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나가 레오:(너의 미소가 사르르 눈앞에서 움직이자, 그제야 제가 너무도 빤히 응시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제 욕심대로라면 좀 더 오래, 그저 언제까지라도 계속 바라보고 싶어지는 그 눈을.) ...으음, 스오. 한창 좋은 망상 중이었는데 말을 걸면 어떡해~.
스오우 츠카사:좋은 망상이라니요. 도화제 준비로 한창 바쁜 이 시기에, 한가하게 망상을 하고 계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여느 때와 같은 실없는 핑계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은은하게 웃고는 주변을 괜히 한번 더 둘러보았다.) 그래도, 오늘은 꽤나 여유가 있는 편이니까요. ... 잠시동안 만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츠키나가 레오:흐흥, 뭘 모르는구나 스오. 망상은 한가하거나 평화로울 때 잘 되는 게 아니야~. 이를 테면, 직무가 산처럼 쌓여 하늘에 달할 것 같을 시기일수록 인간은 시시한 망상거리를 찾게 되지. (너를 따라 슬 웃어보였고.) 도화제라, 올해에는 어떻게 되려나.
스오우 츠카사:... 늘 산처럼 쌓여있는 직무를 제 때 처리하지 못해서 세나님의 원성을 들으시면서도, 아직도 그런 말이 나오시는건가요? ...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올해도 잘 될겁니다. 전하가 계시고, 다른 분들도 계시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오롯이 당신만을 눈동자에 담고는 흔들림 없이 웃었다. 언제까지나 따를 단 하나의 주군을 향한 믿음을 담은채로.)
츠키나가 레오:쉬, 쉿! 그건 굳이 입에 담지 말라고 누누히 말하고 있는데... 스오는 내 호위무사면서, 어쩐지 나한테 제일 가차없지 않아? (입 비죽 내밀다가) ...그래.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은 힘을 지니고 있다 들었으니, 스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잘 되겠지. (제 귓가를 어지럽히는, 그런 소문들을 뒤덮을 정도로. 그 말은 부러 하지 않고선) 그럼, 슬슬 나가볼까~? 시간은 있을 때 요긴히 써야 한다고 했으니.
스오우 츠카사:가차없다니요, 전하께서 제대로만 하신다면 제가 이런 말을 꺼낼 일도 없을 뿐더러, 망상을 하실 때 조차도 억지로 끌어다 앉힌적은 없습니다! 다른 이가 듣는다면 오해할 여지가 있는 말은 그만 두셨으면 하는데요. (당신을 불만스럽다는 듯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어) 네. ...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어떻게든 막아낼겁니다. 그러니 전하께서는 걱정하지 마시고, 전하의 일을 해주세요. 오늘도 나가실거라면, 우선 처소로 갈까요?
츠키나가 레오:므으~, 그치만 나도 나름대로 제대로 하고 있는데, 스오는 늘 잔소리만 하니까 그렇지! 스오가 잔소리가 많은 건 궐의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있을 거라구. (어딘가 혼난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툴툴거리다가, 너의 끝말을 듣고 내심 속으로 안도하며 작게 웃는다. 이런 네가 내 일상에 존재해서 다행이다.) ...응, 믿고 있으니까 말이야. 내 호위무사. 나도 허튼 짓을 해서, 네 칼이 섣불리 칼집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도록 할 테니까.
응, 처소로 가자.
스오우 츠카사:전하의 나름대로 제대로 하고 있다는 건, 다른 분들의 제대로와 차이가 있으니까 그러는거겠죠? (툴툴거리는 당신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 말하다 이어지는 말에 저도 모르게 볼을 살짝 발갛게 물들이고는 눈을 휘어접어 웃었다. 언제나, 이 사람의 가장 가까이 있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듣고, 이런 시선을 받을 수 만 있다면 더는 무엇도 욕심내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 네. 거기서 옷을 갈아입고, 나가도록 하죠.
츠키나가 레오:쳇, 역시 스오는 깐깐해... 뭐어, 그런 너라서 재밌고, 또 좋아하는 거지만. (흐드러지는 꽃잎 같은 너의 미소를 바라보다가, 문득 홀린 듯이 네 머릿결을 조심스레 살살 매만진다.) ...좋아, 스오의 헝클어진 머리도 정리됐으니 나가볼까~. (슬 웃고 일어선다.)
스오우 츠카사:...? (멍하니 당신의 손길을 받다가 이내 화들짝 놀라 급하게 주변의 시선을 살폈다. 주변의 시선이 별로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언제나 그랬듯, 몇발짝 뒤에서 당신을 따라 걸었다.) ... 환복은 제대로 하셔야하니까요. 일단 가죠. (달아오른 얼굴을 애써 식히고는 담담한 듯 덧붙였다.)
츠키나가 레오:(쿡쿡 웃고는 네게 등을 보이고 앞장서 걷는다.)
스오우 츠카사:... (괜히 뚱한 얼굴로 당신의 등을 보면서도, 가슴이 계속해서 뛰어와 애써 억누른채 당신을 따라 걸었다.)
따사로운 봄의 햇볕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한낮의 시간,
궁궐의 옆문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오면 두 사람이 지나가기 적당한 넓이의 돌담길이 이어집니다.
그 사이를 걸어 얼마즈음 지났을까요,
그래요.
눈 앞으로 펼쳐지는 것은 그대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눈부신 일상입니다.
츠키나가 레오:(밝은 볕에 눈을 드문드문 찌푸리며, 익숙한 제 눈앞의 풍경을 보고 옅게 웃는다.) 아까 분명 여유가 있다 했지? 그럼, 오늘은 저잣거리를 조금 둘러보고 궐로 갈까~.
스오우 츠카사:... (잠시 손을 들어 볕을 가려주어야 하나 고민하다 웃는 얼굴에 궁 안에서 보다는 조금 가깝게 다가가 섰다.) 그럴까요...? 그럼 우선 저잣거리로 가죠. ... 거기서 신기하다고 아무거나 드시고 싶다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츠키나가 레오:(제 시선이 닿는 곳에 네가 있다는 것이 마냥 즐겁다. 네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엣, 그렇게 아무거나 막 주워먹진 않거든? 스오야말로, 단 것이 보인다고 해서 무심코 그쪽으로 가면 안 돼~?
스오우 츠카사:... 저를 뭐로 보시는거죠! 엄연히 지금은 근무 중이고. 근무 중에 단것이 보인다고 가거나, 그런 일은 없습니다! (뚱한 얼굴로 작게 외치고는 시선을 돌렸다.)
츠키나가 레오:아핫, 역시 스오는 고지식하다니까. (단 걸 보고 눈을 빛내는 너도 귀여우니까, 한번쯤은 솔직하게 있어줘도 좋겠지만. 그리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학관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흐음, 이왕 날도 좋은 김에 여기도 보았다 갈까~?
스오우 츠카사:학관이요? (당신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학관을 슬쩍 들여다보고는 이전 추억에 옅게 웃었다.)
장차 나라의 녹을 먹을 이들이 수학하는 학관입니다.
열띤 목소리들이 이 곳까지 들려오고 있네요.
이 곳에는 그대를 알아볼 이들이 여럿이겠지요.
굳이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츠키나가 레오:다들 열심히 하는구나, 기개가 강해 보여 좋은걸~. (학관의 풍경을 슬 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저잣거리 쪽을 향해 걸었다.) 스오도 저기에서 학문을 했던 시절이 있었던가~?
스오우 츠카사:그야 당연하죠. 검을 쥐는 사람도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전장의 흐름을 읽으려면 병법도 알아두어야 하니, ... 그저 단순히 검을 잘 쓴다고 해서 좋은 무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따라 걸어) 세나님도, 리츠님도, 나루카미님도. 다 저 곳에서 처음 만나뵈었죠.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그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수많은 이들이 지나치고 모여드는 이 곳은 가히 도성의 중심지라 할 수 있겠지요.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거나 소문을 듣고 싶다면 이 곳만한 곳이 없을 겁니다.
듣기 롤
츠키나가 레오: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목소리들이 섞여드는 곳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들려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백성1:곧 축제가 열릴텐데, 이리도 사람들이 적어서야 어쩌면 좋담...
백성2:그래도 사람들이 찾아들긴 하더이다, 예년보다야 훨 적은 숫자라고 하지만서도….
백성1:역시 그 소문 때문이겠지요, 멸망하고야 말 거라는…
백성2:…거짓말이겠지요?
백성1:글쎄요, 당장 복사꽃이 피어나지 않는데 그 무엇을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축제를 앞두고 불길한 이야기는 그만두자며 자리를 뜹니다.
츠키나가 레오:...아직도 꽃은 피지 않은 모양이네.
스오우 츠카사:... 당장 내일이 도화제인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도화제가 끝난다고 해서 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니,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애써 얼굴을 밝게 하고는 걸음을 옮겨)
츠키나가 레오:응, 뭐어. (네 얼굴을 빤히 살피다가) 맞아. 매년 꽃이 피고 지는 시기야 다 다르니까, 스오 말대로 곧 필지도 모르지. 그래도 그게 백성들의 불안의 화근이 된다는 건, 어딘가 꺼림칙하네...
스오우 츠카사:... 여느 때와 같이, 그저 지나가는 소문일 뿐일겁니다. ... 글쎄요. 지금 상황에선 복사꽃이 피어나도, 피어나지 않아도 모두가 불안에 떨테니, 얼른 복사꽃이 피어나 무탈하게 지나갔으면 합니다.
츠키나가 레오:헤에, 그래도 주막은 이렇게나 성황이구나. (흥미롭게 안을 몇번 더 둘러보곤 기루로 걸음을 옮긴다.)
스오우 츠카사:(그럴 리 없다는걸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괜히 뚱해지는 얼굴을 애써 풀어내고는 따라 발걸음을 옮겨)
밤이 되면 수많은 불빛들이 빛나고 웃음소리 만개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아직 햇살이 밝은 지금은 그 문이 단단히 걸어잠겨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녁 즈음이나 되어야 들어갈 수 있겠죠.
희미한 술 냄새와 분 냄새가 여즉 나는 것도 같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아차, 여긴 아직 영업 시간이 아니지~. (가볍게 그렇게 말하곤 발걸음을 돌리다가, 문득 너에게 시선을 주었다.) 응? 스오, 뭐 이상한 거라도 봤어~?
스오우 츠카사:...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당신의 말에 아차, 싶었는지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바꾸고는 옅게 웃어) ... 전하께서, 그 쪽에도 관심이 있으신줄은 몰랐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응? (네 말에 눈을 깜빡이다 곧 뭔가 깨달은 기색으로) 뭔가 스오, 지금 이상한 생각 하지 않았어? 정말이지, 넌 네가 모시는 왕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물론 미를 탐하고 향락을 누비는 왕도 많기야 했지만.
(그래도 자신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너를 빤히 보다가, 뺨을 쿡 누르고 싶어지는 것을 힘주어 참는다.)
스오우 츠카사:... 이, 이상한 생각이라니요!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 애초에, 그 쪽으로는 잘 걸음하지 않으시는걸 제가 제일 잘 알고 있는데. 무슨 생각을 했다고 여기시는건가요! (괜히 찔리는 탓에 애써 반박하는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커졌다. 그야, 그럴리가 없다는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불안하다고 느껴버리는 건 어쩔 수 없어서.) ... 그냥, 오늘은 어쩐 일로 눈길을 주시길래. ... 신기했을 뿐입니다...!
츠키나가 레오:(무심코 목소리를 높여버리는 널 보고, 결국 웃음을 터뜨린다. 이렇게 웃음이 나와서야 삐진 척은 죽어도 할 수 없다.) 와하핫, 아~ 역시 스오는 재밌는 아이라니까. 정말 생각도 안 한거 맞아~? 아까 그랬잖아, 시간은 있을 때 요긴히 써야 한다고. 언제 또 이렇게 도성 내를 돌아볼 시간이 생기겠어? 오늘은 좀 구석구석 둘러보고 가고 싶었던 것뿐이야. (널 향해 씩 웃으며) 나는 네가 잘 알고 있는 그대로야. 그러니 네가 알고 있는 날 믿으면 된다고. 알겠어? 호위무사 씨.
스오우 츠카사:정말로 생각도 안 했습니다! (부끄러운 탓에 달아오르는 얼굴을 애써 식히고는 입술을 살짝 깨물어) ... 물론, 전하께서 이렇게 나와서 둘러볼 시간이 많이 없을거라는건 잘 알고 있습니다. ... 여기도, 필요하다면 둘러보아야 하는 것도 알고 있고요. ...네. 알겠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의기양양하게 웃어보이는 얼굴에 확 느껴질만큼 얼굴에 열이 올라 슬쩍 고개를 돌리고는 겨우 들릴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츠키나가 레오:(점차 제게서 멀어지는 시선을 보고서도 그저 좋다는 듯 생글 웃어버린다. 더 장난을 쳤다간 네 얼굴이 펑 터질 것만 같아서. 주변을 슬 둘러보고선 사람이 얼마 없는 틈을 타 네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강으로 향한다.) 흐응, 스오 목소리가 너무 작아~ 그런 목소리로 호위무사 하겠어? (키득거리며 먼저 다리 앞에 선 채로 뒤를 돌아본다) 특별히 생각도 안 했다는 말은 믿어줄 테니까! 자, 어서. 이번엔 여기라고~
스오우 츠카사:...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귀까지 달아오르는 기분이라 애써 시선을 피했다.) ... 할 수 있습니다! ... 지금도 이렇게 하고 있는걸요! (괜히 놀리는 듯한 말에 발끈하고는 당신을 따라 걸었다.)
느리게 강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맑은 물 아래를 들여다보면 물고기들이 분주하게 꼬리를 휘저으며 헤엄쳐다닙니다.
소일거리삼아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워 놓은 노인들도 간간히 보이네요.
츠키나가 레오:(따라온 널 보고 싱긋 웃으며 앞장서 다리를 건넌다.) 오, 물고기 엄청 많네. 나도 낚시나 해 볼까~?
스오우 츠카사:... 궁의 연못에서도 낚시는 안 해보셨던 분이, 이런 강가에서 무턱대고 시도하시다간 빠질지도 모르니 조심해주세요?
츠키나가 레오:엑, 이런 데서 낚시하면 빠지는 거야? 축축하게 젖는 건 별로야, 안 할래... (다리를 건너서 민가 쪽을 향한다.)
스오우 츠카사:아니, 빠진다는게 아니라, (전하의 실력이 부족해서 그럴지도 모른 다른 말입니다만...) (하려던 말을 애써 삼키고는 말 없이 민가로 따라가.)
츠키나가 레오:응? 뭐라고, 스오? (민가에 도착해 휘 둘러본다.)
스오우 츠카사:... 아무것도 아닙니다. (괜히 뚱한 얼굴로 입을 꾹 닫는다.)
짚으로 지붕을 얹은 초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노는 소리들이 만연하고,
저 한 곳의 서당에서는 소리높여 글을 읽는 목소리도 한창 들려옵니다.
듣기 롤
츠키나가 레오: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그 사이에 섞여 있는 노래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 꽃 송이송이 … 어둠 …
만발한 … 에 … 내렸다네
깊고 … 커다랗게 …
피어나는 … 을 … 말았다네
스오우 츠카사:... (괜한 소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노래를 듣자 얼굴이 굳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이들을 한 번 보고, 걱정스럽게 당신의 눈치를 살피더니 슬쩍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 멈추게 할까요?
츠키나가 레오:아니, 괜찮아. 아이들인걸. (어쩔 수 없단 듯 미묘하게 웃어보이고선) 스오는, 저 노래 들어본 적 있어? 다른 노래랑 섞여서, 노랫말이 뭔지 잘 모르겠네.
스오우 츠카사:... (괜찮다고는 말 하지만, 미묘하게 웃는 낯에 괜히 속상해져 입술을 잘근 씹었다. 차라리 저가 막을 수 있는 종류였으면 좋았을 것을.) ... 네. 이전에도 몇번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 꼭 들어보셔야할까요...?
츠키나가 레오:(아까보다 조금 더 선명히 웃는 낯을 하고선.) 괜찮으니까, 스오. 알려줘.
스오우 츠카사:... (아까보다는 조금 더 밝은 낯이긴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터라 얼굴이 쉽게 밝아지지는 않았다.) ... 그러니까, 아마...
복사꽃 송이송이 붉은 어둠 물들어
만발한 이 땅에 별꽃 가득 내렸다네
깊고 어두운 밤 커다랗게 입을 벌려
피어나는 모든 것을 삼키고 말았다네
... 라는 가사였습니다.
츠키나가 레오:붉은 어둠, 별꽃. 깊고 어두운 밤... (가만히 노랫말을 곱씹는다. 아이들이 입에 담기에는 불온한 것들뿐인 노랫말이라고 생각하며.) 요즘 유행하고 있는 노래인가? 그 소문이랑 관련된 건가 보네.
스오우 츠카사:네. 아마 그 소문과 같이 퍼진 노랫말인 것 같습니다. ...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웃었다.) 괜찮을겁니다. ... 그렇게 할거니까요.
츠키나가 레오:...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괜찮게 만들 거라고 하는 거야. (바람 빠진 웃음을 지으며) 만일 도화국에 저 불온한 소문과 관련된 소동이 일어난다면, 그것을 잠재워야 하는 책임은 제일 먼저 내게 있어. 옆에 왕이 있는데, 무사 혼자 너무 많은 걸 해결할 생각으로 있지 말라구?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아무런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가는 게 제일 좋겠지만~.
스오우 츠카사:... (당신의 말에 푸스스 웃고는 고개를 끄덕여) ... 그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소동의 한복판에서, 전하에게 아무 일이 없도록 무사히 지켜내는 것이 저의 일이고. 또 가장 중요한 일인걸요. ... 그 어떤 나라도, 군주가 없이 건재할 수 없으니까요.
... 그렇죠. 그것이 제일이니 부디 아무 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츠키나가 레오:그것도 맞는 말이네. 만일 내가 위험해진다면 말이야~. 뭐, 떡은 떡집에 맡긴다는 말이 있잖아. 그때는 스오의 손을 빌려야겠지만, 그 전까지는 나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 네 말마따나 내가 이 나라의 군주인걸. (슬 웃으며 빨래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양버들이 한가롭게 흔들리는 아래로, 아낙네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넙적하고 판판한 돌 위에 젖은 천이 부딪히는 소리, 이야기하는 소리,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롤
츠키나가 레오: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떠드는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면, 몇 가지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백성1:어디서 그런 노래를 배워왔는지 영판 모르겠다니까.
백성2:글쎄, 웬 남자였다고 하던디….
백성1:남자고 여자고 간에 그런 쓰잘데기없이 불길하기만 한 노래를 가르쳐주는 놈이 있단 말여?
백성2:가르쳐줘도 안 부르면 될 것인디… 엉덩이를 호되게 때려줘야 그만 부르련지 원….
백성1:어떻게 생긴 놈이여? 내 만나면 아주 요절을 내버릴 것이여!
백성2:그게…, 어떻게 생겼다더라?
시뻘건 머리칼에, 보라색 눈이었다던거 같은데… 그런데 한쪽 눈이 애꾸에 영판 거지꼴이라. 얼굴도 어디 거하게 데인 것 같드만.
보라색 눈에 붉은 머리칼,
듣고 있자면 문득 츠카사와 눈이 마주칩니다.
하지만 츠카사가 그럴 리가 없죠.
일단 츠카사는 거지꼴도 아니고, 한쪽 눈이 멀지도 않았는걸요.
그러니 그저 어딘가 닮은 사람인걸까 싶지만…
어째서일까요.
마음에 영 걸립니다.
아무튼 누군가가 노래를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있는 이 상황이 당혹스럽습니다.
그 노래를 퍼뜨리는 사람을 만나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그렇다면 이유라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츠키나가 레오:(어느 모로 보나 꺼림칙한 것들뿐이다. 하늘에서 보내지는 재액이 아닌 사람이 원인이라면, 제 능력이 닿는 범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된다. 그건 좋은 일이지만, 어째서 하필이면 붉은 머리칼에 보랏빛 눈일까.) 누군가 노래를 퍼뜨리고 있다고...?
스오우 츠카사:...? (들려온 이야기에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 미간을 슬쩍 찌푸렸다. 분명 제 머리와 눈 색이 흔한 것도 아닐텐데. ...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짚이는 부분이 없어 그저 입을 다물었다.)
츠키나가 레오:으음... 저기, 갑자기 미안한데. 혹시 그 노래를 퍼뜨린다는 남자. 어디 있는지 알아? (백성 둘 사이에 불쑥 끼어들었다.)
백성2:그 남자말이여? (갑자기 끼어든 얼굴에 놀란 듯 느릿하게 눈을 끔뻑이더니 고개를 살살 저어) 우리도 몰러. 얼라들이 말해준건데.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어?
츠키나가 레오:에엣, 그런가. 으음, 알겠어! (다시 다리를 향해 걸어간다. 그 걸음이 조금 빠르다.) 흐음, 스오 아직 시간 더 있어? 잠시 들렀다 가고 싶은 곳이 생겨서.
스오우 츠카사:...? (빨라진 걸음에 후다닥 거리를 좁히고는 하늘을 슬쩍 올려다봐) ... 네. 거기서 그렇게 시간을 지체하는게 아니라면... 아직은 괜찮습니다. 어디를 가려고 하시는건가요?
츠키나가 레오:(다리를 도로 건너며) 우음, 틀릴 수도 있지만 일단은 확인해 두고 싶으니까... 어디인지는 비밀.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는 시늉을 하곤, 빈민가를 향해 계속해서 걸었다.)
스오우 츠카사:...? (당신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 깜빡이더니 일단 고개를 끄덕여) ... 네에... 짐작은 잘 안 가지만요. ... 위험한 일만 하진 말아주세요?
낮의 빈민가는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합니다.
밤이라고 무언가 달라져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지금 이 곳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음, 역시 아직은 아닌가... (눈을 도륵 굴리다가 너를 보았다) 그러니까~ 나 그렇게 사고만 치는 사람은 아니라니까? 아무튼, 여긴 아무도 없으니... 이제 그만 궐에 들어가 볼까~.
스오우 츠카사:... 그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빈민가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미리 말씀드리는겁니다! (이어 들리는 너의 말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웃었다.) 네, 이제 그만 돌아가죠.
츠키나가 레오:므으, 네네에... (너의 호통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황궁 안으로 들어간다. 바로 궁으로 들어가려다, 문득 관청을 휘 둘러보고.)
스오우 츠카사:...? (궁으로 들어가는 걸음을 따라 걷다가 고개를 갸웃해) 뭐, 따로 보실거라도 있으신가요?
츠키나가 레오:음~ 별 건 아니지만. 이왕 보는 김에, 관청도 조금 들렀다 갈까 해서? (관청으로 간다.)
곧 있을 도화제의 준비로 꽤나 분주해보입니다.
여기에서는 레오의 얼굴을 여러번 본 사람들이 많아,
혹시 얼굴을 보였다가는 궁 안에까지 소식이 들리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이크, 아는 얼굴들이... (빠르게 관청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까지 나온다.) 도화제 준비가 어떻게 되어가는지는 보고 싶은데, 아는 면면들이 너무 많아~.
뭐, 일단은 궁에 들어갈 수밖에 없으려나. (너와 시선을 맞추고선) 슬슬 들어갈까, 스오?
스오우 츠카사:네,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하면,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될거고 무엇보다도 세나님께서도 또 한소리를 하실테니까요. ...무엇보다 그런건 전하께서만 듣는게 아니니까... (살짝 표정이 안 좋아지더니 고개를 푸르르 털어) 돌아가죠.
츠키나가 레오:...응. 그 말대로네.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세나의 잔소리는 스오보다 기니까 말이지... 어서 가자! (궁으로 걸음을 옮긴다.)
얼추 도성 안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슬슬 돌아갈 시간이지요.
다시금 돌담길을 걸어 왕궁의 옆문으로 들어섭니다.
노을이 지는 하늘, 츠카사와 걸어 들어오는 길 위로 오늘의 마지막 햇빛이 비쳐듭니다.
따스하고 다감하여 그대 마음 속에도 한 줄기 위안이 되어 주어요.
도성 시찰의 마지막 여정은 왕궁 안이 됩니다.
관청에서 슬슬 퇴근하는, 혹은 야근에 시달리는 관리들을 돌아보며 걸음을 걷고 있자면 어느새 발걸음 끝에 닿는 곳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후원입니다.
도화국이라는 이름답게 곳곳에 이 나라 곳곳에 복숭아 나무들이 가득하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공들여 가꾸어지는 곳을 고르라면 분명 왕궁의 후원 안에 있는 복숭아 언덕일 테지요.
겨울이 지난 덕분에 날이 길어 여즉 햇빛이 완연히 저물지 않았습니다.
잘 가꾸어진 후원 안쪽, 수로가 흐르는 돌담을 지나치면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망울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는 복숭아 나무들이 언덕 아래서부터 빼곡히 심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은 꽃망울들을 올려다보면, 오늘도 피어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츠키나가 레오:... ... (고갯짓으로 끄덕이곤 그 옷자락을 가만히 주시한다.) 조심해.
스오우 츠카사:...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대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리를 죽이고 옷자락이 보였던 곳으로 가)
츠키나가 레오:(입을 꾹 다물고, 주변을 휘 둘러보곤 네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챙강!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츠키나가 레오:?!
소리가 들린 쪽으로 서둘러 이동하면 누군가를 향해 검을 마주 겨누고 있는 츠카사가 보입니다.
어라,
그런데 이상합니다.
츠카사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것은….
검을 쥔 손끝은 한 눈에 보기에도 상처투성이입니다.
입고 있는 옷은 반쯤 해졌고 얼굴이나 몸 곳곳에 오래된 화상 자욱이 남은 모양이 흡사 거지꼴에 가깝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있는 자세에는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붉은 머리가 언듯 그을려있고,
한 쪽만 남은 보라색의 시선은 상대를 곧게 응시합니다.
빨래터에서 들었던 그 사람과 동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아,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랍도록 이질적이고 당혹스러운 어느 것이 있습니다.
그는 닮았어요.
아니.
꼭 같이 생겼습니다.
그대 앞에 서 있는 츠카사와요.
곳곳에 있는 화상 자욱과 눈 하나 없는 것을 제외하자면 쌍둥이라 믿어도 될 정도입니다.
황급히 츠카사를 향해 시선을 돌리면,
그 역시도 명확하게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SanC (0/1)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스, 오...? (황급히 달려온 끝에 보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그만 위기감이 사라져서, 멍하니 두 사람을 보고만 있다. 스오와, 스오처럼 생긴...?)
스오우 츠카사:…누구입니까. 신분을 밝히십시오. (눈 앞의 모습에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였다. 순간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풀릴 뻔 헀지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 사람이 등 뒤에 있는 한, 제가 여기서 넋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다시 손에 힘을 주어 검을 잡고는, 맞은 편에 있는 상대를 똑바로 응시했다.)
스오우 츠카사:... (가만히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을 응시하더니, 이내 그의 뒤에 있는 당신을 향해 물끄러미 시선을 옮겼다.)
그가 문득 고개를 돌립니다.
이번에 닿아오는 시선의 끝에는 그대가 있습니다.
그가, 말끄러미 그대를 바라봅니다.
그 눈 안에서 흔들리는 감각은, 글쎄요.
헤아릴 수조차 없이 무수한 어느…,
... 얼마즈음 시간이 지났을까요,
그가 훌쩍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벗어납니다.
눈 깜짝할 사이 멀어지는 그는 츠카사가 따라붙을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였습니다.
아연하게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츠카사가 그대를 향해 고개를 돌려옵니다.
츠키나가 레오:엇, ...가 버렸네. (저를 돌아보는 너와 눈이 마주쳐) 괜찮아? 스오.
스오우 츠카사:(걱정되는 마음에 다급히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하다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멈칫하더니 고개를 푹 숙여) ... 죄송합니다. 경비를 강화하라 이르겠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응. 그것도 나쁜 대답은 아니고 네가 다해야 할 책임이지만, (고개를 푹 숙이는 너를 웃으며 가만히 기다려주듯 바라보다가, 다시 한번 물었고.) 난 너에 대해 물었어. 괜찮아?
스오우 츠카사:... (잠시 입술을 잘근 씹다가 이내 칼을 제대로 집어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네. 보시다시피, 저는 괜찮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칼을 집어넣는 것을 보곤 고개를 끄덕여) 그럼 됐어. 너도 괜찮고, 나도 괜찮으니까 오늘은 그걸로 됐어. ...다만 신경 쓰이는 건 그거지~... 스오, 혹시 쌍둥이 형제라도 있었어?
스오우 츠카사:... 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게, 제대로 하겠습니다. (얼굴이 어두워진채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는 고개를 저어) ... 아니요. 그런 말은 저희 부모님께서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 그런 걸 숨길 분들도 아니고요.
츠키나가 레오:(얼굴을 좀처럼 펴지 못하는 널 보다 쓴웃음을 짓는다. 아마,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거겠지.) 그래...? 그럼 뭐지. 쌍둥이가 아닌데 그렇게까지 닮을 수가 있나. (흐음, 하고 생각하다가) 어쨌든 당분간은 조심하는 게 좋겠네. 그 녀석의 움직임은 놓치지 말아야겠지만.
스오우 츠카사:... 네. 물론 제가 옆에서 계속 있을거지만 전하께서도 조심해주세요. 다른 목격자는 없는지, 있다면 행방등을 조금 더 조사해서, 나중에 보고드리겠습니다. ... 우선, 지금은 침전에 드시지요. 시간이 늦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알겠어. ...제 발로 궁의 후원까지 들어온 녀석이야. 그 녀석의 분명한 목적이 이 안에 있다면 다시 한 번 숨어들어올지도 몰라. ...만일 녀석을 붙잡으면, 제일 먼저 나에게 데리고 와. (아까 눈을 마주친 일순, 눈이 일렁이는 듯했던 그 기이한 감각. 그것을 잠시 떠올려 보다, 네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네, 갈까?
스오우 츠카사:... (가만히 말을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도서도 이것저것 궁금한게 많았고, 아직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였지만. ... 그게 당신의 뜻이라면. 어쩔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 전까지는, 섣불리 알아보려고 움직이지는 말아주세요. 아셨죠? (뒤이어 들리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츠키나가 레오:모쪼록 위험한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거잖아? 알고 있어. 조심할게. 스오 너도 조심하고. (네게 작게 웃어보이곤 침소로 향했다.)
스오우 츠카사:(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당신을 보며 그저 옅게 웃어보였다. 이걸로 안전하다는 보장이 되는 것도, 다른 일들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와 웃고는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경비를 강화하고 있을테니까요.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기면, 종을 울려주세요. 저는 이 근처에 있을겁니다.
스오우 츠카사:... 네. 괜찮다고 넘기지 마시고,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울려주셔야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웃더니 주변을 슬쩍 둘러봐) ... (이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문턱 안으로 얼굴을 슬쩍 들이밀어 손을 잡고는, 가볍게 손 끝에 입을 맞춰) ... 안녕히 주무세요. (어둠 속에서도 보일 정도로 귀가 달아오르더니, 이내 빠르게 달려나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츠키나가 레오:...! (빨갛게 달아오른 귀를 보았다고 생각했을 땐 이미 시야에서 네가 사라진 뒤였다. 사랑스럽고도 치사한 아이다. 네가 입을 맞추고 간 손끝을 빤히 내려다보는 제 얼굴도 붉게 달아올라 있을 터.) ...다음엔 되돌려 줄 테니까?
그러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새벽입니다.
그대 뒤로 찾아든 선득한 것을 감각하던 순간.
스오우 츠카사:... ....
등 뒤를 돌아보면 그가 서 있습니다.
그대가 아는 츠카사와 꼭 같은 낯을 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연히 다릅니다.
얼굴 곳곳에 얼룩진 화상 자욱과 안대로 가려진 한 쪽 눈은 그에게 무엇인가 험한 일이 있었다는 것만 짐작하게 합니다.
얼마나 시선을 마주했을까요.
그가 서슴없이 그대 앞에 무릎을 꿇어 부복합니다.
스오우 츠카사:... 제 나라를, 제 주군을 제대로 지키지 못 한 불충한 몸으로, 전하를 뵙습니다. (더는 당신의 눈을 마주할 자격이 없어서.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인채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애써 쥐어짜냈다.)
새어 나오는 낮은 목소리는 어느 슬픔과 그리움에 잔뜩 젖어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츠키나가 레오:...너는, (놀란 눈으로 너를 대치하고 있으면, 들려오는 목소리가 애통한 듯 들려서 잠시 움직임이 멈춘다. 명백하게 살의는 없다.) ...고개를 들어라. 당장 쫓아낼 생각은 없으니까.
너에겐 물어야 할 게 많겠네. ...내가 너의 주군이라니. 너는, 대체 누구야? (침착하지만 결코 냉랭하지 않은 목소리로 작게 물었고.)
스오우 츠카사:...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작게 떨었다. ... 지금 이 상황에서도, 당신이 저를 쫓아낼 생각이 없다는 것에 감사해야하는걸까, 지금 이렇게 당신을 마주하게 된 현실에 슬퍼해야하는걸까. ... 그런 고민들을 수 없이 했지만 그 때마다 답을 찾을 수 없었기에, 그저 이번에도 늘 그랬듯 답을 찾는 것을 그만두었다. 중요한 것은 그런게 아니라, 지금 눈 앞에 있는 당신이였기에.) ... 전하께서 아시는, 스오우 츠카사입니다. ... 본디 있던 시간대가 다르지만요.
츠키나가 레오:내가 아는 스오우 츠카사, ...스오라고?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 너를 찬찬히 살폈다.) 확실히 이상하리만치 닮아 있다고 생각했었어. 그렇지만, 시간대가 다르다는 건... (세간을 떠돌던 흉흉한 소문. 붉은 어둠이 집어삼킨 복사꽃의 노래 이야기. 설마, 아니겠지.) 네가 있던 시대는, 도화 몇 년이지?
스오우 츠카사:... 네. 전하께서 잘 알고 계시는, 그 스오우 츠카사입니다. ... ... 글쎄요. 도화국의 년도로 따지면, 도화 186년의 여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세어볼 정신이 없어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그럴겁니다.
츠키나가 레오:(얕게 내쉬는 호흡이 조금 떨린 것 같다. 우습게도 그렇게 된 이유는, 눈앞에 있는 너의 모습이 이렇게나 처참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나였지만.) 도화국의 년도로 따지면, 이라니. ...그때의 도화국은, 어떻게 되어있는 거야.
스오우 츠카사:... (어떻게 되어있는 거야. 미래에서 온 이를 만난다면 누구나 궁금해 할 거리였고, 당연히 할 수 있는 질문이였다. ... 그러니 그 말을 듣자마자, 순간 말문이 턱 막혀왔다. ... 나는, 스오우 츠카사라는 사람은, 그 질문에 대답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아니, 애초에 지금 이렇게 있는 것 자체도 허락받지 못 할 일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저의 이기심이, 기어이 놓지 못해 이렇게 당신의 앞에 섰지만. ... 아무것도 모른 채 묻는 당신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죄송합니다. 다 저의 잘못입니다.
츠키나가 레오:(길게 이어지는 너의 침묵은 남들이 보기에는 대답이라고 할 수 없었겠지만, 저에게는 이미 충분한 답이 되었다. 천천히 네 앞에 앉아,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가지런히 쓰다듬다가 한쪽 눈을 잃은 자국을 보고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괜찮아, 스오. 결국은 너에게 무리를 하게 했구나.
너는 최선을 다했겠지. 내가 아는 스오는 그럴 아이니까. (천천히 심호흡을 하듯 숨을 내쉬다가) ...그 노래를 퍼뜨린 건, 일부러야?
스오우 츠카사:...! (가볍게 머리에 와닿는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잔뜩 당황한 듯 커진 눈동자가, 당신의 눈가 마주치자 절망으로 물들었다. 전혀 두려워 할 필요가 없었는데, 저는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한걸까.) ... 아니요. ... 그런 말을 들을 이유는 없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 제가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해서. 결국엔 전하께서. ... (자꾸만 메여오는 목에 말이 자꾸만 끊겨나왔다. 제대로 말을 해야하는데, 이 대로면 하나도 설명할 수 없는데. ... 그렇지만, 결국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그저 손이 희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 당신의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은 아직도 두렵고 절망적이여서.)
... (그렇게 한 동안 주먹이 떨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제가 퍼트렸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앗, (파드득 놀라 떨어지는 너를 보다가 손을 서서히 내렸다. 무엇을 겁내고 있는 걸까. 제 앞에 있는 나를? 자신의 죄를? 그것도 아니면... 나라의 모든 폐망을 마주했던 그 기억을?) ...스오, 내가 말했지. 나라에 소동이 일어난다면,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제일 먼저 나에게 돌아간다고. 그렇게 네 탓으로 돌리지 않아도 돼. 도화국을, 나를 지키는 자들은 너 하나뿐이 아니었잖아. 우리 모두의 책임이야. ...괜찮아. (오히려 절망적인 건, 네가 이런 몰골이 되게 만들었다는 사실 하나뿐. 제 목숨의 안위가 어찌 되었는가는 묻지도 않는다.) ...그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어? 나에게.
스오우 츠카사:... 아니요. 제 책임입니다. 도화의 소동이 일어나고도, 그 한가운데에서 전하를 지켜야하는 일은 제 일입니다. ... 그것만은 다른 변명의 여지도 없이, 제 일인데. ... (다시금 떠오르는 그 때의 상황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 이번에는, 이번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내야했다.... 그래야만 했다.) ... 네. 모든 일을 막아낼 방법을 계속 해서 찾아냈고, ... 몇번의 실패의 끝에,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전하께 가서 알려드리기 전에, ... 적어도 어느 정도는 미리 아셨으면 해서. ... 염려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츠키나가 레오:...응, 역시 스오랑 그런 일을 논하고 있으면 대화가 끊이질 않네. (이렇게나 충직한 자신의 호위무사에게 무슨 짓을 당하게 한 걸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선득하지만, 그것은 지금 눈앞의 너도, 제 자신도 입에 담고 싶지 않을 말일 터. 네게 닿고 싶어도 조금 전 그 반응이 생각나, 들려오는 네 말에 그저 귀를 기울였다.) ...그런 거였구나. 처음엔 그저 내버려두면 지나갈뿐인 소문인 줄 알았지만... 왠지 마음에 걸렸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네. ...모든 일을 막아낼 방법은, 뭔데? (아마도 제가 해내야 할 일. 주먹을 그러쥔 채 네게 묻는다.)
스오우 츠카사:... 이 나라를 탐하려는 이들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그것을 전하께서 알아내신 뒤에, 어떻게 해야할지 알아차리실 수 있을겁니다. ... 사흘. 도화제까지 남은 사흘동안, 저를 믿고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츠키나가 레오:(네 말을 듣자마자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미래에서 왔다고 하는 사람의 말 따위 바로 믿지 않는 게 일반적일 텐데. 그러나 지금 저에게 믿는다는 것 외의 선택지는 없을 터였다. 미래에서 온 눈앞의 이 아이는,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제 호위무사. 스오우 츠카사니까.) 도화제에 문제가 생긴다는 거구나. ...알았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할게. 그게 왕인 나의 책임이니까.
스오우 츠카사:... 네. 도화제까지만 저를 도와주시면. 그러면 됩니다. ... 그러면 잠시만 저를 따라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전하께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안도한 듯 아까보다는 조금 나아진 낯빛으로 일어나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츠키나가 레오:...응. 뭔데? 바깥에 있는 거야? (네 낯빛이 조금이나마 풀어지는 것에 내심 안심하며, 널 따라 일어났고)
츠카사가 방 한 구석에 있는 화병을 자연스럽게 옮겨두고 몇 번인가 벽을 두드리면…,
소리도 없이 벽의 한 구석이 문처럼 미끄러져 열립니다.
츠키나가 레오:...엣. (무심코 크게 나오려는 목소리를 눌러 삼켰다) ...이건...?
스오우 츠카사:... 비상시를 대비해 왕궁 곳곳에 있던 통로가, 평화가 오래 지속되면서 잊혀졌을 뿐입니다. (그런 이유로 잊혀진 것을, 이제와서 다시 쓴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킬 때 마다 입 안에서 괜히 쓴 맛이 났다. ... 평생 모르고 사는게 좋은 것들이 있다면, 이것이 그 중 하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착잡했다.) ... 얼른 가시죠.
츠키나가 레오:아. (확실히 이런 통로가 있다고, 언젠가 들었던 기억은 있다. 그저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일단 알려주겠지만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듯 선대께서 제게 내려주었던 가르침 속의 문장을 반추한다.) ...응, 가자.
통로의 안쪽에서는 오래된 먼지와 습기의 냄새가 났습니다.
통로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요,
굽이굽이 갈라지는 몇 갈래의 길에서 그는 주저없이 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의 안내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이내 막다른 길이 나타납니다.
천장 쪽에 있는 뚜껑을 밀어내면 그 사이로 별이 총총 빛나는 밤하늘이 드러나네요.
여긴 어디인가 생각하고 있노라면, 츠카사가 훌쩍 뛰어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그대에게 손을 내밉니다.
단단한 손을 잡으면 그대로 몸이 끌어올려집니다.
여긴… 복숭아 나무 숲이었네요.
도성 곳곳에 있는 복숭아나무 숲이 이런 용도를 겸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나왔던 출구를 츠카사가 수습하는 사이 좌우를 돌아보면 오른쪽으로 불이 환하게 밝혀진 기루가 눈에 들어옵니다.
수습을 마친 츠카사는 자연스럽게 그대를 기루 쪽으로 인도합니다.
츠키나가 레오:복숭아 나무 숲은, 이렇게도 이어지고 있었던 건가. (네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던 도중, 향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알자 눈을 도륵 굴린다.) ...저기, 스오. 왜 하필 이곳?
스오우 츠카사:... 저도 전하를 모시고 이 쪽으로 오는 것이 달갑지는 않습니다만... 이 곳에서 들어주셨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따라와주세요.
츠키나가 레오:엇, 으응... (달갑지 않다. 그 말에 오늘 멀리서도 보일 만큼 얼굴을 붉히며 저를 향해 투덜거리던 네 모습이 생각나 버린다. 이런 때에 떠오르는 너의 모습은, 제 결의를 더욱 굳게 만들 뿐.) ...스오가 그렇다면야, 알았어.
험상궂게 생긴 경비가 기루의 출입을 막아서려 들면,
츠카사는 자연스럽게 안에서 명패 하나를 꺼내어 보입니다.
명패를 보자마자 얌전해진 경비를 지난 이후로, 츠카사는 꼭 자기 집마냥 기루를 성큼성큼 지나 안쪽으로 이동합니다.
복도를 거침없이 걸으며 몇 개인가의 방을 지나치더니, 이내 가장 안 쪽의 방 하나로 들어섭니다.
스오우 츠카사:... (몇번이나 반복해왔던 일들을. 감흥이 없다는 듯 무표정으로 해내고는 이내 답답하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내 방 안에 들어와 익숙하게 겉옷을 정리하려 뒤를 돌고,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가슴 한켠이 소리도 없이 바스러지는 기분이 들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 죄송하지만, 전하께서는 잠시 여기서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 아무래도, 들키면 곤란해지기에... (방 뒤쪽에 놓여있는 병풍을 살짝 접어 안 쪽을 보여주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츠키나가 레오:(여기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누구와 하는 이야기를?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다시금 고개를 숙이는 너를 보면 아무것도 섣불리 묻지 못할 것만 같아 고개를 까딱였다. 병풍 너머를 보게 되었을 때는, 표정을 유지하느라 조금 애를 썼지만.) ...알았어. 기다릴게.
스오우 츠카사:... (애써 당신의 표정을 외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절대로. 무슨 말이 들려오더라도, 소리를 내지 말아주세요. ... 그리고. ... 저만은 믿어주세요. (마지막 한 마디는, 어쩐지 조금 물기가 어려있었다.)
츠키나가 레오:(왜, 그렇게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 닿는 것도 허락해주지 않는 거야. 너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저도 도리어 울컥하는 기분을 느낀다.) ...응, 믿어.
스오우 츠카사:네. 감사합니다. (애써 입꼬리를 살짝 올려 당신을 마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이제, 곧 시간이니까요. 여기 안에서 나오지 말아주세요. ... 소리도 내지 마시고요. (병풍 뒤 쪽으로 제대로 들어간걸 확인하고는, 병풍을 마저 펼쳤다.)
시간이 지나자,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몇 명인가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듯 발소리가 다소 많습니다.
하나, 둘, 셋…
몇 명이나 되는 걸까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입니다.
어수선한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사람들이 소리를 죽여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바싹 주의 깊게 들어보자면…,
듣기 롤
츠키나가 레오: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젠장)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츠카사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몇 개인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스오우 츠카사:분명 축제의 시작까지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쾌청할 것입니다.
??:호오, 확실한가. 자네의 예언은 언제나 잘 맞아 떨어졌지만… 그것이 날씨마저도 예언할 수 있는 지는 몰랐군.
스오우 츠카사:... 그저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도 말야, 자네의 덕분에 계획이 더할나위없이 순항하고 있다네. 이대로만 간다면 자네도 분명 본국에서 커다란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야.
스오우 츠카사:상이라 하시면…?
???:원하는 것은 전부 다 가질 수 있겠지, 이 도화국을 다스리게 해달라 청하여도 기꺼이 폐하께서는 들어주실 것이네.
스오우 츠카사:……… 그것 참, …… 분수에 벅찬 청이로군요. 저는 그저 평안히 먹고 살 정도로면 만족합니다.
??:하하…, 하긴, 몽땅 불타 없어지고 나면 다스릴 것도 없겠지.
츠키나가 레오:(저 사람이 바로... 네가 했던 말들을 되짚어 보고선, 계속해서 귀를 기울인다.)
???:그러고 보니 말인데, 잘 숨겨 두었나?
??:아아, 물론이지. 빈민굴에 아주 꼭꼭 숨겨 두었다고.
???:반드시 축제의 시작까지는 누구에게도 밝혀져서는 안되네, 명심하도록. 폐하를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안 그래도 괴상한 노래가 돌기 시작해서 아주 신경쓰인다고.
스오우 츠카사:... (이 곳에 당신과 오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었는데. ... 어쩔 수 없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 모든 걸 당신이 당연히 듣고 있었을 걸 생각하면, 끝없이 비참해지기만 하는 기분이라, 그저 한 마디를 겨우 뱉는 것이 다였다.) ... 돌아갈까요.
츠키나가 레오:(저 역시 무언가를 섣불리 묻기조차 어려운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너를 이렇게 만든 건 대체 누구의 탓일까. 도화국의 관리, 도화국을 멸하려는 타국의 관리. 아니면, 무능한 제 자신... ...) ...응. 가자.
그대가 다시금 왕궁의 침전으로 돌아올 때 즈음에는 이미 날이 슬슬 밝아올 즈음입니다.
스오우 츠카사:... 오늘 밤, 어제와 같은 시각에 찾아오겠습니다. 그 때는 빈민굴로 갈테니까요. ... 마음의 준비는 해두세요. (말을 마치고, 답은 기다리지 않은 채 창문을 훌쩍 넘어 사라져)
그가 사라진 자리를 보고 있노라면, 등 뒤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츠카사의 목소리입니다.
스오우 츠카사:전하, 기침하셨습니까?
직전까지 들었던 목소리와 다를 바 전혀 없는.
츠키나가 레오:... ...응, 들어와. (급히 표정을 갈무리하려 애쓴다. 늘 하던 대로, 본능에 가까운 감각이 대신 대답을 했다.)
스오우 츠카사:...? (문을 열자 어쩐지 평소보다 더 굳어있는 듯 한 얼굴에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여, 어제 잠을 설치기라도 하셨습니까?
츠키나가 레오:으응, 그... (급하게 만들어내는 변명거리는 설득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너를 보고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아, 맞아. 어젠 왠지 잠이 잘 오질 않아서~... 밤 사이에는 별일 없었지?
스오우 츠카사:... (당신을 걱정스럽다는 듯 빤히 보더니 이어 들리는 말에 작게 한숨을 쉬어) ... 제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 드렸는데... 네. 다행이게도 별일 없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그렇다면 다행이네. (너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영 내키지 않지만, 제가 무얼 걸고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것마저도 과분한 욕심이다.) 지금 스오, 또 잔소리 하려다가 말았지. 난 괜찮아~. 그냥 하룻밤 잠 조금 설친 것뿐인걸.
스오우 츠카사:(잔소리를 하려던게 아니였냐는 말에 제 속을 들킨 것 같아 그저 쓰게 웃고 말았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건 어쩔 수 없는걸요. ... 전하께선, 중요한 부분에서 숨기시는 버릇이 있으시니까.
츠키나가 레오:걱정된다면 잔소리만 하지 말고, 조금 더 상냥하게 대해줘~. (이 역시도 언젠가 내가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 모습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 시시각각 가슴께가 선득해지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그러는 스오야말로, 어제 그 일 때문에 잠 설치거나 하진 않았어?
스오우 츠카사:지금도, 꽤나 상냥하게 대해드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주변을 슬쩍 둘러보다, 처소 안이라 안 보이는 곳이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라는 생각에 눈가를 살살 가볍게 쓸어주고는 웃었다.) ... ... 늦게까지 경비를 점검하고 하느라 조금 잠을 덜 자긴 했지만, 늘 있던 일이니까요. 괜찮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엣, (평소 같았으면, 어디서든 몸에 닿는 일을 섣불리 하지 않던 네가 먼저 닿아오다니. 이런 감상으로 끝냈겠지만, 오늘은 그런 손길 하나하나가 문득 소중하게 여겨진다. 평소처럼 웃어보이려 애를 썼고.) ...드문 일이네. 스오가 웬일로? (제 눈가를 쓸던 네 손을 잡아 가볍게 손등에 입을 맞추고 놓아준다.) 일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나보다 부담이 큰 건 스오 쪽이네. 경비가 강화되었으니 점검할 부분도 많았을 테잖아?
스오우 츠카사:... 그저, 평소보다 더 피곤해보이시길래요. ... 또 피곤하다는걸 핑계로 일을 안 하려고 드시면 곤란한걸요? ...! (농담처럼 장난스레 말을 던지고는 옅게 웃었다가, 이내 손등에 와닿는 감각에 얼굴이 훅 달아오른다. 화들짝 놀라 잡힌 손을 빼내 몇번 꼼지락거리더니 슬쩍 등 뒤로 감췄다.) ... 그건 사실이긴 하지만, 그것이 제 일이고, 해야하는 일입니다.
츠키나가 레오:무우, 벌써 직무태만을 걱정하고 있는 거야? (부러 장난스레 툴툴대다가, 네 움직임에 푸스스 웃어버린다.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사람.) 그거, 어제의 되갚기니까~? 으응, 해야 하는 일이지... (어제의 일이 생각나 눈을 도륵 굴리다) 뭐어~ 스오는 일 방면으로는 전혀 타협 보지 않으니까, 이 얘기는 이쯤 하고. 시간상 슬슬 나가봐야 하려나~.
스오우 츠카사:... 그, 그야 당연하죠! 전하께서 그러시는게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부끄러운 탓에, 또 다시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진다. 이런 일이 전혀 없었던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때마다 처음처럼, 평생 이렇게 살고 싶다고 느낄만큼 심장이 콩콩 뛰어와 애써 열을 식히려는 듯 고개를 푸르르 털었다.) ... 그걸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 네에. 이제 슬슬 나가봐야하니까요. 가시죠.
츠키나가 레오:아하핫, 오늘은 스오가 귀여우니까,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기도? 그야 스오가 일 주제의 얘기를 할 때 타협 보지 않았던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기억하고 있는 것뿐~. (순간뿐이고, 아직 마음 한 구석에는 어제의 무거운 기억이 들어있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조금이나마 기분이 가벼워진 것 같아. 자리에서 슬 일어난다.) 응~ 가자.
스오우 츠카사:... 일을 열심히 해주시는건 감사하지만... 그런 게 아니더라도 그냥도 열심히 해주세요! ... 네. 오늘은 아마 도화제 관련으로 회의가 예정되어 있을겁니다. 가시지요.
정신력 or 건강 롤
츠키나가 레오: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조금 피곤하기야 하지만 어떻게든 눈을 부릅뜹니다.
그야 그대는 한 나라의 군주인걸요,
고작 하룻밤 샜다고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그 쓴 맛에 달나라에 갔던 정신마저 번쩍 든다는 차를 물처럼 들이키고 나선 회의에서는 오늘도 도화제에 대한 여러 회의가 한창입니다.
축제에 관한 세부 사항은 관련 세부 기관에서 결정하면 될 일이라지만….
그러던 와중에 귓가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습니다.
축제의 첫날 밤에 이루어질 불꽃놀이에 관련한 내용이네요.
이 불꽃놀이는 매년 열리는 도화제의 명물이기도 해서, 타국에서도 보러 오는 이들이 아주 많은 편이랍니다.
불꽃놀이 이전에 그대가 연설을 하기도 하고 말이에요.
그런데…,
어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츠키나가 레오:... (익숙한 목소리를 따라 그 주인에게 시선을 주었다.)
신하1:불꽃놀이에 대해서 재고해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신하2: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신하1:최근 가뭄이라고 할 정도로 비가 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자칫 잔불이 커다란 화재로 번질 위험도 있으니…
신하2:그렇다고 한들 지금껏 그런 사고가 난 적이 없지 않습니까?
신하1:그렇지만…, 만에 하나 그런 사고가 난다면...
신하2:어허! 괜한 소리 하지 말고 그대로 진행하도록 합시다.
…… 문득 어젯밤 들었던 목소리와 겹쳐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면 불꽃놀이를 강행하자고 열변을 토하는 관리가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저 사람은…
그렇네요.
이번 도화제를 주관하기 위해 특별히 설립된 부처의 장입니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 그래요.
카미쿠라 코헤이였지요.
도화제의 전반적인 진행과 준비를 담당하고 있는 특별설립부처의 장을 맡고 있는 이입니다.
원래의 관직은 예부상서로,
의례적 절차를 담당하는 예부에서 도화제의 전반적인 준비를 담당하는 것은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어제의 대화와 더불어 반드시 불꽃놀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태도를 합쳐보면…
그렇네요.
어쩐지 그의 태도가 참 껄끄럽고 마음에 걸리지만,
그렇다고 목소리 하나만으로 한 부의 상서씩이나 되는 사람을 내치기에는 마땅한 물증이 없습니다.
심증만으로는 아무것도 행동할 수 없습니다.
생각에 잠겨 말끄러미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어느 새 회의가 끝나고 관리들이 빠른 속도로 물러갑니다.
그대의 곁에 츠카사가 시립해 있습니다.
아무래도 단서를 찾는 것이 시급할 것 같습니다.
사정을 설명한 후 츠카사에게 부탁할 수도 있고, 함께 움직일 수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그대가 철인이 아닌 이상 쉬어야 한다는 것은 마땅합니다.
또다른 츠카사가 찾아올 밤을 헛되이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면요.
츠키나가 레오: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츠키나가 레오:(물증을 찾아야 해. 조금 피곤한 정신 사이로 그런 생각이 또렷이 든다. 곁에 서 있는 네가 느껴진다. 너와 함께 단서를 찾으러 가야 해. 하지만, 대관절 어디에서 무엇을...?)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제와 같이 왕궁의 옆문을 지나 돌담길을 걷다보면 저잣거리로 이어집니다.
축제의 전날인지라 어제보다도 훨씬 붐비는 것 같네요.
오늘도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그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수많은 이들이 지나치고 모여드는 이 곳은 가히 도성의 중심지라 할 수 있어요.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거나 소문을 듣고 싶다면 이 곳만한 곳이 없다지만…,
오늘따라 손님과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기름 가게 주인이 눈에 띕니다.
듣기 롤
츠키나가 레오: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백성1:기름 값이 금값이라더니, 그 말이 사실이로구만.
백성2:어휴, 그렇게 많은 기름을 다 어디다 쓰려는 건지…. 이러다 불이라도 나면 큰일이겠어.
백성1:하긴, 노래도 구구절절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지… 도대체 어디에서 사가는 건지.
백성2:당장 내일이 축제인데 말이여……, 그런데 정말 그 멸망이란 것이 올까?
백성1:예끼! 거 불길한 소리 하고 있어.
츠키나가 레오:...저기, 대화 중에 미안하지만 혹 기름을 한번에 대량으로 사 간 사람이라든가 있었어? (또다시 불쑥 끼어들며.)
백성2:당연히 있었지? ... 원래 도화제 기간이니까, 기름을 많이 사가기야 한다지만, 올 해는 그것치고도 너무 많아서 말이여... 기름값이 여기저기서 치솟아서 난리여 난리...
츠키나가 레오:헤에... 그렇구나. 즉 새로운 손님이라는 거네. 혹시 누군지 기억나? 예년에는 안 보이다가 올해 갑자기 기름을 많이 사 갔던 사람.
백성2:그거는 잘 몰라... 행색이나, 하는 걸 봐서는 어느 집안의 아랫것들 같았거든... 아마 반촌에 사는 양반들이, 개인 불꽃놀이를 하거나 쓸 곳이 있으셔서 사가는게 아니겠어? ... 안 그래도 불길한 노래도 도는데, 찜찜해 죽겠어...
츠키나가 레오:집안의 아랫것들이라, 그렇구나아... (사람을 시켜 기름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양반, 이라고.) 응, 고마워! 기름값 오른 거 힘내! (반촌으로 급히 향한다)
반촌에서 사들여지는 것 같다, 라고 하면…
역시 예부 상서일까요.
그의 자택에 찾아가 본다면 물증을 구할 수 있을까요?
당장에 의심가는 것은 그밖에 없습니다.
지능 롤
츠키나가 레오: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당장에라도 물증을 찾으러 가야겠다는 의욕이 솟구쳐오릅니다.
잠깐만요.
그나저나 우리… 예부 상서의 거처는 알고 있던가요?
츠키나가 레오:흐음... ...그게 문제네. 아무리 왕이라도 거처까지는...
스오우 츠카사:전하...? (곰곰히 고민을 하는 당신을 보고 고개를 슬 기울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건가요?
스오우 츠카사:으음... 그야. 정확한 집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요... 우선 반촌으로 가서 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으니까요. 일단 가시죠.
츠키나가 레오:그것도 그런가... 응, 일단은 가자. (반촌으로 향했다.)
나라의 녹을 먹는 이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반듯하게 세워진 기와집에서부터 고래등같은 기와집까지,
그 크기와 모양은 가지각색입니다.
어제도 느꼈지만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관청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덕에 인기척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 그나저나 이 많은 집들 가운데 어떻게 예부 상서의 집을 찾아내죠?
행운 롤
츠키나가 레오:
행운
기준치:
60/30/12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라고 생각한 순간,
바로 눈 앞에 있는 명패에 [카미쿠라 코헤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것 참, 운수 좋은 날이네요.
츠키나가 레오:....!
고래등 같은 집은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이상한 것이 없습니다.
정말로 그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글쎄요. 모를 일이죠.
일단 안 쪽으로 들어가볼까 싶은데…, 가능할까요?
츠키나가 레오:으음, 들어갈 수 있나. (출입문 쪽을 살펴본다)
(하는 김에 그 주위의 돌담 등도 함께 살핀다.)
출입문 쪽을 살피면, 안에서 마당을 쓸고 있던 몸종이 다가옵니다.
그러나 현재 주인은 계시지 않으니 다음에 돌아와 달라는 정중한 축객령만을 받을 뿐입니다.
이상할 정도로 깨끗합니다.
아니, 사실 이상할 정도가 아니라 이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반역이며 방화라니, 감히 이 평화로운 도화국에 그러려는 이가 얼마나 있겠어요.
어젯밤 겪었던 일들 전부가 꿈이었던 건 아닐까요.
누군가 꾸며낸 거짓말이라 믿고 싶어질 지경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어젯밤 찾아들었던 그의 얼굴이 아직까지도 아른거립니다.
그 얼굴에 얼룩졌던 화상 자국이며 안대로 가려졌던 한쪽 눈 같은 것들,
혹은 그대를 불러오던 그 목소리…….
생각이 많아진 채로 돌아나오던 찰나,
파드득 날갯짓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어라…?
지금 뭔가를 보았나요?
츠키나가 레오:엣...?
관찰 롤
츠키나가 레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예부 상서의 집으로 무리지어 날아드는 새 가운데 한 마리의 발목에, 작은 대나무 통이 묶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타국에서도 전시에나 쓰일 법한 잘 훈련된 전서구 같네요.
… 그런 것이 왜 도화국에?
어쨌거나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벌써 해가 지려는지 노을이 뉘엿뉘엿 저 편에 깔려 있습니다.
일단은 돌아가볼까요.
밤에 찾아올 손님을 맞이하려면 정말이지 조금이라도 자 둬야 합니다.
츠키나가 레오:...흐아암. 스오, 나 조금만 잘래. 졸려... (궁으로 향하는 걸음걸이가 느릿하다)
스오우 츠카사:엣, 벌써요...? (시간을 대충 가늠해보려는 듯 하늘을 올려다보다, 어제 잠을 설쳤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오늘은 부디, 푹 주무셨으면 좋겠네요. (살풋 웃고는 당신을 따라 느릿하게 걸었다.)
츠키나가 레오:(길게 하품을 하고서는 궁에 들어간다. 졸려서 그런지 무의식적으로 너와 가까이 붙어 걷고있다.)
스오우 츠카사:(평소보다 가까이 붙어 걷는게 느껴지자, 조금 걱정되는지 주변을 돌아보더니, 행여나 어디에 걸려 넘어지진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당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걸었다.)
얼마나 잠들었을까요?
눈을 뜨면 어둠뿐인 방 안에 보라색 시선 하나가 빛나고 있습니다.
그대가 일어나기까지 내도록 기다린 것일까요.
앉아있는 자세에는 흔들림조차 없습니다.
일어나셨습니까, 묻는 목소리 역시 여상하고 다정스러울 뿐입니다.
스오우 츠카사:... 어제 밤에 제대로 주무시지 못한게 마음에 걸렸는데. ... 좀 주무셨나요?
츠키나가 레오:...! 뭐, 야. 스오구나. 왔으면 깨우지 그랬어.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 널 마주본다.) ...푸핫, 그때에도 스오는 여전히 스오구나. 묻는 것도 똑같아. 아까 좀 잤으니까 괜찮아. (눈을 살풋 접으며 웃었고.)
스오우 츠카사:... 그야 당연하죠. ... 언제 어디서든, 저는 전하의 스오우 츠카사니까.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고는 고개를 끄덕여) 조금이라도 주무셨다니 다행입니다. (일어나 어제처럼 또 다시 비밀통로를 열어) ... 어제 말씀드렸던 것 처럼, 빈민가로 갈겁니다.
츠키나가 레오:...그렇네. 스오는 나의 스오니까. (네 말에 덩달아 고갤 끄덕이다, 열린 비밀통로를 보고 다짐을 굳히듯 너를 본다.) 빈민굴에, 무언가를 숨겨 두었다 했지.
스오우 츠카사:... 네. 그 곳에 가면,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으실거니까요. 얼른 가시죠. (어제와 같이 당신을 비밀통로로 이끌고는 걸어나가)
츠키나가 레오:...응. (너를 따라 신속히 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츠카사는 자연스럽게 그대를 이끌어 침전의 비밀통로로 향합니다.
먼지와 습기찬 통로를 지나 뚜껑을 밀어 열고 나서면 또다른 복숭아나무 숲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어요.
앞선 등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 새 어둑하고 음침한 뒷골목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뒷골목의 곳곳에는 빈 집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숨겨놓기에는 아주 제격인 곳이죠…,
그렇지만 이 많은 집 가운데 어디에 무엇이 있는 줄 단박 알기란 영 쉽지 않은 일입니다.
… 아무래도 하나하나 직접 뒤져보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겠네요.
츠키나가 레오:켁, 많다. (집들을 놀란 눈으로 둘러보다가) 으음, 이럴 땐 감이지! (1번 집에 가 본다!)
...
문을 열어젖히면 전반적으로 먼지뿐인 빈 공간입니다.
어딜 봐도 잔뜩 낡은 구석구석에는 콤콤한 곰팡이 냄새가 나고 벽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처럼 금이 가 있습니다.
누군가 이 곳에 드나든 것처럼 보이지는 않네요.
츠키나가 레오:여기는 허탕인가... 그럼 다음은..., (2번 집을 향한다.)
들어가 보면 수많은 통이 가득 차 있습니다.
다가가 만져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기름 가게에서 사간 기름들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역시 이 곳에 전부 있었나 보네요.
기름을 잔뜩 머금은 통이 미끈거립니다.
여기에 불이라도 붙는다면 번지는 것은 금방이겠지요.
통이 옮겨진 것인지 사이사이 비어있는 자리가 눈에 띕니다.
……어디로 옮겨진 것일까요?
츠키나가 레오:...나름 머리를 썼네. (5번 집으로 옮겨간다.)
: 문을 열어젖히면 전반적으로 먼지뿐인 빈 공간입니다.
츠키나가 레오:우음... (4번 집을 열어본다.)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이번에는 확연하게 다른 냄새가 납니다.
묘하게 비릿하고 어딘가 서늘한…
오랜 기간 평화를 유지해온 도화국에서 이만큼 이질적인 냄새를 맡기도 힘들겠지요.
눈 앞에는 수많은 병장기들이 놓여 있습니다.
날이 잘 갈린 단도, 장검, 창, 철퇴…
쇠의 냄새에 머리가 흐려질 지경입니다.
이만큼이나 많은 무기들이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던가요.
관아도 아닌 이런 빈민가에 말이에요.
관찰 롤
츠키나가 레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장검 중 하나에 새겨져 있는 이름이 문득 눈에 들어옵니다.
…이 장검, 예부 상서의 것이었네요.
챙겨두면 물증이 될 지도 모릅니다.
츠키나가 레오:...! (조심스레 장검을 들어 챙긴다.) 역시, 이자였어.
스오우 츠카사:... 전하께서 들고 다니시면 불편할테니까요. 제가 들고 다녀도 괜찮겠습니까?
츠키나가 레오:...그럴래? 검은 무사에게 맡기는 게 좋을 테니까. (슬 웃으며 검을 너에게 건넨다.) 고마워. (밖으로 나가 7번 집으로 가 본다.)
문을 열어젖히면 전반적으로 먼지뿐인 빈 공간입니다.
츠키나가 레오:으음... (다음, 8번 집을 열어본다.)
문을 열어젖히면 들리는 것은 날갯짓 소리입니다.
코끝으로 새의 배설물 냄새가 언뜻 지나간 것도 같네요.
곳곳에 새장이 걸려 있고, 안에는 각각 새들이 앉아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새들의 발에는 하나같이 작은 대나무 통이 매달려 있습니다.
전부 하나같이 잘 훈련된 전서구들입니다.
이만큼 한번에 많은 양은 아마 그대도 처음 보았을 거예요.
그야 도화국은 오래도록 평화로웠는걸요.
츠키나가 레오:이거, 카미쿠라 경의 집에도 날아들었던...
(새들에게 매달린 대나무 통들을 살펴본다.)
지능 or 교육 롤
츠키나가 레오: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7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자리하고 있는 전서구들은 비둘기 같은 작은 새들이 아닌, 매와 독수리 같은 크고 머리도 좋은 녀석들입니다.
큰 만큼 의심을 사기도 쉽지만 동시에 멀리 보낼 수도 있는 종류들이지요.
문득 기루에서 들었던 말이 머리를 스칩니다.
어쩌면 이 전서구들이 보내지는 곳은…
츠키나가 레오:...우릴 멸하려는 그 제국...
스오우 츠카사:... (당신의 말에 몸이 움찔, 떨리더니 입술을 꾹 깨물어)
츠키나가 레오:... (너의 움직임에 힐끗 눈을 맞추곤, 슬프게 웃어보였다.) 괜찮아, 스오. 무서워하지 마.
스오우 츠카사:... (다정히 저를 달래오는 목소리에 멍하니 당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작게 끄덕이더니 고개를 돌렸다. ... 이런 시선을 받을 때 마다, 죄책감이 밀려오는건 어쩔 수 없어서.) ... 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츠키나가 레오:조금만 더, 힘내자. (8번 집을 나와 9번 집을 향한다.)
이 곳에는 온갖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려고 하면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사악한 주술이나 무언가를 불러내는 주문들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너무 많아서…,
제대로 읽어보려면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네요.
자료조사 롤
츠키나가 레오:이런 곳에 웬...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아..... 이걸 언제 다 뒤질 수 있을까요?
어지럽기나 합니다.
츠키나가 레오:므으... (책들을 세심하게 살펴본다.)
주문 '타오르는 재앙의 현신'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이게 무슨... (마법 주문 같은 건 써 보지도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문이 안내된 책의 페이지를 뜯어 품에 넣는다.)
스오우 츠카사:... (당신의 등 뒤에서 슬쩍 주문서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 이 곳 말고도 다른 곳에도 무언가가 있을거라고 생각하니까요. ... 얼른 가죠.
츠키나가 레오:그 자들은 정말이지. (네 말에 한숨을 짧게 쉬고선, 12번 집으로 가 본다.)
이 곳은 제법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있습니다.
흔적이라고 해봤자 그나마 창고를 면한 것 같이 보이는 정도지만요.
회의실로 썼던 용도일까요, 벽에는 어지럽게 글월들이 붙어 있고 탁자 위에는 지도들이 널려 있습니다.
증거가 될 터이니 전부 챙겨갈 수 있겠네요.
츠키나가 레오:...잘도, 이런 계획을 꾸몄구나. (글월들과 지도들을 모두 챙겼다.)
(손에 넣은 글월과 지도를, 차례로 훑어보았고.)
글월들은 전부 누군가 보내온 것입니다.
하긴, 이 쪽에서 보낸 것들을 여기에 붙여 놓지는 않았겠지요.
흘려 적어뒀지만, 대략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대략적인 계획은 도화제 첫 날, 불꽃놀이가 일어나는 사이 도성 곳곳에 불을 놓고 그 사이 왕궁을 쳐 승기를 가져오는 것
2. 약 1년 전부터 준비된 계획이며, 계획 안에는 도화국의 관리 몇몇을 매수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음
3. 카미쿠라 코헤이는 매수된 관리 중 하나이며, 그 중 가장 열성적으로 계획에 임하고 있으니 포상을 바란다는 내용
4. 도화국의 왕은 죽여도 관계가 없으나, 스오우 츠카사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도움이 될 터이니 살려서 데려올 것.
글월을 전부 확인하고 나면,
전혀 알지 못했던 음모가 지금 이 순간 그대의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SANc (1/1d3)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1년 전부터 움직이고 있었다고. 그런데도 눈치채지 못했구나. 나는. (글월의 네 번째 문장을 하염없이 읽어내린다. 어쩌면 그 말대로 죽음이 저의 마땅한 결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는. 널 이렇게 혼자 괴로워하게 둬선 안 됐던 거잖아. 종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스오우 츠카사:...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 팔을 세게 잡아와) ... 그렇게 말 하지 말아주세요. ... 도화를, 이 나라를 지키는 가장 큰 책임은, 전하께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전하 혼자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 옆에서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 .... (... 당신의 죽음을 떠오르고, 입에 담으려 하면 어느새 가빠지는 숨을 애써 고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 당신을 제대로 지켰어야 할, 저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 부탁이니, 제발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츠키나가 레오:...스오. (아득해지는 기분에, 힘이 빠져나간 팔이 축 늘어진다. 너는 어째서 그렇게까지, ...그렇게까지 내게 다정해서.) 그렇게 많은 양의 기름을 써서 불을 내고, 그렇게 많은 무기를 들고 성을 치는 걸, 한 사람만으로 막아낼 수 없는 게 당연하잖아. (떨리는 손을 들어 너의 뺨을, 조심스레 매만져 본다.) 나는, 널 만난 뒤로부터 쭉... 너를 지킬 수 없었다는 사실이 가장 슬퍼. 스오. 네가 이런 부분을 타협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알기에. 혼자 죄책감을 끌어안지 말아줘. 최소한, 나눠갖게 해 줘. ...이건 어명이야. (슬픈 듯 눈을 휘머 미소지었다.)
스오우 츠카사:... (뺨을 살살 쓸어오는 손이 잘게 떨리고 있다는건 너무나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 그저 지키고 싶었을 뿐이였지, 죄책감을 얹어주고 싶은게 아니였는데.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마음 한켠이 아렸다.) ... 알고 있습니다. 그 모든 일을 늦게 알아차렸다면, 모든 뿌리를 뽑아내지 않는 이상, 한 두사람이 막아내기는 힘들다는 것을요. ... 그렇지만, ... ... (잘게 떨리는 손을 꾹 말아쥐고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애써 풀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 왜 전하께서 그런 걸 슬퍼하시는거죠. ... 전하께서는 저를 지키지 않으셔도 되는데. ... 호위무사가 전하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걸 탓 하셔야하는데, 왜... (목소리가 잘게 떨려오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츠키나가 레오:...그렇지만, 이 아니잖아 스오. 왕의 명령은 절대니까 말이야. 알고 있지? (제 안의 깊숙이에서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것이 울컥, 목구멍에 걸린다. 얼마나 이렇게 아팠어.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살아남았어. 그것을 애써 삼켜내곤 계속해서 네 뺨을 쓸어주었고.) ... ...왜, 라고 생각해? 한 나라의 왕이 왜, 일개 호위무사를 지키지 못한 걸 슬퍼한다고 생각해? ... ... (힘겹게 웃음을 머금는 입꼬리가 떨린다.) 그건 말이지. 왕이 그를, ...많이 사랑했기 때문이야.
스오우 츠카사:... 네. 알겠습니다. (숨을 애써 가라앉히려는 듯 숨을 들이쉬고는 몸을 잘게 떨어) ... 전하께서 원하신다면, 그렇게 할겁니다. ... 그게, 제 일이니까. ... ... (이내 뒤 이어 들려오는 말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멍하니 눈을 마주봤다. ... 알고 있었다. 가끔 제 쪽에서 먼저 다가오면 사랑스럽다는 듯 휘어지는 눈에, 제게 먼저 뻗어오는 손에 담긴 그 감정을 모를 리 없었다. ... 그렇지만,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였고, 또한 모든 것을 용서해주는 것도 아니였기에. ... 더는 용서받을 수 없는 입장에 서버린 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츠키나가 레오:(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옅게 웃으며, 뺨을 쓸던 팔을 내렸다. 숨을 길게 들이키곤 천천히 저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정말, 스오는 스오구나. 알겠으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그저 한번쯤 말로 해 보고 싶었어.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거. 그러니까 슬픔을 나눠 받고 싶다는 거. ...지금은 이걸로 됐으니까. (사실 이것마저도, 제 쪽에서 감정을 부딪쳐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터였지만.) ... ...너무 오래 있었다. 그만 돌아갈까?
스오우 츠카사:... 몇 번을 말해야 깨달아주실건가요. ... 저는 언제 어디서든, 전하가 알고 계시는 그 스오우 츠카사일건데.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고는 가만히 눈을 마주했다.) ... 네. 오늘도 돌아가셔야, 전하께서도 쉴 수 있죠. ... 돌아가죠.
서찰들과 지도, 그리고 장검을 한 구석에 잘 정리해 두는 그대의 뒤로 여상한 목소리가 울립니다.
아니, 어쩌면 조금쯤 젖어 있었던가요.
스오우 츠카사:… 지금까지 이렇게까지나 일이 잘 풀렸던 것은 처음입니다.
어쩌면, 이번이라면, ... 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끝이라고요?
불현듯 의구심이 차오릅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시간의 인과를 거슬러 오른 존재였죠.
세상이 그리 쉬이 원하는 것을 쥐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그대 역시 잘 아는 사실입니다.
모든 것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라고,
그것은 그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배워 온 사실이니까요.
그저 주어진 인과에 순응하며 휩쓸려 사는 수많은 것들에게도 그러할진대,
감히 그 인과를 거스르고 오른 이가 치러야 할 대가란 무엇일까요?
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차마 묻지 못할 것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던 순간,
스오우 츠카사:…… 내일 밤은 거사일이니 분명 움직임을 보이겠지요.
내일 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전하, 그 때까지 부디 무사하시길.
이 시간대의 저와 함께 계십시오…, 적어도 그는 확실히 믿을 수 있으니.
제 할 말을 다 한 상대는 무어라 되물을 틈도 없이 훌쩍 창틀을 넘어 사라집니다.
묻지 못한 것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 복잡한 얼굴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면,
어느 새 등 뒤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스오우 츠카사:전하, 기침하셨습니까?
그리 말하며 들어온 츠카사가 그대를 보고 아연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 그러고보면 확실히 빈민가는 다소…도 아니고 아주 먼지 투성이였죠.
그 곳을 밤 내내 거닐다 왔으니 적어도 어딘가에 나갔다 왔다는 건 확실하게 들켜 버린 모양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츠카사의 눈이 가늘어집니다.
츠키나가 레오:... ... 스오.
스오우 츠카사:... 분명, 위험하니 섣불리 움직이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린게 며칠 전이였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딜 나갔다 오신거죠? (점짓 화난 듯 보이지만, 걱정이 가득 담긴 얼굴로 당신을 빤히 응시했다.)
츠키나가 레오:... (너를 멍한 시선으로 빤히 마주보고 있다가 문득 네 뺨으로 손을 뻗는다. 하지만 곧 그 움직임은, 도중에 멈춰버리고.) ...스오, 오늘은 내 옆에 있어.
스오우 츠카사:...? (제 뺨에 닿지 않고 멈춰버리는 손에 조금 놀란 듯 눈을 깜빡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겁니다. ... 그게 제 일이고, 오늘은 도화제가 시작되는 날이잖아요? 축제날이니, 경비를 더 강화해야 할겁니다. 그러니 당연한걸요?
츠키나가 레오:... ...응. 오늘은 도화제니까. (손을 밑으로 내린 채 옅게 미소짓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이 드디어 그 날이다.)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내 옆에서 떨어지면 안 돼. ...알겠지? 스오.
스오우 츠카사:... 네에. 원래도 떨어지지 않고 있을 생각이였지만, 전하께서 그리 말하시니 더 열심히 붙어있겠습니다? (살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당신을 슬쩍 째려봐) ...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 어제 어디를 다녀오셨는지를 물어봤습니다...
츠키나가 레오:...그래. 어명이야?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고는) 미안, 스오. 그건 이따가 말해 줄게. 지금은 도화제가 먼저니까. ...부상 같은 건 없어. 그러니 일단은 나가자. ...응?
스오우 츠카사:...? 아니, 그게 무슨...! (알 수 없는 말에 저도 모르게 당황한 듯 얼굴이 굳어) ... 부상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도화제에서 있을 연설은 저녁인데 어디를 가시겠다는건가요!
츠키나가 레오:...그치만, 아직 그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네 말에 잠시 멈춰서서, 너를 돌아본다. 한결 조급함이 가라앉은 표정이 되어서는.)
스오우 츠카사:그러니까, 그 해야 할 일들이 뭐길래...! (마주친 당신의 눈이, 아까보다는 조금 가라앉아있어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 갑자기 무슨 일이신가요...?
츠키나가 레오:... ...해야 할 일들이 뭐냐고. 아주 많이 있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말이야. (어쩐지 쓰게 웃으며 자신의 기억을 고르고, 더듬었다.) ...빈민굴에 다녀왔어. 거기서,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불온한 소문의 출처를 알아냈어.
출처라고 할까, ...근원지라는 말이 적합할지도 모르겠지만. (수없이 말을 고르고 있었지만, 그건 단지 상황을 매끄럽고 명료하게 설명하기 위함일 뿐으로.)
스오우 츠카사:...? 빈민굴이요? 밤에, 다른 이들도 없이 전하 혼자서 그 곳을 다녀오셨단 말입니까? ...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러신겁니까! ... 물론, 아무 일 없이 돌아오셨으니 다행이지만, 무슨 일이라도 생겼더라면 어쩌시려고...! (순간 제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에 눈에 걱정을 담은 채로 당신의 눈을 마주했다.) ... 그래서, 그 곳에서 무엇을 보고 오셨습니까?
츠키나가 레오:어제 빈민굴에서 그 모든 걸 보기 전까지는, 네게 이걸 알리는 것이 옳을지 고민하고 있었어. 하지만 이제는, ...고민할 이유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어. (두려움, 혼란스러움, 그 모든 감정과 대치하는 너를 향한 신뢰와 결의. 그 감정들이 마치 불꽃처럼 녹빛 눈동자 안에서 일렁인다.) ...예부 상서의 카미쿠라 코헤이. 그자가 역모를 꾸미고 있어. 오늘 도화제의 불꽃놀이가 진행될 때, 빈민굴에 숨겨둔 대량의 기름통과 무기를 사용해서 불을 낼 작정이야.
(길게 숨을 한번 내쉬고는) ...스오, 저녁의 불꽃놀이 연설 전까지 시간이 있어?
스오우 츠카사:... (일렁이는 녹빛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다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래서, 어제 회의 때도... ...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른 이들에게 말해 예부를 압수수색 하라고 말해두겠습니다. 네, 저녁의 연설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 (어쩐지 조금은 불안해 보이는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다 당신의 오른손을 단단히 붙잡고는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 불안해하지 말아주세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하를, 이 나라를 지켜내겠습니다. (그러니 아무 일도 없을거라고. 그렇게 만들겠다고 다짐하듯, 옅게 웃고는 손을 놓았다.)
츠키나가 레오:(빠르게 돌아오는 너의 대답. 그리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손등에 와닿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감촉. 말 한 마디가, 일순의 그 감각이 눈동자 안에서 끓어오르던 모든 감정을 냉정으로써 가라앉힌다. 폭풍전야처럼 가라앉은 눈이 오로지 너를 향하고 있다. 이것이 너를 보호하는 길이다. ...그런 거겠지.) ... ...고마워. 압수수색을 하고 나면, 빈민굴에 있는 기름통과 무기도 빨리 몰수해야 할 거야. 그자들과 한 패인 다른 사람이 만약 외부에도 존재한다면, 예부상서가 수색당했다는 걸 듣고 제일 먼저 빈민굴에 그것들을 가지러 갈 거라고 생각하니까. ...함께 지키자. 어느 한쪽만 움직여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 그러니까. (너의 다짐에 화답하듯 옅게 웃어보였고.)
...참, 예부를 압수수색하는 일은 네 말대로 병사를 움직여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스오는 오늘, 가능한 내 곁에 있어줘. (그의 옆에 있으라. 그는 믿을 만한 사람이다. 미래의 네가 종언처럼 고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속삭이듯 덧붙였다.)
스오우 츠카사:... (잠시 예부와 빈민굴에 가기 위한 계획을 머릿속에서 골똘히 생각하다 당신의 말에 멍하니 당신을 바라보았다.) ... 네. 전하께서 그리 명하신다면, 저는 전하의 곁에 있을겁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어느 새 새파란 하늘에는 해가 중천입니다.
축제가 시작되었는지 바깥 역시 온통 분주하고 떠들썩하네요.
그리고 도화국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불꽃들로 인해 멸망하기까지 하루도 채 남지 않은 시각이고요.
아무튼, 어쩌겠어요.
축제는 시작되었고 운명의 시각은 점차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대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유일한 군주이고요.
자, 도화국의 왕이시여.
그대는 무엇을 할건가요?
츠키나가 레오:... (창밖으로 보이는 저잣거리나 농촌, 민가의 풍경은 이다지도 평화롭기 그지없는데. 그러나 이것이 문제였겠지. 이런 안이한 생각으로 있었기에 나라가 등잔 앞의 촛불 같은 처지에 놓인 것이었겠지. 한숨을 한번 쉬고는, 제 옆에 있을 너에게 고개를 돌린다.) ...예부 상서의 압수수색과 빈민굴 수색에 대한 내 명은, 전달된 거야?
스오우 츠카사:네. 아까 밖에 있는 이들에게 전달했으니, 지금쯤이면 예부에 가 있을... (때 마침 들어오는 병사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무언가의 주문이 적힌 책을 하나 내밀어) ... 예부를 수색했더니 나온 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예부상서를 붙잡았다고 하는데, ... 보러 가시겠습니까.
츠키나가 레오:...! (타오르는 재앙의, 여기까지는 분명 어제 제가 읽었던 그것과 글자가 같다. 현현과 귀향. 나타난 재앙을 돌려보내는 주문. 그런 거였구나. 깨달음에 겨운 벅찬 한숨이 나온다.) ...이 책은, 중요한 거네. 스오 네가 가지고 있어줘. 예부상서를 붙잡았다면 만나러 가 봐야겠지. ...안내해 줘.
스오우 츠카사:... 네. (책을 품에 잘 챙겨놓고는 고개를 끄덕여) 현재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네. 우선 가시죠.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열어)
예부상서를 잡았다는 말에 죄인들을 가두어 두는 곳으로 가면,
그대의 발 밑에, 예부상서가 몸이 묶인채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제 처지에도 감히 그대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웃는 눈이 형형하게 빛납니다.
츠키나가 레오:...카미쿠라, 내가 그대를 이런 흉흉한 옥 같은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대는 여전히 사람의 눈을 곧게 쳐다보는구나. (울리는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어려 있지만, 선득하게 날이 선 눈빛으로 미소지었고.)
카미쿠라 코헤이:전하께서 빈민굴에서 모든 것을 보고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어찌 나오실까 참으로 궁금하였는데... (픽 웃고는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 아직도 목소리가 그러셔야, 어디 나라를 제대로 유지하실 수나 있으시겠습니까? 그러니 영월의 황제폐하께서, 이 도화를 집어삼키려 하시죠. 마땅한겁니다! (소리내어 웃음을 터트리고는 입꼬리를 올려 비릿하게 웃어) ... 이 나라를 이 곳까지 몰아넣은 것은, 제가 아닌 전하와 이 나라의 안일함입니다. 아셨습니까?
스오우 츠카사:그대...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그 따위 말을 입에 올리는겁니까! (입술을 잘근 씹고는 손이 희게 질릴 정도로 검을 꾹 쥐었다 놓아) ... 전하, 더는 두고 볼 것도 없습니다. 이 자의 목을 당장 베어내, 이들 일당에게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츠키나가 레오:...스오. (말 대신 너의 앞으로 손을 뻗어, 진정하라는 듯한 모양새를 하였다. 그렇게 몸짓하는 저의 시선엔 어째서인지 흔들림이 없다.) 그래. 보았다. 모든 실체를 알았어. 그대의 검과 기름통과 무기, 또 그대가 영월 제국과 밀담을 나누는 데에 사용했던 전서구도 말이야. 헌데 그런 그대에게 묻겠다. 나라의 군주가 안일함에 빠져 눈이 멀어 있을 때, 그런 군주를 꾸짖고 옳은 길로 가는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 임무는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그대는 그 방법에 대해 내리 공부하고 이 궁에 들어온 거잖아? (허공에 몇 번째인지 모를 긴 숨을 토해내곤, 아까보다 제법 격앙된 목소리를 갖추고 입을 열었다.) 나라가 멸할지, 혹은 태평성대를 누릴지. 그것을 결정하는 건 떠도는 소문이나 노래, 불을 지르는 것과 같이 음침한 역모가 아니야. 진정 도화국을 패망으로 몰아넣은 사람은 그대다. 카미쿠라 코헤이. 나는 이대로 복사꽃이 지는 모습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고개를 비스듬히 뒤로 돌려서는) ...이 자를 끌어내, 목을 베어라.
그대의 말에 뒤에 있던 병사들이 예부상서를 끌고 나갑니다.
그는 의외로 순순히 병사들의 손에 이끌려 걸어갑니다.
... 그대의 뜻대로 간단히 되지 않을거라는 말과 조소를 남긴채로.
스오우 츠카사:... (진정하려는 듯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입술을 꾹 깨물어) 죄송합니다. ... 그저 듣고 있을 수는 없어서. ... 면목 없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착잡함이 어린 표정을 갈무리한 뒤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으며, 너를 향해 뒤를 돌아본다.) 아니, 잘했어. 스오는 옳은 말을 했잖아. ...네가 그렇게 화내줘서 기뻤어.
...일단 궁으로 돌아갈까.
스오우 츠카사:... 그렇게 여겨주신다면 기쁘지만. ... ... 네. 우선 돌아가는 걸로 하죠. 저녁의 연설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까요. 그 때 까지 잠시 쉬실건가요?
츠키나가 레오:응, 그러는 게 좋겠어.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너도 나도 조금 쉬어둬야 나중에 저녁의 일을 대비할 수 있겠지. (고개를 끄덕이곤, 짐짓 눈짓을 하더니 궁으로 가는 길을 앞장서기 시작한다.)
스오우 츠카사:...? 그러면, 일단 남들의 귀가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겠군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말에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당신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츠키나가 레오:(궁에 있는 자신의 거처로 한달음에 향한다. 이내 방에 돌아와 문을 닫고, 자리에 앉고서는 너를 바라보았다.) 휴우. 아직 저녁도 안 됐는데 이렇게나 일이 많다니~... 스오는 괜찮아? 아침부터 그런 말을 들어서 꽤나 놀랐을 텐데.
그것도, 중요한 도화제가 열리는 날에 말이야.
스오우 츠카사:... (문을 닫기 전 주변을 살피고는 당신의 앞에 정좌를 해) ...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는 생각했습니다. ... 그야, 갑자기 나라가 멸할거라는 소문이 돌았는걸요. 무언가를 꾸미는 자들이 없다면, 그런 소문이 돌리가 없으니까요. (당신의 말에 쓰게 그저 쓰게 웃었다.)
츠키나가 레오:...응, 그렇지. 꾸미는 자들이 있었던 거야. 그랬는데도 나는, (하릴없이 쏟아져 나오려던 말을 억누르듯 입을 다물었다가, 까마득한 생각에 매몰된 사람처럼 너를 보았고.) 처음부터 이렇게 주의를 기울이고 움직였어야 했는데. 카미쿠라의 말도 틀리지는 않았어. 내 안일함으로 인해 잃은 것들은 분명히 있으니까. ...있지 스오. 며칠 전 후원에 침입했던 애꾸눈의 소년. 기억해?
스오우 츠카사:... 아니요. 그건 전하께서 잘못하신 것이 아닙니다. 물론 전하께서는, 나라에 대한 책임이 있으신건 맞지만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신걸요. ... 모든 것을 꿰뚫어보실 수 없고,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죄가 있다면, 그건 전하뿐만이 아닌, 다른 이들과 저에게도 있습니다. ... 그러니,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생각에 잠긴 당신을 깨워내려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고는 올곧은 눈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직 그 자의 행방은 찾지 못하였는데... 무언가 걸리는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츠키나가 레오:...정말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너희는. (어렴풋이 미소를 짓고는, 충동적으로 손을 뻗어 골격이 단단히 잡힌 너의 손목을 부드럽게 그러쥔다. 무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냥 부드럽기만 한 손은 아니었지만, 아직 스러지지 않고 굳건히 따뜻한 온도를 품고 있는 손. '그' 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그 아이의 생김새, 스오 너랑 너무 닮아있어서 나도 너도 놀랐었지. 그렇지만 놀랄 것도 없었어. 그 아이는 바로 너였거든, 스오. ...1년 뒤의 미래에서 우리를 찾아온. 그 아이가 내게 모든 진실을 알도록 도와줬어. 이 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지,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스오우 츠카사:너희라니, 그게 무슨... (갑작스럽게 잡힌 손에 조금 놀란 듯 눈이 커지더니, 이내 살짝 힘을 풀고는 당신에게 제 손을 맡겼다. 앉은 자리에 걸맞은 부드럽고 큰 손이 천천히 제 손을 쓸어주는 손길이 따뜻해, 귀에 조금 열이 오르는 것도 같았다.) ... 네. 그랬었죠. 분명 저희 집에서 그럴만한 이는 없었는데... ...? 네...? (이어 들리는 말에 저도 모르게 얼 빠진 소리를 냈다. 미래의 저라니, 그게 무슨, 너무 당황한 탓에, 입 밖으로 나오지 못 한 물음이 머리속에서만 둥둥 떠다녔다.)
츠키나가 레오:나도 그 아이가 어떤 경위로 이곳까지 올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 아이는 네가 틀림없어, 스오. 너를 곁에 둬 왔던 시간들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 (혼란스러워 하는 너의 손목을 여전히 꾹 잡은 채였지만, 그 심정만큼은 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 듯도 하여 옅게 웃음을 지어 보였고.) 그 아이는 아마, 사력을 다해 자신이 보았던 미래를 막기 위해 우리에게 왔어. 그 아이는 한 번 나를 잃고, ...도화국이 멸하는 걸 지켜본 사람이니까. (맞잡은 두 손에 시선을 떨어뜨리며)
스오우 츠카사:... 다른 누군가가, 요술을 써서 전하를 속이려는게 아니라요...? (떨리지 않고 제 손목을 꼭 잡은 손은 진실을 말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역시 불안해져오는건 어쩔 수 없어 괜히 잡힌 손을 쥐었다 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전하께서, 그렇게 말하신다면 우선 알겠습니다. ...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순간 아득해지는 기분이였다. ... 미래에 자신은 당신을 잃고, 도화국이 멸망했다는건가? ... 아까 당신이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미래에서 왔다는 저가, 당신을 이끌고 이 일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려주었다고. ... 그가 아니였으면, 자신또한 아무것도 막지 못한 채로 눈 앞의 당신을 잃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당신의 손을 꼭 맞잡았다. ... 이번에는, 자신만큼은 당신을 잃지 않을거라는 다짐을 하며.)
츠키나가 레오:...지금 우리가 걸어온 시간들은, 그 아이가 바꿔준 새로운 미래야. 그렇게 된 게 모두 내 탓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그 아이에게도 여러 번 들었으니까 번복하진 않을 거야. 하지만 스오, 이것만은 말하게 해 줘. ...너도 호위무사의 사명을 다하여 나를 지킬 테지만, 나도 너를 지킬 수 있게 해 줘. 왕으로서도, 그리고... 츠키나가 레오라는 한 인간으로서도. (갈 곳을 잃고 겁 먹은 채 허공을 떠돌던 너의 시선, 차디찬 손끝. 금방이라도 바스라져 내릴 것 같은 침잠한 눈동자. ...그런 것들을 다시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여전히 시선은 두 손을 향한 채다.)
스오우 츠카사:... (저를 지킬 수 있게 해달라는 말에 계속해서 떠오르는 의문을 애써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당신은 대체, 그에게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보고 왔기에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걸까.) ... 네. 알겠습니다. 저도, 호위무사로서, 그리고 스오우 츠카사로서, 전하를 지킬테니까요. ... 물론, 위험할 때는 전하를 제일 우선으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셨죠?
츠키나가 레오:...평소라면 스오부터! 라고 했겠지만. 지금도 그러고 싶지만... 알았어. 왕의 죽음은 곧 국가의 패망이니까. 도화를 지키고 너를 지키려면 나도 살아야 되겠지. (저릿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끌어올려 네 눈을 마주한다. 소중한 이를 잃지 않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란, 잃고 난 뒤의 고통에 비한다면 한없이 값쌀 뿐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도화제가 시작되면, 불꽃놀이가 진행되는 곳 근방의 경계를 부탁해. 영월국의 사람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 뒤에는, 이제 저녁을 기다릴 수밖에 없으려나. 내가 아는 선에서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 같으니까. 틀리지 않았다면 좋겠지만.
스오우 츠카사:네. 이 나라를 위해서, 전하를 위해서. ... 그리고 저를 위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주세요. 저는 그거면 됩니다. (... 이 앞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였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당신이 조금이라도 기분을 풀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내 마주한 당신의 눈에 애써 부드럽게 웃어보았다.) ... 네. 맡겨주십시오. ... 연설 때도, 저는 전하의 곁에 있겠습니다.
어느 새 노을이 뉘엿하게 지고, 지평선 쪽으로는 별이 떠올라 있습니다.
곧 쌍어궁이 떠오르겠지요.
그대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했지만…
그게 완전하게 이 모든 일들을 막은 것이 아님을 압니다.
예부 상서는 어디까지나 이 모든 일들을 저지른 이들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요.
여전히 영월 제국에서 온 이들은 남아 있고, 분명 계획을 실행하려 들 것입니다.
그 계획이란 것이 어디에서 실행될 지도 모르는걸요.
그렇지만 걱정스럽게 하늘을 바라보다가도, 그대는 우선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합니다.
지금 걱정한다고 해서 될 일이었다면 진즉 되었겠지요.
불꽃놀이가 이루어지기 전 하는 연설은 군주의 의례와도 같은 것입니다.
지금도 저잣거리에서 백성들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 걸요.
츠카사와 다른 이들의 호위를 받아 저잣거리로 향합니다.
연단 위로 올라서면 모두가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아요.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을 여는데,
군중 속에 섞여 있는 보라색의, 하나뿐인 시선과 눈이 마주칩니다.
입술이 벌어집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소리내어 말하는 것만 같이 그대에게 소리 없는 말들이 전해집니다.
스오우 츠카사:(당신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 채로, 한 글자, 한 글자 입을 열어)
'바로 지금, 하늘 위.'
입모양과 함께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반짝.
쌍어궁이 떠올라 있습니다.
그 옆에서 무언가… 반짝였던가요.
몇 번쯤 눈을 깜박이면 그것은 어쩐지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니, 확실하게 가까워지고 있어요.
애시당초 별조차도 아닙니다.
별은 저렇게 밝게 타오르지 않는걸요.
저건…,
불꽃입니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복사꽃 송이송이 붉은 어둠 물들어,
만발한 이 땅에 별꽃 가득 내렸다네
깊고 어두운 밤 커다랗게 입을 벌려,
피어나는 모든 것을 삼키고 말았다네
진정 그 말대로,
모든 것을 집어삼킬 불꽃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쾅!
하나, 둘, 셋.... 도대체 이게 몇 개야?
어림잡아도 524개는 될 것 같네요.
순식간에 도성 안은 비명소리와 울음소리로 아수라장이 됩니다.
SANc (0/1d6)
츠키나가 레오:... ...! (붉은 어둠. 별꽃. 그것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였던가. 하지만 어째서 하늘에. ...혹시.)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 옆에서 츠카사 역시 아연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볼 뿐입니다.
지나친 충격이 닥쳐들면 오히려 반응이 늦어진다던가요.
그런 두 사람 사이로 누군가가 훌쩍 뛰어듭니다.
스오우 츠카사:(그대에게 날아오는 칼을 튕겨내고는 상대를 빠르게 베어내더니 당신을 돌아봤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봐왔던 그 순간이였다. ... 우선 첫번째 고비는 넘겼다지만,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기에, 다급하게 당신을 돌아보았다.) 전하, 정신차리셔야합니다!
츠키나가 레오:...!! (눈앞에서 쓰러지는 사람을 몇이나 보고서야 비로소 너를 선명히 눈에 담는다.) 스오! ...스오, 저건. 저것도 네가 아는 미래에 벌어졌던 일이야?
스오우 츠카사:... (흐려졌던 눈동자가 다시 선명해지는걸 보고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후원의 언덕 쪽으로 눈짓을 했다.) 그건 맞지만, 지금은 그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그 눈짓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커다란 불꽃이 복숭아 언덕을 향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츠키나가 레오:...?!
연단에서 가볍게 뛰어내린 츠카사가 이내 제가 눈짓한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그 발걸음에는 망설임이라곤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를 따라가면서도, 문득 아연해집니다.
... 그는 이런 광경을 도대체 몇 번이나 보아온 걸까요?
그의 발걸음을 따라 도착한 후원은 이미 아수라장입니다.
커다란 불꽃이 복숭아 나무 언덕 곳곳을 불태우고 있어요.
가뭄이 들어 바짝 말랐던 탓에 더욱 잘 타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이대로라면 전부가 타 버리는 것도 금방이겠지요.
불꽃은 기이하리만큼 커다랗고, 어쩌면 감당할 수 없을 것도 같습니다.
SANc (1d3/1d20)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츠키나가 레오:
rolling 1d3
(
2
)
=
2
관찰력 롤
츠키나가 레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불꽃 안에서 발버둥치는 사람의 인영이 몇 개 보입니다.
아, 설마 저것은…
문득 주문에 적혀 있던 마지막 말들이 떠오릅니다.
주문을 외우는 사람마저 불타버릴 수 있으니 주의할 것….
고기가 타는 냄새가 매캐하게 납니다.
SANc (0/1D4)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72/36/14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4
(
3
)
=
3
...타오르는 재앙의 헌신. 분명 그거다, 그 기괴한 마법 주문. (경악한 목소리가 제 몸까지 집어삼킨다. 기어이 세상에 현현했구나) 설마, 영월국의 사람들인가?!
스오우 츠카사:(예상했다는 듯 후원을 한번 빙 둘러보다 불꽃 안을 아무 감흥이 없는 눈으로 한참동안 들여다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렸다. 지금 저들에게 충격을 받거나 동정을 던지기엔, 너무 먼 길을 돌아오기도 했고 중요한 건 그들이 아니였으니.) ... 혹은, 도화국의 변질자일겁니다.
츠키나가 레오:(알아차릴 새도 없이 미간과 눈썹이 일그러진다. 기어이 제 앞길을 막고야 마는 저들에 대한 분노. 분노다.) 막아야 해, 하지만 어떻게... ...아, 스오. (현재의 네게 고개를 돌리며) 책, 그 책! 지금 있어? 거기에 저 불을 멈추는 주문이 적혀 있었어!
스오우 츠카사:... (급히 제 눈 앞의 둘을 따라 달려온 곳에 보인 볼길에 놀란 듯 숨을 들이켰다가, 이내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가볍게 털어내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 책이라면, 예부에서 나왔던 그 책 말인가요? (품에 넣어놓았던 책을 꺼내 주문이 적혀있는 페이지를 열었다)
츠키나가 레오:...! 맞아, 그거. 잘했어 스오! (페이지에 적힌 글귀를 빠르게 읽어내려간다. 이런 주문에 과연 섣불리 손을 대어도 괜찮은 건가. 모르겠지만, 지금 저가 알고 있는 대항할 수단은 이것뿐이었으니까.) 읽는 것만으로 습득된다니... 그럼, 지금 당장 내가 이걸 외워도 좋은거야?
스오우 츠카사:... 우선, 그런 것 같습니다만, ... 많은 사람의 힘이 있어야 돌아간다고 하는데, 저와 전하 만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됩니다. ... (내키지는 않았지만, 미래의 자신이라 들었던 이에게 시선이 가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츠키나가 레오:...사람들을 모아올 수 없을까. 아니면 병사들만이라도. (저도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고 너희를 번갈아 보다가, 이내 결심한 듯 눈을 감았다.) 우선, 나부터 해 볼게. 시간이 없으니까... (숨을 들이키고, 내뱉음과 동시에 주문을 외운다.)
스오우 츠카사:... 잠시만요, 전하! (저가 말릴 틈도 없이 주문을 외우는 당신을 보고는 놀란 듯 팔을 세게 잡고는 살짝 흔들어 말렸다.) ... 기다려주세요. 후원에 불이 났으니 곧 불을 끄러 병사들이 올겁니다. 그리고, 이 곳에는 전하 한명만이 있는게 아닙니다. ... 그렇게 섣불리 도전했다 화라도 입으시면 어쩌려고 그러시는겁니까!
츠키나가 레오:...그치만, (순간 말문이 막혔다가, 제가 화를 입을지 모른다는 말에 탄식 같은 숨을 뱉었다.) 알았어. 나도 침착하지 않았네... 미안.
스오우 츠카사:... 아직 시간이 그렇게 촉박한 것은 아닙니다. ... 곧 병사들이 올 것이고, 지금은 저와, ... (머뭇거리다 또 다른 저를 바라봐) ... 저 자도 있으니까요. 모든 것을 전하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아주세요. ... (잠시 머뭇거리다 또 다른 저에게 다가가 주문을 일러줘)
츠키나가 레오:
rolling 1d3
(
3
)
=
3
궁에 불이 붙었는걸 끄러 온건지, 병사 세 명이 저 멀리서 물을 들고 달려오고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이봐, 이쪽! 이쪽으로 와서 이걸 도와줘. 어서! (병사 세 사람을 부르고, 주문을 읽힌 뒤 저도 다시금 심호흡을 한다. 저를 지키려 서 있는 두 사람의 너를 번갈아 바라본 뒤, 폐에 공기를 천천히 흘려넣었다. 더 이상 불타서 재가 되는 것들이 없기를. 무언가를 잃지 않기를. 복사꽃이 다시 피어나기를. ...느릿하게 외운 주문이 명징하게 울린다.)
스오우 츠카사:... (병사들이 달려와 그들도 같이 주문을 외는 것을 보고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고개를 돌려 불길을 바라보았다. ... 미래의 자신이 보고 왔던 시간대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가 있는 시간대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을거라는 결의를 품고는 천천히 주문을 읊었다.)
스오우 츠카사:
... (이내 주변에서 하나 둘 주문을 외는것을 보고는 저도 같이 주문을 외려 눈을 감았다. ... 여러번 시간을 돌려왔지만, 그 기회도 더는 주어지지 않았기에. 이번에 막지 못한다면 더는 길이 없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막겠다는 결의를 다시금 다지고는, 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주문을 외었다.)
…… 얼마나 주문을 외웠을까요?
문득 그대는 주변의 온도가 한결 낮아진 것을 감각합니다.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면 거짓말처럼 불꽃들이 사라져 있어요.
……정말로?
스오우 츠카사:... (최대한 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주문을 외었던 탓일까, 온도가 낮아지는 것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기력이 하나도 남김없이 제 몸을 빠져나가는 기분에 순간 몸이 휘청거리더니 급히 당신을 돌아보았다.) ... 전하, 괜찮으십니까?
츠키나가 레오:(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묘한 감각. 저도 몰랐던 제 안의 힘이, 그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롭고도 기이한 힘이 빠져나간 기분에 잠시 서늘하게 식은 하늘을 멍하니 보았다. 곧 천천히 너를 마주하며.) ...스오. 으응, 괜찮아. 이거, 잘 된 걸까? 우리... 성공한 거야?
스오우 츠카사:... 네, 아마, ... 불이 꺼진 것 같으니 성공 한 것 같습니다. ... 그렇지 않을까요. (살살 울려오는 머리를 진정시키려는 듯 이마를 짚다 아무 말도 않은 채 멍하니 서있는 또 다른 저를 바라보았다.) ... 괜찮으신가요?
츠키나가 레오:... ...스오. (짐짓 입술을 깨물며 미래의 너를 조심스레 살핀다.)
스오우 츠카사:... (모든걸 다 쏟아넣겠다는 각오를 하고 주문을 외었지만, 제 몸이 감당할 수 없을만큼 쏟아부었던걸까. 눈 앞에 순간 검게 물들더니 애써 눈을 깜빡여도 시야가 흐릿했다. 주변에서 뭐라 저를 부르는 것도 같은데, 웅웅 울리는 이명에 머리까지 아파와 귀를 막았다.) 저는,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 다행입니다. (무어라 더 말하려 했지만, 이내 다리가 풀려 풀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털썩.
츠카사가 힘없이 주저앉습니다.
하나밖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눈에서는 눈물이 그칠 줄을 모르고 흘러내립니다.
그 얼굴은 어떤 환희에 차 있는 것도 같고,
달리 보자면 어떤 탈력감에 가까운 것도 같아요.
그대가, 아니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어떤 감각들이 그를 뒤흔들어 놓는 것만 같습니다.
… 그야 그는, 단 한 번도 그 모든 것들을 제대로 내보일 수 없었을테니까요.
그 얼굴을 보고 있자면, 글쎄요.
그대조차도 형용할 수 없는 어느 감각이 그대 자신을 흔들어 놓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까,
참으로…
???:재미있구나.
라고, 그대 뒤에 서 있던 누군가가 웃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스, 스오! 괜찮아?! (다리가 풀려 주저앉는 너와 함께 무릎을 굽혀 까라졌다. 멈출 줄 모르는 감정의 응어리들. 그 무게를 감히 짐작할 수 없지만 덜어주는 것만은 하고 싶어 네 눈물을 훔쳐주다가, 어깨를 감싸안다가, ...그때 나타난 수수께끼의 존재를 홱 돌아본다.) ...! 너, 는 누구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아름다운 남자 하나가 그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연하게 웃는 그 얼굴은 마치 이 세계의 것 같지가 않습니다.
꽃같은 얼굴을 하고서 남자는 한들한들 걸음을 옮겨 이내 츠카사의 앞에 섭니다.
???:그리 악에 바친 얼굴을 하고 있더니만…, 실로 그 재앙을 치워버릴 수 있을 줄은 몰랐지. 아슬아슬했어, 아슬아슬했지만… 역시 너희들은 절박할 수록 퍽 즐거운 것들을 내게 보여주는구나. (픽 웃고는 꽤나 다정한 손길로 눈가와 볼을 살살 쓸어줘)
상냥하기까지 한 어조로 이야기하며, 남자는 눈물이며 화상자욱으로 엉망이 된 츠카사의 뺨을 쓸어줍니다.
... 그러나 이어지는 말까지 상냥하지는 않습니다.
???:(천천히 뺨을 쓸어주던 손길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이내 손으로 츠카사의 턱을 가볍게 들어올려 눈을 맞추고는 꽃같이 웃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약조를 지킬 시간이지?
츠키나가 레오:...약조? 그게 무슨,
스오우 츠카사:... (중심을 잃고 주저앉았을 때, 안긴 품이 너무나 따뜻했다. 분명 제가 끝 없이 그리워했던 품이였고, 미치도록 바래왔던 품이여서, 애써 북받쳐 오르는 감정들을 눌러참으며 겨우 눈물만 흘렸었다. ... 턱이 들어올려져 마주한 눈이 참으로 어여쁘게도 휘는걸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 잠시 제 몸이 안 좋다고 이런 기본적인 것도 잊어버릴 줄은 몰랐다. ... 바라던 것은 드디어 이루어졌고, 이 곳은 제가 있을 곳이 아니였다. ... 제 옆에 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듯 저를 보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을 흘긋 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이미 처음에 약조하였던 것이니, 준비는 되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자, 잠시만. 스오. 그게 무슨 말이야... 약조라니? 이 사람은 아는 사람이야? (이제 겨우 애통하게 범람하던 감정을 누르고 일어난 듯한 너를, 그 외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어째선지 치밀어 오르는 불안에, 현재의 네가 무사한지를 다시금 눈으로 확인하고 미래의 너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선다.)
스오우 츠카사:... (당신의 말에 작게 몸을 떨고는 애써 시선을 피했다.) ... 제가 전하를 잃고, 영월 제국에서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저에게 먼저 시간을 돌릴 것을 제안 하시고, 또 도와주신 분입니다. ... 그리고, 저는 시간을 돌리는 대가로, 제 존재를 걸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제국의 계략을 막아내었고, 도화가 멸망할 일은 없을겁니다. ... 그러니, 제 역할이 끝났으니. ... 이제 약조를 지켜야하는 때인겁니다.
츠키나가 레오:존재, 라고? (미처 묻지 않았던, 아니. 저 슬픔에 겨운 낯빛을 마주하면 차마 그때의 일을 회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묻지도 못했던 풀리지 않은 비밀. 겨우 그것을 깨닫고 소리 없이 경악을 삼킨다. 그렇지만,) ...그거. 스오는 이대로 죽는다는, 뜻? ...아니지? (두 사람의 너를 번갈아 보다, 수수께끼의 남자를 노려보았다.)
스오우 츠카사:... 저를 도와주신 분이십니다. 그리고, 평범한 인간이 아닌 분이니 그렇게 바라보는건 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을 진정시키려는 듯 손을 한번 힘주어 잡았다 놓았다.) ... 괜찮습니다. ... 죽는건 저 하나일거니, 이 시간대의 저는 무사할겁니다.
츠키나가 레오:그, 래도. 그래도 너는... 이제야 원하는 걸 이뤘는데. (목소리가 무심코 갈라진다. 그야, 아마 몇 번이고 아파하며 시간을 돌렸을 너도. 너도 결국엔 스오우 츠카사가 아니던가. 네 덤덤한 말투에 슬픔이 묻어나는 것은 오히려 제 쪽인 것 같다. 무심코 다시금 남자를 쏘아보려다가, 널 이리로 올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임을 겨우 떠올려 시선을 누그러뜨린다.)
스오우 츠카사:... 그러니 더욱, 지금 가야하는겁니다. ...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때에, 이방인이 끼어있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는겁니다. ... 하나의 작은 균열이 결국 붕괴를 불러오는 법입니다. 하물며 한 사람이 끼어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이것이, 맞는 일입니다. (애써 눈물이 멎은 눈을 한번 쓸고는 휘청거리며 다시 일어났다.)
츠키나가 레오:... ... (네가 휘청거리며 일어나는 순간, 저도 발을 맞춰 몸을 일으키곤 그대로 너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그렇게 무덤덤하게 말하지 말아줘. 목구멍이 아려오는 것을 애써 참아낸다. 제 시야도 어지러이 흔들리고 있지만, 어떻게든 두 다리에 힘을 주며 작게 네 등을 토닥였다.) ...이방인이라니. 넌 그런 외딴 존재가 아니잖아, 스오. 넌 스오야. 네가 어느 시간대의 사람이든, 어디 있든 간에. ...네가 검을 들었고, 그 검이 지키는 자리에 내가 앉아 있을 테니까. 아니... 네가 만들어준 미래에선 앞으로 계속 그럴 테니까. 그러니까, 넌 영원히 나의 스오우 츠카사야.
...고마워. 미안해. ...어제도 말했지만, 난 앞으로도 계속 스오를 사랑할 작정이니까. 사랑해. (마지막으로 두 손으로 양 뺨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이마에 짧게 입맞춤을 한 뒤 물러난다. 그 눈동자가 못내 일렁이고 있다.)
스오우 츠카사:... (일어나는 순간, 다시 저를 끌어안아오는 품에 멈춘 줄 알았던 눈물이 왈칵, 다시 쏟아져나왔다. ... 사실 가고싶지 않았다.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던 그대를 보고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데,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 몸을 끌어안고는 제발 눈을 떠달라고, 수도 없이 빌었었는데. ... 수없이 시간을 돌고 돌아 겨우 살려낸 그대를, 여기서 마지막으로 보고 싶지 않았다. ... 가능하다면,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 그 평화롭던 시간 속에서 소소하게 애정을 주고 받을 수만 있다면. 아니, 그저 당신을 옆에서 볼 수만 있더라도 충분 했다. ... 당신이 말하는 그 미래에서, 저도 언제까지나 당신을 지키고 싶었다. 자칫 방심하면, 그 말들이 튀어나올 것 같아 이미 부르트고 엉망이 된 입술을 다시 한번 꾹 깨물고는 소리 없이 흐느꼈다. 마지막의 마지막이니까. ... 제대로 끝까지 해내야 했다.)
... (짧은 입 맞춤을 받고는, 순간 멍한 눈으로 당신을 보았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눈가에 매달려 있던 눈물 방울이, 이내 눈을 휘어접어 웃자 소리 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 마지막에서야, 그런 말을 하시면 어떡합니까. ... 그렇게 말 하시면, 제가 여기 머물고 싶어지잖아요...? ... 그러니까, 더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여기서 더 미련을 가지고 떠나게 하지 말아주세요. ... 부디, 무탈하게 살아주세요. ... 마지막이니, 이 정도 무례는 용서해주세요. 전하. 레오씨. ... 사랑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울듯이 웃고는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츠키나가 레오:...그야, 스오 네가, 내가 닿기라도 하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얼굴 하고 있었으니까... 그거 도중에 말했으면 분명 우리, 빈민굴에서 날 샜을 거라구. (네 애달픈 미소가 눈이 부시다. 그 미소에 이끌려 웃는 제 심장이 끊어질 것만 같다. 시간대가 다르더라도 그게 뭐가 중요할까. 어쨌든 이 아이도 제가 사랑하는, 자신만의 충직한 호위무사임에 틀림없는데. 그런 아이가 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지만, 이로써 저도 제 업보를 짊어져야 하는 법이겠지. 천천히, 뺨을 매만지던 손을 내린다. 너의 답은 그것이었구나. 애써 갈무리한 목소리를 내며 네게 웃어보였다.) ...잘 가. 츠카사. 나의 호위무사.
아, 이제는 이별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요
그대 없는 수많은 시간을 견뎌낸 그를 바라봅니다.
이제는 그대 없는 영원마저도 그 어깨 위에 얹혀들 테지요.
그 무엇으로도 그를 위로하고 감싸안을 수 없습니다.
이는 더 이상 그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용서하라고 빌었던가요,
용서하지 말라 이를 악물었던가요.
그러나 어느 쪽이건 츠카사는 그대를…,
다음 순간, 아름다운 남자가 선연하게 웃습니다.
???:이제 약조를 지켜야지.
그 말과 함께 츠카사의 발끝이 느릿하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꼭 잔상이라도 되는 것 같아요.
발 아래서부터 조각조각 흩어지는 그 모양은 꼭 꽃잎과도 같습니다.
이내 붉은 바람이 츠카사를 휘어감습니다.
무릎을 먹어치우고 이내 가슴까지 올라가, 마지막 순간 보이는 것은 오로지 그대 곧게 응시하는 하나의 시선이었다가…
그마저도 흩날려 사라집니다.
분명 각오하고 있었는데도 그 광경은, 그대 가슴 어느 한 켠을 베어내는 것만 같아요.
SANc (1/1d3)
츠키나가 레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츠키나가 레오:
rolling 1d3
(
2
)
=
2
이제는 이 곳에 둘만 남았습니다.
변함없이 그대의 옆에 선 그와 그대가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만 같아요.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같지 않듯, 알기 전과 알고난 후는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시선 끝에 닿은 것은 죄책감일까요,
죄악감일까요.
... 혹은 그 무엇도 아닌 다른 어느 감각일까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문득 고개를 들어올리면,
아. 어느 사이였을까요.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붉은 꽃잎입니다.
그토록 피어나지 않던 복사꽃들이 만개한 채로 새벽 바람에 흔들립니다.
툭, 투둑.
보세요, 비가 내리고 있어요.
선연하고 투명한 빗방울이 꽃잎 위로 부서져 내리고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 아래로 온 세상이 드러납니다.
복사꽃이 피었어요.
아무 일 없는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이것으로 이 나라의 안온은 영원이 되겠지요.
두 사람을 감싸안듯 여우비가 내리고 빛이 쏟아져요.
어쩐지, 눈가가 젖어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 이것은 모두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이 사라지고 남은 아침의 이야기.
끝맺음 둘. 桃花永泓
복사꽃 피어나는 영원이 지극히 깊어
스오우 츠카사, 츠키나가 레오 생환
기나긴 순간을 되돌아, 츠카사는 요그 소토스의 만족스러운 먹을 거리가 되었을까요?
츠키나가 레오:스오... ...
스오우 츠카사:... 네. 전하. 부르셨나요.
츠키나가 레오:... ...사랑해. 언젠가 꼭, 다시 만나러 갈 테니까.
스오우 츠카사:... 아니요. 전하는 이제 저 같은건 돌아보지 마시고, 전하의 삶을 사셔야죠.
... 전하의 시간대에 살고 있는 저는 어쩌려고 그런 말을 하시는겁니까?
... 저도 사랑합니다. ... 그렇지만, 아닌건 아닌겁니다.
츠키나가 레오:...모든 게 시작되기 전인 첫 번째로. 이번엔 내가 갈 테니까. 단 한번이라도 스오가 그렇게 괴로워하고 죽는 건 보고 싶지 않았어.
...내 욕심이지만, 부디 용서해 줘.
스오우 츠카사:... 전하께서 일부러 그렇게 오실 필요는 없는데. ... 모두 제 잘못에서, 그리고 제 욕심에서 시작된 일에, 전하까지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
제가 전하를 용서하지 않을 리 없잖아요?
... 한번만, 더 안아주실 수 있으신가요.
츠키나가 레오:내가 말했던 거 기억나? 적어도 나눠갖게 해 달라, 고 그랬었잖아. 슬픔, 죄책감, 잘못 같은 것들.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 차례야. 스오만 그런 일 당하게 두는 건 불합리하고 말이지.
...그렇다면, 모든 것의 처음에서 기꺼이 날 맞이해 줘.
그런 건 묻지 않아도 돼... 바보. (닿으면 부서질까 염려되어, 천천히 부드러운 손길로 네게 닿는다. 온 몸을 빈틈없이 껴안았다. 그 동안 한없이 아팠을 작은 체구를, 그 안에 든 너의 무수한 시간들을. 나지막이 등을 쓰담는다.)
스오우 츠카사:그런 것들은 전하와 나누고 싶지 않았는걸요. ... 적어도, 나눈다면 좋은 것들만 나누고 싶었고, 제가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전하께만은 이런 일이 없기를 빌었었는데...
... 네. 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기꺼이 기다리겠습니다. 언제까지든, 기다리고 있을테니 너무 서둘러 오지는 말아주세요.
... 바보 아닙니다. 그저, 그저 걱정이 되서 물어보는 것 뿐인데... (빈틈없이 끌어안아오는 손길에, 그제서야 저도 손을 뻗어 마주 끌어안았다. 고개를 힘없이 떨구더니, 당신의 어깨를 소리없이 적셨다.) ... 레오씨, 레오씨. 레오씨...
츠키나가 레오:미안... 스오도 알잖아. 나 제멋대로에 욕심도 많은 거. 앞으로 우리가 더 오래 좋은 것들만 나눌 수 있는 미래로 가기 위해, 가는 거야. 무사할 테니까... 꼭 성공할 테니까. 기다려줘.
...그런, 당연히 되는 것들을 걱정해서 묻는 사람을 두고 바보라고 하는 거야. (등 뒤로 느껴지는 미세한 온기. 맞닿은 몸이 알려주는 미약한 생명. 그 생명이 전하는 너무도 애절한 울음 섞인 목소리. 그런 것들이 저를 울게 만든다. 시야가 속절없이 흐려진다.) 스오. 스오, 내 츠카사... 미안해. 정말로, 그동안 혼자 그렇게 둬서 미안해. 사랑해...
스오우 츠카사:...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가까이서 지켜봐왔는데. 그것도 모를 리가 없잖아요? ... 무사히, 조심해서 와주세요. ... 얼마가 걸리든, 무사히만 와주시면 저는 그걸로 충분하니까.
아닙니다, 정말로, 바보는 아닌데... (... 이렇게 가벼운 언쟁을 하는 것도 꿈만 같아서, 믿을 수 없이 벅차올라 고개를 살살 저으며 훌쩍이다 팔에 힘을 주어 당신을 조금 더 안았다.) ... 레오씨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 미안해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만 해주세요... 저는 그거면 충분하니까... (애써 목을 가다듬었지만, 목이 계속 매여와 그저 웅얼거리며 어깨에 고개를 부볐다.)
츠키나가 레오:응, 그러게. 스오가 모를 리가 없잖아. 그러니 믿고 기다려 주기야. 나도 어떻게든 무사히 갈 테니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너는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그치만, (네게 이끌려 터져나온 울음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서, 저도 퍽이나 목을 가다듬으려 애써야 했다. 죄악감을 토해내듯 낱말을 뱉는다. 이제 다시는 그렇게 보내지 않으리라. 다짐하듯 껴안은 팔에 힘을 싣는다.) 응, ...좋아해. 사랑해 스오. 사랑해. (귓가에 대고 그저 몇 번이고, 눅눅해진 사랑을 고한다.)
스오우 츠카사:... 그치만이 아닙니다. (조금 투정을 부리듯 고개를 젓고는 당신을 달래려는 듯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수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겨우 닿은 등을, 소중하기 그지 없다는 듯 그렇게 조금 더 끌어안았다.) ... 네. 저도 좋아합니다. 사랑해요. (귀에 닿는 사랑에, 저도 같이 귀에 사랑을 속삭이고는 울듯이 웃었다.) ... 사랑해요. 그러니까, ... 앞으로는 행복하기만 해주세요.
츠키나가 레오:(일그러졌던 호흡이 느리지만 차츰 규칙적으로 가라앉아간다. 아직도 가슴께가 찢어지듯 아파. 그렇지만 와닿는 너의 온기가 따스한걸. 등을 토닥이던 손길로 붉은 머릿결을 한없이 쓰다듬다가, 귓가에 닿은 사랑에 결국 눈물을 머금은 채 사무치게 웃어버리고.) 그럼 스오도 행복하게 있어줘. ...난 네가 행복하다면 저절로 행복해질 테니까.
스오우 츠카사:(차차 가라앉는 호흡에 조금 더 등을 토닥이고는 애써 웃었다. ... 이미 다 그을리고 헝클어진 머리라 그러지 말라고 손을 떼어내고 싶은데. 그저 조금 더 이 손길을 느끼고 싶어 모른 척 손에 머리를 조금 더 부볐다.) ... 네. 지금 이 기억으로 저는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 이제 레오씨도 행복해지시겠네요...? (눈가를 살살 쓸어주고는 애써 마주 웃으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츠키나가 레오:(손에 닿는 촉감이 너무도 거칠고 차가워서, 울컥 치미는 날것의 감정을 꾹 삼킨 채 그저 몇 번이나 더 머리를 쓸어주었다. 제 손에 얹혀오는 너의 어리광만큼의 무게가 사랑스럽다.) 으음... 그건 좀 애매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살아가더라도, 나중에는 더 행복해지자. 우리. (울어서 한껏 달아오른 눈두덩에 닿았다 떨어지는 부드러운 감촉을, 이번에는 제 입술로 맞닿았다. 입이 채 완전히 열리지도 못한 애타는 짧은 입맞춤은, 다음을 위해 아껴두는 것이라 애써 생각하며 입꼬리를 겨우 올려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