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레몬님과 동일 KPC-PC 조합으로 다녀왔던 <SUBURBIA>의 연장 세션입니다.
<SUBURBIA> 이후 시점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기 위해 플레이했습니다.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향긋한 꽃향기가 담긴 바람에 눈을 떠보면, 주변에는 붉은 동백꽃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감탄이 절로 내뱉어집니다.
지능 롤
스오우 츠카사: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동백꽃의 꽃말은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것이 떠오릅니다.
아름답게 피어난 붉은 꽃잎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왜인지 마음 한 쪽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지는 기분입니다.
꽃의 향기는 또 어떤가요.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나요?
SAN + 1d3
스오우 츠카사:(문득 기억을 비집고 들어온 동백꽃의 꽃말. 선연한 색채와 향기가 따스해서, 무심코 미소를 지어버리게 된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 한 구석이 꽉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슬픈 눈으로 동백의 꽃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rolling 1d3
(
3
)
=
3
한참을 둘러보니, 어디서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더니 하늘이 밝아진 것 같아요.
하늘을 수놓은 것은 아름다운 불꽃입니다.
이 근처, 어딘가에서 누군가 불꽃놀이라도 하는 것일까요?
스오우 츠카사:Fireworks...? 이런 데에서도 불꽃놀이를 하는 분이 계시는 걸까요. (하늘과 주변을 휘 둘러보며, 불꽃을 쏘아올린 사람을 찾아본다.)
관찰 롤
스오우 츠카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 멀리, 누군가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불꽃놀이를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오우 츠카사:...혹시, 저분일까요. (조심조심 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 본다.)
앉아있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아주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 한 명, 자리를 잡고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습니다.
주황색의 짧은 꽁지머리, 그리고 익숙한 등.
레오.
스오우 츠카사:... ...!!
그 곳에서 헤어졌던 그가 이런곳에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에게 다가가면, 그는 시선을 계속 하늘에 두고 있습니다.
무언가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불꽃을 구경하는 것 같기도 하고….
스오우 츠카사:... ...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사람의 정체에,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던 발길이 우뚝 멈춰선다. 이건 꿈일까. 지금껏 수 차례 당신이 나오는 꿈을 꿔 왔지만, 이런 풍경에서 이렇게 당신을 만나게 되는 꿈은 없었는데. ...이제는 꿈이든 뭐든 당신을 만난다면 그걸로도 좋지만, 이 감각은 꿈이라기엔 너무도 선명해서 기대를 품어 버린다. 사무치게 그리웠던 당신의 얼굴, 이상하리만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동백의 향. 모든 것에 둘러싸여, 그저 울 것처럼 표정이 일그러진다.) ...레오, 씨? 레오 씨인가요?
츠키나가 레오:...? (사방이 고요한 곳에서, 불꽃이 터지는 소리만 들어오다 갑자기 제 귀에 꽃히는 목소리가 낯설어 몸이 움찔, 굳었다. 다른 소리가 섞여들어온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 환청인가 했지만, 어째서인지 쿵쿵 소리를 내며 울려오는 가슴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기분에 목소리를 무시하지 못하고 돌아봤다. 처음보는 얼굴이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일까. 어쩐지 저도 같이 울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 목을 겨우 가다듬고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너, 뭐야...? 나 알아?
스오우 츠카사:... (아. 절대 잊을 수 없는 지금의 모습. 자신을 아느냐 묻는 당신의 말. 저를 모른다고 말하는 당신의 말. 생각하기 싫어도 자동으로 기억이 되살아나 버린다. 그래, 사력을 다해 잊지 않고 간직해 두었던 그 기억이. 이 재회는 분명, 제가 떠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당신을 만났을 때와 같은 느낌. 굳어진 다리를 옮겨 한 발짝 당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선다. 꿈이, 아닌 걸까. 목구멍이 아플 정도로 울음이 치밀어 오르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눈물이 흐르지 않고 투명하게 두 눈에 담긴 채로. 그렇게 미소만을 지어보였다.) ...그럼요. 저는 레오 씨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꽤 오래 당신을 보아왔으니까요. ...그리고, 당신을 기억해 왔으니까요.
제 소개부터 드리죠. 저는, 제 이름은... 스오우 츠카사입니다. 오랜만이에요. 나의, (익숙한 기억 속 한 장면처럼, 저의 이름을 대는 순간부터 다시금 울컥 북받친 감정을 삼키느라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나의, 레오 씨.
츠키나가 레오:... 그래? 응. 그랬구나. (앉은채로 너를 가만히 올려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보는 네가 하는 말이,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안심이 되는 말들 뿐이라서. 기억도 없고, 이 곳에서 하염없이 앉아있기만 하던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말에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삼키고는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있잖아. 너는 누구야?)
(그저 평범한 자기 소개가, 그저 수 많은 이름 중 하나일 네 이름이. 어째서일까, 아무것도 아니였을 것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서. 이제서야 돌고 돌아 다시 너를 찾은 것 같아 충동적으로 손을 뻗어 네 손을 잡았다. 아직 와닿지 않은 자신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저 지금은 꼭 이 말을 해야할 것만 같아서. 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애써 가라앉히고는, 너를 똑바로 마주보고 머리 속에서 금방 떠오른 말을 입에 담았다.) ... 응. 안녕. 스오.
스오우 츠카사:...! (당신의 눈동자가 어쩐지 일렁이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제 기분 탓이라고. 그렇게 치부하려고 했는데, 다음 순간 당신에게 손이 붙들려 버려서, 다시금 할 말을 잃어버린다. 꼭, 바보가 된 기분. 저도 모르는 사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당신의 옆으로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흔들리는 제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결국 담아두었던 눈물이 후둑, 떨어져 내린다. 아까 끌어올렸던 입꼬리는 아직 그대로라, 웃는 낯으로는 보일 터였지만. 조금 우스운 얼굴로 보이지는 않을까. 벅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삼키며, 그러나 어떠한 환희에 겨워 말갛게 웃고 있는 얼굴이란.) ...여전히, 당신은 저를 스오라고 부르시는군요. 예전에도, 지금도... 정말, 기억 속의 모습과 똑같아요.
제가 정말 보고 싶었던 레오 씨의 모습과, 똑같아.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를 지우듯이 눈가를 슥슥 문지르고는) ...이런 곳에서, 뭘 하고 계셨나요.?
츠키나가 레오:스, 스오...?! (멍하니 너를 보고 있는 사이, 잡을새도 없이 무너져내리는 네 몸을 뒤늦게나마 끌어안았다. 울면서도 행복하기 그지 없다는 듯 웃고 있는 네 얼굴에 급하게 확인하려는 걸 그만두고 그저 품에 꼭 끌어안고는 천천히 토닥였다. 뭔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째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 그래? 미안. 네가 그렇게 말 해도, 나 아는게 하나도 없어서, 그래서... 스오가 말하는, 그, 므으읏... 레오씨...? 가 누군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 미안해. (저를 향해 있는 네 시선이, 사실 다른 사람을 향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문득 너를 조금 더 끌어안았다.)
... 나. 그냥, 여기서 계속 불꽃놀이만 보고 있었어. 예전엔, 다른 곳에 있었던 것 같은데. ... 그것도 오래 되서 잘 모르겠어.
스오우 츠카사:(무릎이 땅에 제대로 닿았고, 딱히 몸 전체가 무너진 것은 아닌데. 그래도 옆에 있던 사람이 봤을 때는... 깜짝 놀라게 해 버린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저를 품에 꼭 안아오는 온기가 느껴져서, 손이 잘게 떨려온다. 이번엔 울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울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당신을 선명하게 바라보고 싶었는데. 기억 어디를 뒤져봐도 없던 당신의 모습이, 제 기억에 새겨지는 순간 하나하나를 흐려지게 두고 싶지 않았는데. 하지만 몸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결국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잠시 묻고 말았다. 당신의 등을 움켜쥐듯 끌어안으며, 떨리는 숨결을 진정시켰다.) ...레오 씨는, 아시는 게 없는 게 당연하죠. 사과하지 않으셔도 돼요. 레오 씨의 기억은... 예전에 레오 씨가 전부, 저에게 주셨으니까요. 저를 구하기 위해서. (이어지는 너의 말에는, 눈물 사이로 웃음이 함께 새어나온다. 미안하다는 그 말이 끔찍이 아프면서도, 신기하게 사랑스럽다.) 그러니까 괜찮아요, 제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제가 다 알려드릴 수 있으니까요. ...레오 씨는 당신을 말하는 겁니다. 츠키나가, 레오 씨. 그게 당신의 이름이에요. (당신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곤 저도 힘을 주어 당신을 꼭 마주안았다가, 서서히 고개를 들어 다시금 여리게 웃어보였다.)
...그랬군요.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그 곳, 그 세계에서 이 곳으로 옮겨 온 것이리라 생각하며.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당신은 사라지지 않은 거지. ...그 의문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선.) 불꽃놀이, 예쁘네요.
츠키나가 레오:(끌어안고 토닥이자, 꾹 참아왔다는 듯 저를 꽉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리는 너를 천천히 토닥였다. ... 뭐라고, 말을 건네고 싶은데. 저를 꼭 잡은 네 손이, 잘게 떨리는 네 몸이 무엇을 그렇게 참아왔는지, 저로써는 헤아릴 수 없어 그저 등을 토닥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 너를 구하기 위해서? 우리가 언제 본 적이 있었던걸까. 자신도 모르는 제 이름을 말하고, 오랜만이라고 말을 걸어오던 너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 너는 네게 그렇게 소중한 존재였던 걸까? 내가 너를 위해 기억마저 다 내던질 만큼? ) ... 츠키나가, 레오. (조용히 뱉어지는 여섯 글자가, 아직은 많이 낯설어서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미안. 아직은 낯설어. ... 스오는, 내가 이걸 기억했으면 좋겠어? 그러면 기억할게. 안 잊어버리고, 잘 가지고 있을게.
... 있잖아. 스오는 불꽃놀이 좋아해?
스오우 츠카사:(모든 것이 낯설다는 눈을 하고 저를 바라보는 당신을 올곧게 마주보았다. 수많은 감정들이 얼기설기 엉켜만 간다. 그 날,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이끌고 여행을 가자고 말하던 당신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런 씁쓸함과, 눈앞에 당신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차오르는 행복. 어쩌면 이건 제게 과분한 행복이 아닐까. 그저 욕심처럼 바라왔던 일이 현실이 되자, 도리어 당신을 눈에 담는 것밖에 할 수 없어져서.) 잊어버렸다가,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니까요. 익숙하지 않은 건 당연해요. ...네, 부디. 꼭 기억해 주세요. 당신의 이름이니까요... 만약 또 잊어버리신다면, 그땐 제가 몇 번이고 다시 알려드릴 테니까.
(뒤이어 네가 물어오는 말에 잠시 눈을 깜빡이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위로 향했다. 하늘을 수놓고 있는 빛의 섬광들이 찬란하다.) 으음... 굳이 따지자면 좋아하는 편이네요. 불꽃이 터지면, 밤하늘이 반짝거려서 예쁘잖아요. ...꼭 당신이 좋아하는 우주처럼요. (꿈꾸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다가 문득 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레오 씨는요? 계속 불꽃놀이를 보고 계셨다고 했잖아요. 좋아하시나요?
츠키나가 레오:(그저 괜찮다고 제게 말을 걸어오는 너를 멍하니 보기만 했다. 괜찮다고 말하는 너는, 기쁜 것 같아보이면서도 감출 수 없는 씁쓸함이 언뜻 보여서 괜히 마음이 아려왔다. ... 너는 정말로 괜찮아? 나도, 내 기억도, 너 조차도 다 잊어버린 나인데도 괜찮은거야? 입으로 꺼내 물어보고 싶은 마음은 산더미같았지만, 보나마나 눈에 쓸쓸함을 가득 담고서 대답할 것 같아서. 괜히 서운하고 미안해지는 마음에 너를 더 힘주어 안았다.) ... 응. 열심히 기억할게. 나 기억력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 스오가 여러번 안 알려줘도 괜찮게, 열심히 기억해둘게.
... 그런가. (저가 좋아하던 우주와 닮았다는 말에 새삼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보면 무언가 달라질 것만도 같았지만, 올려다본 하늘은 몇번이고 봐왔던 풍경과 하나도 다른게 없어서. 그저 입만 몇번 달싹이고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 아니. 사실 잘 모르겠어. ... 옛날에는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노래도 했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래 봐서 그냥 그래. ... 예전에도, 그랬던 적이 있는 것 같아서. 더 별로야.
스오우 츠카사:(제 말을 듣고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저를 멍하니 보는 당신의 모습을 가만히 살폈다. 어쩐지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 불안해하는 것 같기도 한 그 표정에 저절로 쓴웃음이 나와서. 저를 안아주는 당신의 손길을 가만히 느끼고 있다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노을빛 머리에 손을 뻗어 천천히 쓰다듬었다. 당신이 저한테 자주 해 주었던 그것처럼.) 왜 그렇게 뚱한 표정을 지으시는 겁니까.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오늘의 레오 씨는 착한 아이네요. 레오 씨라면 기억할 수 있을 거예요. 분명.
...그런가요. 그렇군요. 하긴, 같은 풍경만 계속해서 오래 본다면 언젠가 질리기 마련이니까요. (느릿하게 말을 이어 나가다가) ...그래도, 노래를 했다는 걸 보면 레오 씨도 예전엔 꽤 불꽃놀이를 좋아하셨던 거네요. 불꽃놀이에서 좋은 영감을 찾을 만큼. (옅게 미소를 지으며 너를 바라보았고.) 그렇지만 반대로, 좋았던 기억이나 소중한 기억이 생기면... 아무리 똑같은 풍경이더라도 계속 기다리고, 또 바라보는 것도 가능하더라고요. ...저는 그랬거든요. 그게 불꽃놀이는 아니었지만.
츠키나가 레오:... 그게 뭐야. (천천히 머리에 와닿는 네 손길에, 어쩐지 그리운 기분이 들어 조금 더 너의 손에 머리를 부볐다. ... 뭔가, 익숙한 기분은 아니지만, 더 해줬으면 하는, 그런 이상하고 간질간질한 기분에 응석을 부리 듯 너의 어깨에 고개를 부볐다.) ...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말이야. 열심히 기억할게. ... 뭔가, 스오가 쓰다듬어주니까 좋다. 계속 해줘. 응? ... 있잖아, 스오. ... 아냐. 아무것도. (계속해서 기분 좋게 뛰어오는 심장에, 간질간질한 기분에 목끝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삼키고는 옅게 웃었다. 지금은, 이걸로도 충분하니까.)
... 응. 그랬는데. 매일매일 노래했는데, 이제는 비슷한 노래만 나오니까. 그런거 별로고 지겹잖아. 그래서 그만뒀어. (무언가 소중한게 있다는 듯 말을 하는 너를 괜히 심통이 난 듯한 얼굴로 쳐다봤다. ... 그 기억은 뭘까. 그 기억에는 내가 있었을까. ... 나도, 그런 기억이 있었을까.) ... 스오는, 어떤 기억이였는데?
스오우 츠카사:... 후후. 레오 씨, 왠지 고양이 같네요. 궁도장에 있던 고양이 레오 씨와 똑같아요. (제 손에, 어깨에 고개를 부벼오는 너의 모습에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푸스스 웃으며 당신의 머리를 계속해서 쓸었다. 동그란 머리 위를, 노을빛의 머리카락을, 그리고 당신의 뺨을. 차례대로 천천히 쓰담았다. 어리광을 부리는 당신의 모습이 신선하고도 사랑스럽다. ...그 동안 줄곧 혼자였으니까. 외로우셨을까. 문득 흘러든 그 생각에, 그리고 동시에 도중에 끊겨버린 너의 말에, 너를 가만히 바라보았고.) 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셔도 괜찮아요. 뭐든 좋으니까요.
글쎄요, ...매일매일 노래한다면, 비슷한 노래만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거 아닌가요? 물론 레오 씨는 천재적인 작곡가이시니까, 매일 다른 곡을 만드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레오 씨도 엄연한 사람인걸요. 색다른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면, 잠시 쉬어가도 되고 다른 일을 해 봐도 되니까요. ...그리고 저는, 레오 씨의 노래를 매일 들어도 전혀 지겹지 않던걸요.
(잠시 멈추었던 손을 다시 올려, 네 뺨을 가볍게 쓸어주면서.) ...불꽃놀이는 아니고 노을이었어요. 저희가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도, 노을 밑에서 제가 당신께 제 소개를 했었거든요.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도, 함께 노을을 봤었고요. 그래서, 노을만 보면 당신이 생각나서. ...그 기억이 너무 소중해서. 그래서, 매일 노을이 지는 걸 기다렸어요. 뭐, 그것밖에 할 수 없었으니까요. (조금 쓸쓸한 기색이 어렸지만, 이제야 비로소 당신에게 이 얘기를 하자니 생각한 것만큼 슬프지는 않아서. 시원섭섭한 기분이 드는 걸 느끼며 작게 웃었다.)
츠키나가 레오:므믓... 그게 뭐야?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 그리고, 고양이 레오씨는, ... ... (어쩐지 어린아이를 달래려는 듯 한 그 말투에, 너의 손에 부비적거리면서도 괜히 툴툴거렸다. 도대체 저의 이름을 어디에다 가져다붙인건지, 투덜대며 너를 조금 더 끌어안으려던 몸이, 밀려드는 기억에 일순 굳었다. ... 궁도장, 고양이, 그리고 너와 나. 마지막 한 마리의 이름을 고민하던 나에게, 바보같은 소리 말라며 제 이름을 따 붙여주던 네가 떠올랐다. 네 말을 들으며, 행복핬던 것 같은 기억에. 제 볼을 쓸어주는 네 손을 꼭 잡고는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그러는 오늘의 스오도. ... 뭔가 다정한 것 같네. 분명, 뭐라고 엄청 화냈던 것 같은데...
... 그냥. ... 그냥 들어줘. 있잖아. 나 스오를 좋아하는 것 같아. 으응. 좋아해. ... 아직 기억나는게 많이 없지만, 확실해.
그런가. 뭐어~... 그냥, 스오는 모르겠지만. 나는, ... 그런 건 싫어. 늘 같은 멜로디면, 누군가는 결국 질려버릴거잖아? (어딘가 조금 씁쓸하게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 (노을, 이라는 네 말에, 눈물이 소리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뭔가, 그렇게 소중했던 무언가였는데. 너와의 기억이 그만큼 소중했던가? 그렇게 소중한 까맣게 잊어버린게 속상했던가? ... 아니면, 그렇게 소중했던 무언가를, 결국 싫어하게 되어버려서 제 곡마저 놓아버렸던게 서러웠던가? 모르겠다. 그렇지만, 주체할 수 없이 뛰어오는 심장이, 아리게 메어오는 목에 더는 참을 수 없어 입을 열었다.) 스오, 스오.. 나, 있잖아. 어라...? 나, 나, 안 우니까, 잠시만...? (형편없이 떨려오는 목소리에 당황한 듯 애써 목을 가다듬었지만, 이내 시야를 뿌옇게 물들여가며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에 제 입술을 꾹 깨물고는 흐느껴울었다. 이제서야 떠올려낸 기억이 너무나 소중해서, 그렇게 돌고돌아 싫어했던, 끔찍하게도 미워했던 시간들이 서러워서.)
스오우 츠카사:...! 설마, 레오 씨. ...기억이 나시나요?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입이 벌어진다. 네가 잡아오는 손을 꾸욱 마주잡고, 예쁘게 휘어지며 웃는 너의 눈을. 너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느릿하게 미소가 지어진다. 저를 좋아한다고 해 주는 당신의 말이 정말로 꿈만 같아서, 잘못하면 이대로 정신을 놓고 쓰러질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심장이 거세게 뛰고 있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어지는 너의 말에 서글픈 듯 주먹을 말아쥐었고.) 저는, 늘 같은 멜로디여도 괜찮아요. 레오 씨가 만드시는 노래는 모두 아름다우니까. ...당신의 노래라면 뭐든 좋으니까, 질릴 리가 없잖아요. (그 동안 몇 번이고 들어왔던 노래들을 되새기며, 짐짓 입술을 이빨로 짓누르다가.) 저도 당신을 좋아해요. 아니, 사랑하고 있어요. 레오 씨. 당신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을. 똑같은 멜로디의 노래뿐이더라도,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이더라도.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부탁이에요.
...아, (그렇게 말하곤 눈썹을 찡그리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불현듯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가 눅눅하게 젖어있는 것을 듣고는 다시 퍼뜩 고개를 들었다. 서럽게 뚝뚝 흘러내리는 눈물들이 뺨을 타고 반짝이고 있다. 저처럼 입술이 하얗게 샐 때까지 꾹 깨물고 눈물을 삼키는 당신의 모습에,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당신을 바라보았다.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고서 눈앞의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그저 바라만 보다가. 너무 갑작스레 터져버린 감정이 목구멍에 가득 걸려서, 아프다.) 레오 씨, ...레오 씨. (속절없이 흐려지는 시야에, 아예 눈을 감아 버리곤 당신을 한 숨에 끌어안았다. 있는 대로 팔에 힘을 주며 너를 제 품에 단단히 끌어당긴다. 울음에 말이 먹혀, 제대로 된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 흐윽, 레오, 씨... 울어도, 괜찮아요. ...레오 씨, 다... 괜찮으니까...
츠키나가 레오:(더는 너를 잡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모든걸 까맣게 잊어버린 것도 모자라, 모든걸 버리려고 했던 제 자신이, 저도 믿기지가 않아 아까까지 붙잡고 있던 너의 손만을 겨우 붙잡은채로 울고 있다가 너에게 있는 힘껏 끌어안겼다. 힘껏 끌어안겨져 맞닿은 네 가슴이 쿵쿵 울려오는 소리가, 저를 끌어안고는 다 괜찮다고 애써 뱉어오는 목소리가, ... 꼭, 정말로 뭐든 상관없다고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서. 저가 모든 것을 알고도 너에게 여행을 가자 말했던 그 때처럼, ... 그리고 어느 뒷골목에서 끊임없이 괜찮다고 되뇌었던 그 때가 생각나 너도 그 때의 나와 같을거라 멋대로 단정해버리고는 네 몸을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더는 놓치기 싫은 마음에, 덜덜 떨려와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과 팔에 억지로 힘을 주고는 너에게 매달리듯 너를 끌어안고는, 너에게 고해를 하듯, 웅얼거리는 울음사이에서도 힘겹게 말을 뱉어냈다.) 스오, 스오, 미안해, 내가, 흐윽, 다, 잊어버리고도, 그것도 모자라서, 윽, 다 싫다고 했어. 더는, 더는 아무것도 보지 않기를 빌었어. 미안해. 너는, 다 기억해주겠다고 했는데. 그랬는데, 나는...
스오우 츠카사:(힘없이 쏟아져 내리는 너의 눈물에, 제 품에 파고들듯 안기는 너의 몸짓에. 저를 마주안아오는 그 가냘프고도 절박한 무게감에. 그 모든 것에, 눈물로 얼룩진 가쁜 숨을 길게 뱉으며 그제야 실감한다. 돌아왔구나. 레오 씨는, 돌아온 거구나. 이제야 비로소 다시, 당신을 만났구나. 그 사실을 깨달으면, 눈을 감고 있는데도 눈앞이 환한 것만 같아 온 몸이 잘게 떨린다. 매일 질리지도 않고 올려다보았던 노을. 그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찾았던 그 경치가 눈꺼풀 안에 금빛으로 번진다. 그것이 너무 눈부시고, 너무 뜨거워서 속절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그래, 꼭 지금의 너를 이렇게 안아주고 싶었다. 모든 기억을, 당신의 모든 생을 자신에게 맡길 생각을 했던 당신을. 그런 각오로 제게 웃어주던 당신을. 그런 마음으로 저를 사랑해주던 당신을, 너무나도 만나고 싶었다. 숨을 제대로 쉬는 방법을 잊어버린 사람마냥, 울음이 뒤섞인 숨이 불규칙적으로 헐떡인다.) ...그런, 왜 사과를... 저도, 아니, 제가 죄송해요. 흐윽, 레오 씨, 그런 곳에... 당신을 혼, 자 두고. 저만 와 버려서. 그런 주제에, 저, 레오 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 제 기억 속에, 저는 있는데. 레오 씨가 없다는 게, 윽, ...그게 너무 무서워서. ...죄송해, 요. 레오 씨. 그치만... 저, 저는... (어떻게든 붙들고 있던 말의 조각들이, 마침내 쏟아지는 감정에 녹듯이 스러져 버린다. 아이처럼 소리를 내어 흐느껴 울면서, 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츠키나가 레오:... 아니야, 아니야... 너는, 하나도 잘못한게 없어... 다, 다 내가 잘못했어, 흐, 미안해... 미안해... (네가 떠나던 마지막 순간에. 네가 떠나야 하는걸 안다고 말하면서도 울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저를 위한다고, 그게 저가 바라든 것일거라 억지로 너를 다독이며 배에 올랐을텐데. 너의 기억이 아닌 억지로 떠맡은 자신의 기억으로 살아가야할 너를 알았고, 혼자 남을 네가 얼마나 슬퍼할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저 나 대신 네가 살아줬으면 하는 제 욕심에 네 등을 억지로 떠밀어 돌려보낸 너를,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다시 돌아올 수 없냐며, 더 빨리 와줄 수는 없는거냐며 네게 원망을 하던 일을, 죽어도 너에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너는 내게 휘둘린 것 뿐인데. 아무 준비도 되어있지 않는 네가 그런 생각을 하는건 당연한데. ... 미안하다며 우는 네게 더는 아무말도 할 수 없어 숨이 넘어갈 듯 차오르는 울음을 애써 삼키고는 떨리는 손으로 네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말아줘. 나는, 네가 그렇게 말을 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제발...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리는 네 고개를 살짝 잡아들고는, 형편없이 떨리는 제 숨결이라도 애써 불어주려는 듯 입을 맞추고 숨을 불어넣었다. 네가 너무나 괴롭고 힘들게 울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운 마음과, 겨우 다시 닿은 너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엉망으로 뒤섞인채, 그렇게 너를 조금 더 끌어안았다.)
스오우 츠카사:...레오 씨... (잘못한 게 없다는 너의 말이 너무도 상냥해서, 저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저 그 상냥함에 어리광을 부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것이 조금 무력하고 화가 났지만, 그 이상으로 엉망진창으로 흘러넘치는 감정에 무어라 말도 할 수가 없어 한참을 흐느끼고 있었다.) ...흐윽, 아니요, ...레오 씨도, 잘못하지 않았잖아요. 저, 를 구하고 싶었던 것, 뿐인데... 그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사과하지 말아주세요, 으흑, 레오 씨는... 저를 위해서, 그런 거니까. 그런,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을, 혼자서... 죄송해요, ...고마워요. 레오 씨, (무섭지 않았나요. 외롭지 않았나요. 괴롭지는, 않았나요. 묻고 싶었던 말들은 아무리 해도 잘 나오지 않아서, 그것이 답답해서 너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미안함과 고마움, 슬픔, 그 모든 감정들을 이기고 벅차오르는 기쁨. 너무 지나쳐서 울음의 형태로밖에 나오지 않는 당신을 향한 사랑. 소중한 마음들. 당신도 저와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면, 이제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런 바람을 담아,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그냥 제 옆에 있어주세요. 그리고, 절 사랑한다고 한 번만 말해주세요... 더는 레오 씨가, 괴로워하는 거... 미안해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당신을 더 이상, 잃고 싶지도 않습니다. 흐윽, 그러니까... (그 순간 열린 제 입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숨결에, 움츠러들듯 손을 오므리면서도 그 숨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입술을 겹쳐왔다. 네 어깨에 두른 팔은 단단히 고정시킨 채로, 눈물에 젖어 헐떡이는 숨을 몇 번이고 당신의 것과 섞었다. 절대 놓아주지 않으려는 듯이, 당신과 맞닿은 몸의 어느 한 구석도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츠키나가 레오:그치만, 너를 구하려고 했는데도 내가, 그리고, 그것 때문에 스오가... (뭐라 더 말을 하려 입을 열다 네게 꼭 끌어안기고는 입술을 꾹 씹었다. 네게 사과해야 할 것들이 더 많은데. 아무리 빌어도 모자랄 것 같은데. ... 남에게는 죽어도 의지하지 않는 네가,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일들에 얼마나 혼자서 그 많은 감정들을 삭혀왔을지. ... 그럼에도 끝까지 저를 기억해주기로 한 너의 마음은 어땠을지. 그 모든 것들 하나하나를 곱씹어보면, 마음이 무너져내릴 것도 같았지만 그렇게 저를 위한 일이였으니 괜찮다며 저를 다독이는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너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게 잘못한 것 그 이상으로, 나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어.) ... 응, 스오도, 살아줘서 고마워. ... 내가 억지로 밀어붙였었는데도, 나를 생각해줘서, 나 대신 나가서 살아줘서, 고마웠어. ... 고마워. 미안해.
... (몇번이고 너와 숨을 섞었을까, 이제는 숨이 모자란 듯 작게 몸부림치는 너를 빈틈없이 끌어안은 채로 입을 살짝 떼어냈다. 길었지만 아쉬웠던 입맞춤을 정리한다는 듯, 그 동안 못 해줬던 것들을 지금 다 쏟아내려는 듯, 네 입술에 하염없이 입을 맞추고는 등을 천천히 쓸어줬다.) 사랑해. 한 번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계속 말해줄게. ... 사랑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네가 더 소중해. 그러니까, 너도 내 옆에 계속 있어줘. 혼자 먼저 가버리지도 말고, 나중에, 나중에 가게 된다면, 그 때는... 나랑 같이 가. 혼자는 싫어...
스오우 츠카사:...최선을, 다하셨잖아요. 레오 씨는. 할 수 있는 일을, 전부 해 주셨으니까. 저는 그걸로 충분해요. ...저라도, 아마, 레오 씨를 구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그렇게 했을 테니까요. (당신을 끌어안은 그대로, 한쪽 팔을 움직여 당신의 머리를 살살 쓸어주었다. 이 사람은 정말이지 치사하고, 너무할 정도로 다정한 사람이라서. 저를 위해 본인의 앞일은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무사할 미래만을 향해 몸을 던져준 사람이라서. 결국 그렇게 혼자 모든 것을 잊어가고, 기억도 나지 않을 자신의 이름을 되새기려 하고, ...혼자 그 황망한 교외에서. 혹은 도시에서 끝을 기다리는. 그런 모진 시간들을 감내한 뒤에도 이렇게 저를 향해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당신이라서. 그래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서 울컥 입술을 깨물었다. 저는, 그래서 당신을 만나고 싶었어요. 그런 당신의 손을 잡아주고 싶어서. 그 곁에 있고 싶어서.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서. ...제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고 싶어서. 이제 더 흐를 눈물도 없을 것 같은데, 고맙다는 말들에 자꾸만 눈물이 차오른다. 하지만 그것이 싫지는 않아서, 저도 당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부비듯 파고들었다.) ...으, 흑. 보고 싶었어요. 레오 씨. 정말로 많이...
(저에게서 떨어지는 온기에 눈을 비스듬히 떴다가, 다음 순간 네가 연신 입을 맞춰오는 것에 안심한 듯 도로 눈을 스르르 감았다. 등을 쓸어주는 너의 손길에, 저도 다시금 그 품을 탐하듯 안기며 목덜미와 뺨에 입을 맞추었고.) ...그 말이, 정말, 듣고 싶었습니다. 저도, 저야말로... 계속, 말하게 해 주세요. 사랑해요, 레오 씨. ...저도, 레오 씨가 무엇보다도 소중해요. 예전처럼, 앞으로도... 레오 씨의 뒤를 따라다니고 싶어. 아니, 그 옆에 나란히 서 있고 싶어요. 언제까지나 같이, 살아가고 싶어요. ...다시는, 레오 씨를 혼자 두고 가지 않을게요. 약속입니다.
츠키나가 레오:... 그래도, 그래도 스오는 그러지마. 만약에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스오만은 그러지마. ... 나 때문에 스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건 싫어. (너의 말에 괜스레 초조해저 입술을 잘근 씹다가, 고개를 떨궜다. ... 이렇게 일을 저질러버린 제가 할 말은 아니였지만, 그렇게 너를 보내고 죽지 못해 멍하니 기다리던 그 때를 떠올리다 애써 고개를 털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네게 그런 경험을 겪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뭐라 말하지 못하고 굳어있던 표정이, 네가 파고들어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풀리며 너를 가만가만 토닥였다.) ... 응. 스오. 나도, 나도 스오가 보고 싶었어. ... 스오가 미치도록 보고싶어서. ... 외로웠어.
(다시 입을 맞춰오자, 안심했다는 듯 스르륵 감기는 눈이, 다시 저를 더 끌어안아오는 팔이, 제 목덜미와 뺨에 와닿는 입술이, 그 무엇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 너를 이렇게 다시 안을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새삼 벅차오르는 마음에 눈 앞이 흐려지는걸 애써 닦아내고는 네 이마에 입을 맞췄다.) ... 너는 정말로, 그 때부터 변한게 없네. (어느날 궁도장에서 했던 말을, 지금 제 앞에서 다시 하고 있는 너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때 처럼 진중한 얼굴이 아니라, 눈물에 엉망으로 얼룩진 얼굴인데도 그것마저도 사랑스러워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게 더 입을 맞췄다.) 응. 늘 그랬듯이. 앞으로도 계속 내 옆에서 나란히 걸어줘. 내가 어디론가 튀어나가려면 붙잡아주고, 내가 실패하더라도, 주저 앉더라도 잡아끌어줘. ... 그렇게, 계속 같이 살아가자. 응. ... 사랑해.
스오우 츠카사:...그, 그런 건 저도 싫습니다...! ...이제, 더 이상 레오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니, 그건 상상도 하기 싫어요. (흐르는 눈물 사이로 퍼뜩 고개를 들고는 더 생각할 새도 없이 그렇게 외쳐버렸다. 당신이 자신처럼, 그렇게 똑같이 위험에 빠진다면. 제가 무언가 일을 저지르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자신이 없었다. 그야, 이렇게나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죽어도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건 어쩌면 당신도 저와 같겠지만. 그러니까 이건, 어느 쪽도 양보해 주지 못할 소중함에서 스며나온 마음. 그것을 알고 있으니까, 고개를 떨구는 너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그런 안 좋은 만약의 경우는, 생각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 저는, 레오 씨와 행복하게 지낼 날들을 더 생각하고 싶습니다. ...혼자 외로워질 일 같은 거, 더는 만들기 싫으니까요.
(당신이 웃으며 잔뜩 입맞춤을 해 오는 것이 그저, 그저 행복해서. 당신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런 당신을 사랑해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뻐서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면서도 눈을 접으며 미소지었다.) ...레오 씨도, 그때와 변하신 게 별로 없는걸요. 그야말로 바라는 바입니다. 설령 앞으로 또 어떤 괴로운 일이 있어도... 좌절하더라도, 혹은 조금 헤매더라도. 당신이 걸어갈 길의 가장 곁에는... 언제나 제가 있겠습니다. 사랑해요, 레오 씨. ...제 진심을 다해서.
츠키나가 레오:... 알았어. 그런 말 안 할게.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리면서도 싫다는 듯 다급하게 외쳐오는 네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늘 죽어라 뒤를 밟아오는 너였고, 그걸 저번에도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저와 꼭 닮을줄은 몰랐는데. 저를 소중하다는 듯 감싸안는 너에게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겼다. 그저 인간이 신을 만난다는 것이, 두 번씩이나 일어날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품에 가득 차게 너를 마주 안았다.) ... 그렇네. 우리 이제 행복하기만 할거잖아. 앞으로는 그런 생각 안 할게. 미안해?
그런가~? 그치만, 스오가 더 변한게 없는 것 같은데? (행복해서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렇게 웃어오는 네 얼굴에, 괜히 장난스럽게 말을 걸고는 눈꼬리에 살짝 입을 맞췄다. ... 이제는, 더는 우는 일은 없었으면 해서. 지금 이 감정 그대로, 행복하기만 하자.) ... 정말로, 내가 사랑한 사람이 스오 너라서 다행이야. 네가 같이 걸어준다면, 언제까지든 너와 함께 걸을게. 늘 네 손을 잡고, 어디든 걸을게. 나도 사랑해. 스오. 츠카사.
... 있잖아 스오. ... 이제 돌아가야하는데. 나는 여기에서도 그렇고 그 곳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 길을 못 찾겠어. ... 스오가 알려줄래? (조금 멋쩍은 듯 웃고는 이마를 맞대고 웃었다.)
스오우 츠카사:(당신을 감싸안은 채, 당신의 어깨 너머에서 슬 눈물을 훔치곤 몇 번이나 그 온기를 마음껏 느끼듯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었다. 너무 울어서 목은 말라붙고, 얼굴은 엉망인 데다 힘이 다 빠져서 까딱하면 꽃밭에 드러누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기에. 자신들에게 일어난 꿈 같은 일. 어쩌면 일개 인간이 겪기에는 분에 넘칠 정도로 행운일 일. 지금에서야 그것을 조금 실감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지금의 이 기적을 오롯이 기적이라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그렇게 믿고, 당신과 함께 웃을 수 있으니까. 꿈틀거리며 고개를 끄덕인 후, 너를 마주보며 살풋 웃었고.) ...네. 앞으로는 훨씬 더 많이 행복해져요. ...함께.
에, 그런가요. 흐음... 그렇다면 저도 레오 씨도, 변한 게 크게 없는 걸로 하죠. (장난스런 네 어조에, 비로소 이제야 제가 온전히 행복해졌음이 느껴진다. 눈꼬리에 입을 맞춰오는 간질거리는 감각에 기분 좋게 웃었다. 이제 더는, 괴로워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따로 떨어져서 울었던 시간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마주웃을 수 있기를.) 그, 그건 저야말로... ...저야말로, 레오 씨를 사랑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럴 수 있어서 행복해요. ...이제는, 다신 놓지 않겠습니다. Leader, ...저의 레오 씨.
(훅 가까워진 너의 얼굴. 입술이 아슬아슬하게 스치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제게 웃어오는 너의 뺨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감쌌다.) ...그렇네요. 그럼, 이제 돌아갈까요. 저와 레오 씨가 함께 있었던 곳으로. 그러니까... 유메노사키 학원, 그 안의 궁도장. 상점가. 공원. ...아니면, 함께 노래했던 무대 위일 수도 있겠네요. ...레오 씨가 잊어버린 것들은, 그게 무엇이든 제가 모두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함께 가요. (맞대고 있던 이마를 천천히 떼고, 당신을 향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츠키나가 레오:... 그 곳이 어디든, 스오가 옆에 있다면 다 좋아. 이젠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않고, 제대로 기억할거야. 스오랑 같이 쌓아갈거니까. 그러니까... 응. 같이 돌아가자. (내밀어진 너의 손을 꼭 맞잡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펑-
또 한번 밤 하늘에 불꽃이 수놓아 집니다.
그 불꽃이 마지막이었는지, 한참을 기다려도 더이상 불꽃이 수놓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아름답기만 한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던 레오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더니 당신을 바라봅니다.
무엇을 고민하나요?
그의 손을 마주 잡고서 돌아가야지요.
길고 긴 불꽃놀이는 끝이 났습니다.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에요.
...
눈을 뜨면, 왜인지 코 끝에 동백꽃의 향기가 스칩니다.
그 한번을 이후로 더이상 꽃 향기는 나지 않지만, 마음만은 편한 것 같습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면,
띠링,
핸드폰에 문자 알림이 울립니다.
손을 뻗어 그것을 확인해보면,
레오네요.
짧은 문자 하나를 보냈어요.
[END.1 :: 불꽃놀이 보러가자.]
츠키나가 레오, 스오우 츠카사 생환
SAN + 1d10
-
츠키나가 레오:응 그리고 나도! 공주님도, 스오도 둘 다 좋아해. 사랑해! 와하핫☆
스오랑 같이, 여기까지 잘 와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스오우 츠카사:앗, 하시는 김에 저도 하겠습니다! 레오 씨도, 누님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행복해질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곁에서 Escort할 수 있는 Knight로서 있을 테니... 부디, 지켜봐 주세요♪
츠키나가 레오:응응♪ 스오는, 앞으로도 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 여기까지, 나를 놓지 않아줘서 고마워. 그 때도 이번에도, 잡아줘서 고마워. 앞으로는 행복하자. 사랑해?
스오우 츠카사:...그건, 제가 해야 할 말인걸요. 애초에, 맨 처음부터 레오 씨가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으니까... 놓지 않으셨으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저야말로 감사해요. 계속, 함께 행복해져요. 저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