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카사가 악보를 건네 주자, 손끝에 닿은 체온이 아주 살짝 따뜻해진 것 같다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레오가 그것을 쥐면,
불이 꺼진 듯이 냉막하던 눈동자 너머에 비로소 ‘이 사람이 살아 있구나’ 싶은 생기가 약간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츠키나가 레오:(깜빡, 아까보다는 조금 선명해진 시선이 너를 향한다.) ...스오.
약간의 의식을 차린 레오는 처음으로 츠카사를 알아보고 이름을 부릅니다.
그러나 아직도 명확한 사고를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츠키나가 레오:...므으. 추워...
주변이 그다지 춥지 않은데도 몹시 추워하며 츠카사의 품에 파고듭니다.
스오우 츠카사:..! 아까보다 몸이 따뜻해지신 것 같습니다! 네, 당신의 스오우 츠카사예요, 레오 씨.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불러줬다는 것에 기뻐하며 품에 파고드는 레오를 안아준다.)
츠키나가 레오:(그러나 아직도 느릿한 움직임으로, 마주안아주는 너의 어깨에 가만히 얼굴을 묻는다.) 스오, ... (제가 너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걸 알기는 할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형태가 불분명한 말을 뱉는다.) 추워... 아직, 다른 곳...
스오우 츠카사:엣, 아직 많이 추우신 겁니까? 그럼 다른 곳으로 이동하도록하죠. 레오 씨 조금만 더 힘을 내 주세요! (걱정된다는 듯이 레오를 바라보고 자신에게 기대는 레오를 지탱하며 다른 곳으로 간다.)
레오는 기운 없이 조종석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중간에 화물실을 지나야 하네요.
스오우 츠카사:음? 화물실에도 뭔가 있을까요? (지나가며 보이는 화물실을 살펴본다.)
화물실
벽장, 식품 보관장, 응급함, 선반 등이 눈에 띕니다.
이곳 역시 앞선 장소와 마찬가지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스오우 츠카사:역시... 이곳도 달라진게 많이 보이는 군요. 벽장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벽장을 살펴본다.)
웬 낡은 라디오가 하나 있습니다.
듣기 판정
스오우 츠카사: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저를, 만나러 와 주세요.
아,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입니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기억 속의 문장이네요.
억겁의 시간을 뛰어넘어 한 줌의 전파로 섞여버린 츠카사, 당신의 말.
모든 일의 시작이자 모든 사랑의 이유가 된 그것.
아마도 먼 미래의 레오가 들었을 당신의 인사입니다.
스오우 츠카사:아, 이건 제 목소리네요. 레오 씨는 기억나십니까?
츠키나가 레오:...목소리... 스오, 의. (띄엄띄엄, 여전히 아까처럼 흐릿하고 느린 말들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아까 그 말을 들은 것은 틀림없어 보여서.)
스오우 츠카사:네, 제가 라디오 캐스트에서 했던 말이죠. 레오 씨가 저에게 말해달라고 부탁한 말이기도 하고요. ...아직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신게 아닌걸까요? 뭐어, 천천히 기억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후후. (잠시 옛날 생각에 레오를 바라보며 웃곤 식품 보관장을 살펴본다.)
츠키나가 레오:... (말을 반절도 알아듣지 못할 것 같은 눈을 하곤, 네가 이야기를 마치고 식품 보관장으로 눈을 돌릴 때까지도 가만히 너를 보고 있었다.)
식량을 넣어두는 보관장입니다.
열어 보면, 어라...?
츠카사가 좋아하는 막과자가 놓여 있습니다...
먹어도 좋습니다.
스오우 츠카사:lucky입니다! 식품 보관장을 열어보기 잘했습니다. (막과자를 꺼내 입에 넣으며) 으음~ marvelous~! 막과자는 언제 먹어도 맛있네요! 레오 씨도 드시겠어요? (막과자를 레오에게 건넨다.)
츠키나가 레오:... ... (멀뚱멀뚱, 내밀어진 막과자를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다. 먹는 것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스오우 츠카사:먹기 싫으시다면 제가 대신 먹죠! (행복한 얼굴로 레오에게 건넨 막과자를 도로 입에 넣는다.)
으음~... 핫, 막과자에 정신이 팔려 해야할 일을 깜빡하고 있었습니다! 큼, 그럼 이제 응급함을 볼까요? (응급함을 살펴본다.)
스오우 츠카사:파란 장미는 불가능과 기적이란 꽃말을 갖고 있습니다. 불가능일거라고 생각했지만 레오 씨와 제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걸 보면 기적이 일어났다고 믿어도 되는 거겠죠.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브로치를 만지작 거린다.)
츠카사가 들어 레오에게 건네줄 수 있습니다.
스오우 츠카사:파란 장미가 무척 예쁜 브로치예요! 레오 씨도 한 번 보시는게? (레오에게 건네준다.)
츠키나가 레오:... ...
스오우 츠카사:~?
레오가 그것을 쥔 순간,
다시금 길게 숨을 내쉬는 그의 얼굴엔 이제 어느 정도 혈색이 돌아왔습니다.
전보다도 명료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혼란에 휩싸입니다.
깊이 잠들었다 벼락같이 깬 사람처럼 어리둥절해 보입니다.
츠키나가 레오:...어라...? 나, 왜 여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놀랍게 보다가) 스, 스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스오우 츠카사:...! 레오 씨! 정신이 드십니까? 제가 누군지 기억이 나세요...?
츠키나가 레오:어, 응? 응, 정신이야 든 것 같지만... 당연하지, 스오잖아. (절대 잊을 수 없을 너를, 그러나 아직도 당황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아니 그치만, 어떻게 네가 내 앞에 있는 거야...? 여긴 어디지?
스오우 츠카사:...그건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만. 제가 있던 우주선에 갑자기 레오 씨가 나타났습니다. 어딘가 멍하고 정신이 다른 나라에 가 있는 것 같은 상태로요. 말도 잘 못하고 절 기억하고 계신 것 같지도 않아서 얼마나 불안했는데요! 그래도 어떻게 된 건지 지금 이렇게 제대로 제 이름을 불러주고 제 앞에 있는 레오 씨를 보니 다행입니다. 보고 싶었어요...
츠키나가 레오:엑, 내가 나타났다고? 여기... 우주선에? 대체 어떻게? (눈을 꿈뻑인다.) 으음, 나도 여기로 온 기억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너의 책망 섞인 말에 멋쩍게 웃어보이다가, 곧 눈을 접어 부드럽게 웃으며 네 손을 잡았다.) 그치만, 스오 널 다시 보게 되다니. ...뭔지 모르겠지만 기뻐.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보고 싶었어. 어쩐지 조금 큰 것 같네? 스오.
스오우 츠카사:글쎄요, 레오 씨가 모른다면 저도 모릅니다! ...저도 기뻐요. 정말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라도 레오 씨를 기다리고 있겠다고 약속했으니까요. (눈을 접어 웃으며 레오의 손을 마주 잡는다.) 약속대로 레오 씨를 기다렸으니 이 스오우 츠카사를 칭찬해주셔야 할 겁니다! 음, 아무래도 그떄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까요. 제 키가 크는 건 당연한 겁니다. 레오 씨는... 그대로 인 것 같지만요, 후후. (장난스럽게 웃는다.)
츠키나가 레오:와하핫, 당당하네. 스오! 으음, 그치만 정말 이상한데... 난 전에 그 사냥개들에게 먹힌 뒤로 아무런 기억이 없거든. 혹시 내가 나타나기 전에 무슨 일 없었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다가, 너의 말에 푸슬 웃으며 다정한 시선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 그렇네. 약속도 잘 지켜주고, 스오는 착한 아이구나? 날 기다려줘서 고마워, 스오. 많이 컸네, 지금은... (너의 복장을 한번 훑어보더니) 우주비행사 같은 거야? ...므믓, 키 얘긴 꺼내지 마! 뭐 스오가 더 커버린 거야 어쩔 수 없겠지만... 나라고 그대로이고 싶었던 게 아니라구! (조금 삐친 투로, 장난스레 말했다.)
스오우 츠카사:당연하죠, 스오우 가문의 차기 당주로서 그 정도는 기본입니다! 핫, 레오 씨가 나타나기 전에 빛과 함께 어떤 목소리가 들렸고... 그 빛을 따라갔더니 레오 씨가 제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빛은 레오 씨의 몸속으로 흡수된 듯 싶었고... 제가 들었던 목소리랑 빛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쓰다듬는 레오의 손길을 그리웠다는 듯 마음껏 느끼며 말했다.) 에헤헤, 네! 우주비행사가 됐습니다. 저도 레오 씨처럼 시간여행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럼 언젠가 레오 씨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결과적으론 이렇게 만나게 되었네요. 이 순간이 꿈만 같습니다, 레오 씨. 레오 씨의 키는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자라 레오 씨를 두 번 다시 잃지 않도록 지켜드리고 싶어요. (레오를 껴안는다. 제 품에 꼭 들어오는 레오를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아서 아까 먹었던 막과자보다 달콤하고 기분 좋아서 참을 수 없이 웃음이 나왔다.)
츠키나가 레오:(널 귀엽다는 듯 보다가 이어지는 말에 제법 놀라워하는 기색으로 눈을 크게 떴다.) 빛이랑, 목소리? ...목소리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 아니면, 으음... 그게 들리기 전에는 뭔가 있었어? (이어지는 네 말에는 남아있던 놀라움의 기색도 모두 녹아버리고, 어쩐지 애틋하고 벅찬 미소만이 남았다. 저를 만나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기 위해 우주비행사가 되었다는 그 말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그랬구나, 그거 왠지 엄청 기쁜데.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건 스오 덕분이기도 한 거네. (널 따라 힘껏 마주안으며 너의 체향을 깊이 들이마셨다. 닿아오는 온기로 네가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꼈고.) 으음, 그건 고맙지만 키는 더 자라지 않아도 되는데. 난 지금 스오가 딱 좋다구. (픽 웃으며 말했다.)
스오우 츠카사:으음... "빛이 있으라" 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신일까요? 사실 오늘 레오 씨를 만나기 전에 레오 씨와의 그리운 꿈을 꾸었습니다. 네, 전생에선 항상 레오 씨가 먼저 절 만나러 와주셨으니까요. 이번 생만큼은 제가 레오 씨를 만나러 가고 싶었습니다. 엣, 그런가요? 그런 말을 들으면 더이상 자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곤란합니다! (힘껏 안아오는 레오의 등을 토닥인다. 전해져 오는 온기가 한없이 다정하고 상냥해서 그동안 있었던 힘들었던 일은 전부 잊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츠키나가 레오:신? (눈을 크게 뜨고 너를 바라보다가, 빛이 있으라는 말을 입 안에서 굴려보았고.) ...혹시, 스오. 내가 그때 마지막에 줬던 회중시계... 사용했어? ...고마워, 그렇게 생각해줘서. 정말, 이미 한 번 죽어서 사라졌어야 하는 나한테는 분에 넘치는 행복이야. (널 단단히 끌어안고 혼잣말을 하듯 그렇게 말했고.) 오, 그래? ...그럼 영원히 자라지 말고 이대로 있자. (가볍게 웃으며 말하다가, 너의 토닥임에 또 일순 다정한 눈빛을 하곤 너의 뒤통수를 느릿하게 쓰다듬었다.)
스오우 츠카사:회중시계요? 아! 습관적으로 관리를 해주고 있었기에 오늘도 태엽을 감아줬습니다만... 엣, 영원히 자라지 못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레오 씨는 피터팬같은 소리를 하시네요. 뭐어, 여러가지 닮은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츠키나가 레오:...그렇구나. 그럼 정말, 그 신인가봐. (얼떨떨하고, 또 놀랍다는 듯. 그러나 이 행복을 절대 놓고 싶지 않은 듯이 웃었다.) 와하하, 피터팬 같은 소리일까? 스오, 그렇다고 하기엔 너도 아까 신을 만나고 왔는걸! 우린 지금 어떤 동화에도 없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거야. (엷게 웃으며 주변을 슬 둘러본 뒤.) 그나저나 스오, 네가 보기에 여기는 어디인 것 같아? 네가 알던 원래 우주선하고, 좀 다르지 않아?
스오우 츠카사:핫, 레오 씨는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신거죠? 맞습니다! 제가 타고 있었던 우주선과 달라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참입니다. 혹시 뭔가 알고 계신게... (레오를 따라 주위를 둘러보곤 조심스럽게 말했다.)
함께 이야기를 하는 동안 레오는 공중을 떠다니는 여러 물건을 발견합니다.
시공간이 뒤섞인 기이한 공간, 여행 등에 대해 지식이 있는 레오는 여러 정보를 토대로 나름의 결론을 내립니다.
츠키나가 레오:흐흥~ 그야 난 스오보다 시간여행 선배니까! (직후 웃음을 터뜨리곤, 다시 잔잔한 미소만을 입에 건 채 제 생각을 읊기 시작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여긴 스오가 있던 원래 세계의 정상적인 우주선은 아닐 거야. 지금 여기에 떠도는 물건 중 절반 정도는, 지금의 스오 네가 알지 못할 우리들의 전생의 물건이거든.
그리고, 네가 들었다는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알 것 같아. 기억나? 내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해 준 신이 있다고 했던 거. 그 회중시계는 그 신께서 주신 거야. 그러니까~, 태엽을 감고 나서 그런 일이 생겼다는 건, 네가 들은 목소리의 주인은 그 신이라는 거겠지.
스오우 츠카사:그럼 저는 지금 레오 씨의 전생의 세계에 있는 우주선을 타고 있다는 겁니까? 앗, 네. 기억합니다. 분명 레오 씨가 그런 얘기를 한적이 있었지요. 저도 그 신을 만나게 된거라니 놀랍습니다. 신께서 저희를 만나게 도와주시는 걸까요? ...왜?
츠키나가 레오:아하핫, 그건 아니고! 내 추측이 맞다면, 여긴 나와 스오의 무의식과 깊게 연관된 가상의 우주일 거야. 내가 처음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서 올 때에도, 이런 공간을 지나왔거든. (너의 말을 듣고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그러게. 사실 그건 나도 모르겠어~. 신은 이유없이 인간을 도와주지는 않는다고 들었는데. ...뭘까, 기적일까? (너를 슬 보고 옅게 웃음지었다.)
스오우 츠카사:무의식과 연관된 가상의 우주... 어렵네요. 시간여행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미간을 찌뿌리며 말했다.) ! 그러게요, 기적일까요? 그게 무엇이든 저는 저희를 다시 만나게 해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운명이라든가... 철없는 소리같지만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땐 이렇게 어린애 같아집니다.
츠키나가 레오:모르는 게 많은 게 당연하지. 나도 신을 만나기 전까지 그런 건 하나도 모르고 지냈는걸. (푸슬 웃으며 네 머리를 쓰다듬었다.) 운명이라~ 응, 그럴지도 모르겠다. 듣기 좋은 말이네. 괜찮아, 스오는 원래 지나치게 의젓하니까 나랑 있을 때만큼은 아이같아도 된다고? 난 그런 스오도 정말 좋아해! (해사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럼, 슬슬 다시 가 볼까? 왠지 아까부터 저쪽이 신경 쓰인단 말이지... 저쪽 끝까지 가면 뭔가 있을 것 같아. (조종실 쪽 방향을 가리킨다.)
스오우 츠카사:제 어리광을 받아주는 사람은 레오 씨밖에 없을 겁니다. 네! 좋습니다. 저쪽으로 가보죠. (고개를 끄덕이며 조종실 쪽으로 간다.)
츠키나가 레오:하핫, 그럼 내 앞에서는 계속 어리광 부려 주는 거다? (네 손을 잡고 조종실 방향을 따라 다음 구역으로 간다.)
화물실에서 이어지는 구역은 다음 구역은 원래 조종실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을 열어 목격한 공간은 전혀 딴판인 장소였습니다.
마치 전시실 같은 풍경입니다.
깨끗하고 넓은 홀 안에 밝은 조명과 유리 진열장이 가득합니다.
레오는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며 주변을 둘러봅니다.
그러더니, 무언가 퍼뜩 떠오른 듯이 츠카사의 손을 잡은 채 성큼성큼 맞은편 유리벽으로 걸어갔습니다.
한쪽 벽면을 완전히 채운 유리 너머에 무엇인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레오의 시선이 그곳으로 고정됩니다.
먹먹한 침묵에 사로잡힌 그는 잡은 손을 놓고 유리 위로 쓰다듬듯이 선을 그려 보았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받아 보았던 츠카사의 초상화입니다.
츠카사가 기억하고 또 잘 관리해 왔을 것과 달리,
누렇게 변색되어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진 것을 잘 압축하여 보존한 형태입니다.
아마도 이건… 레오가 가장 처음 보고 마음을 빼앗겼던 미래의 그림이겠지요.
스오우 츠카사:앗, 제 초상화 열심히 관리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 있는 초상화는 많이 변색됐네요. (초상화를 바라보며 말한다.)
츠키나가 레오:(초상화의 보존 유리를 쓸던 손을 내리고 너에게 잔잔하게 웃어보였다.) 그야 당연하지. 스오는 아마 열심히 관리해 줬을 테지만, 몇 백년이나 시간이 흐르면 아무리 잘 관리해도 변색되는 건 막을 수 없으니까. ...이걸 보고, 시간여행을 할 결심을 했었지. 옛날 생각나네~.
스오우 츠카사:...! 이렇게 변색된 초상화를 보고 절 만나러 오신 겁니까? 레오 씨는 정말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요. 감동받아버렸습니다. (마주 잡은 손을 더 힘을 주어 잡는다.)
츠키나가 레오:...그러는 스오도 마찬가지잖아? 네가 고등학생일 때 잠깐 만났었던 나를...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잊고 지낼 수도 있었는데. 넌 계속 기억하고, 결국 우주비행사가 되어서 날 만나러 와 줬잖아. (힘주어 잡힌 손을 웃으며 내려다보았고.) ...감동받았다는 건, 내가 할 말이야. 그냥 평범하게 이번 생을 살 수도 있었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었던 나와 얽히고 내가 하는 이야기도 들어줬으니까. ...그러니까, 고마워. 스오. (어딘가 애틋함을 두른 녹색 눈이 투명하게 빛났다.)
스오우 츠카사: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레오 씨. 전 그때의 기억을 도저히 잊어버릴 수 없었으니까요. 잊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레오 씨를 만나러 가겠다고 약속했는걸요, 츠카사는 한 번 말한 건 꼭 지킵니다! 이제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요?
츠키나가 레오:그래? 아하핫, 난 스오가 그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 벌써 행복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야. (더없이 사랑스러운 너를 바라보는 눈빛이 저릿하다. 지난 몇백 년 간 그려왔던 너와의 만남은 상상 이상으로 후련하고, 여전히 어딘가 습관적인 불안이 남아있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따뜻해서.) 스오는, 망설이지 않았어? 내가 한 이야기가 허무맹랑하게 들렸을지도 모르고... 내가 너에게 가진 감정도, 이해하기 어려웠을 텐데.
스오우 츠카사:레오 씨가 행복하시다면 저도 행복해요. 그리고 레오 씨는 더 행복해지셔도 됩니다! 그동안 혼자 오랜 시간을 거스르며 여행을 하면서 외로우셨잖습니까. 겨우 만났지만 레오 씨는 절 위해 사라지셨고... 그러나 저흰 이렇게 다시 만났죠. 우리에게 일어난 기적이 주는 행복을 마음껏 느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레오 씨가 제 초상화를 보고, 만나러 와달라는 라디오 소리만을 듣고 절 만나러 왔다는 것이 궁금하긴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제 어디가 좋으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나름 진지하다는 듯이 레오를 바라본다.)
츠키나가 레오:엣, (꽤나 강경하게 말해오는 너를 보고 사뭇 놀란다. 행복해져도 된다고, 외롭지 않았냐고. 그 말에 어쩐지 뜨거운 것이 목구멍 안쪽에서부터 울컥 치밀 것 같았지만, 이내 삼킨 채 너를 향해 말갛게 웃었다.) ...정말, 스오는 재밌는 아이라니까. 네 어디가 좋냐고? (그 물음에는 결국 참지 못하고 너를 다시금 품에 깊게 끌어안았다. 제가 백여 년 동안 보내온 세월을 다 동원해도, 감히 너와의 만남이 이렇게나 사랑스러울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고. 어딘가 벅찬 감정을 꾹꾹 눌러둔 채,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음... 사실 처음에는 단순히 운명적인 끌림에서 시작했을지도 몰라. 그래도 이제는, 너의 지금 같은 그런 점이 제일 좋다고 말할 수 있어.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해 주는 너라서, 날 따뜻하게 감싸고 사랑해 줄 수 있는 너라서... 나를 놓지 않고, 지금까지 쫓아와 준 너라서. 그런 너를 사랑해. (스스로도 제 안에서 온갖 감정이 뒤섞이는 것이 느껴진다. 맹목적으로 백여 년을 달리느라 무뎌진 감정들이, 그렇게나 고대하던 너를 앞에 두니 막상 어쩔 줄 모르며 일렁이고 있다.)
스오우 츠카사:레오 씨... 참지 않아도 좋습니다. 저는 레오 씨에게 다시 만나러 가겠다고,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던 날부터 계속 레오 씨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 왔으니까요. 이제는 제가 레오 씨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제 곁에선 마음껏 감정을 표현해주세요. (어깨가 뜨겁게 젖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디가 좋냐고 묻는 질문에 들려오는 따스한 대답은 답이 되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운명에 이끌려 시작했던 이야기는 이미 깊게 와버렸고 제는 눈앞에 있는 이 사람에게 푹 빠져버렸다는 것을 새삼스래 느끼게 되었다. 운명이라는 단어가 우리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이 사람에게는 자신의 모든 걸 다 내어 주어도 좋다고 끝까지 함께하며 이야기의 마지막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츠키나가 레오:...스오. 너는 정말, (너의 말들이 조각나 자신의 귓가에서 선명하게 울린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참지 않아도 좋다고. 그 말에 맨 먼저 나온 것은 웃음이었다. 작게 픽 웃음이 새어나오고, 너의 어깨에 조심스레 머리의 무게를 기댄 순간. 네 어깨 너머로, 그 옛날에 보았던 먼 미래의 그림을 뿌옇게 흐려진 시야에 담는다. 억겁의 시간을 살아왔음에도 자신이 모르는 것이 단 한 가지 있다고 하면, 그것은, 긴 세월 동안 애타게 갈망했던 그 사랑에 마침내 함몰되듯이 흠뻑 젖어버렸을 때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는 정말, 재밌는 아이야. 오랫동안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그리고, 그 이상으로 훨씬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기어이 흘러넘치기 시작한 감정이 네 어깨를 적셨다. 목구멍이 뜨거워서 참을 수 없이 더운 숨을 쉬었다. 너의 어깨를 더욱 단단히 그러안았다.) ...있지, 스오. 나는 너를 많이 사랑해. (이 우주에 널리 흩뿌려진 별빛만큼. 제가 걸어온 세월의 햇수만큼 깊게, 끔찍이. 흐르는 눈물 사이로 울음에 뭉개진 말을 건넸다. 보잘것없더라도, 지금은 그것만이 제가 네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찬란한 말이었기에.)
스오우 츠카사:레오 씨야말로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제게 과분할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주고 계시잖습니까. (어깨를 그러안는 레오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려 주었다. 제를 만나러 여행했던 긴 시간의 외로움을 다 헤아릴 순 없겠지만 적어도 제게 안겨있는 이 순간만큼은 누구도 아닌 오로지 제로 인해 모두 다 승화되길 바라며..) 레오 씨는 제 생각보다 절 더 많이 사랑하고 계신 것 같아요, 후후. 저도 그동안 레오 씨를 기다리며 레오 씨에게 지지않을만큼 무겁고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만큼 레오 씨는 절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거겠지요. (고개를 돌려 레오의 눈물을 다정히 닦아주며 웃었다.) 저는 그런 레오 씨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우주만큼이나요. 어쩌면 더 많이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사랑은 셀 수 없는걸요! 그래도, 셀 수 있다면 레오 씨를 향하는 제 사랑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의 개수만큼, 레오 씨가 제게 주는 사랑만큼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레오 씨를 계속해서 사랑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 레오 씨 불안해 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 곁에서 행복하게 웃어주세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가 어떠하든 이 스오우 츠카사가 전부 해결해버리고 레오 씨를 만나러 갈테니까요.
츠키나가 레오:...아하핫, 무겁고 뜨거운 사랑이라. 말로 하니까 뭔가 민망하네. (눈물이 차오르고 있는 와중에도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건, 저를 안아주고 있는 너의 온기가 너무나 따뜻하기 때문에. 제 눈물을 닦아주는 네 손길이 한없이 다정하기 때문에. 그리고, 마침내 너의 입으로.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너의 입으로, 제가 그토록 바라고 원해 온 한 사람의 입으로, 저를 향하는 사랑의 말들을 담뿍 듣고 있기 때문에.) 나도, 스오를 사랑해. 이 우주를 모두 합친 만큼, 아니. 지금은 왠지 말로 다 하지 못하겠지만. 역시 말은 너무 어렵네. ... (촉촉하게 달아오른 눈을 하고, 너의 양 뺨을 부드럽게 잡고는 네 입술에 제 것을 지그시 내리눌렀다. 그 찰나의 순간만이, 제가 하지 못한 모든 말들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불안해 보였구나, 으응. 괜찮아. 그냥, 너무 행복해서 그랬던 거니까. 알겠어, 대신 나도 웃을 테니 스오도 웃어줘야 된다? (뒤이어 바로 눈을 접어 웃어보였고.) 사랑해 스오, 정말로.
스오우 츠카사:...! (뚫어지게 제를 바라보며 녹을 것 같이 사랑을 얘기하던 레오가 부드럽게 제 양 볼을 감싸고 입을 맞추자 심장이 터지기 바로 직전처럼 뛰기 시작했다. 금새 볼이 한없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곤 가만히 레오에게 몸을 맡긴다. 몇번이나 했던 입맞춤인데도 레오와 할때면 언제든 특별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영원같았던 입맞춤이 끝나고 웃어보이는 레오에 심장이 저리게 아파왔다. 제가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건 오로지 제 앞에 있는 레오였기 때문에. 제를 바라보며 웃는 레오에게 말할 때마다 간지럽고 절절하게 목구멍에서 외치는 말을 꺼낸다.) 사랑해요, 레오 씨. 당신과 만나서 전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물론이죠, 레오 씨가 웃고 있다면 분명 저도 웃고 있을 테니까요.
츠키나가 레오:(몇 번이나 전생의 너를 사랑해 왔으면서도, 새삼 널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 절절한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그래. 사랑한다는 말은 본디 저렇게나 찬란한 말이었지. 자신의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오랜 세월에 닳고 헤져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는 그 말을 몇 번이나 듣고 말해도 그저 눈이 부실 뿐이다. 이 너른 우주에 다만, 우리가 사랑한다는 사실만이 남아도, 그것이 줄곧 별처럼 빛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해 보며 너를 다시금 끌어안았다가 놓았다.) 응, 나도 마찬가지야. 이제야 제대로 살아있다는 느낌인걸. ...아차, 깜빡하고 있었다! 슬슬 더 앞으로 가 볼까? 저기, 문이 있는 것 같은데. (들어왔던 곳의 반대편을 슬 가리켰다.)
스오우 츠카사:네! 다음으로 가봐요. 레오 씨와 함께라면 무서울게 없습니다! (레오의 손을 꼬옥 잡고 반대편으로 간다.)
츠키나가 레오:와하핫, 목소리 좋은데 스오? 좋아. 이 기세로 가자고~ (너의 손을 잡고 웃으며 뒤따라갔다.)
츠카사가 기운차게 문을 연 순간, 발에 뭔가 차입니다.
쨍! 하고 맑은 소리를 내는 그것은 얼핏 보기에 와인 같습니다.
하지만 병이 투명하고, 안에 든 액체는 찬란한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엑? (발밑을 내려다본다.) 감로주잖아?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스오우 츠카사:감로주...? 술인가요? 왜 여기에... (레오를 따라 발 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츠키나가 레오:으음, 술이라고 할까~ 간단히 말하면, 인간이 견딜 수 없는 여행을 할 때 이걸 마시면 날 보호해 줘. 시간여행을 하거나, 우주로 나가거나 할 때. 나도 처음 올 때 이걸 마셨거든. 우음, 일단 가지고 가 볼까?
스오우 츠카사:네, 보호해 준다고 하니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로주를 줍는다.) 음, 그럼 다시 가볼까요?
츠키나가 레오:응, 좋아! (문을 마저 열고 다음 장소로 향한다.)
조종실
문을 열면, 그제야 목적했던 조종실이 보입니다.
멀리 너른 우주가 펼쳐진 망망대해입니다.
내부는 알고 있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지만 바닥이 조금 이상하네요.
평범한 타일 바닥이 아닙니다.
옻빛 나무 재질인데, 거대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습니다.
포장을 반쯤 뜯은 시계 같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가운데쯤에 작은 톱니 두 개가 맞물려 서로 돌아가지 않고 탁탁 튀는 소리를 냅니다.
그 아래에 무언가를 끼워넣을 수 있는 홈이 하나,
홈 바로 옆에 시곗바늘을 돌리는 태엽이 있습니다.
그 바닥을 지나고 나면 앞에는 조종실 계기판이 있습니다.
레이더나 모니터 등 모든 전기 신호가 끊겼지만 조종간에서는 푸르스름한 빛이 나고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오옷, 여기가 조종실인가! 신기하게 생긴 바닥이네.
스오우 츠카사:음, 가운데에 있는 톱니가 잘 맞물리지 않아 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톱니를 살펴본다.)
관찰 판정
스오우 츠카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츠카사는 톱니바퀴 아래의 홈을 살펴봅니다.
왠지 츠카사가 가지고 있는 회중시계와 딱 맞을 것 같은 크기입니다.
츠키나가 레오:그러게! 이 톱니바퀴를 맞물리게 해야 하려나?
스오우 츠카사: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저 홈이 수상한데... 이 회중시계를 끼워넣어보도록 하죠. (홈에 회중시계를 끼워넣는다.)
츠키나가 레오:(네가 하는 걸 보더니, 홈에 시계가 딱 맞는 걸 보고 놀란 눈이 된다.) ...! 스오 똑똑한데? 딱 맞네. 여기에 끼워 넣는 게 맞나 봐.
(머리 쓰담!) 으음, 그럼 이 태엽은 뭐지? 꼭 시계처럼 생겼는데. 디지털 시계 말고. 뭐였더라... 아! 아날로그 시계.
스오우 츠카사:(레오의 칭찬과 쓰다듬음에 뿌듯하다는 듯이 웃는다.) 제게 이정돈 쉽습니다! 음, 글쎄요... 태엽이니 돌려보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요? (태엽을 돌려본다.)
태엽을 돌려보면, 무언가 맞지 않았는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우음, 뭔가 맞춰야 하는 것 같은데? 재밌는 수수께끼네! 뭐지, 시계처럼 생겼으니까 시간을 맞추라는 소리인가?
스오우 츠카사:앗, 그러고 보니... 아까 연구소 벽에 걸려있었던 아날로그 시계가 2시 4분에 맞춰져있었는데... 그대로 하면 맞춰지지 않을까요?
츠키나가 레오:엇, 정말? 역시 스오는 기억력도 좋다니까... 아는 건 전부 해 봐야 하는 법이지. 돌려보자, 스오!
스오우 츠카사:좋습니다! (태엽을 2시 4분으로 맞춰본다.)
홈에 시계를 끼워 넣고 태엽을 돌려 시간을 맞추면,
달칵 소리와 함께 멈췄던 톱니바퀴들이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지금이라면 조종간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스오우 츠카사:...! 성공했습니다, 레오 씨! 이제 조종간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종간으로 간다.)
츠키나가 레오:오옷, 성공인가! 역시 스오라니까~ (너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다가, 너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고는 잠시 멈춰세운다.) 앗, 스오. 잠시만!
가기 전에~ 우리 우주 비행사님께 기습 질문이다! 우주선을 출발시키기 전에는 뭘 정해야 할까?
츠키나가 레오:정답! (불안한 눈빛을 한 네게 생긋 웃어준다.) 우리, 아직 '어디로 항해하고 싶은가' 를 정하지 않았잖아? 그것부터 정해야지. (방금 네가 끼운 회중시계를 돌아보고는) 저 회중시계를 사용했으니까, 아마 우리를 어디로든 데려가 줄 거야. 저 시계에는 그런 힘이 있거든.
나는 여행자지만, 넌 비행사라면서? 그러면 조종도 네가 하는 거지. 어디로 가고 싶어, 스오? 어떤 곳으로 가고 싶어? 네가 원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줘, 그게 어떤 것이라도 난 따를 테니까.
참, 그리고...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깜빡하고 말 못했던 게 있는데. (멋쩍게 웃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만약 우리가 이대로 지구로 돌아간다고 하면 나는 아마, 스오가 죽은 뒤에도 영원히 살아가게 될 거야. 피터팬 같은 말이긴 하지만~ 나, 영생을 사는 몸이 되어버렸거든.
스오우 츠카사:으... 그렇게 갑자기 물어보셔도... 레오 씨와 함께 있는 곳이라면 전부 좋습니다만. 엣, 네?! 영생이요? 어, 어떻게 영생을 얻으신 겁니까? 정말로 피터팬이 되신 걸 줄은 몰랐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와하핫, 나 피터팬이 된 건가? 츠키나가 피터팬이다!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하고선,) 갑자기 말해서 미안~ 아까는 왠지 말할 타이밍을 못 찾아서 말야. 그 왜, 나는 틴달로스의 사냥개들에게 한 번 먹혔었잖아. 그 녀석에게 먹힌 사람은 그냥 단순히 죽어서 사라지는 게 아니야. 마치 그 사람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모든 시간과 공간이 재편되어서 사라지게 돼.
다행히 나는, 사라지기 직전에 스오한테 회중시계를 준 덕분에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한 번 사라졌다가 신의 뜻으로 다시 살아났으니까. 난 이미 지구의 시간의 흐름을 벗어난 존재가 된 거야. 이건 아무리 나라도 지금 어떻게 할 수는 없어.
그렇지만 저 회중시계의 힘이 있다면, 그런 내 운명마저도 네 마음대로 정할 수 있을지 몰라. 그것도 앞으로 우리가 갈 곳에 대한 미래에 포함되니까.
스오는, 어떻게 하고 싶어? 어떤 미래로 가고 싶어?
스오우 츠카사:(레오가 영생을 산다니 믿을 수 없었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해는 가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레오 씨가 제게 주신 회중시계는 무척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었군요. 사라지시기 전에 제게 맡겨 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다시 한 번 그날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곤 세게 고개를 흔든다.) 레오 씨는 그날 이후로 지구의 시간의 흐름을 벗어난 존재가 되었다고 하셨지요... 저도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준 이 회중시계가 우리의 미래에 큰 역할을 할 거라고 믿습니다. 저희에겐 어떤 미래가 있을까요? 지구에 간다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겁니까?
츠키나가 레오:응, 소중한 것이라는 건 알았으니까 사라지기 전에 스오에게 맡겼던 건데... 생각해 보면 그런 인과로 이어지고 있었네. (세게 고개를 흔드는 널 보며 쓴웃음을 짓고는.) 으음~ 글쎄! 나는 이 시계의 힘을 이미 실컷 빌렸으니까, 이번에는 스오가 했으면 좋겠어. 커다란 백지 같은 거야, 스오. 어떤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든 네 자유지. (양 팔을 활짝 벌려 보이며 웃었다.) 지구에 갈 수도 있고, 이 우주선에 머물 수도 있고. 아니면 또 어떤 걸 원해? 너의 인스피레이션을 들려줘! 나는 어디라도 너와 함께할 테니까.
스오우 츠카사:저는 언제까지나 레오 씨와 함께 있고 싶습니다. 그럼... 지구에 갈까요? 레오 씨가 영생을 사신다고 했지만... 저희가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요. (걱정따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환하게 웃는 레오를 마냥 바라만 보다 결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저도 영생을 살면 레오 씨와 언제까지고 함께 있을 수 있겠죠!
츠키나가 레오:(단단히 결심한 듯한 너의 눈을 바라본다.) ...스오, 있지~. 144번의 생을 반복한다는 건 생각보다 아주아주 많이 길어. 그러니까 영생은 아마, 그보다 더할 거야. 나야 시간여행을 몇 번이나 했으니까, 다음 생이 없는 감각이 희미해져 버렸고... 영생을 살아도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스오는, 정말 그걸로 괜찮겠어? (담담하게, 옅은 미소를 건 채로 너에게 물었다.)
스오우 츠카사:...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생을 살면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저는 비행사고 레오 씨는 여행자로서 앞으로는 함께 시간 여행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레오 씨와 함께 있는 미래는 영원하길 바라니까요. (그래도 올곧은 눈빛으로 말했다.) 저는 아직 어리고 미숙합니다만,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미숙하지만 올곧은 눈빛. 너의 그 대답에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야 그럴 법도 하지. 너는 한 세기를 겨우 살아갈 뿐인 인간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럼에도 시간여행에 어떻게든 닿고자 끝끝내 발버둥친 인간이니까. 그렇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그런 사랑스러운 인간이니까.) 그게 스오의 대답이구나? ...알았어. 네가 그걸로 좋다면, 나도 너와 언제까지라도 함께할게. (살풋 웃으며 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처음부터 줄곧, 너만이 나의 세계고 우주였으니까. 이제, 영원히 나의 우주가 되어줄래?
스오우 츠카사:(레오의 다소 낯간지러운 말에 살짝 얼굴을 붉히며) 네, 물론입니다! 저는 레오 씨의 영원한 우주가 되겠습니다. 레오 씨는 저의 우주를 여행하는 여행자가 되어주시겠습니까? (레오의 손을 잡고 웃는다.)
츠키나가 레오:(얼굴을 살짝 붉히면서도 진지하게 말해오는 너를 보고 말갛게 웃으며, 너의 손을 맞잡았다.) 물론이지. 영원히, 네 곁을 맴도는 여행자가 되겠습니다! (손을 맞잡은 채 조종간의 앞에 선다.) 자, 이 우주선이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 줄 수 있을 거야. 스오. (해 보라는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스오우 츠카사:네! 가요, 레오 씨. 후후, 그렇게 얘기하시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묘한 확신 속에서 감로주를 나눠 마십니다.
저 빛이 우리를 가장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줄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금빛 액체를 마시면 몸속에 따뜻한 기운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술이라기보단 달을 삼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제 두 사람은 문을 열고 나가볼 수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너의 손을 잡고, 말없이 웃으며 한 발짝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스오우 츠카사:(손을 마주 잡고 웃는 레오를 따라 한 발짝 내딛는다.)
-
두 사람은 유백색 허공으로 나아갑니다.
딱딱하지도 흐르지도 않는 기이한 감촉의 바닥이 밟힙니다.
빛과 색의 삼원색을 백만 번 겹쳐 쌓고 온갖 조명과 필름을 다 가져와도 지금 이 광경은 묘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뜨거운 항성의 명멸이 감미롭게 뺨에 내려앉고,
기계 장치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빛은 잘 짜인 커튼의 모양으로 머리칼을 드리웁니다.
조용한 진동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발과 발 사이 부드럽게 엉기는 무중력이 마치 비단 같습니다.
보석처럼 맺혔다 흘러 떨어지는 위성들, 멀리 반짝이는 은하,
분명 공기조차 없을 우주 저편에서 불어오는 듯한 바람과 축복처럼 관능적인 여름밤의 열기.
오렌지처럼 상큼한 순간들이 꿈결로 모여 공간으로 화한 듯이.
두 사람이 그리워하는 시절을 모두 담은 듯이…….
이곳은 어딜까,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문득 시선이 닿는 곳에 유리나 거울, 혹은 물체가 잘 비치는 수면.
이것도 아니라면 액정 스크린 같은 것이 끝없이 한 줄로 늘어서 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깨닫고 보면 두 사람은 한 방향으로 난 길을 걷고 있습니다.
길 오른편으로 스크린이 지평선 너머까지 쭉 이어진 것인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말 어떤 액정처럼 화면 안에는 여러 풍경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몇몇 스크린에는 츠카사의 유년 시절도 담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츠카사, 교복 차림인 츠카사, 아주 어린 아기인 츠카사.
혹은 츠카사가 모르는 과거의 옷을 입은 레오도 움직입니다.
머리가 짧거나, 길거나, 아주 예전 사람처럼 드레스를 입었거나, 알 수 없는 언어로 이야기하거나…….
츠키나가 레오:(스크린 안의 광경들을 신기하단 듯 바라보다가, 문득 스크린에 손을 대 보았다.) ...엑? 스오, 여기 이거... 만져보면 손이 화면을 통과해!
스오우 츠카사:핫, 정말입니다! 신기하네요! (스크린에 손을 조심스럽게 대어보며 신기하단 듯이 바라본다.) 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걸까요?
츠키나가 레오:오, 글쎄? 어떠려나~?
화면을 만져보면, 레오의 손은 물론 츠카사의 손도 부드럽게 화면을 통과합니다.
두 사람은 어리둥절해 하며 우선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때, 무수한 스크린 사이에서 츠카사는 문득 아주 눈에 익은 광경을 발견합니다.
날씨가 유난히 화창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분다는 소소한 점을 제외하면 다른 날짜와 다를 것 하나 없는 날입니다.
그 날도 츠카사는 평소처럼 등교했습니다.
그런데 교실로 들어서니 뭔가 이상한 게 보입니다.
원래 자리 배정상 츠카사의 옆자리는 비어 있는데, 난데없이 책상 하나가 생긴 게 아닌가요?
게다가 누군가 앉아 있습니다.
교복을 입은 츠카사가 자리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레오 역시 츠카사의 시선을 좇아 화면을 보고 놀람 섞인 웃음을 터뜨립니다.
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혹시 기억하나요?
스오우 츠카사:앗, 분명 유리창이 깨지고 레오 씨가 절 구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창문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정말로 사건이 생길 타이밍인데요?
그 순간, 레오가 얼빠진 감탄사를 흘립니다.
츠키나가 레오:...! 아, 알 것 같아. 스오, 손 줘봐. 빨리!
스오우 츠카사:엣, 제 손을요? (미심쩍지만 레오에게 제 손을 내민다.)
그러고선 영문을 모르는 츠카사의 손을 꽉 잡은 채 스크린 너머로 손을 뻗는 것이 아닌가요?
강하게 맞물려 잡은 손에서 따뜻한 체온이 퍼집니다.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맥박이 두근두근 흐릅니다.
손끝에 혈관이 지난다는 것을 이런 방식으로 깨달을 줄이야.
두 사람의 손은 매끄럽게 화면을 통과합니다.
물의 장막 같은 것을 지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레오는 츠카사의 손을 잡은 채 이리저리 더듬고 이끌어 봅니다.
그러다 작고 판판한 유리 같은 것이 손끝에 잡혔을 때… 그것을 힘주어 밀쳤습니다.
이윽고 화면 안에서…….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위쪽 창문이 츠카사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안 돼, 스오.
144번째는 안 돼.
경악 어린 깨달음이 내달립니다.
레오는 대단한 것을 알게 된 사람처럼 허탈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우리가 그때 널 다치게 할 뻔한 거구나. 아니, 그건 아닌가~.
스오우 츠카사:...! 그런 것 같네요...(묘한 표정을 지은다.) 그래도 그랬기에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것이겠죠.
츠키나가 레오:와하핫, 맞아. 있잖아 스오. 저 날 말이야. 나중에 저 때를 돌이켜 생각해볼 때, 너는 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나였구나~ 했었지?
그런데 사실 아니었거든.
그날 너희 반엔 정말로 새로 전학 오기로 했었던 학생이 하나 있었어.
나는 그날 아침까지도, 네 대략적인 위치 정도만 파악했을 뿐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찾지 못해서 굉장히 초조했는데…
학교를 마구 뒤지기로 작정하고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서 유리창이 갑자기 떨어지잖아.
그래서 그 아래에서 너를 발견해서, 달려가 구해냈지. 그리고 약간의 능력을 발휘해서, 원래 네 옆에 앉을 예정이었던 학생 자리에 내가 들어간 거야.
츠키나가 레오:그러니까 다치게 한 건 아니지! 내가 널 구해주리란 걸 나는 지금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 우리가 지금 내게 네 위치를 알려 주었어!
레오는 환하게 빛나는 얼굴로 츠카사를 바라봅니다.
일설로 다 형용하지 못할 감정이 서려 있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여기가 어딘지 알겠어. 사람은 누구나 가장 긴 여행을 떠날 때, 자신에게 얽힌 모든 인연과 시간이 동시에 흐르는 어떤 길을 걷게 된대.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고차원 공간 같은 거 있잖아. 시간축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하는 6차원 우주… 뭐 그런 거 있잖아!
스오우 츠카사:...신기합니다! 그럼 저희의 행동은 전부 다 이어져 있었던 것이었네요.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6차원의 우주를 실제로 볼 수 있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웃으며 빛나는 시선을 들어 지평선 너머 환한 여명을 바라봅니다.
츠키나가 레오:이 길을 끝까지 걸어가면 목적지에 닿을 것 같아. 그게 어떤 시대든, 어떤 과거든, 혹은 어떤 미래든……. 네가 원한다고 말했던 우리 삶에.
아까 약속한 대로… 같이 마저 산책할래? 츠카사.
스오우 츠카사:물론입니다, 레오 씨. 저는 레오 씨와 함께 제가 원하는 우리의 삶을 그려나가고 싶으니까요. 그보다... 갑자기 그렇게 이름으로 부르지 마세요! 설레서 곤란합니다.
츠키나가 레오:응, 나도 네가 원하는 삶을 같이 그리고 싶어. 아하핫, 부끄러워 하는 거야? 스오는 귀엽다니까~. 그럼 스오가 잊어버릴 때쯤 또 이름으로 불러야겠다! (네게 환히 웃어 보이곤, 너의 손을 잡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때에, 츠카사가 맨 처음 들었던 바로 그 통렬하고 깊게 울리는 목소리가 하나의 질문을 했습니다.
두 사람의 안에서, 세상의 밖에서 들리는 음성으로,
그것이 너의 대답이냐?
놀란 얼굴을 든 레오는, 이내 웃으면서 츠카사의 팔을 굳게 잡은 채 심호흡을 하고 명확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츠키나가 레오:네, 이것이 나의 답입니다.
그리고 츠카사의 손을 잡아당겨 다시 걷기를 재촉합니다.
우리는 절망으로 태어나 얼음에 파묻혀 죽더라도 세상에 이토록 색채가 많은 까닭을 알아서,
증거도 해설도 필요치 아니한 사랑, 시간은 속일 수 없고.
그 밖의 아무 소용 없는 나약한 것들은 전부 멎은 우주를
두 사람이 걷고 있습니다.
횡포처럼 당신을 아낀다던 레오.
질식할 것 같은 애정, 익사 당할 듯한 사랑.
그의 이름을 발음하면 종종 침몰하는 듯한 기분에 뛰어들곤 했습니다.
불시착한 우주먼지처럼 이 시간여행자의 말도 안 되는 애정에 휩쓸려 다녔죠.
흠뻑 빠져 죽었는데도 도로 젖는 기분.
그러나 이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데 얽혀,
본시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처럼 하나의 모양을 구성한 시간의 흐름이 여기 있었습니다.
삶의 처음과 끝이 이어져 있고
그 가운데 돌출될 만한 사건은 찾을 수 없으며
남은 시간을 채우는 방법이라고는 좁은 길을 따라 걷는 게 전부인데
절벽 끝에서 삭풍으로 부는 것이 우리의 운명일 때라도
가자, 지평선 너머로.
설탕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타고 가자.
어둠 다음의 어두움으로, 혹성 저편의 성운으로,
마찰 없는 진공으로 뛰어들자.
츠키나가 레오:(너의 손을 다시금 단단히 맞잡은 후, 걸음을 내딛기 전 너에게 속삭였다. 그 무엇보다도 찬란할 저의 영원한 우주에게.) 가자, 츠카사.
스오우 츠카사:(자신의 손을 단단히 맞잡은 레오의 손을 힘 주어 잡은 후, 걸음을 내딛기 전 제게 속삭이는 레오에게 속삭였다. 그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운 나의 영원한 우주 여행자에게.) 네, 레오 씨. 함께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