈칫하다 하기 싫은듯 다시 꾸물꾸물 자리를 잡고 눈을 감는다.)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 한껏 야유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재개된 5교시 수업은 다시 본래의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레오는... 아직 자고 있나요?
정신력 판정 (^^)
츠키나가 레오:(^^,,,)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요 며칠 지각이 많았던 탓에 지적이란 지적은 다 받고 있는 상황.
이젠 슬슬 지적도 지겨워질 무렵인지라 정신을 가다듬고 눈을 부릅떠 보기로 합니다.
마찬가지로, 졸지 않고 혼을 거의 빼고 있는 아이들을 쭉 둘러보던 차에...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는 츠카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열은 조금 내린 걸까요?
얼마 있지 않아 활짝 펼쳐진 교과서 위에 뜯어진 메모지 조각이 올라옵니다.
한 자리를 띄우고 앞에 앉아있는 츠카사가 건네준 것 같습니다.
메모지는 손에서 손으로 레오에게 전달해 온 것이겠네요.
그래서인지 딱지 모양으로 접혀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느리게 눈을 부비다 천천히 쪽지를 펼쳐본다.)
쪽지의 내용을 확인하면,
[오늘 방과 후에 시간 괜찮으신가요? 저와 시내에 잠시 놀러 가시지 않겠습니까? -스오우 츠카사.]
그런 내용이네요.
관찰 판정
츠키나가 레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쪽지가 엉망으로 구겨져 있습니다.
아니면 대충 찢어낸 걸까요?
츠키나가 레오:... (멍하니 쪽지를 보더니 너를 힐긋 본다. 잠시 고민하는 듯 싶더니 글씨 밑에 답장을 휘갈기고는 쪽지를 접어 옆자리로 건넨다.)
이번에 전해져 온 쪽지를 펼치기 전, 레오는 겉에 적힌 웬 낯선 글씨를 읽고 흠칫할지도 모릅니다.
도중에 손에서 손으로 쪽지를 전해주던 친구의 필체인 것 같은데요.
'얼씨구, 연애질은 학교 끝나고 나서나 해라.'
...그런 글씨가 겉면에 적혀 있네요.
츠키나가 레오:... 므므믓... (겉면에 적힌 글씨에 조금 당황한 듯 끙 소리를 냈다. ... 그런 생각은 한 적 없는데... 예상치 못하게 쿡 찔려오자 괜히 의식이 되는지 너를 빤히 쳐다본다. ... 조금 당황해서 그런지 귀가 화끈거리는걸 애써 무시하고는 급하게 답장을 휘갈긴다.)
[스오 열 내렸으면 생각해볼게]
(다시 쪽지를 접고는 괜히 글씨가 쓰여있는 면을 뒤집고 건넨다.)
스오우 츠카사:(다시 돌아온 쪽지를 펼치기도 전에, 마찬가지로 목격한 낯선 필체에 파드득 얼굴이 달아올라서. 자신은 정말 괜찮은데,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쓰자니 어쩐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서. 답장을 쓰고 쪽지를 다시 넘겨주는 손길이 조금 급해진 것도 같았다.)
[저 는 정말 괜찮습니다. 열 안 나요]
츠키나가 레오:(다시 쪽지를 넘겨주는 손에 급하게 쪽지를 잡아채고는 끙 소리를 낸다. ... 괜히 이상한 말을 해서는. 차마 뭐라 말 하지도 못한채 작게 툴툴거리고는 쪽지를 펼친다.)
스오우 츠카사:(쪽지를 받고선, 선생님도 교실을 돌아다니지 않는 이 마당에 누가 볼세라 구석에서 자그맣게 쪽지를 펼쳐 보았다. 가자, 는 말에 일순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졌지만, 이내 다시 조금 부끄러운 낯을 하고 힐끔 너를 돌아보았다. 책상에 엎드린 너를 보고, 안도인지 낙심인지 모를 한숨을 쉬고선 다시 펜을 들었다. 집중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나머지 수업이 끝나고,
약속대로 두 사람은 함께 하굣길에 접어듭니다.
해 지는 속도가 느린 여름인지라 오후 다섯 시가 넘어가는 이릇임에도 쨍한 햇빛이 어깨를 데웁니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로 배경을 일렁이는 아지랑이가 연기처럼 자리합니다.
학교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한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근처에 위치한 상가 거리에 들어섭니다.
상가 거리는 이 근방에서 가장 훌륭한 발전이 이루어진 곳으로 특히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몇 달 전에 비해 돌아다니는 유동객의 수는 눈에 띌 만큼 줄었지만, 그런대로 여전히 붐비는 장소네요.
사거리에 접어들자 때마침 초록불이 점등합니다.
간만에 나온 거리의 풍경이지만 무언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흐릿하나마 기억을 되살려 근처 상점가별 위치를 도식화 시켜봅니다.
왼쪽 인도로 접어들면 뭐가 있더라….
(GM):[ 식당 / 카페 / 영화관 / 백화점 / 서점 ] 갈 수 있습니다 (속닥)
스오우 츠카사:흐음,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네요.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렇게 말하곤 별 거 아니라는 듯 푸슬 웃다가) 어디부터 가 볼까요?
츠키나가 레오:... 스오는 별로 신경 안 쓰나봐? (너의 말에 실없이 웃더니 어깨를 으쓱해보여) 글쎄, 스오는 어디부터 가보고 싶은데? 먼저 가자고 한건 스오잖아.
스오우 츠카사:뭘 말인가요?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너에게 되려 묻고선.) ...그 전염병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신경은 쓰이지만요. 감염 경로가 확실하지 않다고 하니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어서 걱정이네요. (고개를 작게 젓고선.) 그건 맞습니다만... 그러면 서점에 갈까요? 마침 사고 싶은 것도 있었거든요.
츠키나가 레오:뭐어, 그건 그렇네! 걱정된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것도 아니고? 아하핫! (너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 (너의 말에 서점으로 가려다 잠시 고민하는 듯 끙 소리를 내며 볼을 긁적이는 것도 잠시, 너의 손을 잡아끌고는 천천히 서점으로 걸어간다.) ... 사람 많네~! (멋쩍은 듯 애써 주변을 돌려보며 말을 돌린다.)
스오우 츠카사:네, 보건당국도 조사 중이라고 하니까요. 할 수 있는 대처방법이 밝혀지면 그때는 주의를 기울여야겠지요. (웃음을 터뜨리는 너에게 저도 생긋 웃어보이다, 갑자기 끙 소리를 내는 너를 보고 의아한 기색이 되었다. 뒤이어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데에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지만. 높아진 체온이 너와 맞닿고, 제 손을 잡아오는 감촉이 제법 서늘하다. 이 열기가 어디서 오는지 생각하는 것도 이제는, 옆에서 걷는 너를 신경쓰느라 조금 벅차져서.) ...그, 그러게요. 더운데도 돌아다니는 분들이 은근히 계시네요. (입술을 달싹이곤, 너의 손을 살짝 맞잡고 서점으로 향했다.)
뜨거운 츠카사의 체온을 느끼며 서점으로 들어섭니다.
자동문 너머로 들어서니 새 책들이 모이고 고여 있는 장소 특유의 결 좋은 나무 냄새와,
약간의 곰팡내가 섞인 에어컨 냄새가 느껴집니다.
햇빛에 푹 절어 있던 몸이 조금은 되살아 나는 기분이네요.
츠카사는 무더위에 조금 지친 기색을 하고서 서점에 들어서더니 악보집 코너 내지는 문제집 코너 근처를 서성입니다.
미리 찾아두었던 책이 있는지 검색대를 이용하는가 하면,
비슷한 출판사의 책 두어 권을 뽑아 펼쳐보기도 하며 개인적인 시간을 가집니다.
모처럼 온 서점이니 각자 자유롭게 읽고 싶었던 책을 찾아 둘러봐도 좋을 것 같아요.
츠키나가 레오:... (괜히 제 손을 꼼지락거리다 애써 너에게서 시선을 떼어낸다. 괜히 신경쓰인다고 작게 투덜거리는 것도 잠시, 이내 서가를 천천히 둘러본다.)
잠시 가까운 서가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레오는 어느새 츠카사를 놓쳐 버렸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서점이 꽤 넓은 탓이네요.
츠키나가 레오:...! (그제서야 시야에서 네가 사라진 것을 깨닫고는 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 괜히, 오늘 내내 느껴졌던 조금 뜨거운 체온이 마음에 걸려 급하게 걸음을 옮기며 너를 찾는다.) 스오~? 스오~!
마치 운동장처럼 펼쳐진 서점을 휘 둘러보면,
서로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가지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는 출입객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 사이엔 책 정리로 분주한 직원들 또한 섞여있고요.
츠카사가 있을만한 코너를 유추해봅니다.
역시 [음악 코너]? 아니면 [문제집 코너]?
오늘 새로 생긴 과학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 코너]에 들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츠키나가 레오:므므므믓... (괜히 초조해지는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며 두리번거리더니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악코너로 뛰어간다.)
음악 코너
음악 코너에 들어서니 자연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과거 피아노를 연주하던 시절의 레오에게는 익숙한 장소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음악 코너를 살피던 당신은 다른 악보집이나 책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사이즈의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잘못 꽂아두었는지 삐죽 튀어나와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사방에 놓여있는 악보집을 보며 아차 싶은 것도 잠시, 너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시선이 분주하다. 그렇게 두리번 거리던 시선 끝에 걸린 한 권에 책에 걸음이 잠시 멈춘다.) ...? (눈을 잠시 깜빡이더니 책을 빼낸다.)
제목은 <빠르고 쉽게 이해하는 재미있는 상대성 이론!>… 이네요.
과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음악 코너에?
츠키나가 레오:하아...? (조금 당황한 듯 얼빠진 소리를 내고는 일단 책을 한번 촤르륵 넘겨본다.)
시간여행 패러독스
츠키나가 레오:... (오늘 수업시간에 들었던 것 같은 말이지만, 여전히 어렵기만 해서 작게 한숨을 쉬고는 책을 더 뒤적거려본다)
그 다음 페이지로 넘기면 여러가지 타임 패러독스에 관련된 내용들이 줄글 형식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
츠키나가 레오: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할아버지 패러독스>와 <타임 리프>에 관련된 대목을 발견합니다.
할아버지 패러독스
타임 리프
츠키나가 레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거야? (자꾸만 복잡해지는 머리속에 푸욱 한숨을 쉬고는 열심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더 책을 뒤적거리더니, 더는 보고 싶지 않은 듯 책을 덮고는 문제집 코너로 발길을 옮겼다.)
문제집 코너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새 문제집을 보러 온 학생들이 각 책장마다 두셋 즐비합니다.
과목별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어디를 살펴도 츠카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문제집 코너를 살피던 당신은 빽빽이 꽂혀있는 문제집들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게으른 누군가 구매를 재고하며 아무렇게나 꽂아놓은 책일지도 모르죠.
츠키나가 레오:서점에서 일 하는 것도 힘들겠네~ (그렇게 작게 투덜거리고는 책을 빼내 읽는다.)
제목은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음악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문제집 코너에?
츠키나가 레오:... 뭐야. (얼굴을 조금 찌푸리고는 책을 넘겨봐)
페이지를 넘기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츠키나가 레오:... (이미 알고 있고, 저도 직접 느껴보았던 내용이라 막힘없이 읽어내리던 것이, 오염된 음악이라는 구절에서 멈춘다. ... 만약에, 내 음악도, ...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는 기분에 애써 고개를 젓고는 책을 조금 더 넘겨본다.)
뒷장에는 딱히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없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만지작거리며 가만히 서있는다. 그렇게 잠시동안 어디로 걸음을 내딛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채로 멍하니 서있다가 애써 다시 음악코너로 걸음을 옮긴다. 책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꽂아두고는 과학 코너로 걸음을 옮긴다. ... 일단은 너를 찾아야하는 것도 급했기 때문에.)
과학 코너
과학 코너에는 다른 코너에 비해 상주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적습니다.
에어컨의 냉기가 속속이 섞여든 책장 틈을 둘러보면, 마찬가지로 츠카사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군요.
좀처럼 구미가 당기거나 흥미로운 책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대로 스쳐 지나가려던 레오는 부자연스럽게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살펴보면 제목은 <전염의 역사>…
질병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입니다.
츠키나가 레오:...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도 보이지 않는 네 모습에 초조해지는지 얼굴이 살짝 구겨진다. 가져왔던 책을 제자리에 꽂아넣고는 삐죽 튀어나온 책을 빼내 읽는다.)
페이지를 넘기면 가름끈이 끼워져 있습니다.
전염
츠키나가 레오:(어제 아침에 뉴스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았던 것도 같아 금방 읽어내리고는 책장을 넘겨본다.)
책장을 더 넘겨 보려던 그때, 누군가 레오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츠카사입니다.
책을 구매한 모양인지 악보와 문제집 몇 권을 들고 있습니다.
스오우 츠카사:츠키나가 씨. (네가 돌아보면, 여느 때와 다름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 곳에 계실 줄은 몰랐네요. 과학에 관심이 있으신 겁니까?
츠키나가 레오:...! 스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한 너의 미소에 긴장이 탁 풀려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냥. ... 스오를 찾다가 보여서. 책 사고 온거야?
스오우 츠카사:(왠지 작게 한숨을 내쉬는 너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랬습니까...? 전 츠키나가 씨가 벌써 물리 숙제를 하시려고 이런 데에 오셨나 했네요. 절 찾으시게 만들었다면 괜히 번거롭게 해 드렸네요... 네, 문제집이랑 악보를 조금요.
츠키나가 레오:므믓... 수, 숙제도, 조금 생각해 봤다 뭐. (너의 말에 조금 찔리는지 잠시 머뭇거리다 뚱한 얼굴로 한 마디를 덧붙인다.) ... 그래? 다 샀으면 이제 갈까?
스오우 츠카사:...풋. 정말로 생각해 보신 건가요? (찔린다는 듯한 어투에 풉 웃음을 흘리고선.) 네, 츠키나가 씨가 더 볼일이 없으시다면 가죠.
이번엔 츠키나가 씨가 원하시는 곳으로 갈까요? 제가 오자고 하긴 했지만, 저와 어울려 주고 계시니까... 제가 가고 싶은 곳만 가면 도리에 맞지 않으니까요. (웃으며 넌지시 너를 바라보았다.)
츠키나가 레오:진짜야! (괜히 너를 흘겨보고는 책을 북트럭에 대충 올려다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나는 애초에 올 생각도 없었으니까 어디든 가도 상관없지만? 가자. (잠시 곰곰히 생각하는 듯 끙 소리를 내며 너에게 손을 내민다.)
스오우 츠카사:네네, 알겠으니까 너무 큰소리 내진 말아주세요. 공공장소라구요? (북트럭에 책을 올려다놓는 네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다, 이후 내밀어진 너의 손에 귀 끝이 빨갛게 물들어간다.) 그, 그렇지만... 앗, 네. 가요. (애써 평소처럼 말하며 엉거주춤 손을 잡고 널 따라간다.)
츠키나가 레오:그, 그렇게 큰 소리도 안 냈거든! (너의 말에 그제서야 주변이 신경쓰이는 듯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너에게 툴툴댄다.) 스오, 카페라도 갈래? 아니면 식당? (짧은 고민을 끝낸 듯 너를 돌아보면 제 손을 잡은 너와 눈이 마주친다.) ... 그, 그러니까, 스오, ... 그런거, 좋아할 것 같아서! 응! (그제서야 귀가 잔뜩 달아올라 잔뜩 당황한 채로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는다.)
스오우 츠카사:흐음, 뭐. 그렇다고 해 둘까요. (목소리를 줄이는 너의 모습이 사뭇 귀여워 쿡쿡 웃었다.) 글쎄요... 저는 cafe가 조금 더 좋은데, 츠키나가 씨는요? (눈은 아까도, 심지어 방금도 계속 마주치고 있었는데. 고작 손을 잡았다는 것 하나로 이렇게나 느낌이 다른 이유는 대체 뭘까.) ...아, 그, 네! dessert 같은 건 좋아하는 편입니다. 자, 잘 아시네요. (너의 당황한 기색에 저도 물들어가는 건지, 너보다는 덜 장황했지만 대신 조금 더듬는 기색으로 대답했다.)
츠키나가 레오:그, 그래? ... 그러면 카페로 가자! 응! (당황한 탓에 자꾸만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와다다 말을 쏟아내고는 애써 고개를 끄덕인다. ... 자꾸만 기분이 이상해져 얼른 카페로 뛰어가 손을 놓아버리고 싶다가도, 어쩐지 조금 더 잡고 있고 싶은 복잡한 마음에 카페로 향하는 첫 발걸음이 어쩐지 조금 삐걱거린다.) 므으으...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낑낑거리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네 손을 잡고 카페로 걸어간다.)
스오우 츠카사:네, 네! 그럼 가요. (어쩐지 와다다 쏟아내는 말에 기합이 들어간 것처럼 느껴져 의아해 하면서도, 손끝에 와닿는 서늘하고 부드러운 감촉 탓에 그럴 새조차 없는 것도 같다. 이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면, 어째선지 낑낑대는 듯한 너의 꽁지머리를 바라보다 왠지 미소를 지어버리곤 뒤따라 카페로 향했다.)
코너 한구석에 외따로 세워져 있는 작은 카페입니다.
건물 외벽을 장식한 벽돌 무늬와 입구의 난간 곁에 일렬로 도열된 동물 모양 피규어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메뉴를 확인하면, 여느 카페의 메뉴판에서든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것들입니다.
그 밖에도 계산대 아래 놓인 쇼케이스에 갖가지 베이커리와 케이크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스오우 츠카사:...Marvelous...! (진열대 너머로 보이는 케이크를 마주하자, 손을 맞잡은 데서 오는 낯간지러운 느낌마저 잠시 잊어버린 사람마냥 눈을 빛내며 케이크에 시선을 고졍시켰다.)
츠키나가 레오:응? 스오, 뭐라고? (갑자기 튀어나온 감탄사에 멍하니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잠시, 눈을 빛내며 케이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너를 보며 웃음을 터트린다.) 케이크 먹고 갈까?
스오우 츠카사:...핫, (그제야 케이크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시선을 다시 너에게로 옮겼다. 조금 민망한 듯한 기색이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고.) ...츠키나가 씨도 괜찮으시다면... 그럴까요? 맛있는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츠키나가 씨도 뭔가 드시겠어요?
츠키나가 레오:뭐, 애초에 먹으려고 카페에 온거잖아? 괜찮아 괜찮아☆ (조금 민망해보이는 네가 귀엽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나는 아메리카노로, 스오는?
스오우 츠카사: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너의 말에 기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진열대와 메뉴판을 번갈아 보다가.) 그럼 저는... 여기부터 여기까지, (진열대의 케이크 한 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수제 lemonade도 한 잔 시키겠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여기부터 여기까지라는 말을 듣고는 가만히 눈을 깜빡이며 너를 쳐다본다.) ... 스오 역시 도련님이였구나... (무언가를 깨달은 듯 멍하니 너를 보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
스오우 츠카사:네? 뭔가 말하셨나요, 츠키나가 씨? (무구하게 웃는 얼굴로 너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그럼 주문하고 오겠습니다. Americano는 제가 계산할게요. 소소하지만... 아까 제 피아노 연주의 피드백을 해 주시고, 오늘 따라와 주신 데 대한 답례니까 받아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지갑에서 카드를... 꺼낸다.)
츠키나가 레오:으음... 아니, 아무것도. (너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엣, 뭐어... 딱히 그럴 필요까진 없지만 말이야? 그럼 잘 마실게~? (조금 마음에 들디 않는 듯 고민하더니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를 감당할 자신은 없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만다.)
스오우 츠카사:Marvelous...! 정말이지 훌륭하군요, 모두 맛있어 보여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네가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가또 쇼콜라에 먼저 포크를 찔러넣어서는 입으로 가져간다.) ...!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오물거린다.)
츠키나가 레오:스오... 그거 정말 다 먹을 수 있어? (조금 얼이 빠진 얼굴로 한가득 담겨져나온 디저트를 보며 눈을 깜빡인다.) ... 뭐, 상관없나♪ (이내 네가 눈을 반짝이며 먹는 모습을 보더니 푸스스 웃고는 저도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해)
스오우 츠카사:네? 그야 물론, (너의 말을 듣고 당연한 듯 대답하려다가 놓인 케이크들을 힐끔 보곤 아주 잠시 망설였다가.)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으음.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웃으며 초코 케이크를 한 입만큼 떠서 네 입 앞으로 가져간다.) 츠키나가 씨도 좀... 드시겠어요? 자요.
츠키나가 레오:... 푸핫, 뭐야 스오. 다 먹을 자신도 없으면서 그렇게 다 사버린거야? 뭐어, 손 안 댄 케이크는 포장이라도 해가면 되는거니까! ... ... 어? (잠시 생각하는 듯 뜸을 들이는 듯한 너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것도 잠시, 제 앞으로 내밀어진 케이크에 의아한 듯 눈을 깜빡이더니 귀가 슬쩍 달아오른다.) 나 먹으라고?
스오우 츠카사:으음, 그렇지만 cake를 봤을 때 이것도 저것도 다 맛있어 보여서 그만... 집에서는 간식을 잘 못 먹게 하시거든요. (한숨을 폭 쉬고 그렇게 말하곤.) 모처럼 시킨 거고, 함께 왔는데 저만 먹고 있는 것도 이상하니까요. 같이 먹어요. 아, 혹시 단 거 싫어하시나요...? (그렇게 말하며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제가 지금 무슨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는 건지.)
츠키나가 레오:그래도 자기가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사라고~? 집에서 잘 못 먹게 한다면, 이거 다 그대로 집에 들고 가봤자 잘 못 먹잖아. 아깝지 않아? (한숨을 쉬는 너를 보며 이해를 조금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덧붙인다.) ... 아니, 그게 아니라, ... 므므믓... (정말로 저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아무런 생각도 없어보이는 말끔한 너의 얼굴에 괜히 귀가 더 화끈해져온다. 아니, 이런건 아무한테나 하는게 아니지 않나? 나만 이상한건가?? 계속해서 복잡해지는 머릿속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로 너를 보고 있으면 어쩐지 저만 바보가 되는 것 같은 기분에 급하게 내밀어진 케이크를 받아먹고는 고개를 젓는다.) ... 그렇게 싫어하는 편은 아니고. 뭐...
스오우 츠카사:그, 그래도 어느 정도는 먹을 수 있습니다! 하나나, 두개쯤은 남을지도 모르겠지만... (너의 지적에 차마 아니라고 할 순 없어 끙 앓는 표정을 지었다.) ...안 좋은 버릇이라는 거, 알고는 있지만요. 평소에 먹고 싶은 걸 참고 있던 만큼, 가끔 간식을 만나버리면 주체할 수가 없게 됩니다. (왠지 쫄딱 젖은 강아지마냥 풀 죽어 그렇게 말하다가, 다시 너를 마주보았다. 역시 단 걸 싫어하는 건가. 혹시 이 카페도 정말 억지로 오신 거면 어쩌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제가 내밀고 있던 포크의 케이크가 사라진 것에 눈을 깜빡였다. 조금 화색이 돈 것도 같았고. 어쨌든, 조금 안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저, 정말인가요? 싫으시면 억지로 드시진 않아도 됩니다...
츠키나가 레오:결국 한 두개는 남길 것 같다는 소리잖아? (너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고는 푸스스 웃는다.) 뭐어, 남은건 그때 다시 생각 해보자고? (저도 무언가 조금 생각해보겠다는 듯 데구르르 굴러가는 녹빛 눈이, 강아지마냥 추욱 쳐져있는 너를 보고는 잠시 멈칫한다.) ... 평소에 계속 참고 있어서 문제인거라면, 앞으로는 자주 이렇게 나오면 되잖아. ... 내키면 따라와줄테니까.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어쩐지 저 시무룩한 얼굴에 약한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멋쩍은 듯 볼을 긁적거리고는 작게 한숨을 쉰다.) 딱히, 너처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싫어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새 조금 밝아진 얼굴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보이고는 제 앞에도 하나 놓여진 포크로 케이크를 떠내 우물거린다.)
스오우 츠카사:그렇네요... 아니, 그래도 역시 해 봐야 아는 법 아닙니까! 츠키나가 씨 말대로 남으면 포장해 가면 되죠. ...그 경우엔 하인들과 담판을 지어야겠지만요. (담판을 짓는다는 말을 할 때는 어딘가 비장한... 구석까지 엿보이는 표정을 지었다가, 너의 말을 듣고 잠시 벙찐 기분이 되어 너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앞으로는 자주 이렇게, 같이. 그 말에 묘하게 차분한, 그러니까 딱 제가 평소에 늘 짓고 있던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너를 보았다.) ...그렇네요. 역시 츠키나가 씨는 상냥한 분이시네요. (눈을 접어 웃어보이곤.) 평소에도 과외라든지, 여러 공부를 하고 있으니 schedule이 자유롭진 않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 해 보겠습니다. ...다음에도 함께해 주실래요? (케이크를 떠먹기 시작한 널 보며 덩달아 마주웃곤, 저도 케이크를 떠서 입에 넣었다.) 그럼 드시고 싶은 만큼만 드셔도 괜찮습니다. 츠키나가 씨는 깔끔한 맛을 즐기시나 봐요. (아메리카노에 슬 눈길을 주며 물었고.)
츠키나가 레오:뭐, 스오의 말도 맞는 법이니까! 흐흥~♪ 이런 케이크는 루카땅이랑 먹으러 오고는 오랜만이네. 일단은 한번 먹어보고? ... 엑, 담판까지 지어야 하는거야? 그럴거면 그냥 내가 내일 학교에서 줄까? 뭣하면 우리집에 잠깐 가져갈 수도 있고? (어쩌면 조금은 비장해보이기까지 하는 너의 얼굴에 조금은 질린 듯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잠시, 어느새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너를 보고는 옅게 웃었다.) 뭐어, 가끔씩은 이런 것도 나쁘진 않잖아~? ... 얼마 안 남았지만, 이제라도 그냥 다른 사람들 처럼 실없는 일이나 하면서 보내보게.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케이크를 잘라낸다.) 으음~... 뭐, 깔끔한 맛이라기 보다는, 옛날에는 종종 밤을 새곤 했으니까. 그 때 자주 먹다보니까 익숙해진거지?
스오우 츠카사:그럼요, 뭐든 해 보기도 전에 뒤로 물러서거나 포기해 버리는 건 터무니없이 아까운 일이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다가, 루카땅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한다.) 루카...땅? 친구분이신가요? 으음, 말씀은 감사하지만 그래도 제가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스오우 가의 사람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일 정도는 수습해 보여야지요. (묘하게 비장한 얼굴을 하는 것도 잠시, 어딘가 힘을 뺀 듯한 너의 말에 푸슬 미소지으며 레몬에이드를 마셨다.) 얼마 안 남았다니, 그렇게 말하시니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같잖습니까. ...그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츠키나가 씨는 지금을 사시는 분이니까요. 아직 시간도 많이 있고 말입니다. (포크로 케이크를 떠 내다가.) 그건... piano 연습을 하실 때의 이야기인가요?
츠키나가 레오:으응, 루카땅은 내 동생! 루카땅도 이런 케이크 먹으면 엄청 좋아한다고? (금새 얼굴이 그려지는지 이내 흥얼거리며 케이크를 우물거린다.) 앗, 스오 너라도 루카땅은 안 돼! (괜히 너를 빠안히 노려보는 것도 잠시,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에에~ 도련님들은 이것저것 복잡하구나? 뭐어, 스오가 그렇다면 나도 할 말은 없지만! 아니 그냥. ... 어제 아침에도 한 소리 들었거든. 슬슬 졸업 생각도 하라고. ... 어떻게든, 졸업은 할 생각. (너의 말에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대수롭게 말을 붙이더니, 입을 꾹 닫는다. 그리 길지 않은 침묵을 유지하며 아메리카노를 휘휘 젓다 고개를 끄덕인다.) 뭐, 그렇지?
스오우 츠카사:아하, 여동생 분이셨군요. 그럼, 몇 조각 가져가셔서 동생분께 선물해 드리세요.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그러다 돌연 저를 빤히 노려보는 듯한 너의 얼굴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대로 굳어 있다가. 네가 피식 웃기 시작하자 저도 푸스스 웃음을 터뜨렸다.) 많이 아끼시나 보네요. (도련님이라는 말에 별 수 없단 듯 한숨을 쉬었다.) 추후에 스오우 가를 물려받을 입장이니까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죠. ...졸업, 인가요. 그렇군요, 벌써... (그런 걸 생각할 시기였구나. 눈을 도륵 굴리며 빨대로 가라앉은 레몬 조각들을 휘저어가다가.) 지각도 너무 많으면 결석이 되고, 출석에 영향을 끼치니까요. 좀 더 성실하게 학교에 다녀주세요. (짐짓 나름대로의 장난을 섞어, 잔소리하는 선생님과도 같은 어조로 말하곤 끝에는 입꼬리를 슬 올렸다.) 그렇군요. 열심히 하셨던 거네요... (너의 침묵을 힐끗 바라보다, 레몬에이드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 보니, 츠키나가 씨는 물리 숙제에 뭐라고 쓸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은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였던가요.
츠키나가 레오:에에... 그렇게 말해도 그거, 스오가 산 거잖아? 루카땅한테는 내가 사줄거니까 스오는 스오꺼 가지고 가서 열심히 먹으라고? (너의 말에 푸스스 웃더니 고개를 살살 젓는다.) 뭐어... 스오 말대로, 현재를 계속 살아갈거면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되지만, 솔직히 귀찮단 말이지~... (느릿하게 기지개를 피려던 얼굴이, 어쩐지 장난스러운 너의 목소리에 흠칫 굳는다.) 으겍, 므므믓... 스오도 의외로 잔소리가 심한거 알아? 그렇게까지 말 안 해도 잘 다니고 있으니까 신경 안 써도 되거든? (잔뜩 부루퉁해진 얼굴로 너를 보며 입을 삐쭉 내밀고는 툴툴거린다. 괜히 듣기 싫다는 듯 잔뜩 심통을 부리며 귀를 틀어막은채로 혀를 메롱 내밀어보인다.) ... 뭐, 그것도 옛날 얘기지만. (너의 말에 더는 뭐라 얹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 으응? 뭐어, 나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마, 바꿀 수 있겠지? 그야, 미래에서 건너왔다는 사람이 이런저런 규칙들을 모르지는 않을거고. ... 딱히 모순되지 않는 결과를 바꾸려고 할지도 모르고, ... 아니면, 그것도 다 각오하고 온걸테니까. 바꿀 수 있겠지.
스오우 츠카사:엣, 그런가요? 츠키나가 씨께 사 드리는 걸로 하고, 동생분이랑 나눠 드셔도 괜찮지만요. 엑, 그게 뭡니까. 귀찮음은 게으름의 신호라구요. 기본적인 건 귀찮아하시면 안 됩니다. (흠칫 굳는 너의 얼굴에 결국 푸스스 웃고 말았다.) 후후, 그렇습니까? 그래도 이건 잔소리가 아니라 advice였는데요. 잘 다니고 있다고 하셔도, 츠키나가 씨 합반 수업 하시는 동안 지각을 몇 번 하셨더라... (손가락을 접어 수를 세는 듯한 시늉을 하다가, 혀를 메롱 내밀어 보이는 너를 보며 쿡쿡 웃었다.) 모순되지 않는 결과를 바꾼다, 라.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막상 생각해 보면 역시 복잡하네요.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얼굴로 케이크를 오물거리다, 문득 포크를 내려놓았다.) 으음, 저는 이쯤에서 다 먹은 것 같습니다만... 슬슬 일어날까요? cake는, 츠키나가 씨가 그렇게 말하시니 이번엔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담판 지을 각오 다지는 중...)
츠키나가 레오:뭐, 루카땅은 그래도 좋아하겠지만 말이야, 내가 그런거는 마음에 안 드니까 거절할래! (고개를 젓고는 기지개를 마저 쭈욱 편다.) 므믓... 딱히, 그렇게 귀찮아하지도 않았잖아? 정말로 귀찮아했으면 학교에 오지도 않았을걸? (뚱한 얼굴로 너를 보다 숫자를 세는 듯한 너를 보며 투덜거린다.) 세나만큼 잔소리쟁이야. (케이크를 먹는 너를 보다 한 입을 더 우물거리고는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뭐어, 이렇게 말해봐도 결국에는 지금은 그닥 필요 없는 내용이니까? 물론 재미있기는 하지만~... (잠시 가라앉은 표정으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다 각오를 다지는 너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트린다.) 아하핫, 스오~! 그렇게 굳은 얼굴로 뭘 생각하는거야? 어쩌면 잘 허락해줄지도 모른다고~? 가자!
스오우 츠카사:후후,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웃으며 네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학교에 오지 않는다는 사항을 선택지에 넣어두는 것 자체가 귀찮아하는 거라고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학생의 본분은 다해야지요. (투덜거리던 너를 보며 내심 속으로는 웃고 있었다가.) 세나 씨... 아, 저희 반의 세나 씨 말이지요. 그렇게 잔소리가 많으셨던가요? 저는 잘 몰랐습니다만. (고개를 갸웃하고선.) ...그러게요, 왠지 잠시 생각이 나서요. 흥미롭긴 하지만 복잡한 숙제인 것 같네요. ...아니요, 별 거 아닙니다. (절대 별 거 아닌 게 아닌 표정...) 으음, 그렇게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지만요... 네, 그럼 출발해요. (포장을 요청해서 받은 케이크를 들고 카페를 나선다.) 이제 어디로 갈까요?
츠키나가 레오:므믓... 째째하게. 스오처럼 성실한 사람들은 절대로 모르는 그런게 있다구? (그렇게 툴툴대면서도 더는 네게 반박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닫는다.) 뭐, 스오는 세나한테 별로 잔소리 들을 일도 안 했을거 같고? 세나는 엄청 잔소리가 심하다고~? 스오는 안 들어봐서 몰라! ... (절대 별 거 아닌 게 아닌 너의 표정을 보고는 웃음을 터트리고는 볼을 콕 누른다.) 그렇게 말해도, 옆에서 보면 엄청나게 별 일이니까? 으음~... (잠시 머뭇거리더니 너의 손을 꼭 잡고는 시선을 돌린다.) ... 백화점! 저기 가보자!
스오우 츠카사:원래 성실함이란, 기본적인 도리를 다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라구요. (입을 꾹 닫는 널 보고 저도 이야기를 슬 멈추고 푸슬 웃어보였다. 이제 슬슬 그만해 둘까, 생각하며 너를 보았고.) 정말 들어본 적은 없네요, 세나 씨의 잔소리. ...그래도 이유없이 잔소리를 하실 분은 아닌 것 같았지만요? (웃음을 터뜨리며 볼을 콕, 눌러오는 느낌에 괜히 얼굴이 후끈해지는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너의 손에도 옮겨갔을 열기가, 이제 맞잡은 손을 통해 저한테 도로 전해져오는 것 같아 어지럽다.) ...앗, 좋습니다. shopping은 오랜만이네요. (모르는 척 손을 맞잡고 백화점을 향했다.)
상가의 중심지와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백화점.
회전문을 타고 들어서면 차가운 에어컨 냉기가 텁텁한 여름의 열기에 젖어있던 옷감과 피부를 감쌉니다.
무언가 구매하거나 아이쇼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1층에는 푸드코트와 식자재 코너, 2층에는 여성 의류 및 신발 매장,
3층에는 남성 의류 매장, 4층에는 스포츠 용품 및 잡화를 판매하는 매장이 입점해 있으며
5층에는 명품관이 있습니다.
스오우 츠카사:(회전문으로 들어서며 시원해진 공기에, 저절로 나직하게 탄성을 뱉었다.) 역시 이런 곳은 시원하네요. 으음, 뭔가 살 게 있으신 건가요? 츠키나가 씨.
츠키나가 레오:아까 카페도 시원하긴 했지만 말이야? (너의 말에 같이 시원해진 공기에 숨을 들이쉬고는 고개를 기울여) 으으음~... 그렇게 말해도, 딱히 아무 생각 없이 온거니까? 일단 아무데나 가보자! (무작정 너의 손을 잡고는 1층으로 걸어간다.)
으레 백화점이나 마트에 필수로 있는 푸드코트와 식자재 코너입니다.
푸드코트의 옆에는 어린이들이 놀 수 있게끔 뽑기 장난감을 파는 기계나 구슬 아이스크림 가게,
그리고 청소년들을 겨냥한 것인지 한 켠에는 스티커 사진 기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계에 백 엔 짜리 세 개를 투입하면 사진 세 장이 찍히는 시스템이네요.
츠키나가 레오:오옷, 저 아이스크림, 아직도 파네! 아하핫! 앗, 그래도 아까 케이크 먹고 왔으니까 저건 조금 그런가? (아이스크림을 보고 재잘거리더니 스티커 사진 기계를 보고는 너의 손을 끌어당긴다.) 스~오!
스오우 츠카사:저건... 구슬 아이스크림, 이라는 건가요? 한 번도 먹어 본 적은 없네요. (가게의 간판을 보고 눈이 빛났지만, 너의 말에 조금 수긍한 듯.) 그러게요. 결국 cake도 남겨 버렸으니... (제 손에 들린 케이크를 힐끔...) 어, 앗...? 갑자기 잡아당기시면...! (너의 손에 이끌려 가까워지는 곳을 빤히 바라보았다.) 츠키나가 씨, 저건...?
츠키나가 레오:뭐야 스오, 저런거 한번도 못 먹어봤어? 그럼 저것도 먹자! 조금 있다가 먹으면 되는거잖아? (잠시 빛나던 너의 눈을 놓치지 않고 웃음을 터트린다.) 엣, 스오 저것도 한번도 못 봤어? 스티커 사진!
스오우 츠카사:네에, 평범하게 생긴 아이스크림은 가끔 식사 자리에 나가면 후식으로 먹지만... 저렇게 생긴 건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신기한 게 많군요♪ 엣, 괜찮은 건가요 그거? (예상보다 시원시원하게 먹어보자고 하는 너에게 이끌리듯,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으음... 가끔 지나다니는 길에 몇 번 본 것 같기는 한데, 사용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서요. 스티커 사진...? 사진이 sticker로 나오는 건가요? (흥미롭게 스티커 사진 기계를 바라본다.)
츠키나가 레오:응, 상관없는데?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는 너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긋 웃어보인다.)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는다고 해서 큰 일이 나지는 않는다고? (흥미롭다는 너의 표정을 보며 잠자코 말을 듣고 있더니 결정을 내린 듯 너를 기계 안으로 밀고 들어간다.) 그런건 스오가 직접 봐!
스오우 츠카사:...츠키나가 씨 말대로네요.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면 맛보고 갈까요? (너를 향해 눈을 접으며 웃어보이다가, 돌연 저를 떠미는 손길에 뭐라 할 틈도 없이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와앗?! (떠밀려 들어가자마자 기계에서 무어라 목소리가 들려, 비춰진 화면을 빤히 바라보았다.) 추억이 될 만한 기념 사진... 시작하시려면 투입구에 동전을 넣어 주세요... 라고 적혀있네요. 여기에 돈을 지불하고 사진을 찍는 거군요... (신기하단 듯 눈을 깜빡인다.) 잘은 모르겠지만, 재미있어 보이네요. 찍어 볼까요?
츠키나가 레오:그러려고 들어온거잖아? (너의 말에 피식 웃고는 기계에 동전을 집어넣는다.) 뭐어, 그렇게 거창한 추억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스오랑 여기 처음 놀러온 기념으로 할까! (어느새 변한 화면을 보고 너를 적당한 위치에 오게 살짝 끌어당긴다.) 여기에 있어야지 잘 나온다고~? 스오, 중간에 눈 감거나 그러는건 아니지? 찍는다? (너의 대답은 듣지도 않은채로 화면을 꾹꾹 눌러 타이머를 시작해) 아하핫, 웃츄☆
스오우 츠카사:엇, (기계에 동전을 집어넣는 네 움직임을 보고 멋쩍게 볼을 긁적였다.) 감사합니다. 마침 동전은 없고 카드뿐이라 어쩌지 했는데... 후후, 뭐든 기념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기념할 만한 것이 되는 법이니까요. 처음 놀러 온 기념도 좋습니다. (동전을 넣자 변하는 화면을 바라보다, 너에게 끌어당겨져 카메라 앞에 섰다.) 우앗...? 아, 그렇군요. 저게 camera... (화면에 비추어지는 제 모습을 보며 괜히 머리를 매만져 보았다.) 사, 사진은 찍어본 적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앗, 잠시만요! (장난스런 너의 말에 조금은 삐진 듯 대꾸하다, 이내 줄어드는 타이머 시각에 포즈를 취한다.)
행운 또는 외모 판정 (^^)
츠키나가 레오:(ㅇㅁㅇ)(!)
외모
기준치:
60/30/12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스오우 츠카사:
외모
기준치:
60/30/12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웃츄! 귀엽게 찍힌 레오의 얼굴이 보입니다.
츠카사는... 눈을 감지는 않았지만 흔들리게 나온 것 같아요.
속도감이 굉장합니다.
츠키나가 레오:푸흡, (저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웃음을 애써 눈칫껏 틀어막아보려고 하지만 결국 터져나오는 웃음에 한바탕 크게 웃어버린다. 너무 웃어버린건지 눈물이 찔끔 나오는 것도 같다.) 아하핫, 스오, 엄청나네! 완전... 푸흡, 아하하!
스오우 츠카사:... ... (정말 매우 약오르고 분하다는 표정으로 사진에 찍힌 너와 저의 얼굴을 한참이나 번갈아 보더니, 신나게 웃는 너를 노려보았다...) 크아악, 이게 다 츠키나가 씨가 급하게 촬영을 시작하셔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보다 너무 웃으시는 거 아닌가요, 그만 웃으십시오! ...이렇게 수치로만 남을 photo로는 만족하고 돌아갈 순 없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기운차게 화면을 터치하더니 타이머를 시작한다.) 자, 아직 2장 남아있는 거죠? 어서 다음 찍죠! (잽싸게 포즈를 취했다.)
츠키나가 레오:아하핫, 아~ 오랜만에 엄청 웃었다~ (아직도 웃음이 가시지 않는 듯 몸을 들썩거리며 웃다 겨우 진정하려는 듯 숨을 들이쉰다.) 그치만, 일부러 스오가 잘 나오는 위치에다 놔주기까지 하고, 타이머도 맞줘줬잖아?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온건 스오... 므걋, 잠시만! (빠르게 타이머를 눌러버린 네 모습에 후다닥 포즈를 취한다.)
외모 판정 한번 더!
츠키나가 레오:
외모
기준치:
60/30/12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스오우 츠카사:
외모
기준치:
60/30/12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찍힌 사진은 언뜻 보기에도 결과물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번에는 레오의 속도감이 굉장하네요.
츠카사는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헷갈립니다.
이런 순간을 찍히는 것도 쉽지는 않겠는데요.
스오우 츠카사:... ... (어딘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진을 본다.) ...그, 죄송합니다. 역시 성급하게 움직이는 건 좋지 않았네요. (...)
츠키나가 레오:... (이번에는 열심히 웃음을 참아보려는듯 입술을 꾹 깨물지만 몸이 파들파들 떨린다.) 스오, 풉, 사진 찍는데는 재능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네?
스오우 츠카사:(파들파들 떨리는 네 몸을 흘깃 보지만, 연속 2번으로 사진을 망친 충격이 컸는지 힘없이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크으윽... 어째서죠? 증명 사진이나 가족 사진을 찍을 때는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요! 오늘의 timing이 좋지 않은 겁니다...! (급기야 스티커 사진 기계를 노려본다;) ...이제 남은 건 1장이네요.
츠키나가 레오:... (솔직하게 말해서는 더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역시나 저렇게 축 쳐져있는 모습을 보면 더 놀릴 수는 없어서 애써 웃어주고는 네 머리를 쓰다듬는다.) 뭐어, 이런 일도 있는거지~! 응, 응! 이제 마지막인데, 조금 여유있게 찍어보자고?
스오우 츠카사:(조금 시무룩해져 있던 차에 머리를 쓰다듬어 오는 손길에, 문득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이래저래 화내고 있던 건 자신이었지만. 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가까이 붙어선 채 머리를 쓰다듬어지니 막상 민망한 듯한, 혹은 몽글몽글한 듯한 기분이 피어올라서 눈을 도륵 굴렸다.) ...그렇, 긴 하지만요. 기념 사진이라고 남기기에는 좀 우스운 사진이 되어버렸네요. (한번 더 화면의 사진을 쳐다보다, 이내 하는 수 없다는 듯 푸슬 웃었다.) 그렇네요. 이번엔 반드시 성공해 보이겠습니다! (너의 옆에 붙어서 포즈 취할 준비 완료!)
츠키나가 레오:...? (갑자기 툴툴거리는 걸 그만두는 너를 보고 의아한 듯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어 들리는 말에 자신도 마주 밝게 웃어준다.) 뭐, 그러면 이번에 잘 찍어서 기념 사진으로 남기면 되는거잖아? 준비 끝났으면 찍는다? (제 옆에 붙어 준비를 끝낸 너를 귀엽다는 듯 돌아보고는 화면에 떠오른 버튼을 꾹 누르고 포즈를 취한다.) 웃츄~☆
스오우 츠카사:네, 준비 끝났습니다! (네가 타이머를 누르는 걸 확인한 뒤 카메라를 보곤, 활짝 웃으며 브이!)
외모 판정 마지막!
츠키나가 레오:
외모
기준치:
60/30/12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스오우 츠카사:
외모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찰칵!
사진이 잘 나와서인지, 좁은 공간을 울리는 셔터 소리가 왠지 기분 좋습니다.
어렵게 얻어낸, 두 사람 모두 예쁘게 웃고 있는 사진이 화면에 떠오릅니다.
스오우 츠카사:...! (드디어 성공적으로 찍힌 사진에 상당히 기쁜 듯 눈을 빛내며 너를 보았다.) 보세요, 츠키나가 씨! 드디어 사진이 잘 찍혔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오옷...! (겨우 잘 나온 사진을 보며 저도 눈을 빛내더니 네 머리를 마구 쓰다듬고는 웃는다.) 아하핫! 드디어 잘 나왔네☆ 스오도 고생했어~? 흐흥~♪ (뒤이어 나오는 화면에 신난다는 듯 흥얼거리며 펜을 집어든다.) 스오도 해볼래?
스오우 츠카사:(머리를 쓰다듬어 오는 손길과 잘 나온 사진, 마주웃고 있는 지금. 괜히 행복해지는 기분에 저도 소리 내어 웃어버렸고.) 정말, 우여곡절 끝에 얻은 사진이긴 하지만... 기억에는 오래 남을 것 같네요. 어라? (뒤이어 넘어가는 화면을 보고 뭐가 더 있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가 네가 펜을 집어드는 것을 바라보았다.) 엣, 이건... decoration인가요? 좋습니다, 저도 하죠♪ (덩달아 펜을 잡고는, 그렇지만 이런 건 해본 적이 없으니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주섬주섬 고양이 귀와 토끼 귀를 그려본다.)
츠키나가 레오:뭐, 스오가 원본 그대로가 좋다고 하면 이대로 뽑을거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미 화면에는 잔뜩 별과 알 수 없는 그림들을 잔뜩 그리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고민하더니 고양이 귀와 토끼 귀를 그리는 너를 귀엽다는 듯 본다. ... 꽤나 오랜만에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행복해서, 뭔가 정말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싶다는 충동적인 마음이 들어 잠시 멈춘 펜이, 한 쪽 귀퉁이에 있는 여백에 작은 악보를 그려나간다.)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스오우 츠카사:음... (잠시 망한 사진들을 보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역시 뭔가 꾸미는 게 낫겠습니다. (...) 그렇게 말하셔도, 이미 엄청 많이 꾸미신 거 아닌가요? (너의 귀여운 그림들에 푸슬 웃었다.) 귀여운 그림이네요. 이건 뭔가요...? alien? (너의 그림을 빤히 보다가, 저도 꽃이나 반짝이 스티커를 가져와 열심히 얼굴이나 주변에 붙여주기 시작했다.) 츠키나가 씨는 이런 거 많이 해 보신 것 같네요. 저보다 익숙하신 것 같은... ...! (귀퉁이의 여백을 수놓기 시작한 작은 악보를 발견했을 때는 저도 잠시 손을 멈추었다. 입꼬리가 조용히 호선을 그으며 올라가고, 말없이 펜으로 자신들의 머리 위에 음표를 그려 장식한다.) ...후후, 저도 어쩌다 보니 잔뜩 꾸며 버렸네요.
츠키나가 레오:으음, 그래도 스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다 지워버릴 수도 있는거니까? 아하핫, 스오가 마음에 든다면 다행이네! (그림을 보며 웃는 너를 보고 기분이 좋은 듯 펜을 한바퀴 돌리고는 눈을 빛낸다.) 오옷, 스오는 알아보는구나~ 이거 아무도 못 알아봤단 말이지? 스오도 인사해줘, 웃츄~☆ 하고! ... (실없는 이야기를 하며 귀퉁이에 짧게나마 한 악절을 수놓는다. 이어 고개를 들면, 네가 그려놓은 음표들에 심장이 콩콩 뛰어와서, 기분 좋은 울림을 타고 기쁜 음표들이 하나 둘 튀어오르는 것 같아 입을 다문채로 배시시 웃어버린다.) 뭐어, 이런 것도 좋잖아? (사진을 한번 다시 살펴보고는 너를 돌아봐) 다 끝났으면 뽑는다?
스오우 츠카사:후후,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귀여워서 지우기 아까운 것들도 많은걸요. (눈을 빛내는 너를 보며 슬 웃다가.) ...진짜 우주인이었나요? 주변에 별을 그리셨기에 추측해 본 거였는데... 근데 그 '웃츄' 라는 건 뭡니까? 아까 사진 찍을 때도 말하시던데요.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가 배시시 웃는 너와 눈을 마주했다. 무슨 이유인지 듣지는 않았지만. 그저, 그저 저도 너를 따라 웃고 싶어서. 그러고 싶은 기분이라서 덩달아 마주웃었다.) 네, 그렇네요.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재미있었어요. (사진을 쭉 둘러보곤 고개를 끄덕인다.) 네, 장식은 perfect입니다♪
츠키나가 레오:엣, 그런거였어? 뭐어, 그래도 웃츄인이라고 한번에 알아봐준건 스오밖에 없으니까♪ (그저 기분 좋다는 듯 웃고는, 네 볼에도 작은 우주인을 한 명 그려준다.) 이거? 우주의 인사! 우주인을 보면 이렇게 인사해야 한다고? 아, 물론 내가 만들어낸거지만! 와하핫! (가만히 마주웃고 있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다, 어쩐지 그러고 싶은 마음에 네게 손을 뻗는다. ... 기세좋게 손을 뻗은 것과는 다르게 어디로 가야할지 잠시 망설이던 손이, 네 머리위에 가볍게 얹어지고는 네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 그럼 이걸로 끝! (인쇄 버튼을 꾹 누르고는 나온 두 장의 사진 중 한 장을 네게 건넨다.) 자, 스오!
스오우 츠카사:우, 웃츄인... (신선한 발음을 입 안에서 몇 번 굴려보다, 제 볼에 그려진 작은 우주인을 보곤 슬 미소지었다.) 우주의 인사를 지구인이 만들어내다니, 뭔가 미묘하네요. ...? (풋 웃던 것도 잠시, 제게 다가오는 너의 손에 일순 무슨 일이냐고 묻는 것도 멈추고 너를 숨죽여 바라만 보았다. 아까보다 퍽 부드럽게, 천천히 머리를 쓰담아주는 손길이 다정해서. 간질간질한 기분으로, 그저 가만히 쓰다듬을 받고 있었다.) ...츠키나가 씨...? (뒤이어 나온, 세 장면 묶음으로 출력된 사진을 받아들고 배시시 웃었다.) ...앗. 감사합니다. (사진을 소중하게 가방에 넣어두곤.) 으음, 그럼 이제... ...구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요? (나가기 직전, 널 보고 웃으며 말했다.)
츠키나가 레오:뭐어, 어짜피 우주인이니까, 서로의 말은 못 알아들을거 아냐? 그러니까 이렇게라도 인사해주면 분명 알아볼거라고? 같이 웃츄~ 하고 인사 해줄지도 모르고? (피식 웃고는 천천히, 아까보다도 퍽이나 부드럽고 상냥하게 네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머리를 쓰다듬자 제 손에 부드럽게 닿아오는 부드러운 머리칼에 어쩐지 기분이 간질간질해지는 것도 잠시.) ... 어? 아, (저를 의아하다는 듯 불러오는 네 목소리에 그제서야 꽤나 오래 쓰다듬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후다닥 손을 떼어낸다.) 응. ... 나갈까?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알쏭달쏭한 기분에 끙 소리를 내더니 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볍게 손을 잡아끈다.)
스오우 츠카사:정말 구슬처럼 동그랗게 생겼네요. (소리없이 감탄하며 바라보고 있다가, 너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다.) 앗, 어렵네요. 마음 같아선 네 가지 맛 다 탐나지만... (고민 끝에 코튼 캔디를 집어들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츠키나가 레오:흐응~... 이번엔 네개 다 먹어보겠다고 다 사는 짓은 안 하네? (너를 보며 헤실헤실 웃더니 자기 아이스크림을 뜯어 한 숟가락 떠 너에게 내민다.) 자, 대신 내거 줄게? 아~ 해!
스오우 츠카사:...또,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나름 생각을 한다고요? ...에? (어쩐지 찔려서 뾰로통해진 제 눈앞에, 색색깔의 구슬 아이스크림이 담긴 숟가락이 올라온다. 아까 제가 할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받는 입장이 되니 스멀스멀 민망함이 피어올라 고민 끝에 조심스레 아이스크림을 받아먹었다.) ... ... (그러나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은 순간부터는, 저절로 화색이 되어서는.) 맛있습니다. 굉장해요, 상큼한 과일 맛이네요. (저도 아이스크림을 뜯어, 한 숟가락을 담아 너에게 내밀었다.) 츠키나가 씨도, 자요.
츠키나가 레오:그래? 그래도 이건 양이 적으니까 네개 다 먹을 수 있었을지도! 아하핫☆ 스오~? 얼른 먹어? (어쩐지 조금 머뭇거리는 네 모습에 아까의 자신이 생각난다. 역시 저가 이상한 건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은 의기양양해진 얼굴로 너를 본다.) 스오는 단거 정말로 좋아하네?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스크림을 먹자마자 밝아지는 네 얼굴에 저도 같이 마주 웃어고는, 제 앞에 내밀어진 아이스크림에 잠시 눈을 깜빡인다. ... 이런 식으로 돌려받으려고 한게 아닌데. 조금 난감한 듯 머뭇거리다 아이스크림을 받아먹는다.)
스오우 츠카사:앗,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으음... 그렇지만 네 개를 계속 들고 다니면서 먹기에도 조금 그러니까요. 다음을 기약해 두죠. (눈을 빛내며 미소짓는다.) 달콤한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부드럽고, 치유되는 느낌이랄까요...♪ (머뭇거리다 아이스크림을 받아먹는 너를 보며 푸슬 웃고는, 문득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저, 츠키나가 씨. 괜찮으시다면 한 군데 더 들러도 될까요? 실은 꼭 들르고 싶은 곳이 있어서요.
츠키나가 레오:으응? 뭐, 남들 보기에 그닥 좋은건 아니니까, 다음에는 테이블에다 한가득 쌓아두고 먹을까? 너의 말에 같이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피식 웃는다.) 으음... 스오는 말이야, (잠시 무언가 말하려는 듯 끙 소리를 내다 이내 고개를 살살 저어) 아냐, 됐어. ...? (손목시계를 보는 너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뭐, 스오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아까 말하지 그랬어?
스오우 츠카사:후후, 그것도 좋겠네요. 다음에는 모든 맛을 먹어보는 걸 목표로 진득하게 앉아서 먹어보기로 해요. (스스로 말하고도 우스운지 푸슬 웃어버리다가.) 네? 뭔가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고개를 살살 저으며 됐다 말하는 너를 보고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진다.) 말하다가 끊는 버릇은 좋지 않다구요. ...그게, 생각보다 츠키나가 씨와 돌아다니는 데 집중해 버려서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멋쩍게 말하며 볼을 긁적이다, 문득 이번에는 제가 먼저 네게 손을 내밀어 보였다. 조금 부끄러웠는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럼... 가요.
츠키나가 레오:... 아니, 그냥. 별거 아냐.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는 듯 저를 보며 고개를 기울이는 너를 보며 잠시 고민하는 듯 머뭇거리더니 다시 고개를 저었다. ... 다른 사람에게도 이러냐는 질문은, 지금 이 타이밍에서는 절대로 말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괜히 더워진 기분에 볼을 긁적이고는 말았다.) ... ... (어쩐지 조금 부끄럽다는 듯 느렸지만, 그래도 제게 내밀어진 손에 조금 기쁜 듯 웃고는 네 손을 꼭 맞잡았다.) 응, 가자. 스오가 앞장서는거지?
스오우 츠카사:으음, 그렇습니까? (어쩐지 고민하는 듯한 너의 얼굴을, 별거 아니라는 말 이후에도 가만 바라본다.) ...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부끄러웠던 기분을 녹여내리는 것만 같은 너의 미소에, 저도 화답하듯 웃어보이곤 손을 꼭 잡고 백화점 밖으로 나섰다.)
시계를 살피면 대략 7~8시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입니다.
여름이 농익어가며 하늘에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니 교연한 노을이 상공과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츠카사의 안내를 따라 두 사람은 어느 외진 골목길에 접어듭니다.
주변을 살피면 양옆으로 붉은 벽돌이 고루 쌓여 있고,
그 표면을 담쟁이 넝쿨과 장미꽃이 똬리 틀고 있습니다.
레오로 말할 것 같으면 요 근처에 이런 길이 있었는지…
금시초문입니다.
이곳은 하루가 다르게 바삐 변화하는 도시입니다.
도로 위에는 어제 보지 못했던 차량이 오늘의 배기음을 터뜨리며 지나다니고,
몇 달 새에 하늘을 찌를듯 드높게 건축된 신설 빌딩이 세워지는 것이 예사인 곳.
으레 생기는 변화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야만 내일에 적응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니까요.
번화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장소 하나가 고스란히 남겨진 듯한 풍경은 꽤 낯설지도 모릅니다.
점점 더 좁아지는 골목을 나아가다 보면 머지 않아 그 끝에 당도합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귀퉁이에 세워진 다 낡은 악기상 앞에 머무릅니다.
쿰쿰한 나무 썩은내, 비릿한 풀냄새와 한층 짙어진 여름의 오존 냄새가 머리맡을 맴돕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흰 울타리가 빙 둘러쳐진 악기상,
기스 투성이 전면유리창 너머로 갖가지 악기들이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레오가 무어라고 입을 열 새도 없이 츠카사는 악기상의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딸랑.
계절의 구색을 맞추듯 청명한 현관 벨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빛이 바랜 [카운터] 좌석에 앉아 있던 악기상의 주인은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흘끗 확인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교복 차림새의 학생 두 명이 무언가를 살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나 봐요.
목재 구조의 악기상 내부는 흐릿하나마 찝찔한 먼지 냄새가 납니다.
살피기에는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이 인상적이고,
악기상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갖가지 [악기들]은 진열대 위에 놓여 있거나, 벽에 걸려있거나 합니다.
악기만큼은 애지중지 관리했는지 하나같이 먼지가 쌓이지 않은데다 광택이 돕니다.
츠카사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눈치입니다.
악기들 사이를 서성이고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 스오~? (어쩐지 무언가를 찾고있는 듯한 너의 모습에 눈치를 보는 듯 기웃거리다 너를 부른다.)
스오우 츠카사:...앗. (악기들 사이를 서성이다 너를 부르는 모습에 뒤돌았다.) 말없이 죄송해요. 잠시 찾고 싶은 악기가 있어서...
(너를이 아니라 저를... 저를...)
츠키나가 레오:악기...? (너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 눈을 깜빡이더니 고개를 기울인다.) 피아노 찾는거 아니였어? 피아노라면 꽤 크잖아?
스오우 츠카사:아... 네, 피아노는 맞습니다. (역시 제가 찾을 법한 악기는 그것뿐이겠죠. 그리 생각하며 작게 웃어보였다.) 그렇긴 합니다만, 그건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어차피 악기를 옮기는 건 이 가게에 따로 부탁드리면 되는 거니까요. ...츠키나가 씨도 잠시 구경하고 계시겠어요? 금방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너에게 한번 더 슬 웃어보이고는, 다시 악기들 사이를 살피기 시작한다.)
츠키나가 레오:... 으응. 뭐, 스오가 그렇게 말하면, 나도 둘러보고 있을게? (너의 말에 느리게 눈을 깜빡이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악기를 찾는 것 정도는 도와줄 수 있는데. 괜히 조금 서운해지는 마음에 애써 고개를 털어내고는 악기들을 한번 둘러본다.)
현악기, 금관악기, 목관악기, 타악기… 타현악기인 피아노까지.
이 허름한 악기상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아름답고 반짝이는 악기들이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자리합니다.
창측 한켠에는 들여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진열된 다른 악기들보다도 아름답고 깨끗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어쩐지 눈에 들어오는 피아노에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걸음이 잠시 멈춘다. 내키지 않는 듯 잠시 머뭇거리던 걸음은 결국 지나치지는 못하는 듯 천천히 피아노로 걸어간다.)
검은 몸체를 가진 평범한 피아노입니다.
아까 전 츠카사가 여길 지나쳐 간 것 같은데, 그가 찾는 악기는 아니었나 봐요.
새 것답게 말끔합니다.
뚜껑은 열려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잠시 피아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더니 그저 아무 생각없이 건반을 살며시 눌러본다. 퍽이나 조심스러웠던 손길에 작은 음 하나가 옅게 퍼진다. ... 아직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아무 말 없이 손을 거두고는 책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셀 수 없이 많은 악보집들이 책장 가득 어깨과 어깨를 맞댄 채 꽂혀 있습니다.
어느 한 권 빠짐 없이 세월의 흔적이 누렇게 껴 있습니다.
걷어내지 못한 먼지가 얕게 쌓여 있기도 하고,
모서리가 찢어진 악보집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종이는 관리하기 힘드니까요.
츠키나가 레오:... (오늘 아침 네 책상 위에서 보았던 낡은 악보집을 잠시 떠올리며 악보들을 찬찬히 훑어보다, 카운터로 향한다.)
팔꿈치를 올린채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악기상 주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카운터 위에는 낡아빠진 [아날로그 시계]와 [라디오]가 올라와 있고,
그 옆에 읽다만 [신문]이 놓여 있네요.
츠키나가 레오:(주인이 졸고 있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신문을 슬쩍 빼내 살펴본다.)
잘 알려진 신문사의 주간 신문입니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최신호가 아니라 몇 주 전에 발행된 신문입니다.
악기상의 신문 기사
츠키나가 레오:...? (겨울이 흘린 눈물? 예상치 못한 곡의 이름에 조금 놀란 듯 눈이 커진다. ... 허무맹랑한 소리라고는 해도, 너무 뜬금 없지 않나?)
(어쩐지 수상한 기분을 애써 떨쳐내고는 아날로그 시계를 슬쩍 들여다본다.)
지능 판정
츠키나가 레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사 날짜를 재차 살피니 이 신문은 3주 전에 인쇄된 호입니다.
'지난주'가 덧붙어 있는 것을 미루어 유추하건대,
그 매혹적이라는 B씨의 연주는 대략 한 달 전에 콘서트로 진행되었던 모양이에요.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듭니다.
혹은 위화감이거나 어떤 감이 작용하며 드는 느낌일지도 모르고요.
한 달 전이라면…
지금 유행 중인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최초로 전파되었던 시기와 맞아 떨어집니다.
츠키나가 레오:(전염병이 시작한 것도 야마모리시, 그 연주가가 연주를 한 것도 야마모리시. ... 그저 합리적 의심에 가깝겠지만 역시나 의심스럽다. ...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신문을 접고는 시계를 슬쩍 들여다본다.)
골동품 가게에서 주워올 법한 연식의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입니다.
시계약은 꼬박꼬박 잘 갈아주고 있는 모양인지 세 개의 침은 별 무리없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꽤나 오래 되어보이는 시계에 신기하다는 듯 시계를 톡톡 건드려보다 라디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척 보기에도 만들어진 지 기십 년은 되어 보이는 오래된 라디오입니다.
노이즈 낀 저음질의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특별한 구석은 없네요.
그 즈음 츠카사가 당신의 곁으로 다가옵니다.
무언가 석연찮은 듯, 혹은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입니다.
스오우 츠카사:이제 돌아갈까요? 츠키나가 씨. (네 곁으로 다가서 말을 건넨다.) 아무래도 제가 찾던 피아노는 지금은 없나 봅니다. 팔리지는 않았을 텐데, 이상하네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츠키나가 레오:...? (너의 말에 뒤를 돌아보고는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인다.) 어떤 피아노인데? 아저씨한테 물어보면 되는거잖아?
스오우 츠카사:으음, 아니요. 그렇게 급한 건 아니니까, 나중에 다시 와서 봐도 될 것 같아요. 시간도 꽤 늦어졌고요. (괜찮다는 듯 잔잔히 웃어보였다.)
츠키나가 레오:뭐어... 스오가 그렇게 말한다면 알았어. 일단 가자? (너의 말에 조금 석연찮다는 듯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 손을 잡고 가게를 나선다.)
악기상 문을 열고 나오니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있는 시간입니다.
짙은 땅거미가 아스팔트와 돌바닥을 기기 시작한 저녁과 밤,
그 사이의 애매한 시간.
소등되어 있던 가로등의 불빛이 하나씩 점등하며 온전히 어두워지진 않은 길을 비춥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한 이후 도시는 저녁시간대 특유의 활기를 잃은지 오랩니다.
악기상에서 나온 두 사람은 귀갓길에 광장에 놓인 낡은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하게 됩니다.
츠카사는 마치 홀린 사람처럼 피아노를 향해 다가섭니다.
낡디 낡아 의자에 앉는 사람도, 건반에 손을 대는 사람도,
하다못해 눈길을 주는 사람도 없이 분수대 맞은 편에 그저 장식물처럼 배치되어 있는 나무 피아노입니다.
츠카사는 손끝으로 건반을 쓸어내리며 말합니다.
스오우 츠카사:...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피아노. 그 주위를 감싼 정적 사이를 가르고, 오로지 저만이 그 곁에 다가가 건반을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어쩐지 아득한 미소를 지으며.) ...이 피아노가 여기 있었군요.
정신력 판정
츠키나가 레오: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세상의 오류와 같은 현상.
다시 한 번 어쩐지 모를 데자뷰 현상에 사로잡힙니다.
이 장면, 어디선가 분명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꿈에서일까요?
SANc 0/1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 스오? (어쩐지 이상한 감각에, 언뜻 꿈결과도 같은 감각과 너의 아득한 표정에 섣불리 뭐라 말 할 수 없어서 잠시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 그렇게 가만히 너를 바라보다 작게 소리를 내어 너를 부른다.)
스오우 츠카사:(네가 부르는 소리에, 그제야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보았다. 부드럽다 못해 아릿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 있다.) ...이거, 아까 제가 찾던 피아노입니다. 이런 데에 있을 줄은 몰랐네요. (건반을 몇 번 더 쓸어보다, 문득 자연스레 그 앞 의자에 앉았다.) ...가져갈 수는 없을 것 같으니... 한 곡만 연주하고 가도 괜찮을까요?
츠키나가 레오:... (어쩐지 너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심장이 조금 아려와서,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 있잖아 스오, 스오가 찾던 피아노가 이 낡은 피아노야?
스오우 츠카사:네, 이 피아노입니다. 악기상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바깥에 나와있는 걸 보니, 시에서 대여라도 해 간 모양이네요. (조용히 마주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악보도 필요하지 않은 건지 그저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녹음 버튼을 누르고 피아노 위에 올려둘 뿐이었다.) ...가끔은 과제곡 말고 다른 곡도 연주하고 싶더군요. (의자 위치를 조절하곤, 페달에 발을 올려보더니 짐짓 너를 바라보았다.)
츠키나가 레오:뭐, 그런거라면 시에서 얘기해서 가져가도 되는 거잖아? 이렇게 낡은 피아노 말고 다른 피아노도 가져다 놓을 수 있고? ... 아니, 애초에 이 피아노를 찾는 이유도 잘 모르겠지만...? (끙 소리를 내며 갸웃거리더니 느껴지는 시선의 의미를 깨닫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 어짜피, 스오가 연주 할거잖아. 물어볼 필요 없는거 아냐?
스오우 츠카사:그렇긴 하지만... (잠시 너의 시선을 빗겨가 다른 허공을 응시하다가, 이내 너와 다시 시선을 맞췄다.) 괜찮아요. 어디에 있는지는 알았으니까요. (물어볼 필요 없는 거 아니냐는 너의 말에, 말갛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호흡을 길게 하곤, 건반 위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츠카사가 연주를 시작하면 잰걸음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사람들의 이목이 광장의 피아노와 츠카사에게 집중됩니다.
휴대폰을 들어 그가 연주하는 것을 촬영하거나 동영상으로 남기는 행인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그런 츠카사의 연주를 바라보는 레오의 심정은 어떤가요?
레오도 언젠가 박수 갈채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던 적이 있을 터입니다.
해가 온전히 졌는데도 목구멍은 뜨겁고 살갗은 익어버릴 듯 따갑습니다.
가로등의 적적한 불빛이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광장을 밝힙니다.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허름하고 볼품 없던 낡아 빠진 피아노일지라도 그 정도의 연약한 빛을 반사할 수는 있는 모양입니다….
츠키나가 레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매끄럽게 연주를 시작하는 너를 바라본다. 학교에서 들었던 것 처럼, 역시나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연주가 고요한 거리에 울려퍼진다. ... 연주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느새 사람이 모여든건지 웅성거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주변을 바라본다. 연주회장에 비하면 한참은 적지만, 적지 않은 수의 사람이 모여든 것을 보자 괜히 자꾸만 초조해지는 마음에 제 손을 여러번 쥐었다 펴고, 손목을 만지작거린다. ... 자꾸만 관객들 쪽으로 예민해지는 귀를 틀어막고 싶다는 듯 작게 고개를 젓는다. ... 싫어. 누구를 향한 말이든, 더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 그렇게 소리를 떨쳐버리려는 눈에,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빛나는 것 같은 피아노가 들어온다. ... 그 빛은, 꽤내 낡아빠진 피아노를 차분하고, 부드럽게 감싸고 있어서. 낡은 피아노가 반사해내는 그런 빛에 스며든 온기에, 그제서야 주변 관객들이 제대로 보인다. 다들 연주에 집중을 하고는 저마다 감탄을 뱉으며 즐거운 듯한 표정을 하는 그 사이에서, 다시금 체감해버린다.
무대에 서는 피아니스트 츠키나가 레오는 더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스오우 츠카사:(바삐 양 옆으로 움직이고 있는 손가락의 움직임은 가볍다. 그 덕분일까. 시선이 조금의 틈 사이로 움직여 너를 쫓았다. 손을 쥐었다 펴길 반복하고, 조금 초조해지는 낯빛으로 피아노를 멀거니 바라보는 너를. 내친 김에 주위까지 둘러보니 꽤 모여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와, 그것을 보고 너의 표정의 이유를 납득해 버린다. 분명한, 시선들이 있어.
그럼에도, 그런 너의 표정을 보았음에도. 손가락은 착실히 힘을 굳게 주고 건반을 내리누른다. 낡은 음질이지만 묵직한 소리가 여실히 광장을 울리는 것에 미소를 짓는다.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으니까. 그저 너의 마음에 울릴 곡조를, 그저 네 곁에 다가앉기 위한 선율을. 중간에 그만둘 생각 따위는 없었다. 언젠가 제가 그 등을 쫓아왔듯이, 이번에는 제가 먼저. 너의 앞에서.)
곡 하나를 완주한 츠카사는 녹음 버튼을 누르곤 녹음기를 도로 주머니 속으로 돌려놓습니다.
천천히 당신의 곁으로 다가옵니다.
스오우 츠카사:
(To GM)rolling 1d20+10
(
16
)
+10
=
26
스오우 츠카사:(초조함이 스쳐간 듯한 너의 낯빛을 보고, 그저 말갛게 웃으며 너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피아노는 치고 싶지 않으신가요?
츠키나가 레오:(너의 말에 작게 숨을 삼키고는 입을 꾹 닫았다. 길었던 것 같기도하고, 짧았던 것 같기도 한 연주를 보고. 무대에 다시 서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우습게도 억울함과 서러움이였다. 오늘 계속해서 너와 있으면서 자꾸만 치밀어 오르는 미련과, 제 손에서 옅게 흩어졌던 피아노의 음이 생각났다. 피아노를 그만둔건 맞았다. 그렇지만, 싫어지지 않았어. 나는 아직, 피아노를 치고 싶었어. 너의 연주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어놓고도 연주에 대한 감상이 아닌, 그저 꾸역꾸역 올라오는 감정에 더욱 너에게 입을 열지 못한다. ... 자꾸만, 눈가가 뜨거워지는 기분이라 고개를 푹 숙였다.)
스오우 츠카사:(대답을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닫고 있는 너를 그저, 말없이 바라보았다. 여름의 초저녁. 시원한 듯하면서 아직 조금 후덥지근한 공기가 미약한 바람을 만들며 너와 제 틈을 스쳐간다. 그렇게 숨이 트일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주보며 서 있다. 이제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한 주변의 사람들을 휘 둘러보았다. 조금이었지만 확실히 모여 있었던 시선들.) ...있죠, 츠키나가 씨. 모두 무서워요. 무대에 오르는 건. ...그렇지만 이를 악물고 기억하는 거예요. 그럼에도 사랑하고 싶은 순간들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걸. (짤막한 몇 마디만을 뱉고는, 답을 바랐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저 조용히 너의 손을 감싸쥔 채로. 미지근한 침묵 속에서 그저 그렇게 서 있었다.)
츠키나가 레오:(연주가 끝나고 천천히 멀어지는 사람들의 기척에 그제서야 겨우 고개를 들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아까처럼은 아니지만 천천히 텅 비어가는 거리에 우습게도 안도감이 제일 먼저 찾아온다.) ... 스오. 나는, (너의 말에 뭐라 답을 들려주려던 말이 울컥 치밀어오르는 감정에 꾹 막힌다. 꾹 막힌 대답이 발버둥을 치는 듯 목이 아려오고, 급하게 네게 잡힌 손을 빼내 눈가를 닦아낸다.) ... 응. 알아. 알고 있어. ... 알고 있는데... (애써 감정을 가라앉히려는지 잘게 떨리는 손을 숨기려는 듯 네 손을 꾹 쥐고는 크게 심호흡을 한다.)
스오우 츠카사:(아릿한 열기에 목이 메이는 너를 아스라이 바라보았다. 너를 향하는 시선은 여전히 잔잔했고, 할 수 있는 만큼 따뜻했으며, 미소를 머금은 채로. 잡힌 손을 다시 빼내고, 다시 힘껏 쥐어오는 손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네, 츠키나가 씨.
츠키나가 레오:피아노를 치고 싶어. 나도, 다시 연주를 하고 싶어. (잔뜩 물기를 담고 떨리는 말을 겨우 뱉어내고는 입을 꾹 다문다. ... 이런 말까진 네게 하고 싶지 않은데.) ... 그렇지만, 더는 무대에 서고 싶지는 않아. ... 모르겠어. 그냥. ... 모르겠어. (겨우 내뱉은 말과 함께 떨어져내리는 물방울들을 겨우 닦아내고는 애써 네 시선을 피한다.)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스오우 츠카사:... (피아노를 치고 싶어. 겨우 내보여 준 물기 어린 그 마음을 소중한 것처럼 곱씹었다. 곱씹고, 제 시선을 피하는 너를 배려하듯 노을의 잔상도 저물어 버린 어느 하늘의 허공을 가볍게 응시했다.) ...그건 아마, 사랑입니다. 그렇게 무대 위에 오르지 못하는 게 괴로운 건, 당신이 음악을, 피아노를. ...그리고 연주하는 순간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 사랑은 아직 꺾이지 않았으니까. ...그야, 츠키나가 씨는 연주가니까요. 저처럼. (이제는 너의 시선이 아닌, 맞잡은 손을 비스듬히 응시했다.) 저는, 어제 츠키나가 씨가 해 주셨던 말을 믿고 있어요. 연주하는 사람의 마음이, 듣는 사람에게도 전해진다는 말을요. 츠키나가 씨가 만약 피아노를 다시 치신다면... 거기에는, 그 사랑이 가득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것만으로도 어쩌면, 충분한 게 아닐까요. (나지막이 미소를 머금었다.) 음악은 그런 마음을 전해주니까요. 신기할 정도로 깊이 말이에요.
(그 즈음, 조금의 망설임 끝에 가벼이 팔을 들어올려서. 천천히, 조금씩. 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츠키나가 레오:... (너의 말에 잠시 눈을 깜빡이며 너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런걸까. 어쩐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너지만, 저 자신도 모를만큼 덮어두었던 미련을 끄집어낸 너라서, 자꾸만 아무 생각없이 덥썩 믿어버리게 된다.) ... (연주가라는 너의 말에, 전 날 처럼 더는 반박을 하지 못한 채로 그저 느리게 고개만을 끄덕였다. 자신이 더는 피아노 없이는 살아가지 못 할걸 깨달아버렸으니까. 이어 들리는 너의 말에는, 어쩐지 조금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더 안 되는건데. ... 그런 감정들을 모두 덮어버릴 수 있을만큼 제 사랑에 자신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자꾸 바닥으로 가라앉던 기분이, 작은 손길 하나에 순식간에 끌어올려진다.) ...! (저가 했던 것 처럼 천천히 제 머리를 쓰다듬어오는 손길을 조금 얼떨떨하다는 듯 받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겨우 웃어보인다.) ... 스오는, 상냥하네.
스오우 츠카사:(저를 바라봐오고, 고개를 끄덕이는 네게 언제나의 미소를 띄웠다. 어둡게 흐려진 너의 표정만 보고서는,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저 너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그 두려움을 제가 조금이나마 안아주고 싶어서. 그런 마음을 담아 너의 머리를 한동안 가만가만 쓰다듬고, 잠시 후 살며시 팔을 내린 채 다시금 너에게 눈을 접어 웃어보였다.) ...있죠, 츠키나가 씨. 만약 피아노를 다시 치시게 된다면, 그땐 저에게도 꼭 들려주세요. 당신의 연주가 듣고 싶어요. (퍽 진심을 담아, 바람에 으스러지지 않도록 분명히 너의 눈을 보고 그런 말을 전했다.) 후후, 별로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절 알던 사람은 너무 고지식하다고 투덜거리기도 하는걸요. (그 말을 하곤 푸슬 웃으며 너의 옆에 나란히 섰다.) 이만, 돌아갈까요?
츠키나가 레오:(다시 피아노를 치게 된다면. ... 마음을 먹기 시작한건 아까 사진을 찍으면서였지만 막상 악기점의 피아노 앞에서 건반조차 제대로 누르지 못하던 자신을 떠올리고는 조금은 쓰게 웃었다.) ... 그럴까. 그때가 되면, 특별히 스오한테 제일 먼저 들려줄게. ... 들려줄 사람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꽤 있지만 스오한테 제일 먼저 들려주는거니까. ... 꼭 기다리고 있어야해? (잠시 말을 멈추고 너를 가만히 마주보더니 이내 옅게 웃어보인다.) ... 뭐, 스오가 그렇게 말해줘도 나는 모르지만. ... 응. 가자. (어느새 제 옆에 다가와 나란히 선 너의 손을 가만히 내려보다 살며시 붙잡는다.)
스오우 츠카사:(특별히 저한테, 제일 먼저. 그 말에 퍽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초승달처럼 눈을 휘며 웃어보인다. 기다리고 있다는 그 말이 너무도 소중해서, 네가 그렇게 말해준 순간을 머릿속에 단단히 기억해 두느라 제 목을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로.) ...정말이죠? 약속하신 겁니다, 잊으시면 안 돼요. ...기다릴게요. 언제까지라도. (고개를 끄덕이고, 아까의 미소 그대로 마주웃고는. 살며시 붙잡아 온 너의 손을, 이젠 퍽 자연스럽게 마주잡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귀가하는 걸음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습니다.
여름밤의 바람이 묘하게 미적지근한 탓이었을까요.
입 안이 달큰하게 말라갑니다.
갈증이 나는 것 같아요.
그저 목마름에, 아니면 타들어가는 듯한 또 다른 무언가에...
스오우 츠카사:...그럼, 내일 학교에서 봬요. 츠키나가 씨.
갈림길에 다다르면 츠카사는 인사를 잊지 않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네 손을 잠시 만지작거리다 놓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 응. 내일 봐 스오.
-
그로부터 며칠 뒤 아침입니다.
숨통을 불사르는 듯한 무더위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면 휴대폰에 맞춰두었던 알람이 레오를 보채고 있습니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정신 사나운 벨소리는 한참이고 이어집니다.
오전 댓바람부터 머리가 띵한 것이… 밤새 열대야에 시달렸는지도 모릅니다.
등교 준비를 끝마치고 집 바깥으로 나서기 직전,
끄지 않은 채로 잊고 있었던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를 듣게 됩니다.
퍽 익숙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네요.
정체불명의 전염성 질병에 대한 속보를 다루기 위해 신설 편성되었다던 그 코너임이 분명합니다.
듣기 판정
츠키나가 레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나운서의 말이 명확히 귀에 들어옵니다.
아나운서:…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전염성 열병에 감염된 환자의 수가 전세계 인구의 25%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달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인 기현상이 발생, 목격되고 있습니다.
증언은 일체 미열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비롯되었는데요, 환자들은 하나같이 여름철의 짙은 오존 냄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밤 하늘에 별들이 수도 없이 많이 떠있는 것이 기이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 대학병원 의료진은 질병 감염에 따른 환각 증세의 가능성을… ... 다음 속보입니다….
츠키나가 레오:... (가만히 뉴스를 보다가 영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조금 찌푸리고는 TV를 끈다.)
(걱정이 되지 않는건 어쩔 수 없는지 작게 한숨을 쉬고는 학교로 향한다.)
학교로 향하면 츠카사의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늘 레오보다 일찍 등교하던 츠카사였는데 말이죠.
어딘가 의아합니다.
오늘은 조금 여유롭게 등교하려나?
안일하게 앉아있어 보지만…
조례 시간이 끝날 때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조금 부자연스럽지 않나요?
츠키나가 레오:... (텅 빈 네 자리를 가만히 보다 그제서야 계속 미묘하게 높았던 것 같은 네 체온을 떠올리고는 조금 초조한 듯 입술을 씹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최근에 유행하는 전염성 열병으로 인해 병결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러고 보니 두 반이 묶인 뒤로부터 서넛의 아이들이 병결 처리 되었습니다.
메꿔두었던 책상은 다시금 주인을 잃고 방치되길 반복합니다.
선생님께 츠카사의 병결 이유를 듣게 된 레오는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가슴이 조일듯 답답해집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지난 며칠간 당신과 츠카사는 질릴만치 붙어 다니며 시간을 공유했습니다.
그래서일지도 몰라요.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
츠키나가 레오:(괜찮다고 했으면서. 그래서 아무 말 하지 않고 넘어간거였는데. 실은 어렴풋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도 눈을 돌리고, 더 추궁하지 못한 제 탓일지도 몰랐다. 평소에는 당연했던 공백이 요며칠 사이에 너무 허전해져 멍하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책상에 엎드린다.)
...
하교를 알리는 묵직한 종례음과 함께,
번쩍!
마치 스위치를 올리듯 분산되어 있던 정신이 한 자리에서 맞붙었습니다.
뒤늦게 주변을 둘러보면 책가방을 싼 아이들이 교실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어느 틈에 종례가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좀처럼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혹은 다른 생각을 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거나요.
학교가 파했으니 집으로 귀가해야겠죠.
늑장을 부리고 있노라면,
"빨리 나가, 문 잠글 거야!"
오늘의 주번인 동급생이 톡 쏘아붙입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레오는 교실 바깥으로 나가기 직전, 어쩐지 모를 기묘한 이끌림에 힘입어 츠카사의 책상 쪽으로 시선을 기울입니다.
때마침 덜 닫힌 창문 가장자리에 불어온 오후의 설익은 바람에 가슴이 뻐근해졌습니다.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은 건조한 1인용의 책걸상. 비어 있는 가방 걸이,
사물함 아래 가지런히 모여있는 교과서…
가장자리에 [A반, 스오우 츠카사]라고 적혀있는 코팅된 시간표까지.
기스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책상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전에 없던 기이한 감각마저 솟아나는 것입니다.
어제는 분명 이 자리에 책상 주인이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비어 있었습니다.
그 덧없는 사실이 어쩐지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던 그 때.
관찰 판정
츠키나가 레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널빤지처럼 납작하고 어두운 책상 사물함 속,
켜켜이 정돈된 교과서 흐트러진 노트가 거슬립니다.
정돈하다보면 찢어진 작은 종잇조각을 입수합니다.
잘 닦인 도자기처럼 맨질거리는 종이를 손에 쥔 레오는 전에 없던 확신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이 종이는 마치 단서처럼,
단조롭고 평화롭기 짝이 없는 교실의 풍경 속 우뚝 솟아난 돌부리처럼 당신의 눈에 걸리고 말았으니까.
마치 결국에는 이 쪽지를 발견할 줄 알았다는 것처럼 그 자리에 놓여 있었으니까.
그래서 당신은 기꺼이 걸려 넘어져 버리고 말았으니까.
츠키나가 레오:... (언뜻 보기엔 별 것 아닌 것 같은 작은 종잇조각 하나에 시선이 꽂힌다. 한동안 그것을 멍하니 보다가, 저를 한번 더 채근하는 목소리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종잇조각을 챙긴다.) ... 어, 알았어. 지금 나갈거니까.
채근에 못 이긴 레오는 결국 교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복도는 아무도 없이 한산합니다.
츠키나가 레오:(텅 빈 복도를 한번 둘러보고는 슬쩍 종잇조각을 살펴본다.)
펼쳐서 살펴보면 어떤 위치를 가리키는 주소입니다.
눈에 익은 글씨체만으로도 머리통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이 장소는 의심할 여지 없이 며칠 전 츠카사와 함께 방문했던 그 악기상이 틀림 없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어제 가려고 메모를 해둔건가? 라고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어쩐지 마음이 셕연치 않아서, 결국 난감한 듯 머리를 헤집으면서도 악기상으로 향한다.)
므므믓... (어제의 기억을 되짚어 무작정 시내에 나왔지만, 생각보다 복잡한 거리에 끙 소리를 내며 한번 더 쪽지를 열어본다.)
쪽지를 다시 한번 열어보면 추가적인 메모를 발견합니다.
P.S.
츠키나가 레오:... 하아? (시간을 증명하고 기억을 되새길 물건? 갑자기 튀어나온 얼토당토 않는 말에 조금 놀란 듯 멍하니 눈을 깜빡인다. 그렇게 말해도, 딱히 생각나는게 없는데... 끙 소리를 내며 머리를 헤집으며 제 가방을 뒤적거린다.) ... ... (텅 빈 가방을 보며 기대도 안 했다는 듯 한숨을 푹 쉬며 주머니에 손을 넣자, 어제 넣어두었던 스티커 사진이 손에 잡힌다.) ... 이거면, 되려나... (난감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작게 한숨을 쉰다.)
(어딘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열심히 뒤적거리다 용케 잃어버리지 않고 들고 있던 잡동사니들을 꺼낸다. 명찰, 휴대폰 지갑... 그런 것들을 길바닥에 늘여놓고는 낑낑거리더니 결국 다시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바지를 탁탁 털고 일어난다.) 뭐, 이정도면 상관없겠지!
끊임없이 기억을 더듬거나 헤매다보면 레오는 일전에 함께 방문했던 악기상 앞에 도달합니다.
악기상 출입구에는 희끄무레하게 바래어 페인트칠이 벗겨진 '임시 휴업'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레오는 새파란 싹이 이름 모를 들꽃이나 잡초들과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울타리 근처를 서성입니다.
관찰 판정
츠키나가 레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에 들어온 것은 악기상 바깥쪽의 자그맣게 무너진 울타리입니다.
그 사이로 어떤 계절의 매미 우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좁다란 공간은 마치 언젠가의 비밀스러운 길이 닦였다가 무산된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츠키나가 레오:... (쪽지에 덧붙여진 메모가 생각났는지 조금 긴장한 듯한 얼굴로 울타리 안을 바라본다. 이후 짧은 고민을 끝낸 듯, 망설임 없이 울타리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비밀의 장소로 인도하는 양 샛길을 타고 악기상 건물 외벽의 바깥쪽을 타고 둘러 이동하다 보면,
레오는 나무가 부자연스럽게 우거진 공터를 발견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풀벌레 우는 소리만 선명합니다.
이곳에 사람의 흔적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메마른 흙바닥의 정가운데 뻥 뚫린 싱크홀이 나 있는 것만큼은 예삿일이 아닌 것 같군요.
츠키나가 레오:...?? (한 가운데 뻥 뚫려있는 싱크홀에 멈칫하는 것도 잠시, 싱크홀로 다가가 안을 슬쩍 내려다본다.)
구멍의 가장자리는 마치 녹은 것처럼 보이며, 비정상적으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웜홀이라는 미지의 공간이 발치 아래 투영된 듯 합니다.
SANc 1/1d3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38도를 웃도는 축축한 여름임에도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레오는 유사 이전의 세상에 인간이 최초로 빚어졌을 당시 하나의 재료처럼,
장기 곳곳에 새겨져 있었던 본능으로 말미암아 어떤 메시지를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구명에 뛰어들어야 해!
당신은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어쩌면 결국 이곳에 다다르기 위해 스스로 모르는 사이 오래도록 방황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구덩이를 살피면 마치 하늘을 반사한 물이라도 투영하듯 희미한 빛이 텅 빈 공간을 떠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깊어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근방에선 강렬한 여름의 오존 냄새가 풍깁니다.
비릿하기도 하면서 싱그럽기도 한 특유의….
츠키나가 레오:... (오존냄새,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병으로 인한 환각 증세라고 했던가...?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뒤죽박죽 섞인 머릿속에 끙 소리를 낸다. ...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였다. 오존 냄새라는 것을 저도 모르게 인지함과 동시에 그 전염병이 생각이 났으니까. ... 그렇지만, 어쩐지 모를 본능이 이 구멍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 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가지 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는 망설이지 않고 구멍에 뛰어든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레오가 구멍 속으로 몸을 내던집니다.
찰나에 당신은 온 몸을 거스를듯 피부를 긁어대는 어떤 비인간적인 손길을 느낍니다.
전에 느껴본 적 없던 외계의 에너지가 강압적으로 몸을 잡아 당기는 듯한 감각이었습니다.
...
…깜빡.
깜빡, 깜빡.
소용돌이치는 왜곡 속을 맨발로 건너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맞게 도착한 걸까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당신은 꽤 깊은 구덩이 안에 있습니다.
깊은 구멍 안에 머물고 있는 탓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꼭 천장같은 푸른 색의 하늘이 원형으로 오려져 있습니다.
구멍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오르기>판정,
또는 어려운 성공 이상의 <근력>롤을 굴립니다.
츠키나가 레오:므므므믓... (이런 구덩이로 연결될 줄은 몰랐는데... 난감한 듯 끙 소리를 내다 일단 열심히 올라가본다.)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오르기
기준치:
20/10/4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장렬히 데굴데굴)
손톱 밑을 자잘한 흙이 파고드는 감촉과 함께 다시 구멍 속으로 내동댕이 쳐집니다.
HP -1
츠키나가 레오:므므므므믓..... (흙투성이가 된 손을 탁탁 털어내고는 뚱한 얼굴로 흙벽을 노려본다.)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레오는 사방이 꽉 막혀있던 구멍을 아래에서 위로 기어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근처를 살피면 구덩이에 뛰어들기 전에 보았던 그 공터입니다.
장소는 그대로인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이리저리 우거져있던 나무가 바싹 말라 타고 남은 잿더미처럼 바닥을 장악하고 있고,
맞은편에 보이는 악기상의 벽면은 부식되어 이질적인 감상을 더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전혀 관리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군요.
공터에서 빠져나오면 악기상 입구에 다다릅니다.
길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나 굴곡진 모퉁이를 돌아보아도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발견할 수 없습니다.
공간 자체가 마치 노이즈 낀 흑백 필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길로, 어떤 장소로 향하든 일말의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전깃줄 위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의 목소리나,
나무에 달라붙어 노래하는 매미의 우짖음만이 공허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당황한 듯 주변을 한번 더 둘러본다. ... 어쩐지, 저가 사는 곳과는 조금 다른 듯한 곳인데. 여기는 어떻게 된걸까. 괜히 불안한 마음에 주머니에 넣어둔 잡동사니들을 만지작거린다.)
휴대폰 액정을 확인하면 시계도 캘린더도 먹통입니다.
츠키나가 레오:이건 또 뭐야... (잔뜩 먹통이 되어버린 휴대폰을 조금 신경질적으로 꾹꾹 누르다 포기하고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는다.) ... (어딜 가야할지 고민하는 듯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다, 악기상으로 걸음을 옮긴다.)
악기상을 살피면 녹슨 초인종이 달린 문은 걸쇠가 고장나 살짝 열려 있습니다.
직전에 보았던 '임시 휴업' 팻말은 문간에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임시', '휴업', 하고 반으로 쪼개져 덜렁거리는 탓에 다소 음산한 기운을 더하고 있습니다.
닦지 않아 희뿌연 통유리 너머로 진열된 악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다 낡아가는 [피아노] 한 대만이 전시되어 있을 따름입니다.
지능 또는 관찰 판정
츠키나가 레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어쩐지 눈에 익은 피아노에 마음을 사로잡혔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아' 싶은 구석이 있는 모양새인 겁니다.
이 피아노는… 분명… 어디선가 만났던 기억이 있는 악기입니다.
츠키나가 레오:(잔뜩 낡아있는 것 마저도 익숙한 피아노의 모습에 열심히 기억을 되짚어본다. 열심히 짚어보는 기억 속에서, 그제서야 네가 치던 피아노라는 것을 깨닫고는 악기상 안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 분명 광장에 있던 피아노일텐데. 저게 왜 저기에? 의문을 갖는 것도 잠시, 천천히 악기상의 문을 밀고는 안으로 들어가본다.)
츠키나가 레오:... 이 시계도 멈춘건가? (시계를 힐긋 보며 톡톡 건드리더니 이내 라디오의 버튼을 꾹꾹 눌러본다.)
먼지 쌓인 아날로그 시계를 들여다봅니다.
약이 거의 다 되어가는 모양인지 세 개의 침이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그러모아 간신히 뜀박질 하고 있습니다.
하나 부자연스러운 점은 바늘들이 하나같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래 공전해야 할 궤도를 떠나지 못한 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일련의 반복된 패턴에 기이한 느낌이 들어 SANc 0/1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62/31/12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치직… 치지지직…
완전히 고장나 버렸는지 탁한 백색소음을 흩뿌리고 있습니다.
주파를 맞춰보고 툭툭 두드려도 보지만 고쳐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기계수리 판정
츠키나가 레오:
기계수리
기준치:
52/26/10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언젠가의 기억을 되짚어 라디오를 이곳저곳 만져봅니다.
몇 번을 시도한 끝에, 라디오에서 눈을 돌리면 그제야 희미한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라디오:… … 괴 전염병으로 인한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한 인구가 전체 인류의 70%에 육박했습니다.
사회는 완전히 마비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인류는 역사에서 잊혀지게 될 것입니다.
한편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오컬트 학자들이 내놓은 새로운 가설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전염병이 어떤 경로로 감염되어 인체에 해를 끼치는지, 보편적이지 않은 경로로 추적을 이어오던 그들은 전 지구를 장악한 미지의 전염병이 사실은 어떤 저주이며,
감염 경로가 특이하게도 음악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디오:만약 어떤 저주받은 곡으로 인하여 전염병이 창궐하였다면, 이 광기어린 저주를 세상에 퍼뜨린 원인이 되는 곡의 악보를 태우는 방법만이 존속과 멸망을 결정지을 유일한 수단이라고… …
츠키나가 레오:...? (감염 경로일지도 모르는 음악, 원인이 되는 악보... ... 이전에 왔던 음악상에서 본 기사가 머리 속에서 떠오른다. 야마모리 시에서 연주 되었던 겨울이 흘린 눈물, 이였던가. ... 설마, 설마 그게 원인일까, 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건 아니였지만 다시금 그 악보의 행방을 되짚어보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잔뜩 복잡해진 머리에 얼굴을 살짝 구기며 책장으로 향한다.)
도둑맞았는지 듬성듬성 비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악보집들이 책장 가득 꽂혀 있습니다.
걷어내지 못한 먼지는 더욱 무거워졌고,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절반쯤 튀어나와 있는 책자도 여럿 보입니다.
불현듯 떠올립니다.
피아노를 그만둔 뒤 악보를 어떻게 관리해 왔더라, 하고.
그래서 더 살필 만한 건 없나? 싶던 차에,
책장 모서리에 전에 보지 못했던 [달력]하나가 박힌 못 위로 장식물처럼 걸려 있음을 발견합니다.
츠키나가 레오:...? (갑자기 눈에 들어온 달력에 의아해 하는 것도 잠시, 달력을 살펴본다.)
달력은 7월에 펼쳐져 있습니다.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몸통만한 달력을 쳐다보던 당신은 달력 어귀에 적혀있던 올해의 년도를 발견합니다.
그곳에는 큼지막한 네 개의 숫자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2023년.
츠키나가 레오:...? (순간 믿을 수 없는 숫자에 눈이 크게 떠진다. ... 아니, 사실 주변의 풍경과 라디오 뉴스를 보고 어느정도 짐작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금 이렇게 확실하게 다가오는 년도에 저도 모르게 눈을 부비고는 한번 더 달력을 살펴본다.) ... 하아...
2023년. 절대 당신이 숫자를 잘못 본 것이 아닙니다.
지능 판정
츠키나가 레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세상의 오류를 알리듯 거꾸로 돌아가는 아날로그 시계와,
당신이 살던 현재로부터 조금 동떨어진 세월의 흐름을 가리키는 달력.
길거리에는 사람 하나 오가지 않고 시야는 마치 흑백필름을 끼워 넣은 것처럼 생기 없었습니다.
미지의 구멍, 그곳에 마치 운명같은 이끌림을 얻어 겁없이 뛰어든 당신.
눈치챕니다.
레오는 가까운 미래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2023년.
인구의 70%가 잠들어버린 뒤 고요한 멸망을 기다리고 있는 3년 후의 미래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겪은 레오, SANc 1/1d3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62/31/12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잠시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 작게 한숨을 쉰다. ... 이 상황에서 더는 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밖으로 나간다.)
이른 아침의 교실, 책상 위에 올라와있던 츠카사의 가방 사이에서 보았던 그 악보집이 틀림 없습니다.
대답을 바라고 건넨 말은 아니었는지,
스오우 츠카사:...있죠. 저, 과거로 가서 당신을 만나고 오겠습니다. 생각해 봤지만,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당신이 정말 피아노 치는 걸 싫어하셨더라면, 이 악기상에 찾아오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그런 혼잣말을 덧붙입니다.
츠키나가 레오:... 스오?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악보는 뭐고. 그건 내가 할 소리... ...? (저를 불러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순간 긴장이 풀린다. 다행이다. 너는, 이런 미래에서도 잘 살아있었구나. 안심이 되는 듯 작게 한숨을 뱉으려던 몸이, 이어지는 말에 굳는다.) 스, 스오...? 지금, 뭐라고? (다급하게 네 손목을 잡는다.)
스오우 츠카사:(제 손목을 잡아오는 다급한 손길에 문득, 어딘가를 향하던 몸이 너를 돌아보았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너에게 아주 익숙할 그 미소, 잔잔하고 부드러운 미소만을 지어보이곤 너의 손을 세지 않게 떼어낸다.) ...괜찮습니다. 저는 당신을, ...음악을 믿고 있으니까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계세요.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을 남긴 츠카사는 마치 모든 결정과 준비를 끝마친 사람처럼,
미련 없이 레오를 지나쳐 악보를 들고 깊고 커다란 구멍에 뛰어듭니다.
...
레오가 다시 정신을 차리면 2023년에 묶여있던 몸은 다시금 2020년의 악기상 앞에 서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츠카사는 보이지 않고,
한가로운 골목길을 누비는 어린 아이들이 종종 눈에 들어옵니다.
소지하고 있던 휴대폰을 살펴보면 한 구석에 작은 금이 가 있습니다.
악기상 유리창 너머의 아날로그 시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갈하게 돌아갑니다.
휴대폰 캘린더를 펼쳐 살펴도 달력은 올바른 날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꿈이라도 꾼 걸까요?
단지 꿈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하기에 보고 듣고 겪었던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츠키나가 레오:... ... (전염병에 대해 대충 실마리를 잡아가는 것 같더니 이제는 너라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이 머리 속을 온통 헤집는다. 너는 뭐야? 대체, 나에 대해서 뭘 기대하고 있는건데? 자꾸만 머리 속을 채워가는 주제에 더는 알 수 없는 물음들에 애써 고개를 털어내고는 음악실로 달려간다. 지금, 할 수 있는 거라도 최대한 해야하니까.)
어느덧 저녁이 쏟아지고 밤으로 물들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학교로 향하는 내내 무거운 습기가 발목을 잡는듯 합니다.
한밤중의 여름은 습하니까요.
매년 이맘때쯤 장마전선이 북상하고는 했으니,
시간이 부지런히 흐른다면 며칠 안 있어 많은 비가 쏟아질 터입니다.
레오는 목적지로 향하던 도중 몇가지 기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전봇대를 붙잡은 채 119에 고열의 두통을 호소하다 잠들듯 바닥에 쓰러진 환자의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이 일으켜 세우는 한편,
급히 출동하던 앰뷸런스가 어느 사거리에서 승용차와 부딪히는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합니다.
불가해하기 짝이 없는 세상의 불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왜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하늘을 올려다보면 소름끼칠 만큼 많은 별의 형상이 아른거립니다.
학교에 도착해 음악실로 향하면 정해져 있는 수순처럼 열려 있는 문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닫히지 않은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의 유영에 빼곡히 덮인 커튼이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하늘댑니다.
츠키나가 레오:... (여기까지 오면서 본 풍경들을, 하늘을 빼곡히 덮은 별들을 애써 머리 속에서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가볍게 털어낸다. 어쩐지 열여있는 음악실의 문에 의아한 듯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잠시, 곧바로 피아노 의자로 달려가 수납공간을 열어젖힌다.)
그랜드 피아노 앞에 놓여있는 피아노 의자 뚜껑을 열면,
수납서랍 한 구석에 보관되어 있는 오래된 낡은 악보집 하나가 눈에 띕니다.
외국어(이탈리아) 또는 어려운 난이도의 교육 판정을 합니다.
츠키나가 레오:
교육
기준치:
65/32/13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겨울이 흘린 눈물>입니다.
동시에 낡아빠진 악보집 어귀에 자리하고 있는 어떤 징표를 발견합니다.
정신력 판정
츠키나가 레오: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그래요, 그 때, 츠카사가 쏟았던 악보집들 사이에 미운 오리새끼처럼 섞여있던 그 악보집에도 이런 그림이 박혀 있었습니다.
조악하게 본떠 넣은 듯 형편 없는 문양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일견 누군가의 자필 사인처럼 보이는 문양은 꼭 도는 것 같기도 하고…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기이한 홀로그램 같은 형상에 어쩐지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SANc 0/1D3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지능 판정
츠키나가 레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학교 교정 뒷편의 소각장이 떠오릅니다.
이 악보를 태워야 한다면 장소로는 거기가 좋을 것 같아요.
츠키나가 레오:...! (이 악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악보를 꼭 쥔채로 급하게 소각장으로 달려간다.)
악보를 태우기 위해 음악실을 벗어나려던 레오는 눈 앞이 하얗게 아른대는 듯한 잔상을 보았습니다.
...과연 잔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물에서 올라오는 듯한 인광의 기둥은 평범한 사람의 의식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영상도 초월하는 재앙과 비정상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단지 빛은 이제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감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색깔의 형체 없는 흐름은 구덩이에서 곧장 천장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는 듯합니다.
순수한 색채의 형태로 나타난 이계의 지성체,
세상에 알려진 어떤 스펙트럼과도 닮지 않은 희미한 색을 내는 비실체.
우주에서 온 색채입니다!
SANc 0/1d4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른거리던 색채는 곧 작은 개미지옥을 만들어낼듯 당신의 육신을 에워쌉니다.
순간, 머리가 반으로 쪼개질 듯한 역겨운 오존 냄새를 맡았습니다.
올 여름 내내 맡아왔던 비리고도 싱그러운 냄새입니다.
우주에서 온 색채는 가까이에 있는 지성체의 마음을 약화시킵니다.
색채의 정신공격이 이어집니다.
지능 대항입니다.
츠키나가 레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우주에서 온 색채: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끈적하고 불쾌한 비실체가 몸 곳곳에 들러붙는 감각을 뿌리치고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습니다.
음악실 바깥으로 대피하거나 음악실의 전등을 켜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츠키나가 레오:... 젠장. (어지러울 정도로 역겨운 오존 냄새에 급하게 구역질이 올라오는걸 참으려는 듯 입을 틀어막는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굳어버린 머리로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것도 잠시, 손을 뻗어 음악실의 전등을 켜고는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간다.)
전등을 켜고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순간,
동시에 강한 힘이 레오의 팔을 잡아당겨 음악실 바깥으로 끌어냅니다.
스오우 츠카사:제가 밤에는 음악실에 오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얼굴을 확인하면 아니나 다를까 결석했던 츠카사입니다.
매섭게 소리치는 것도 잠시, 그조차도 레오가 들고 있는 악보집을 확인하거든 빠르게 누그러듭니다.
얼굴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붙잡힌 통에 팔 전체에 전해지는 체온이 36.5 ℃를 훌쩍 넘어섰음을 눈치채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츠카사의 몸은 불 위에 올려둔 물처럼 펄펄 끓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쭉 당신을 찾아 헤매고 있던 걸까요?
츠키나가 레오:스오...! (저 이상한 연기를 마주쳤을 때, 가장 먼저 생각이 났던 사람이 지금 제 눈 앞에 와있었다. 가장 바라던 사람이 눈 앞에 있어 안도하는 것도 잠시, 손으로도 언뜻 전해지는 높은 체온에 얼굴을 구긴다.) ... 스오, 뭐야... 이렇게 열이 나면서 여기는 왜 왔어? 그리고, ... ... 나에게 바라는건 뭐야?
스오우 츠카사:... (제 열기를 알아차린 너를 보며 슬며시 잡았던 손목을 내려놓는다. 힘없이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입술을 깨물다 잘게 울리는 시야 사이로 겨우 입을 열었고.) ...당신을 만나러, 왔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바라는 게 있는 것처럼 보였나요? (그 질문을 건네면서는, 힘에 부쳤는지 어딘가 스러질 듯한 미소를 띄웠다.)
츠키나가 레오:... 손 놓지마. (제 손목을 붙잡는 힘이 멀어지는 걸 느끼고는 것을 눈치채고는 네 손이 멀어질까 이번에는 제쪽에서 손을 꼭 붙잡아온다.) ... 그러니까, 왜...? (너의 스러질 듯한 미소에 마음이 아려온다. 이런 말을 자꾸만 네게 묻는 것이 너를 몰아세우는 걸지도 모른다. ... 그렇지만, 네가 바라는 것 정도면,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어떻게든 힘내보고 싶으니까. 그리고 네가 과거로 오면서 까지 저를 믿어보겠다고 했던 이유가 궁금했으니까.) ... 미안해. 그렇지만, 스오가 여기로 오기 전에 그랬잖아. 믿고 있는다며. 나를, 음악을 믿는다며. 뭘 믿고 있는거야? 왜? ... 나는 모르겠어. 그러니까 스오가 알려줘. 응?
스오우 츠카사:... ...츠키나가 씨. (멀어지려는 찰나 다시금 붙잡힌 손을 내려다 보았다. 서늘하고 부드럽지만, 제법 단단하게 잡히는... 저와 같은 피아니스트의 손. 왜냐고 묻는 너의 말에, 그 미소를 지우지는 않고 천천히 네 앞으로 다가가 너의 어깨에 고개를 툭, 기대었다. 그러면서도 웃고 있었는지, 달뜬 호흡을 하는 소리가 새어나가고.) ...츠키나가 씨는 잘못하신 게 없는데, 왜 사과하시는 건가요. (입 안을 달싹이다, 결국 하지 못한 말들이 침묵이 되어 고여가다가.) ...또 뜬금없는 이야기입니다만. 그 물리 숙제 말이에요. 선생님은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이, 역사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물으셨었죠. ...저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만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어요.
그렇게 속삭이는 츠카사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습니다.
꼭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 아닌, 세상의 진리를 설파하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한참을 침묵하던 츠카사가 다시 한 번 입을 엽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스오우 츠카사:...츠키나가 씨. 아직도... 피아노 연주는 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너의 어깨에 그대로 고개를 기댄 채, 느릿하게 그렇게 말했다.)
츠키나가 레오:... 스오? (제게 다가와 어깨에 고개를 기대어 오는 너를 보고 당황한 듯 네 어깨를 살며시 감싸온다. 어쩌지, 더는 한계일지도 몰라. 아까 이 곳으로 달려오면서 봤던 그 장면이 순간 떠올라 불안한 듯 눈이 흔들린다.) ... 뭐? (옅게 들려오는 네 웃음 소리에도 불안한 듯 작게 떨려오던 손이 네 물음에 멍하니 멈춘다. ... 아, 너는 내게 그걸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이 상황을 바꾸러 온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든 다시 상황을 바꾸기를, 그렇게 기대하고 온 걸지도 모른다.)
... (네 물음에 잠시 망설이 듯 닫힌 입술이 달싹거리고는, 천천히 입을 연다.) 스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 아냐, 스오랑은 상관없어. ... 아직, 무대는 잘 모르겠어. 그래도, 피아노는 다시 치고 싶어. 다시, 연주를 하고 싶어. (제 어깨에 얹어진 가벼운 무게를 천천히 끌어안고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4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스오우 츠카사:(몽롱하게 전신을 감싸는 열기에 흐려진 정신으로, 대뜸 마음이 가는 대로 고개를 기대자 어깨를 감싸 안아오는 손길이 느껴진다. 이쯤에서 슬슬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서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시면 더 기대고 싶어지지 않냐고. 어리광 섞인 책망을 하려던 것을 목구멍 안으로 밀어넣고, 너의 말을 가만 듣고 있었다.) ...그렇군요. 그 말만으로 충분해요. 츠키나가 씨. ...당신이 음악을 사랑하는, 그 마음만으로도 분명... (저를 끌어안는 너의 손길에 잠시 파고들듯 머리를 부비며 안겨 있다가, 이내 천천히 너에게서 떨어진다.)
츠카사는 레오에게 악보집 하나를 건네줍니다.
낡고, 오래 되었고, 허름하며, 손때 묻었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건네받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츠카사는 곧 쓰러질 것 같은 창백한 안색을 하고서,
끊길 것 같은 목소리를 쥐어짜내 한 가지 부탁을 남깁니다.
그 모습이 마치 한계에 다다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스오우 츠카사:(너에게 악보집을 맡기듯 건네고, 흐르는 식은땀을 훔치지도 못한 채 더운 숨을 쉬었다.)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오후 6시에 피아노가 놓여 있는 광장에서, 그 악보를 연주해 주세요. 꼭 그 광장이어야 해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을 시간에... 반드시 이 곡을 연주해 주세요. 꼭, 부탁드려요. (그 말을 하는 내내 비스듬히 너의 어깨를 향해 있던 시선이, 곧 너의 시선께로 올라가 눈을 맞추었다.) ...이런 말,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가끔 처참했던 연주를 한 날의 악몽을 꿀 때가 있습니다. 몇 번이고... ...그렇지만 그건 지금 살아가는 현재에서, 미래에서... 언젠가 지워버릴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발버둥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 테니까요.
...연주, 꼭 부탁드립니다. (불길같은 열기 사이로 흐릿해진 미소를, 너에게 건네며 뒤를 돌았다.)
그 말을 남긴 츠카사는 등을 돌려 사라집니다.
사라지는 츠카사를 잡아 세울 수 없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겠지만 비유하자면 그런 것입니다.
무지개를 손으로 잡을 수 없고 햇빛의 뜨거움을 유리병 속에 담지는 못하는 것과 같은...
몇 발짝을 걷던 츠카사는 어느 순간, 마지막으로 이 한마디를 겨우내 덧붙입니다.
스오우 츠카사:…저도, 오래 전에 당신을 만났던 적이 있어요.
츠키나가 레오:(그때 그 광장에서, 사람들이 많을 때. ... 내가, 할 수 있을까. ... 너의 말에 저도 모르게 겁을 먹어버렸는지 입을 꾹 다문다. 벌써부터 초조해지는 마음에 괜히 손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심호흡을 해보지만, ... 이미 답은 정해져있었다. ... 네가, 그렇게 부탁을 하니까. 뭔가, 그래야 할 것 같으니까.) ... 그런가. ... 응. 스오는, 상냥하네. 그래서 스오의 연주는 그런거야. ... 그런 스오를 꼭 닮았으니까. (저를 달래주고, 북돋아주려는 듯한 너의 말에 머리를 가득 채우던 의문이 한꺼번에 흩어지는 듯 머리가 맑아져온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저 네게 말갛게 웃어보인다.) ... 응. 나, ... ... 힘내볼게.
... (너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은데, 하나 하나 물어보자면 끝이 없을 것 같아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 네게 무슨 말을 해야할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지금 저가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을 하려 입을 연다.) ... 알았어. 이 말도,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눈을 뜨고 기다리고 있어줘. ... 연주를 하고, 스오를 다시 만나러 갈테니까. 내가 찾아가면, 눈을 뜨고 나를 봐줘. ... 스오한테 할 말이 아주 많으니까. (어쩐지 조금 눅눅해진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뱉고는, 뒤돌아 소각장으로 달려간다.)
소각장으로 이동하면 아직 불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달려오느라 벅차오는 숨을 천천히 몰아쉬고는 한 장도 바람에 날려가지 않게, 천천히 모아 불을 붙인다. 천천히 불에 타들어가는 악보를 물끄러미 보다, 이내 소각장 안에 던져버린다. ... 이걸로 된걸까. 이걸로, 너는 긴 잠에 들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간다.)
악보는 순조롭게 타들어갑니다.
다급하던 호흡이 가지런해지고, 악보가 완전히 타버림과 함께 불꽃도 사그라듭니다.
까맣게 꺼지는 불꽃처럼 어둑어둑해진 밤하늘이 저물어 갑니다.
-
비가 퍼부을 듯 빽빽한 수증기가 마른 길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날씨 탓일까요?
오늘의 해는 일찍이 시들 요량인가 봅니다.
하늘을 켜켜이 감싼 먹구름이 기묘하게 반짝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적은 수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이 광장은 요 근방에서 유동객이 많은 장소로 손꼽히는 장소입니다.
중앙에 마련된 분수대 앞에 놓여 있는 낡아빠진 피아노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페인트칠을 해 두었지만,
좀처럼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하는 낡고 오래된 악기가 꼭 고물처럼 보입니다.
점점 더 무채색해지며,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모순적인 세계에 도태되어 있습니다.
그 허름한 피아노에 다가서는 것은 오로지 레오, 당신 뿐이겠죠.
츠키나가 레오:...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발걸음 소리를 뒤로하고 천천히 피아노에 다가선다. 저번에 네가 연주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연주를 하러 온 사람의 입장으로 낡은 피아노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낡아빠지고, 언뜻 보면 소리가 나올지 조차 의심이 가는 피아노다. 그런 피아노지만, 연주를 시작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음을 낼 수 있을지 아니까. ... 그러니까, 이런 피아노도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면. 모두가 끝나버렸다고, 저 스스로도 매듭을 지어버린 자신도, 그런 연주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네가 했던 것 처럼, 모두의 시선을 끌고, 모두가 기뻐할 수 있는 연주를 할 수 있지 않을까.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지만 츠카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시간은 점점 6시에 가까워지는 이릇입니다.
당신은 시간의 풍파를 고스란히 간직한 악보대 위에 셀 수 없이 많은 나이를 먹고 자란 곡을 올려둡니다.
음표를 빼곡히 채워 넣은 악보는 종이가 어찌나 얇고 덧없는지 바람 한 점에도 부서질 것처럼 가녀립니다.
이 악보의 어느 구석이 그렇게나 특별한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츠카사는 당신에게 간곡히 부탁했었죠.
언젠가 당신이 최초로 건반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처럼 어깨 끝을 살짝 떨면서.
차가운 공기 한 품 찾아볼 수 없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의 정가운데서 마침내 건반에 손을 올려둡니다.
잊고 살던 서늘한 냉기가 백건과 흑건 위에 자리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깨를 익힐 듯 강렬하던 더위가 한 풀 꺾입니다.
추억으로 남길 뻔했던 감각들이 되살아남을 느낀 것은 그 때였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도 괜찮나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 번 연주를 그만 두었던 당신이 과연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모든 의지를 잃고 주저앉아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도망치듯 반대로 뛰어 가능한 먼 곳으로 숨었던 당신은,
굳어버린 손가락으로 다시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춰 세울만한 연주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GM):피아노 연주에는 <피아노> 다이스 롤이 필요합니다. 레오의 <피아노> 기능치는 최초 30이었으며, 지금까지 츠카사의 완곡 연주를 한 번 들을 때마다 1d20+10씩 기능치가 성장하여 현재의 기능치는 116(...)입니다!
시트에 <피아노> 다이스 기능치를 입력하고 굴려주세요.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그럼요.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세상에 절망과 꺾인 의지만이 잔재한다면,
한 번 좌절했던 당신이 이렇게 무사히 피아노 앞에 앉게 될 수 있었을 리 만무합니다.
눈 앞에 놓인 골목의 폭이 서로 다를 뿐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주어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좌절하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선택을 번복하고 버텨내는 겁니다!
<피아노> 판정입니다.
츠키나가 레오:(누군가가 피아노에 앉은걸 눈치챘는지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직 무서웠다. 아직도 이런 시선들은 버겁고, 긴장해서 잔뜩 예민해진 귀는 자꾸만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억지로 쫓아가고 있다. 그래도, 네가 부탁했으니까. 네가 믿는다고 했으니까. ...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마음으로 충분하다고 해줬으니까. 잘게 떨려오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려는 듯 크게 심호흡을 한다. 악보대에 올려진 악보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퍽 오랜만에 닿은 건반을 천천히 매만진다.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그것만으로도 큰 지지대가 되니까. 그때만큼 마냥 불안하지 않은 것 같다는 기분에 건반 하나를 쓰다듬듯 누르자, 옅지만 그때보다는 확실한 색을 띄고있는 음이 퍼진다.
...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기분에 심장이 뛰어오는걸 느끼며 첫음을 누르고, 연주를 시작한다.)
피아노 Roll
기준치:
116/58/23
굴림:
1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연주가 시작되면 바쁘게 거리를 활보하고,
때로는 흐릿한 풍경에서 벗어날듯 지나치던 사람들의 시선이 점차 광장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기이하게 물들었던 별빛 하늘이 풍향을 따라 꽃가루처럼 걷히고,
가슴 위에 얹힌 듯 반죽되어 있던 아픔과 좌절이 단 하나의 점이 되어 흔적을 달리합니다.
츠키나가 레오:(퍽 오랜만에 느껴지는 건반을 누르는 감각과, 제 손끝에서 소리가 천천히 만들어지는 것에 감상에 젖어있을 시간도 없이 연달아 이어오는 음을 하나하나 눌러가는 손이 바쁘다. 계속해서 떨려오던 손은 이제 흔들림 없이 제가 가야 할 건반을 찾아 누르고, 튀어오르듯 건반을 누르는 손목이 가볍다. 마치 이불에 덮히듯 저 먼 곳의 소리가 사라지고, 몸이 붕 뜬 것 처럼 몽롱해지는 감각에 심장이 기분좋게 뛰어온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앞에 서던 어느때 처럼, 더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지금 제 눈 앞에 있는 건반과, 제 손 끝에서 퍼져나가는 음들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렇게 얼마를 쳤을까. 어쩌면 영원처럼, 어쩌면 한 순간처럼 느껴지는 곡을 끝맺는 음이 잔잔히 퍼지고, 천천히 감각들이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진다. 심장이 터질 듯 숨이 차고, 어쩐지 기분 좋은 저릿함이 제 손을 뒤덮는다. 퍽 다정해진 바람이 땀에 젖어버린 제 앞머리를 한번 헤집고 지나가고, 움츠려왔던 것이 한번에 톡 터지듯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그제서야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끝까지 쳤다는 것이 실감이 나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방울지며 시야를 흐리는 물방울을 급하게 닦아낸다.)
곡이 끝맺음과 동시에 건반에서 손가락이 떨어지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날립니다.
뉘엿뉘엿 져가던 하늘에 수놓였던 수억 개의 별들이,
세계를 숙주삼아 성장하던 색채의 무리가 모두 걷혔음을 깨닫습니다.
모든 인파가 흩어지고 나서야 주위를 둘러보지만 그 어느 구석에서도 츠카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같은 자리에 앉아 기다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
츠카사의 전학 소식을 듣게 된 것은 돌아온 월요일의 아침에서였습니다.
레오는 어쩌면 묘연히 사라져버린 츠카사를 수소문했을 수도 있고,
츠카사를 만나기 전의 평범했던 하루처럼 모든 사건을 잊은 채 나날을 이어나가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을 괴롭히던 고열의 전염병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고,
혼란했던 세계는 평화를 되찾습니다.
고열에 시달려 병결했던 아이들도 모두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울다 지친 매미가 늦여름의 끝에서 기나긴 생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시간은 부지런히 흐르고 계절이 순환합니다.
마침내 당도한 10대의 끝,
졸업식을 하루 앞둔 당신은 책상 사물함 깊숙한 곳에서 반과 반으로 접힌 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눈에 익은 글씨를 확인하면 틀림없이 츠카사의 글씨체입니다.
접힌 자국만이 선명하고 흐릿하게 번진 연필 자국은…
[ 2023년, 여름의 악기상에서 다시 만나요. ]
반짝, 하고.
마치 빛을 받은 유령의 신호처럼.
END 1. Da capo! ㅡ처음으로 돌아가라.
현재를 살아가던 레오의 개입과 선택으로 인해 모든 미래가 바뀌었습니다.
츠카사와의 두 번째 첫 만남이 2023년에 이루어집니다.
손실되었던 모든 이성치와 체력을 회복합니다.
...
...
장마전선 소식이 들려오던 여느 2023년의 여름.
세간에 알려진 '정체불명의 전염병' 사태가 종식된 날로부터 약 3년이 흘렀습니다.
좁디 좁은 골목을 돌아 울타리 어귀에 멈춰선 당신은 영업 종료 팻말이 걸려 있는 악기상 건물을 바라봅니다.
관리되지 않아 썩어가는 나무벽은 꼭 악기상이 아닌 잊혀진 어딘가의 골동품 가게를 연상케 합니다.
그나마 빨갛게 돋아난 덩쿨장미가 건물 외벽을 타고 자라난 풍경만이 음산함을 닦아낼 뿐입니다.
레오는 걸쇠가 앞길을 가로막은 악기상 처마 아래서 낡아빠진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합니다.
3년 전의 그 피아노임은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간 이미 여러 차례 이 악기상을 방문했던 레오라면,
전에는 이 피아노가 이 자리에 위치해 있지 않았음을 떠올릴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그날 이후로 행방이 묘연했던 피아노의 재등장입니다.
칠이 더욱 벗겨진 피아노를 살필 수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그날 이후 오랜만에 보는 듯한 피아노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예전처럼 악기상에 들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피아노를 보려는 듯 기웃거린다.)
악보대 위에는 반듯하게 펼쳐진 [악보] 하나와 더불어,
사용감이 남아 있는 [녹음기] 하나를 발견합니다.
녹음기는 피아노만큼이나 눈에 익는 종류입니다.
...3년 전의 츠카사가 늘 가지고 다니던 그 녹음기니까요.
츠키나가 레오:... 스오. (본 시간은 짧았어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녹음기에 눈을 한번 부벼본 뒤, 다시 녹음기를 본다. ... 다시 보아도 네가 들고 다니던거라, 오랜만에 네 이름을 입에 담아본다.)
(어쩐지 그 날 이후로 한번도 보지 못한 너의 모습에 괜히 알 수 없는 섭섭함을 느끼면서 악보를 힐긋 본다.)
악보를 확인하면 피아노 곡이 담겨 있습니다.
쇼팽 에뛰드 25-5번. 추억.
이 악곡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츠키나가 레오:(처음으로 들었던 너의 연주곡. 잊을 수가 없는 그 곡의 이름에 네가 연주하던 선율이 생각나 푸스스 웃어보인다. 이제는 퍽 즐겁게 저만의 건반을 만들어내는 손이, 허공에서 피아노를 치는 듯 움직인다.) ... 그런데 저게 왜... (여전히 녹음기의 존재에 의아한 듯 녹음기로 시선을 돌린다.)
녹음기 전원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들어옵니다.
텅 비어있는 폴더 속에서 음성메시지 한 건과,
세 개의 피아노 연주 녹음 파일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화면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퍽 놀란 듯 눈을 깜빡이더니 버튼을 꾹꾹 눌러 음성메시지를 재생시킨다.)
음성메시지를 재생하면 3년 전에 녹음된 파일로, 다소 음질이 좋지 않습니다.
노이즈 낀 음질 틈을 파고든 츠카사의 목소리가 새파란 여름의 골목길에 흩뿌려집니다.
.. .. .
스오우 츠카사:안녕하세요, 츠키나가 씨.
...아니, 레오 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부탁드린 피아노, 연주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연주 잘 들었습니다.
이미 눈치 채셨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3년 후의 미래에서 온 사람이에요.
그래서 저는 지금 제가 살던 미래로 돌아갑니다.
혹시라도 과거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고, 홀연히 떠날 마음을 먹었습니다.
스오우 츠카사:부디 용서해 주세요. 대신 이 음성 message를 남깁니다.
지금에서야 깨닫는 거지만, 저는 이미 한 번 당신을 만났던 적이 있는 것 같아요.
과거로 향하는 구멍에 뛰어들기 직전에 악기상 앞에서 레오 씨를 마주쳤던 일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실은 '당신' 이었던 거죠?
제가 찾아 헤매길 자처했던 3년 전의 당신…
신기하지 않나요? 제가 헤매기도 전에 당신이 먼저 저를 만나러 와 주셨다는 게 말입니다.
스오우 츠카사:...아니. 또 달리 생각하면 그게 오히려 당신다운 행동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설명드릴 수 없어서 죄송했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알고는 있었고, 또 레오 씨가 해 주셨으면 하는 일들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만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제가 말씀드렸던 거 기억하시나요?
말 그대로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정체 모를 어떠한 힘에 의거해, 레오 씨가 계시는 '현재'를 잠시 다녀갈 뿐인 미래인이었으니까요.
스오우 츠카사:그런 사람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 손을 대서는 안 됩니다.
...사실 정말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도 제가 섣불리 무언가에 간섭해 영향을 끼쳐 버리면, 레오 씨가 모처럼 해 주실 피아노 연주를 망쳐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가장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 마치 음악실의 유령처럼... 어떤 기척도 내지 않고 숨죽인 채, 레오 씨가 이곳에 이끌려 스스로 찾아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유령처럼... 질량도 형체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무덥고 침침하던 과거의 여름 속에서.
스오우 츠카사: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당신을 홀려낼 생각 뿐이었던 음악실의 유령처럼요.
그런 제게 레오 씨가 스스로 걸음해 주신 겁니다.
저는 운명론을 맹신하진 않지만... 그렇지만 꼭,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는 것처럼 말이에요.
레오 씨.
당신의 음악은, 당신의 피아노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아직 한번 더, 음악을 사랑할 수 있어요.
스오우 츠카사:그야 레오 씨는 당신 스스로의 의지로 음악실에 와 주셨잖아요.
손에 쥔 것들의 가치를 활용조차 하지 못하며, 유령처럼 웅크리고 있었던 음악 너머의 저를... 당신이 찾아주셨잖아요.
그건 어떠한 기적도, 우연도 아니었습니다.
레오 씨가 선택했고, 또 레오 씨가 연주한 당신만의 음악이었어요.
레오 씨가 자아낸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선율이었고...
저는 당신의 그런 음악을, 꽤 많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스오우 츠카사:레오 씨의 피아노 연주를 잊지 못할 거예요.
아주 아름답고 간절하고, 환상적인. 음악을 향한 사랑이 듬뿍 담겨있는...
옛날 어린 시절의 제가 부모님을 조르면서까지 쫓으려고 했던, 피아노를 연주하던 당신의 그 등.
그 경치를 다시 한 번 본 것만 같던 연주였어요.
어엿한 피아니스트인 당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연주처럼 들렸습니다.
한동안 제멋대로인 제게 어울려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걱정 끼쳐 드린 건... 죄송했어요.
스오우 츠카사:그럼, 또 언젠가 어딘가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츠카사가.
... .. . .
츠키나가 레오:... 뭐야 스오. (퍽이나 오랜만에 듣는 너의 목소리에 기쁜 듯 입꼬리가 올라가다 마지막 말에 결국 참지 못하고 눈이 가늘게 휘어진다.) ... 완전 늦었잖아. 한~참 늦었어. (3년 전의 저를 애써 북돋아주려는 듯한 너의 말에 괜히 가슴이 간질간질해진다. 나는 덕분에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되었다고, 다시 무대에 서고, 다시 음악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 그렇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결국 당사자를 찾지 못한채 가벼운 투덜거림으로 나온다.) ... 응, 나도 좋아해 스오. 고마워. (녹음기를 만지작거리고는, 가볍게 입을 맞춘다.)
음성 메시지가 종료되면 어디선가 비릿하고 싱그러운 풀냄새가 불어옵니다.
멍하니 녹음기를 든 채 망가져가는 피아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던 당신의 어깨를,
톡톡.
누군가 두드리겠죠.
불현듯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하면,
...츠카사입니다.
2023년, 두 번째 첫 만남.
아, 혹시... 옆자리가 비어 있다면, 제가 앉아도 괜찮을까요?
알고 있나요? 두 사람은 괴멸해 가던 일전의 미래에서도 2023년에 이 피아노 앞에서 마주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