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그 도중에 등장하는 인장은 픽크루를 사용했습니다! ( https://picrew.me/image_maker/165453 )
그가 사라진 지 오늘로 며칠째였나요.
기억은 하나요?
그래요, 츠키나가 레오.
평생 같이 있어줄 것처럼 굴었으면서, 그렇게 한 순간에 사라져버린 그 야속한 사람이요.
세나 이즈미, 당신은 점점 메말라 가는 기분입니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몸을 씻어내도 결핍된 무언가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피곤한 감정, 빈곤한 정신.
그리고 당신은 꿈을 꿉니다.
저 멀리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영락없는 노인이 보입니다.
그는 당신을 보고 혀를 차더니, 인자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그를 만나고 싶은가?
어떻게 해서든?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면, 붙잡을 수 있겠느냐?
당신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입니다.
답지않게 얼굴이 일그러지며, 떠오르는 대로 말을 뱉었습니다.
네. 물론이죠. 되돌려주세요.
제발 다시 한 번만,
되돌려 주신다면.
그러자 노인의 손길이 당신에게 내려앉습니다.
가호처럼 느껴지는 빛.
그래요, 당신은 어쩌면 정상이 아닐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기회를 주마.
너에 대해 그 무엇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너는 좋은 사람일지.
그것을 증명한다면, 너희는 다시 만날 것이니…
그건, 정말로 신의 목소리였습니다.
세나 이즈미, [크툴루 신화] 기능치 +5.
동시에 SAN -1d5.
세나 이즈미:
rolling 1d5
(
2
)
=
2
이성 -2.
-
……
…… 눈을 뜨면 그곳은 도심 한 가운데의 놀이공원입니다.
왁자지껄 들려오는 관중 소리는 당신의 기억에 그리 익숙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당신을 둘러싼 모든 풍경이 흑백입니다.
대체 나는 어디에 온 거죠?
SANc 1/1d3
세나 이즈미:
기준치:
굴림:
판정결과:
rolling 1d3
(
1
)
=
1
이성 -1.
어리둥절하던 찰나,
주위를 둘러본 당신은 풍선을 쥔 어린 아이가 훌쩍이며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어라?
그 아이만은 색채를 갖고 있습니다.
흑백의 세상에서 홀로 반짝이는 눈물 방울.
가까이 다가가려던 순간, 풍선은 아이의 손을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민첩 판정.
세나 이즈미:
기준치:
굴림:
판정결과:
당신은 날아가버리는 풍선을 붙잡지 못합니다.
무엇인지 모를 허탈함을 뒤로 하고 아이를 돌아보면,
지친 눈이 눈물에 젖은 채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눈치챕니다.
너무 닮아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본능적으로 알 수 있던 걸까요?
이 아이는…… 당신이 그토록 그리워했던 레오입니다.
SANc 0/1
세나 이즈미:...레오군?
기준치:
굴림:
판정결과:
이성 -1.
……8살 정도로 보이는 어리고 작은 아이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확신할 수 있어요. 레오라는 것을요.
그도 어렸을 적에는 영락없는 아이였군요.
그러고 보니 레오에게 옛날에는 놀이공원에 종종 갔었다, 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언젠가 당신과도 놀이공원에 함께 가고 싶다며 환하게 웃던 레오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츠키나가 레오:... ... (눈에 눈물을 한가득 담고, 제 이름을 부른 것 같은 당신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다. 풀 죽은 어린아이의 표정이다.) 누구세요...?
세나 이즈미:(다리를 접어 앉고는 너와 눈 높이를 맞춘다. 당연하지만 역시 이때의 레오군은 나를 알지 못하겠지. 뭐라고 말해야할까. 순간적으로 얼굴에 고민이 지나간다.) 안녕, 꼬마. 나는 네 미래의 친구... (멈칫. 너를 지키지 못했던 주제에 친구, 라고 말할 수 있는걸까. 망설이고 있으면 동그란 눈으로 자신을 보는 네가 있어. ...바보같긴. 미래라고 해봐야 이때의 레오군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할텐데.) ...그냥, 지나가는 사람.
츠키나가 레오:(스르르, 딱 제 눈높이만큼 가라앉는 너의 시선을 마주한다. 당연히 처음 보는 얼굴이다. 너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투명한 녹안이 일렁거리며, 호기심으로 깜빡거린다. 방금 전의 슬픈 기색은 어디 가고, 네 말에 갑자기 반박을 하기 바쁘다.) 우으, 나 꼬마 아닌데! 이름 있어, 레오. 츠키나가 레오!
(꼬마라는 말이 신경을 건드린 걸까? 애써 까치발을 하려고 몇 번이나 끙끙대다가,) ...근데, 형아는 이름이 지나가는 사람이야?
세나 이즈미:그래 그래, 말 안해도 네가 레오군인 건 알고 있어. (못말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다가) ...하아? 이름이 지나가는 사람일 리가 없잖아? ...세나 이즈미.
그게 내 이름. 세나형이라고 불러.
츠키나가 레오:(깜짝 놀란 듯 눈이 다시금 댕그랗게 커진다. 표정 변화가 시시각각이다.) 에에? 형아 나 알아? 왜? 아앗, 혹시 형아 우주인?!
앗, 뭐야~ 이름 있었구나! 세나, 이쥬미... (널 빤히 바라보다가) 응! 세나 형아!
세나 이즈미:우주인은 아니지만, 지금은 비슷한 거라고 칠까.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단 말이지. 그동안 보이지도 않다가, 갑자기 이런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이유가 대체 뭔데.) ...그래서, 레오군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
츠키나가 레오:비슷한 거? 진짜?? 멋지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다가, 이내 너의 질문에 우음, 하고 다시 조금 풀이 죽은 표정으로.) 으응, 그게... 엄마랑 아빠랑 조금 전까지 같이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져서, 어디로 갔는지 안 보여. (츄욱)
세나 이즈미:(피식. 이해할 수 없는 네게도, 이런 어린아이 같은 시절이 있었구나. 뭐, 당연한 말인가.) 그러게, 부모님 손은 놓치지 말고 잘 잡고 있었어야지, 바보 레오군? (네 양볼을 살짝 옆으로 늘린다.) ...엄마, 아빠 찾는 거 도와줄게. 마침 할 일도 없으니까?
츠키나가 레오:앗, 우리 엄마랑 똑같아! 엄마도 손 놓치지 말고 잘 잡고 있으라고 했는데. (양 볼을 부풀리며) 그치만... 나 이번엔 진짜로 꼭 잡고 있었단 말이야. 근데 중간에 루카땅이 보면 좋아할 것 같은 반짝반짝한 풍선이 있어서... 그걸 보다가... 우브븝. (본능적으로 눈을 잔뜩 찡그렸지만, 이내 아프지 않다는 걸 깨닫고 눈을 살그머니 떠서 다시 널 바라보았다.)
엑, 진짜? 엄마 아빠 찾아줄 수 있어??
세나 이즈미:그러니까, 결국 중간에 놓쳤단 말 아냐? 하여간에... (네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래. 엄마, 아빠도 지금쯤이면 레오군을 찾고 있을테고. 더 늦기전에 얼른 가야지? (자리에 일어서서는 네게 손을 내민다.) 자, 이번엔 놓치지 말고 제대로 잘 잡고 있어.
츠키나가 레오:우~, 그치만 그 풍선 아저씨가 자꾸 멀리멀리 가 버리니까... 억울햇! (짐짓 심통난 표정이지만, 머리를 쓰다듬어오는 손길에 조금 누그러져선 너를 보았다.) 으응... 좋아! 세나 형아 대단하다, 난 맨날 엄마 아빠 잃어버리기만 하구 찾진 못하는데! (너의 손을 꼬옥 잡았다.)
당신은 레오를 미아 보호소에 데려다 주기 위해 레오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깁니다.
보호소로 가는 길목에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갖가지 놀이기구들이 보입니다.
아찔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평화로워 보이는 커다란 대관람차, 예쁜 음악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회전목마...
문득 레오의 얼굴을 보면, 정말이지 타고 싶어 죽겠다고 말하는 듯한 어린아이의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길을 잃어버려 혼자 헤매고 있었다면, 그만큼 놀이공원을 즐기지는 못했겠죠.
츠키나가 레오:... ... (두리번 두리번)
세나 이즈미:...레오군, 놀이기구 타고 싶어?
츠키나가 레오:우응?! (정곡을 찔린 표정으로 너를 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입은 놀이기구를 보고 떡하니 벌어져 있다.) ...엄마랑 아빠랑 루카땅, 기다리고 있는데... 그치만 타고 싶어...
세나 이즈미:...정말이지. (이를 어쩐다. 고민하다 머리를 세게 휘젓고는) 아, 모르겠다! 그래, 아주 잠깐이라면 괜찮겠지. 그래서, 레오군은 뭐가 타고 싶은데?
츠키나가 레오:...? (머리를 세게 휘젓는 널 갸웃하며 보다가, 이어지는 너의 말에 엄청 신난 듯 웃었다.) 타도 돼? 형아도 같이 타는 거야?
츠키나가 레오:우아, 재밌었다~ (만면의 미소!) 이제 뭐 탈까~ 형아 형아, 우리 저거 탈까? (롤러코스터를 가리키며 눈을 빛낸다.)
세나 이즈미:(네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천천히 옮기고는) ...저걸, 타자고?
츠키나가 레오:응! 저거 티비에서 봤어, 무지무지 높은 곳에서 어엄청 빨리 간다면서? 재밌겠다...☆ (어느새 너의 손을 꼭 붙잡았고.) 헤헤, 어서~
당신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레오의 손에 이끌려 롤러코스터의 대기 줄에 섭니다.
마침내 입장이 시작되었는데...
직원:응? 아~ 저기, 우리 꼬마는 이건 못 타는데?
츠키나가 레오:므냣, 나 꼬마 아닌데!
직원:아하하, 우리 친구는 키가 너무 작아서 롤러코스터에 타면 휙 하고 날아가 버릴지도 몰라요~
츠키나가 레오:에에엣?! 아니야, 키 안 작아! 완전 튼튼하다구! 맨날 우유도 먹는단 말이얏!
직원:(너를 바라보며 난감하게 웃는다.) 죄송하지만 아이는 탑승이 불가능하세요.
세나 이즈미:...그렇다는데, 레오군? 억지 부리지 말고 그만 가자?
츠키나가 레오:므으... 그치마안... 나 키 안 작은데... (울망울망한 눈으로 세나 봄)
세나 이즈미:...윽. (그런 눈으로 보면 나보고 뭐 어쩌라는 건데.) ...한 번만 넘어갈 수는 없겠죠?
직원:죄송해요 손님, 보호자를 동반해도 정말 다칠 수 있어서... 우리 친구는 조금 더 커서 다시 오자~
츠키나가 레오:므으읏, 나 안 작다구! 바보, 바보 멍청이! (잔뜩 뾰로통해져서 다시 줄 밖으로 나간다...)
세나 이즈미:자자, 레오군. 롤러코스터 말고도 재밌는 건 많으니까 그렇게 실망하지 말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관람차를 가리킨다.) 저건 어때?
츠키나가 레오:(한껏 심통이 나 있다가, 마지못해 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우와, 크다...
저렇게 높이까지 가는 거야...? (관람차를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 마침내 홀린 듯 고개를 꾸닥이고) 그럼, 나 저거 탈래!
세나 이즈미:그래, 그럼. (너를 들어올려 목마를 태우고는 관람차로 향한다.)
츠키나가 레오:...우와앗! (갑자기 훅 높아진 시야에 놀라 너의 머리카락을 잡아버린다...) 우와, 우와아... 형아, 맨날 이렇게 높은 데서 보고 있는 거야? 멋지다...!! 신기해!
세나 이즈미:읏, 너무 세게 잡으면 아파, 레오군. 레오군도, 나만큼은 아니지만 쑥쑥 자랄테니까. 그땐 꼭 롤러코스터 타러 오자.
츠키나가 레오:아앗? 아, 세나 형아 머리카락이었다! 복슬복슬하네~ (머리카락을 살며시 놓아주고선) 므읏, 나 세나 형아만큼 크고 싶은데! 지금보다 우유 더 많이 먹으면 되나?!
...응! 그땐 꼭 롤러코스터 타러 오는거야!
거대하게 세워진 대관람차가 눈에 들어옵니다.
신기하게도 줄은 하나도 없었고,
레오와 이즈미가 관람차 기구 안에 발을 들이는 순간 대관람차는 색채로 물들어집니다.
그러나 두둥실 떠오르는 기구 안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여전히 흑백으로 굳어진 세상만이 보일 뿐입니다.
하지만 레오는 꽤나 들떠보이네요.
세나 이즈미:(하아. 정말이지, 이 흑백 세상도 그렇고, 레오군도 그렇고... 역시 이건 꿈이라고 봐야겠지? 그런 것 치고는 꽤 리얼해서 현실이라고 믿어버릴 것 같지만.) 레오군, 즐거워?
츠키나가 레오:(창가에 몸을 아예 갖다 붙이고 바깥을 구경하고 있다.) 우왓, 높다... 사람들 엄청 작아! 콩알만해서 장난감 같아! (너를 뒤돌아보고) 응? 응, 무지 즐거워!
아까까지는 놀이기구 하나도 못 타고 있었는데... 세나 형아 덕분에 타고 있잖아, 엄청 재밌어! (생글 웃고는) 형아는? 즐거워?
세나 이즈미:나? ...뭐, 나쁘진 않은 것 같네. (따라서 작게 웃어보인다.) 레오군이 즐겁다면 다행이고.
츠키나가 레오:헤헤, 형아도 즐거우면 다행이다! (맑은 미소와 함께, 계속해서 창 밖을 내려다보고.)
대관람차를 즐겁게 타고 내리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러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미아보호소에 가야 할 시간이네요.
이즈미는 처음 레오를 만났을 때처럼, 레오의 손을 잡고 미아보호소를 향합니다.
직원에게 레오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몇 차례 미아 안내 방송이 나갑니다.
얼마간 기다리고 있으면... 아.
대기실 밖에 레오의 부모님과 여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안도한 얼굴로 레오를 향해 이리 오라는 듯 팔을 뻗고 있네요.
츠키나가 레오:엄마, 아빠! 루카땅!
그대로 부모님께 달려갈 것처럼 의자에서 일어난 레오는, 문득 이즈미를 돌아봅니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네요.
츠키나가 레오:(아쉬운 듯 조금 샐쭉한 표정이지만, 이내 배시시 웃어보인다.) 오늘 엄~청 재밌었어, 세나 형아!
세나 이즈미:그래, 나도 레오군 덕분에 재미있었어. 또 미아가 되지 않게 조심하고? ...잘 가. (손을 들어 작게 흔들어보인다.)
레오는 아이답게 때묻지 않은 순수한 미소를 짓습니다.
손을 번쩍 들어 열심히 당신을 향해 흔들며…
츠키나가 레오:정말 고마워~!
...세나 형아를 만나서, 다행이야!
…… 그 말을 들은 순간 당신은 어쩐지 아득한 기분을 느낍니다.
하지만 동시에 안도합니다.
SAN +2
그러나 다음 순간, 어쩐지 그가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정신을 차리려고 눈을 깜빡이면…….
깜빡.
……
…… 눈을 뜨면 또 다시 흑백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정신을 차리면 아까와는 전혀 다른 곳,
… 학교 앞입니다.
관찰력 판정.
세나 이즈미:
기준치:
굴림:
판정결과:
교문 옆 기둥에 새겨져있는 학교명을 보고 당신은 어렴풋이 알아챕니다.
이곳은……. 레오가 다녔던 중학교가 아닌가요?
아까는 놀이공원이더니, 이번에는 중학교?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레오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둘러봐도…
이상합니다.
색채를 가진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요. 오로지 흑백.
흑백입니다.
짧은 시간인데도 그가 또 다시 없다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당신의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립니다.
아까 내가 실수했었나? 그래서 놓쳐버린 건가?
사실 난 지금 현실로 돌아와버린 건가?
온갖 생각이 치밀어오릅니다.
SANc 0/1
세나 이즈미:
기준치:
굴림:
판정결과:
이성치 감소 없음.
그런 당신을 책망하듯 하늘에서는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져내립니다.
당신은 황급히, 또는 허탈하게 비를 피하려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바깥을 바라본 찰나,
이제 학교가 마친 듯 교문에서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한 명, 두 명, 세 명,
그리고,
아.
교문 안 쪽, 건물의 현관문 앞에 멍하니 서 있는 학생 한 명.
자그마한 색채.
제대로 보이지 않아도 알아 볼 수 있습니다. 레오입니다.
매섭게도 떨어지는 비는 쉬이 그치지 않을 듯 합니다.
지능 판정.
세나 이즈미:
기준치:
굴림
판정결과:
그러고 보니 레오가 얘기한 것도 같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을 깜빡하면 마땅히 데리러 와 줄 사람이 없던 게 조금 아쉬웠다고요.
자신이 비 오는 날 여동생을 마중 나갔던 적은 많지만,
누군가 우산을 갖고 그를 마중 나와줬던 기억은 별로 없다고 말이죠.
당신은 비 오는 날 그를 마중 나가본 적이 있었나요?
……편의점 한 구석에 우산 판매대가 보입니다.
세나 이즈미:(편의점의 우산 판매대에서 우산을 적당히 골라 계산한다.)
우산을 구입한 당신은 서둘러 교문 안으로 들어가 현관 앞의 레오를 봅니다.
14살 정도로 보이는 외관.
그런데......
아, 생각해보니 당신. 아직 이 때의 레오랑 아는 사이가 아니잖아요.
모르는 사람이 건네는 우산을 과연 받을까요?
레오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만약에 우산을 주는 것만으로 끝나면 어떡하죠.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헌데 레오가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떡할까요.
세나 이즈미:(바라보는 너의 시선을 마주한 채 네게로 다가간다.) ...레오군.
츠키나가 레오:(비가 오는 코앞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말을 걸어오는 널 보며 눈을 깜빡인다.) 엣, 나는 잘 모르겠지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너, 안녕! 근데, 무슨 일이야?
세나 이즈미:우산, 없지? 레오군이 괜찮다면 같이 쓸까 싶어서.
츠키나가 레오:(네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웃음지으며.) 엇, 어떻게 알았어? 와하핫, 혹시 눈만 보면 다 알 수 있다는 그런 초능력이라도 쓰는 거야~?
마~침 우산이 없어서 학교에서 노숙할까 생각하던 참이었거든! 근데 넌 나랑 같이 써도 괜찮은 거야?
세나 이즈미:뻔하잖아? 다들 하교 하는데 혼자서 현관문에서 멍 때리는 게 딱 봐도 우산 없어 보이고. ...하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학교에서 정말로 노숙할 셈이었던 거? ...괜찮으니까 이렇게 씌워주러 왔겠지? 내 우산, 꽤 크니까 말이야.
츠키나가 레오:엣, ...응응, 그렇네. 너 똑똑한 녀석이구나! 쫑알쫑알 말은 많으면서 꽤나 상냥하고~. 흐흥, 재밌는 녀석은 좋아해! 그럼, 꽤 큰 우산을 가지고 있는 너한테 신세 좀 지겠습니다!
심리학 판정.
세나 이즈미:
기준치:
굴림:
판정결과:
…당신의 말솜씨가 그리도 완벽했던가요?
레오의 표정에서는 당신을 향한 경계심이나 악의가 엿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철썩같이 믿고 받아주다니, 그답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걱정되네요.
수상한 사람을 의심도 없이 따라와주다니요.
…그게 참 묘했습니다.
당신은 레오와 함께 그의 집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그의 집에는 이미 여러 번 가 본 적이 있었죠.
익숙한 풍경이 레오와 이즈미 곁으로 흘러갑니다.
우산을 두드리는 빗방울의 소리가 듣기 좋네요.
츠키나가 레오:으음~, 그러고 보니 큰 우산! 넌 이름이 뭐야?
세나 이즈미:(큰 우산이라는 말에 어이 없다는듯한 눈으로 너를 쳐다본다.) ...하아? 큰 우산?
츠키나가 레오:(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똥말똥 널 바라보았다.) 응! 우산 크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큰 우산이지! 흐음, 마음에 안 들어? 그럼... 으음... (이내 너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눈이 예쁜 녀석?
세나 이즈미:(네 말에 쑥쓰러워 고개를 홱 돌리고는) 너 말야... ...아니, 됐어. 세나 이즈미. 그게 내 이름.
츠키나가 레오:엣, 응? 나 왜? (어쩐지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네 시선을 끝까지 따라가려다가, 이름을 듣고 나서야 다시 바로 서서 걷는다.) 세나, 이즈미... 응, 세나구나! 이름도 예쁘네~ 와하핫! 근데 왜 난 기억을 못하고 있었지...?
세나 이즈미:...뭐, 너는 툭하면 사람을 잊어버리곤 하니까 기억 못 할 수도 있지. 이제부터라도 잘 기억해둬.
츠키나가 레오:헉, 그런가? 나 잘 잊어버리는 건가...! (꽤나 놀랐다는 투로 말하다가) 세나는 대단하네~. 날 엄청 잘 알고 있잖아! 우리도 어디선가 만난 적 있었어? 내가 또 까먹은 건갓...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듯 미간에 힘을 잔뜩 주고 있다.)
세나 이즈미:(...너에 대한 건데 모를리가 없지. 미간을 찌푸리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고는 모른 척 웃어보인다.) ...글쎄. 한 번 잘 생각해봐. 만난 적 있나, 없나.
츠키나가 레오:므읏, 수수께끼 대결인가. 좋아, 어서 빨리 기억해 내랏, 츠키나가 레오...! (눈을 도르륵 굴리다가, 네 어깨를 보곤 우산을 네 쪽으로 슬 기울였다.) 으음, 도무지 생각이 안 나면 어떡하지...?
세나 이즈미:...레오군 집까지 데려다줄 때까지 기억 안 나면 꿀밤 한 대 맞기, 어때? ...물론 농담이지만. (애초에 기억이 없는데, 생각날 리가 없잖아?) 그냥, 언제 한 번 지나가다 본 적 있어. 아주 잠깐이었으니까, 기억 못 하는 게 당연하지. 오히려 내 쪽이 기억력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츠키나가 레오:에~? 너무해 세나. 사람을 잘 잊어버린다는 걸 알면서 벌칙을 걸다닛... (너를 째릿, 바라보다가) 앗, 놀랐잖아~! 그치만 기억이 안 나는 건 답답하네. 우음...
...그런가, 아주 잠깐이었구나. (널 보다가 미소지으며) 세나는 역시 똑똑하네, 그럼 나도 분발한다! 나중에 세나를 만나면 그땐 내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할게.
세나 이즈미:흐응... 그거, 기대해도 되는 거? 뭐,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꽤나 자신있는 거겠지. 그래, 그럼 다음번엔 네가 먼저 인사해주길 기다리고 있을게. (따라 미소 짓는다.)
츠키나가 레오:으음~, 딱 잘라 말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자신은 있어! 오늘은 잠깐 만난 것도 아니고, 세나는 예쁘게 생겼으니까 기억에 확 남을 것 같은 걸~.
세나 이즈미:...넌 그런 부끄러운 말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잘도 하네. (너와 마주치던 시선을 아래로 피한다. 화제를 돌리려는듯) ...어느 쪽으로 가?
츠키나가 레오:에, 이거 부끄러운 말이야? 그런가...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데, 딱히 부끄러울 일은 없지 않아...~? (널 빤히 바라보다가 주위를 사삭 둘러본다.) 앗~ 아, 거의 다 왔네! 저기 앞에 보이는 곳이야, 우리 집.
다행이네~ 이런 날씨에 길 잃으면 어쩌지 했는데. 무사히 와서♪
세나 이즈미:매일 오가는 집을 어떻게 하면 길을 잃는다는 거? 하아, 관두자. 무사히 도착하기만 하면 됐지. ...곧 헤어질 시간이네.
츠키나가 레오:나도 그건 어떻게든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도 안 되는걸. 인스피레이션이 왔을 때라든지, 아님 평소에도 집에 가려고 했는데 다른 곳으로 가 있고... 앗, 쓸쓸하게 무슨 소리야~ 나중에 또 보면 되지! 안 그래?
세나 이즈미:...그러네. 나중에 또, 볼 수 있겠지?
끊김 없는 빗소리 속에서도 이상하게 그의 목소리만큼은 참 선명하게도 들립니다.
마침내 집 문턱 앞까지 도착하면 레오는 당신을 돌아봅니다.
뚝, 뚝. 물방울 떨어지는 젖은 우산을 당신의 손에 들려주며 그는 맑게 웃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우산 잘 썼어 세나, 고마워!
널 만나서 다행이야.
…… 익숙한 아득함과 안도감.
SAN +2
또다시 그가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붙잡기 위해서 눈을 깜빡이면…….
깜빡.
……
…… 이제는 눈을 뜨기도 전에 당신은 직감합니다.
또 흑백의 세상이 펼쳐지겠죠.
그리고 당신은 당신이 모르는 레오를 만날테고요.
그건 설레기도 하지만, 언제 끝이 날까.
언제 온전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착잡해지기도 합니다.
사념이 꼬리에 꼬리를 이을 무렵, 갑작스레 들려오는 외침에 당신은 퍼뜩 눈을 뜹니다.
듣기 판정.
세나 이즈미:
기준치:
굴림:
판정결과:
츠키나가 레오:소매치기얏~!!
크게 울려퍼진 고함, 직후 다급한 발소리가 당신의 바로 등 뒤에서 울립니다.
이거…… 레오의 목소리 아닌가요?
쿵! 누군가가 당신과 크게 부딪힙니다.
행운, 근력 판정.
세나 이즈미:
기준치:
굴림:
판정결과:
기준치:
굴림:
판정결과:
당신은 그 사람을 반사적으로 잡아챕니다.
검은 비니에, 검은 마스크… 누가봐도 소매치기군요.
소매치기는 당황한 채로 발버둥치나 당신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손에는 지갑이 하나 들려 있네요.
…가쁜 숨소리를 내며 뒤늦게 따라온 사람은 상기된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레오입니다.
당신이 레오를 처음 만났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네요. 16살쯤 되었을까요.
레오는 깜짝 놀란 듯 얼빠진 표정으로 서 있다가, 이내 웃으면서 당신에게 불쑥 다가옵니다.
츠키나가 레오:우왓, 소매치기...! (헥헥, 숨을 고르며 소매치기와 너를 번갈아 보다가) 네가 잡아 준 거야?
세나 이즈미:(소매치기를 힐끔 보더니 너를 바라본다.) 응. 그런 것 같은데?
츠키나가 레오:...! 아앗, 내 지갑도 있다! 살았다~, (갑자기 네 손을 불쑥 잡고선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악수하기 시작한다.) 고마워, 진짜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루카땅이 선물로 사준 내 지갑!
세나 이즈미:우왓! 알았으니까 그만 좀...! (정신없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뭐,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 (소매치기를 보고는) ...그만 지갑 내놓지? 경찰 불러서 일 더 키우기 싫다면 말이야.
소매치기:허억, 헉...! 알았어, 알았다고! 지갑이든 뭐든 이제 마음대로 해... 저 주황머리 것 참 끈질기게 따라오네. 신체 능력이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거야...?
(지갑을 던지듯이 너에게 건넸다...)
세나 이즈미:(그제야 소매치기를 놓아준다. 건네받은 지갑을 네게 주고는) 자, 여기. 또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츠키나가 레오:아아, 다행이야...! 루카땅에게 경멸받을 거라 생각했더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죽기 살기로 쫓아왔다고. 고마워, 정말로! (지갑을 받으며 네게 해사하게 웃어보이다가,)
...지갑은 찾았지만, 거기 너! 너는 경찰에 신고할 테닷! 가르르르......
레오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경찰에 연락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어렴풋이 들려오는 경찰의 목소리는, 도착할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경찰, 곧 도착한대! 두고 봐라, 내 소중한 지갑을 가져가려고 한 복수다...! (소매치기를 노려보다가, 힐끗 너를 봤고.) ...아, 혹시~ 너도 경찰이 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 될까? 목격자가 한 명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던데.
세나 이즈미:...뭐, 딱히 지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보니 레오에게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되게 안 좋은 날이 있었다는 것.
부모님과 다퉈서 집에서 뛰쳐나왔는데, 밖에서 작곡을 하던 도중 여동생이 사 준 소중한 지갑을 소매치기당하고.
집에 가는데 신발 밑창까지 망가지는 바람에 맨발로 걸어가야 했었다고요.
굉장히 우울했다고 덧붙였죠.
지능 판정.
세나 이즈미: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레오가 곤경에 처했던 순간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런 것의 반복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가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었다고 느끼는 게 너무 좋아서…
그만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세나 이즈미:...하여튼 길만 잘 잃는 줄 알았는데, 물건도 잘 잃어버리고.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지. 나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어? 레오군.
츠키나가 레오:에, 에엣? 나 길 잘 잃어버리는 건 어떻게 알았어? 설마 얼굴에 쓰여 있나? (진심으로 놀란 듯 널 보다가) 앗, 그치만 아까는 인스피레이션이 흘러넘쳐서 당장 적는 데에만 집중해야 했다구...!
세나 이즈미:그야 그렇겠지만 말이야, 소중한 지갑이잖아? 잃어버리지 않게 잘 간수하라고. 또 소매치기 따위에게 훌렁 빼앗기지 말고. (손가락으로 네 이마를 아프지 않게 꾸욱 누른다.)
츠키나가 레오:므으... 네 말도 맞아. 이거, 내 귀여운 여동생이 내 생일 선물로 사 줬던 지갑이거든~. 죽어도 잃어버리지 말자고 다짐한 거라, 만약 못 찾았으면 오늘은 아마 집에 못 돌아갔을 거야... (생각만 해도 우울한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젠 지갑을 밖에 꺼내놓고 작곡하지 말아야지, 응응...
세나 이즈미:...하아? 지갑을 밖에 꺼내놓고 작곡해? 그거 완전 가져가라는 뜻이잖아. 하여간에... 그래 그래. 이제라도 알면 됐어.
츠키나가 레오:그건 급하게 쓸 만한 펜을 사 왔던 직후라, 어쩔 수 없이... (잠시 시무룩해져 있다가, 문득 너를 바라보았고.) 있잖아, 혹시 음악 좋아해?
세나 이즈미:...갑자기? 뜬금없네. 뭐, 좋아하기는 해. 왜?
츠키나가 레오:...! 진짜? 그럼~, 잠깐만 기다렷! (대뜸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새 것 같아 보이는 노트와 펜을 꺼내서는, 길바닥 위에 앉는다.)
세나 이즈미:...레오군? (너를 따라 네 옆에 앉는다.)
츠키나가 레오:~♪ 앗, 좋아. 오랜만에 명작 탄생의 느낌! (거침없이 노트 위에 오선지를 휘갈기듯 써 내려가고 있다.)
세나 이즈미:(...아아, 벌써 작곡에 몰두했잖아? 이건 뭐, 옆에서 말해도 들리지 않을 것 같고. 피식 웃으며 네가 작곡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레오의 작곡이 거의 다 끝나갈 때쯤, 경찰차가 도착합니다.
경찰은 두 사람에게 몇 가지 간단한 진술을 받은 뒤 소매치기를 끌고 갑니다.
경찰차가 소매치기를 싣고 떠나고, 레오와 이즈미도 이동하려던 찰나......
어라? 레오가 신난 듯 웃으며 당신에게 대뜸 무언가를 건네옵니다.
꼭꼭 접은 종이인데...
펼쳐 보면, 아까 손으로 직접 쓴 삐뚤빼뚤한 악보입니다.
츠키나가 레오:자, 그건 내가 주는 선물!
아까 쓴 곡이야. 제목은... 「도와줘서 고마워, 이름 모를 영웅♪」
세나 이즈미:하아?... (너와 악보를 번갈아보다 피식 웃으며 악보를 다시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그래, 잘 받을게. 고마워, 레오군. ...그리고 내 이름은 세나 이즈미. 네 영웅의 이름 정도는 외워두라고?
츠키나가 레오:세나, 세나 이즈미... (네 이름을 입안에서 굴려보다 이내 미소짓는다.) 그런 이름이었구나. 나 바보지만, 이 이름은 잊지 않을게! (슬 웃으며)
사실 더 제대로 된 걸로 답례하고 싶지만... 당장은 줄 수 있는 제일 좋은 게 곡밖에 없어서 말이야.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길래 써 봤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세나 이즈미:아아, 마음에 들고 말고. 이보다 더 한 선물은 없을 거야. (사실, 네가 주는 거라면 뭔들 좋지만 말이야.) 소중하게 간직할게. 다시 한 번 고마워.
츠키나가 레오:... ...! (예상치 못한 답을 들은 사람처럼 놀라다가, 이내 눈을 접으며 살풋 웃었다. 어쩐지 제 곡을 소중히 여겨주는 것 같은 기분에 가슴께가 간질간질하다.) 응, 그렇게 말해준다면 나도 안심이야.
당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미소.
생각해 보면,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미소는 얼마만에 보는 것인가요.
그는, 뒤돌기 전에 웃으며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츠키나가 레오:그럼 아쉽지만 여기서 바이바이닷! 잘 가, 세나~ 고마웠어.
널 만나서 다행이야!
……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안도합니다.
SAN +2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지금은 무언가 다릅니다.
왜……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요?
아득함이 아닌 공포가 갑작스레 엄습해옵니다.
안 돼요, 아직,
나는 눈을 감고 싶지 않은데.
나는……
깜빡.
…… ……
흑백이… 아닙니다.
빠진 곳 없이 덧발라진 색.
풍경을 눈 앞에서 목도한 순간 당신은 어째서인지 얼어붙고 맙니다.
아니, 내가 눈을 뜨고 있긴 한가요?
나의… 나의……
…레오 군.
눈을 뜰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별도 뜨지 않은 까마득한 새벽.
잠을 자고 있었어야 할 레오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가 나를 내려다봅니다.
아.
경악이 온 몸을 기분 나쁘게 감싸고 흐릅니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옛날의 공연 의상을 입은 채로 서 있는 그의 눈동자가 일렁입니다.
울고 있는 거냐고 묻고 싶은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나를 한참동안 말 없이 내려다보던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떠나갑니다.
가지 마!
소리쳐도 그저 적막이 감돌 뿐입니다.
고요. 암전.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요?
결국 이 모든 것이 운명이란 말입니까.
무엇도 바꿀 수 없다고 내게 각인시켜주는 걸까요.
바닷속에 잠긴 것처럼 숨이 막혀옵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아. 보고 싶어, 레오 군.
...하지만 내가 그럴 자격은 있었을까?
SANc 1/1d3
세나 이즈미:
기준치:
굴림:
판정결과:
rolling 1d3
(
3
)
=
3
이성 -3.
……묻고 싶었어요.
당신은 나를 만나서 불행했나요?
이윽고 완벽한 어둠이 시야를 가로막았습니다.
-
와하하하☆ 너, 얼굴은 예쁜데 노래는 이상해서 재밌어!
그래도, 목소리는 예뻐! 연습하면 좋아질 거야, 네 목소리 정말 좋아♪
아니, 그 때 정말 당신이 그런 말을 했었던가?
생각해보면 당신과 만난지도 몇 년인가요.
꽤 오래 함께했었으면서도 나는 당신을 전혀 몰랐는지도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게, 봐요.
나는…… 처음 보았던 당신의 표정마저 이제는 기억나지 않아요.
말도, 목소리도, 그 무엇도…
……
눈을 뜨면 온통 새하얀 방입니다.
가구가 놓여있는 그곳은 어쩐지 …레오의 방을 완전히 닮아있습니다.
옷장, 침대, 책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세나 이즈미:(침대를 살펴본다.)
푹신한 침대입니다. 베개와 이불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는, 없습니다.
세나 이즈미:.....하아. (책상을 살펴본다.)
위에는 아무것도 없으나 서랍이 다이얼로 잠겨있네요.
숫자 4자리를 입력하면 열리는 방식입니다.
세나 이즈미:...비밀번호? (한참 고민하다가,) ...관두자. (옷장을 살펴본다.)
레오의 옷들이 가지런히 들어있습니다.
아무렇게나 걸려있는 남색 후드 집업과 검은 넥타이가 유독 눈에 들어오네요.
달리 특별한 점은 없어 보입니다.
세나 이즈미:(손으로 머리를 헤집는다. 방금 전 잠긴 서랍이 영 신경쓰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레오군이 서랍을 잠그다니. 대체 뭐가 있기에?)
레오군을 보면 할말이 많았었는데 말이야... ...레오군, 왜 나를 떠난 거야? 적어도 말 한 마디 정도는 하고 갈 수도 있었잖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레오군이랑 나 사이인데. ...아니면, 나만 특별하게 생각했던 거? 그런 거라면, 나는 어떡하지. ...모르겠어, 레오군.
줄곧 묻고 싶었어. 레오군은, 나를 만나서 불행했어?
......
당신의 말이 끝나면, 감겨있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천천히 열립니다.
…얼마만에 마주하는 그의 눈동자일까요.
츠키나가 레오:...세나.
레오는 당신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웃으며 몸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당신을 한아름에 끌어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먼 여정을 지나 내게 왔을 너를, 더없이 소중한 듯 끌어안았다.) 불행이라니, 당치도 않아. 너를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세나.
나, 전부 기억하고 있어.
놀이공원에서 나랑 같이 놀아준 거, 비 오는 날에 나 마중 나와준 거, 소매치기 잡는 걸 도와준 거, 전부......
그거, 전부 세나지?
계속, 나를 도와주려고 애썼던 거지?
처음에는 몰랐지만, 점점 기억이 선명해져서...... 잊지 않으려고 일기장에 적어 뒀어.
츠키나가 레오:네가 나한테 해 준 말들을. 아아, 기억하고 있느라 혼났지 뭐야~.
그동안 혼자 둬서 미안, 세나. 그리고 고마워...
...정말 좋아해.
너를 만난 일이, 어떻게 다행이 아닐 수 있겠어.
세나 이즈미:(자신을 끌어안은 너를 따라서 품에 소중하게 안으며) ...맞아. 전부 나였어. 레오군이 행복했으면 해서, 계속, 계속 도와주고 싶었어. ...그렇게 가버린 너를 놓치고 나서 나, 많이 후회했으니까. 잘난 척 네 옆에 있었던 주제에, 정작 네가 필요로 했던 순간에 네 옆에 제대로 있어주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려서. ...그래서, 레오군이 나를 만났다는 사실이 불행이면 어떡하지, 하고 줄곧... (눈이 뜨거워지다, 곧 눈물이 한 방울, 뺨을 따라 흘러내린다. 목이 메인다. 입술을 깨물어 흐느낌을 애써 참는다.) 사실은, 나를 만나서 다행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어. 그게 몇 번이든 반복되는 거라고 해도. ...보고 싶었어, 레오군. 나도, 정말 많이 좋아해.
츠키나가 레오:(너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만가만 품에 안겨있는 너의 등을 쓸었다. 갈수록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막기가 힘들다. 종내엔 저도 힘겹게 울음을 눌러삼키며 말을 이었고.) ...그랬구나. 세나는 정말로, 늘 내 갑옷이며 방패가 되어줬었구나. 정작 나는 그것도 모르고, 아니. 다 알면서도... 세나. 네가 후회해야 할 일은 하나도 없어. 그야 내가 먼저 말했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네 꿈을 이뤄주겠다고. 그러니까 후회해야 하는 것도, 마음의 짐을 떠안고 가야 하는 것도 전부 나인데.
(네가 우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자, 널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 미안, 세나. 그런 생각 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이제 몇 번이든 말해 줄게. 널 만나서 다행이라고. 정말로, 다행인 순간들밖에 없었다고.
세나 이즈미:바보같은 레오군. 후회를 하더라도 나랑 같이 하고, 짐을 떠안는 것도 나랑 같이 해. 혼자는 너무 외롭잖아. ...이제는 네가 어디로 가든, 너와 발을 같이 맞춰 나갈 테니까. 응, 몇 번이고 계속, 계속해서 말해줘. 나 역시 몇 번이든 말해줄게. 레오군을 만나서 정말로 다행이야.
츠키나가 레오:(끌어안았던 팔을 풀고 너를 마주본다. 서로 눈물로 얼룩진 얼굴이라서, 결국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진다.) ...그치만, 그건 세나도 마찬가지였잖아? 혼자서 무너지지도 못하고 줄곧 버텨 왔으면서... 응. 이제는 전부 같이 하자. 우리.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어떤 길이든 함께 걷자. 이제, 그 옆에는 세나가 있어줬으면 좋겠어. (조심스레 네 뺨의 눈물을 닦아내고, 다른 손으로 너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