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까지 다가온 레오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왠지 모를 낯섦이 먼저 고개를 듭니다.
레오가…… 원래 이렇게 생겼던가요?
관찰력 판정
세나 이즈미:...? (꿈결같이 밀려오는 부드러운 곡조에 아스라이 멍해져 있다가, 문득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레오 군? (네가 왜 여기에? 동시에 느껴지는 낯선 느낌에 눈을 도륵 굴렸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무언가 다릅니다.
평소와 다르게 느껴집니다.
위화감의 출처가 무엇인지 한참을 찾아 헤매다가 시선이 마주칩니다.
눈도, 코도, 입술도 모두 레오가 분명한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멋있게 보이는 걸까요?
츠키나가 레오:응, 세나. (아직 멍한 네 얼굴을 보곤 작게 피식 웃으며 양손의 깍지를 낀 채 손등을 살살 쓸어줘) 피곤해? 파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세나 이즈미:(깍지를 끼며 파고들어오는 감각에, 그제야 몽롱한 것이 조금 풀렸는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그러고는 바로 낯뜨거워지는 기분에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위화감의 정체가 겨우 그런 것이었다니...)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보다, 파티? 갑자기 웬 파티야. (그러면서도 싫진 않은 듯, 저도 깍지를 껴 너의 손을 맞잡았고.)
츠키나가 레오:(퉁명스레 말하면서도 제 손을 자연스레 잡아오자 헤실 웃음을 띄워) 으응? 세~나, 농담이지? 오늘은 프롬 파티가 있는 날이잖아. 한 번뿐인 프롬 파티니까 모처럼 신경써서 차려입었는데.
프롬 파티?
그제야 자신의 차림새 또한 눈에 들어옵니다.
레오와 엇비슷한 야회복을 차려 입은 상태로, 가슴에는 꽃을 한 송이 달고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혹시 내가 선물한 부토니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지금이라도 다른 걸로 바꿔올까? 앗, 그치만 그럼 파티는 얼마 즐기지 못할 텐데.
세나 이즈미:프롬 파티...? (그런 걸 한다고 했었던가. 졸업이라고 파티까지 해 가며 기분을 낼 생각은 없었는데.)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지금 달고 오지도 않았겠지? (너의 이마를 가볍게 콕 누르며 제 가슴팍의 부토니에를 내려다보았다.)
츠키나가 레오:그래? 다행이다. (네 시선을 따라 부토니에를 한 번 보고는 다시 네 얼굴을 봐) 세나를 생각하며 준비한 거니까 마음에 들었으면 했어. ......그런데 세나, 나를 앞에 두고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생애 단 한 번뿐인 프롬 파티에, 한 번뿐인 춤 신청을 계속 거절하고 있잖아. (조금 불만이라는 듯 볼을 작게 부풀리더니 이내 눈을 감고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
세나 이즈미:... (저를 생각하며 준비한 것. 그 말에 또 목덜미가 달아오르는 걸 내색하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써야 했다.) 여전히 그런 말은 잘도 하네... 뭐, 레오 군이 준비한 것 치고는 제법 예쁘고. ...마음에 들어. (작게 말하고는) ...하? (삐친 듯 고개를 홱 돌리는 너를 보고, 그제야 제가 내민 손을 민망하게 만들었다는 걸 눈치챈다. 눈앞의 네가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빠져서... 다시금 아까 일을 떠올리곤 끙 소리를 내었고.) ...그, 딱히 거절할 생각은 아니었거든? 정신이 좀 없어서 그런 것뿐이야. 잘은 모르겠지만, 같이 추자고. 파티니까 아름답게, 격식 있게 추지 않으면 발을 밟을 거니까 말이야? 파트너. (아까 네가 내밀었던 손을 잡고, 살풋 웃어보였다.)
츠키나가 레오:(작은 목소리로 속삭인 네 말에 웃음짓는다. 그야, 다른 누구도 아닌 사랑하는 너인데 흘려들을 리 만무하니까.) 흐응. 별일이네. 답지않게 긴장이라도 한 거야? 역시 세나도 프롬이 처음이라 그렇지? 걱정 마. 이 오빠가 잘 리드해줄 테니까~? (장난스레 말하고는,) 그러니 오늘은 나한테 집중해줘. 다른 때보다 더더욱. 특별한 날을 만들어줄게. (손등에 작게 입을 맞춘다.)
주위를 둘러보면, 연회장의 문가입니다.
투명한 유리를 세밀한 각도로 깎아 빛을 떨어뜨리는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화려하게 빛납니다.
천장에는 커다란 벽화가 빈틈없이 그려져 있고, 바닥은 반질거리는 대리석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벽을 따라 긴 테이블이 서 있고, 색색의 음식이 지나가는 이를 유혹합니다.
샹들리에 아래의 댄스 플로어에선 벌써 몇 쌍이고 손을 잡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군요.
레오의 등 너머로 커다란 창이 보입니다.
눈이 내리지는 않지만, 퍽 추운지 한껏서리가 맺혀 있습니다.
손을 잡고 천천히 댄스 플로어로 나갑니다.
때마침 새로운 곡이 시작되었네요.
경쾌한 박자, 발랄한 음계.
왈츠입니다. 퍽 익숙한 멜로디군요.
예술 판정
세나 이즈미:
예술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입니다. 유명한 곡이니 모르기 쉽지 않죠.
세나 이즈미:...♪ (퍽 익숙한 곡조에, 너의 손을 잡고 허리에 팔을 두른 채 천천히 스텝을 밟으며 플로어의 가운데로 섞여든다. 익숙하고도 경쾌한 곡조, 오랜만에 추는 춤에 퍽 즐거워졌는지.) 왈츠는 오랜만이네. 자, 레오 군. 리드해 준다며. 기대하고 있으니까?
츠키나가 레오: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파티는 기니까 말이야? 천천히 즐기자고. 세나는 왈츠, 잘 춰? 발레하는 모습은 드물게 봤지만 왈츠는 본 적이 없어서. (웃으며 네 손을 잡은 채 어깨를 감싸고, 익숙한 듯 스텝을 밟아 자리에서 원을 그리듯 한 바퀴 돌며 춤을 춘다.)
세나 이즈미:뭐어. 그렇기야 하지만, 보아하니 마침 파티는 한창인 것 같은데? (잠시 홀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가, 눈앞의 너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으음, 발레만큼 잘한다고 할 순 없겠지만 아예 문외한은 아니야. 기본적인 것들은 배웠었으니까? ...그럼 오늘 보면 되겠네. 바로 눈앞에 있잖아. (눈앞에 있는 네 미소에 유난히 심장이 뛰는 것 같아서. 오늘따라 새삼 이런 점이 눈에 띄는 건, 화려한 파티에 왔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부러 티는 내지 않은 채, 너와 함께 스텝을 맞춘다.) ...레오 군은 왈츠 출 줄 아는 거? 생각보다 능숙한데.
츠키나가 레오:그래? 그럼 오늘을 영광으로 삼아야겠는걸. 세나가 왈츠를 추는 모습을 언제 또 볼 수 있겠어. (웃으며 또 한 바퀴 돌자 자연스레 너와 가까이 밀착되었다 떨어진다. 스텝을 따라 머리카락이 얕게 흩날린다. 시선은 여전히 네 눈에 고정된 채.) 뭐어, 세나 말대로 이런 건 기본적인 것들만 배우면 금방 터득하니까?
세나 이즈미:(영광으로 삼아야겠다는 너의 말에 작게 푸슬 웃었다.) 아하하, 레오 군한테서 그런 말을 듣는 건 나쁘지 않네. 모르지, 앞으로 또 이런 파티에 참석하는 날이 있을지도? 연예계에선 이런 행사도 심심찮게 열리니까. ...시간이라든가 맞으면, 또 같이 참석할 수도 있는 거고. (그 말을 하는 순간 움직임에 따라 작게 휘날리는 너의 머리칼이 눈에 들어와서. 몸을 가까이 붙인 채, 너의 이목구비와 머리카락 하나하나를 쳐다보고 있자니 괜스레 민망함이 올라와 입술을 달싹였다. 이런 것에 하나하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은데.) ...역시 천재는 터득이 빠르다는 건가. 하여간, 마음 먹고 하려고 하면 이렇게 잘할 수 있는 녀석이면서.
츠키나가 레오:으응, 그렇지만 연예계에서 열리는 파티는 지금같은 분위기는 나지 않을 것 같은걸. 서로에게 마냥 집중하기도 힘들테고.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는 건지, 달싹이는 입술이 퍽 사랑스럽게 느껴져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눈을 반으로 휜 채 웃으며 눈빛을 보낸다. 세나, 나한테 또 반했어? 하고.) 와하핫!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낭만적인 순간입니다.
레오의 뺨은 발그레하니 달아올라 있습니다.
샹들리에의 빛망울이 머리 장식에 부딪혀 찬란하게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품 안에 가까이 닿은 몸은 지나치게 따뜻해서 떼어 놓기 싫을 지경입니다.
한껏 기분 좋은 감각에 취해있는 사이,
민첩 판정
세나 이즈미: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세나가 한 바퀴 턴을 할 차례가 찾아왔습니다.
겨우 떼어놓고 팔을 들자 레오가 빙그르르 돕니다.
정신 차리지 않았다면 발을 밟을 뻔했군요.
세나 이즈미:...! (서둘러 너의 이목구비에서 시선을 떼고, 아슬아슬하게 맞추어 턴을 한다. 춤에는 능숙하니 급히 턴을 하는 게 어렵진 않았지만 조금 여유가 없었다는 것쯤은, 너는 알아차렸겠지. 그저 그것이 자기 성에 차지 않아서,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야, 그 눈빛만 보고도 전해지는 너의 말이 얄미울 정도로 두근거렸으니까.) ...
츠키나가 레오:(물론 알아차렸다. 다른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너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오래 지켜본 저니까. 네가 제아무리 자연스럽게 행동해도 자신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 즐겁다는 듯 웃음지어) ...♪ 조심해야지 세나. 나, 발 밟히는 건 싫으니까?
세나 이즈미:...하? 괜한 참견이네. 제대로 잘 추고 있으니까 자기 스텝을 신경쓰라고. (이미 알아차렸으면서, 그렇게 모르겠다는 듯한 말투로 즐겁게 웃으며 놀려오는 모습이 얄미워서. 너를 째릿 노려보다, 민망한 얼굴로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완전 짜증난다는 말을 삼키면서.)
음악을 따라 봄의 꽃잎처럼 흔들리기를 여러 번, 어느새 레오와 세나는 자연스럽게 궤도에 오릅니다.
익숙한 춤이에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레오와 함께했던 것처럼……
어째서일까요? 춤을 연습한 기억이라곤 전혀 없는데.
지능 판정
세나 이즈미: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봄을 닮은, 사랑스러운 피아노 곡조를 따라 레오는 햇살을 담뿍 받은 것처럼 환하게 웃습니다.
레오가 이토록 사랑스러웠던가.
이토록 환하게 웃었던가.
이토록…….
기분 좋은 괴리감이 뇌를 절입니다.
뭐어, 어찌 됐건 형편없는 실수를 하지 않아서 다행인 것 아니겠어요?
봄을 닮은 왈츠곡은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아주 오래도록 이어집니다.
원래 이토록 긴 곡이었던가요?
아니면 레오와 함께라,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연주가 계속될수록 댄스 플로어에 꽃향기가 가득히 차오릅니다.
마음을 평온하게 가라앉히는, 향긋하고 쌉싸래한 향기.
어디선가 맡아본 것 같은 향기군요.
자연 판정
세나 이즈미:
자연
기준치:
60/30/12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봄이 찾아올 때면 종종 맡을 수 있었던, 익숙한 내음.
꽃향기를 따라 고개를 들면, 레오의 어깨 너머로 다시 커다란 창이 보입니다.
아까 보았던 그 창입니다.
흰 격자 창틀 사이로 꽃송이들이 만개했습니다.
작고, 부드러운 분홍색을 띤…… 다섯장의 끄트머리가 갈라진 꽃잎.
벚꽃입니다.
겨울밤 특유의 차디찬 서리로 가득했던 창의 정경은 어느새 꽃이 만개한 봄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가지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조차 따뜻한 색으로 물들어 있군요.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한 세나, SanC(0/1)
세나 이즈미:(창 밖의 이상한 풍경에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벚꽃. 봄의 소리라는 제목의 왈츠, 계속해서 영원처럼 이어지는... 그리고 만개한 벚꽃이라니. 비현실적인 광경에 저도 모르게 눈살을 조금 찌푸렸다. 여긴, 대체 어디지?)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츠키나가 레오:(문득 네 시선이 꽂힌 곳을 따라가면 창문밖 풍경이 보인다.) 오오, 벚꽃이 폈잖아? 역시 예쁘네~ 봄의 왈츠를 듣고 그새 봄이 찾아온 건가?
세나 이즈미:하아? (창 밖 풍경을 보고도 태평하게 대답하는 너를 보고 기어이 외마디 말이 입을 비집고 나온다.)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레오 군 바보야? 지금은 겨울이라고. 벚꽃이 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현상이잖아?
츠키나가 레오:으응~?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예쁘잖아. 보고 있으니 우리 처음 만났던 때도 생각나고. 세나, 벚꽃 안 좋아하던가? 그치만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이상함을 느끼긴커녕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한다.)
세나 이즈미:아니, 그렇다 해도... (너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네가 태평한 성격이니까? ...아니. 지금은 그런 걸로 얼버무리며 넘어갈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갑자기 파티라고 끌려왔을 때부터 조금 이상했던 걸 생각하면, 여기가 정상적인 곳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지만 섣불리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 수 없어, 일단 그저 너의 손을 고쳐 잡고 계속해서 춤을 추었다.) ...안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아까부터 사람 취향 왜곡하지 말아줄래? 그냥 좀, 생각지도 못했던 것뿐이니까. 벌써 당장 졸업할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처음 만났을 때라, 이제 참 옛날이네.
츠키나가 레오:그야 세나 반응이 뚱하니까~? 나는 꽤 좋아하거든, 벚꽃. 루카땅이 좋아하기도 하고, 그리고 세나를 닮아서 예쁘잖아. 예쁜 걸 보면 세나 생각이 나. (살풋 웃어) ...그러네. 처음 만났을 때 세나, 정말이지 귀여웠는데. 매번 싫다고 하면서도 결국 마지못해 들어주는 척 날 신경써주고 걱정해줬잖아. 아,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가? 아무튼 그랬던 우리가 벌써 졸업이라니. ...그동안 여러가지 일이 있었는데 말이지. (...원래는, 다시 돌아올 생각같은 건 없었는데. 집에 박힌 채 등교도 하지 않고 너와의 만남을 피했던 것도, 네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원망해버릴지도 몰라서. 너를 보호하며 혼자만 상처를 짊어지는 것이 제가 내린 선택이었지만, 결국 내가 그 선택을 내리게 된 건 네 탓이라고 결론내려버릴 것 같아서. ...뭐, 이제는 다 추억이지만. 잠시 가라앉은 표정을 이내 활짝 웃음지어보인다.) 그렇지, 세나~?
세나 이즈미:(살풋 웃는 너의 모습에, 살짝 흐드러지게 달아오른 얼굴이 민망한 듯 찌푸려진다.) ...하아. 그렇겠지, 넌 옛날부터 뭐든 예쁜 건 다 날 닮았다고 하면서 가져오거나 가리켰잖아. 부끄러움이란 걸 모르는 생물인 건지, 정말... (그렇지만 그렇게 말해줬기에, 네가 그렇게나 자신을 아름답다 말하고 아껴주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이겠지. 저를 떠받들기라도 할 것처럼 소중히 생각해 주었던 네 덕분에, 그 결과 저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지켜주었던 네 덕분에. 너의 여러 가지 일이라는 말에 제 머릿속에도 잠시 스쳐간 옛 일의 편린을 곱씹어 보다, 활짝 웃는 너를 마주했다.) 그런 거 귀여워하지 말지? 뭔가 기분 나쁘거든? ...뭐, 새삼스럽지만 정말 추억이네. 이제는 둘 다 졸업의 문턱에 서 있으니까. ...같이 졸업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지. (저도 하는 수 없다는 듯 마주웃었고.)
츠키나가 레오:귀여우니까 귀엽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 내가 귀엽다고 하는 건 전부 세나 때문이니까 탓하려면 세나를 탓하도록 해! 흐흥, 그렇네. 이제는 왕관도 스오에게 물려줬고, 그래서인지 조금 후련한 것 같기도 해. 아, 그치만 세나 하우스에 더는 다섯이서 모이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쉬울지도! (분위기가 어느정도 무르익어가고.) ~......♪ 조금 쉴까, 세나? 식사 아직 안 했을 거 아냐. 공복인 상태로 계속 춤만 추다간 쓰러져버릴걸?
세나 이즈미:그래, 지금처럼 이런 거. 이런 게 바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생물 같은 부분이라고. 그런 걸로 스스로를 탓하는 사람이 어딨어? (평소처럼 가볍게 투덜대는 투로 말했지만, 사실은 여느 때처럼 낯간지럽고 몽글몽글한 기분. 이어지는 너의 말에는 저도 작게 미소지었다.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청춘을 보내고, 그 끝에 서 있는 기분은 정말이지 시원섭섭해서.) ...그렇네, 그 터무니없는 호칭을 듣는 것도 이제 제법 마지막이겠는걸. 나도, 조금은 아쉬울지도. (한창 무르익어가는 분위기에 맞춰, 여전히 주변을 석연찮은 듯 둘러보면서도 춤을 추었다.) 흐음, 그럴까. 슬슬 오래 췄다고 생각한 참이었어. 뭐라도 먹으러 갈 거야?
츠키나가 레오:응. 아까 지나가면서 봤는데, 맛있어 보이는 요리가 잔뜩이더라고. 같이 가줄 거지? 세~나♪ (새삼스레 말한다. 저가 어디를 가든 당연하다는 듯 따라와줄 것을 알고 있는데도.)
세나 이즈미:흐응, 나름 파티라고 잘 준비되어 있는 건가. 누가 연 파티인지도 아직 모르긴 하지만? 나 참,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같이 갈 거잖아. 파트너이기도 하고 말이야. (투덜거리듯 말하다가도 이내 어쩔 수 없단 듯 작게 웃으며 손을 잡았다.) 자, 그럼 앞장서라고?
세나 이즈미:? 뭐야, 이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들은. 이거 전부 먹을 수 있는 양이긴 한 거...?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음식이 하나 같이 차게 식어 있다는 것을요.
츠키나가 레오:오오, 정말 엄청나잖아? 한 입씩 먹어도 전부 다 먹진 못하겠는걸. (음식들을 천천히 눈여겨보다 네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세나는 뭐 먹을지 정했어?
세나 이즈미:허어, 그렇긴 한데. 확실히 다 먹진 못할 양이긴 한데 말이지? 이거 다 차게 식어있지 않아? 음식은 온기가 생명인데. (황당한 표정으로 음식들을 둘러보다가)
츠키나가 레오:(황당하다는 듯 말하는 네가 도리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치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그야, 여름이니까?
레오는 창밖을 가리킵니다.
창밖을 내다보면 벚꽃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시들었습니다.
꽃잎도, 꽃향기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홀을 가득 채우는 것은 향긋한 음식의 냄새들뿐이고……
창가에 드리운 나뭇가지에는 녹음이 푸르릅니다.
새파란 이파리가 흐드러진 사이, 바람 한 점 불지 않는지 창밖은 유난히 고요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한 세나, SanC(0/1)
세나 이즈미:...하? (얼빠진, 당황에 찬 감탄사를 흘린다. 그도 그럴 게, 순식간에 주변이 여름이 되어 있었으니까. 이상한 곳이란 건 알았지만, 기가 막힌 일이라고 생각하며.) 허어... 대체 여긴 뭐야.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세나, 이성 -1
레오는 여전히 태연합니다.
츠키나가 레오:여름밤치곤 후덥지근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라면서.
츠키나가 레오:세나 말대로 음식은 온기가 생명이지만, 가끔은 좋잖아. 이런 차가운 음식도. 지금 같은 계절이 아니면 언제 또 마음껏 먹겠어? 자자, 세나가 못 고르겠다면 내가 임의로 담아줄게. 사랑을 담아서! ......~♪ (작게 흥얼거리며 그릇에 파스타와 스테이크 등을 담고는 네게 내민다.) 자, 냉파스타. 이거라면 칼로리 걱정도 없지?
세나 이즈미:나 참, 이게 무슨 일인지 원... (고개를 갸웃하고 한숨을 쉬다, 문득 곁의 너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레오 군은 좋음의 기준이 너무 낮아서 문제라고. 정말이지 태평하기만 해서 좋겠네... (투덜거리듯 중얼대다가도, 네가 흥얼거리며 그릇에 음식을 담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밀어온 음식 접시를 머뭇거리다가, 이내 뚱한 얼굴로 받아들고.) 뭐, 가끔이니까 조금 정도는 괜찮겠지만... (너와 음식을 번갈아 보다가 천천히 포크로 파스타를 입에 넣었다.) ...예상대로 시원하네. 좀 어이없긴 하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은 할지도... (우물우물...)
츠키나가 레오:(네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저도 한 입 먹어) ......♪ 응. 역시 맛있네~ 있지 세나, 나중에 우리가 결혼을 한다면 나는 이런 곳에서 하고 싶어. 꼭 크고 성대할 필요는 없어. 아는 사람들만 소수로 데려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지금처럼 춤도 추고, 그렇게 우리들만의 파티를 하고 싶어. 신혼여행은 피렌체로 떠나는 거야. 드라이브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곳곳에 우리의 흔적들을 남기는 거지. 어때, 내 계획? 괜찮지~? (생각만으로도 신이 나는지 제법 들뜬 목소리로 줄줄이 말하고는 마치 허락을 구하듯 물어본다.)
세나 이즈미:(마냥 즐겁게 음식을 먹는 너를 황당하다는 듯 보다가도, 즐거운 듯한 미소에 이내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진다. 여름이라고 음식을 차게 대접하는 바보 천치 같은 사람이 대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눈앞의 네가 귀여우니 지금은 넘어가 주겠다는 생각으로.) ...?! (그러나 다음 순간, 결혼이라는 말에 먹던 음식이 목에 걸릴 뻔해 겨우 삼킨 채 눈을 크게 뜨고 너를 바라보았다. 애처럼 들뜬 모습에 목덜미가 달아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비단 부끄러움만은 아닌, 미래를 그려보니 자연스럽게 피어오르는 행복. 그런 것들이 한데 뒤섞여서 떠오른 벚꽃빛.) ...하여간, 벌써부터 별 망상을 다 해. 그치만 뭐어, 나쁘진 않네. 지금도 곳곳에 추억이야 남아 있지만,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더 많이 있으니까.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리고 지금 건, 정식 프러포즈로 인정 안 할 거니까. 이런 건 나중에, 제대로 해. (그 말까지 뱉고는 제 음식 접시로 시선을 파드득 옮겼다.)
츠키나가 레오:(제 말에 놀라 눈을 크게 뜨며 저와 눈이 마주치면 그에 반응하듯 눈을 반으로 접으며 웃으며 물잔을 네게 건네준다.) 나에게는 단순한 망상이 아니라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지만~? 물론 세나에게도. (나쁘지 않다는 대답에 무언가 불만인 듯 뾰로퉁한 표정을 짓는다.) 므으... 아니지, 세나. 거기선 나쁘지 않네, 가 아니라 제대로 좋다고 말해야지. 얼른 좋아한다고 말해줘, 세낫! (장난끼 섞인 어리광을 부리다 곧 표정을 풀고는 아까와 같은 웃음을 짓는다.) 흐흥, 당연하지. 한 번뿐인 프러포즈를 프롬 파티에서 하기엔 너무 아까운걸. 결혼해서 같이 살게되면 그때는 하루종일 붙어있자. 아침 햇살에 눈을 뜰 때부터 밤의 장막이 우리의 눈을 감길 때까지...♪
세나 이즈미:(눈을 반으로 접으며 웃는 너의 미소가 부시다.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물잔을 받아들곤 작게 미소지었다.) 네, 네. 알겠으니까. ...제대로 알고 있으니까, 우리 둘의 미래 이야기라는 거. (조금 쑥스러워 하면서도 그렇게 대답을 돌려주면, 장난스럽게 어리광 부려오는 너의 모습에 어쩔 수 없단 듯 바람 빠진 웃음을 지었다.) 하아? 됐거든, 그렇게 나랑 오래 지냈으면서 내가 솔직하게 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 (나름 장난이랍시고 되받아치다가, 뒤이어 또다시 저를 향하는 부신 미소에 멀거니 너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래, 어차피 한 집에 살 거고. 하루종일 붙어있어 줄 테니까. (하루의 시작과 끝에 당연히 네가 있다는, 그 느낌은 대체 어떤 것일까. 너를 만나고 달라진 '세나 이즈미'의 모습도 나에게는 아직 낯부끄러운데, 너와 부부가 되고 나서는 또 어떤 '세나 이즈미'가 되는 걸까. 설레고도 막연하지만, 어쩐지 행복한 감각에 물잔을 들지 않은 손으로 너의 뺨을 느릿하게 매만졌다.)
츠키나가 레오:(쑥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 네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네가 웃고 있다면, 나도 아마 마찬가지겠지.) 뭐어, 세나가 쉽게 말해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세나가 조금만 더 솔직해지면 좋을 텐데. (행복에 부푼 채 미래의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이 꿈보다 더 꿈만 같았다. 제 뺨을 매만지는 손길에 살며시 기대곤 손바닥에 키스를 하고는, 이어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꼭 눈빛으로도 키스하는 것처럼.) 사랑해, 세나.
세나 이즈미:(해사하게, 행복해 마지않은 듯 웃고 있는 너의 미소는 보고 있기만 해도 너무도 달아서. 시선을 아주 비스듬히 돌린 채 푸슬 웃었고.) 흐응,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러다, 여전히 밑을 보고, 그러나 퍽 진지한 투로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솔직해지라고 말해도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그렇지만 옆에 네가 있으면, 어쩐지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귀찮을 정도로 들쑤시다, 결국은 변하게 해 버리는. 너는 그런 사랑스러운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너무 다급해하지 말라고. (다시금 눈을 맞추고 잔잔히 미소짓다, 뒤이어 제 손바닥에 말랑하게 와닿은 감촉에 일순 눈을 크게 뜨곤 다시금 눈을 도륵 굴렸다. 잠시 뜸을 들이다 제가 만지던 너의 뺨에 제 입술을 지그시 누르곤 떨어졌다.) ...응, 나도.
츠키나가 레오:(제 뺨에 닿은 입술의 감촉에 만족스럽다는 듯 활짝 웃어보인다. 마찬가지로 네 뺨에 입술을 살며시 부딪히고 떨어졌다. 앞에 놓인, 얼추 어느정도 비운 그릇을 보고는 네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세나, 케이크 먹으러 가자. 오늘 같은 날 한 조각 정도는 괜찮지? (평소 칼로리를 신경쓰며 식사를 챙기는 너를 알고 있기에 설득하듯 말을 잇는다.)
세나 이즈미:...! (제 입맞춤에 답하듯, 뺨에도 닿았다 떨어지는 부드러운 감각이 간질간질하다. 행복하지만, 행복하니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 눈앞에 있는 너처럼, 저도 언젠가 그렇게 활짝 웃을 수 있게 되는 걸까.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금 네가 웃고 있다면, 나도 웃으면 되는 거겠지.) ...케이크? 아, 아까 봤던 그건가. 뭐어, 한 조각 정도는 괜찮겠지. 레오 군 말대로, 오늘은 파티 날이니까. (너의 손을 마주잡고, 하는 수 없다는 듯 작게 웃었다.)
츠키나가 레오:(!) 정말~? ......♪ (네 손을 잡고 케이크가 놓인 테이블로 향한다.)
커다란 케이크는 레드벨벳.
붉은 빵과 하얀 크림치즈가 어우러진 달콤한 것입니다.
산타의 옷자락을 닮은 그 케이크는 무려 3층이나 되는데, 제일 위에는 작은 산타 인형이 앉아 있습니다.
여름이라더니, 웬 크리스마스 케이크인지 모르겠습니다.
관찰력 판정
세나 이즈미:하, 크리스마스? 지금 여름인 거 아니었어? 계절감이라곤 모르는 사람이잖아. ...카사 군이 좋아할 것 같은 케이크네. (어이없어 하면서도 케이크를 찬찬히 구경했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케이크는 먹어도 먹어도 맛있어 보입니다. 칼로리가 걱정되긴 하지만요.
츠키나가 레오:뭐 어때. 계절감도 앞서가고 좋잖아? 자, 이건 세나꺼☆
레오가 케이크의 아랫단을 한 조각 잘라 내밉니다.
접시 위의 케이크는 유난히 붉고 촉촉합니다.
세나 이즈미:아아, 응. 땡큐. (네가 내미는 케이크를 받아들고는.) 정말이지, 그러면 도무지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모르겠잖아? (가볍게 대꾸하고는,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 입에 넣었다.) ...우왓, 달아.
행운 판정
세나 이즈미:
행운
기준치:
60/30/12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포크로 케이크를 뒤적이는데, 그 안에서 작은 카드가 한 장 나옵니다.
[오베론이, 티타니아에게]
예술 판정
세나 이즈미:...오베론, 티타니아?
예술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오베론과 티타니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에요.
아, 셰익스피어의 희극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세나 이즈미:...한여름밤의 꿈, 이잖아. (카드를 들고 갸웃하다가, 더 살펴본다.)
특별한 내용은 없네요.
츠키나가 레오:(케이크를 한 입 먹으며) 우와앗, 달아! 세나 말대로 이건 스오가 좋아하겠는걸. (그리고 무심코 옆을 돌아보면, 손에 웬 카드를 들고 유심히 살펴보는 네가 보인다.) 왜 그래, 세나? 그 카드는 뭐고?
세나 이즈미:안 봐도 뻔하지, 카사 군이 눈을 빛내면서 달려들었을 것 같은 맛이야. (한동안 단 것을 잘 먹지 않아서일까, 너무나도 진하고 촉촉하게 느껴지는 단맛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가.) 응? 아... 이 케이크 안에서 나왔어. [오베론이, 티타니아에게.] 라고 적혀 있던데. 이벤트 같은 건가? (너에게 카드를 보여주었다.)
츠키나가 레오:(카드를 보고는.) 오베론과 티타니아. 셰익스피어네. 아마 한 여름밤의 꿈이었지? 오베론이 벌인 사랑의 묘약 사건으로 인해 티타니아는 한 여름밤의 꿈과도 같은 짧은 사랑을 겪는 내용이었지? 그런데 그게 왜 세나의 케이크에서?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짐짓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음, 으음~, 역시 이벤트려나? 포츈쿠키처럼 행운의 메세지를 케이크 안에 담은 거라던가. 레드벨벳 포츈케이크...☆
세나 이즈미:(너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래. 원래 티타니아에게 묻히려고 했던 사랑의 묘약을 엉뚱한 두 연인들에게 묻혀 버려서, 밤의 숲에서 얽히고 설킨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게 그 작품의 중심 내용이니까. 내가 궁금한 것도 그거야. (네가 생각하는 모습을 빤히 보다가, 돌아온 답을 듣고는 바람 빠진 웃음을 지었다.) 나 참, 행운의 메시지라기엔 더 적혀있는 말도 없다고? 나는 티타니아도 아니고, 오베론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카드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고개를 갸웃하곤 케이크를 한 입 더 입에 넣었다.)
츠키나가 레오:그치만, 그게 아니라면 케이크에 카드가 들어갈 리가 없잖아? 꽤나 신빙성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따라 케이크를 먹다 멈칫하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으응~......? 세나, 세나. (네 어깨를 톡톡 두드려) 나 넥타이가 풀린 것 같아. 아무래도 다시 매야 할 것 같은데...... 여긴 보는 눈이 많아 부끄러워! 게스트룸까지 같이 가줘. 응? 세나~ (어리광부리듯 네 소매를 잡아당긴다.)
세나 이즈미:뭐, 이런 이벤트라고 하면 행운의 메시지 같은 게 정석인 건 맞지만? (너의 말에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다가.) 행운의 메시지 대신 사랑의 묘약이라도 준다는 건지, 뭔지~. (이내 카드는 내려놓고 케이크를 먹다가,) 뭐? 하여간... 또 언제 풀린 거야? 기껏 파티에 왔으면 용모 관리 정도는 제대로 하라고? 뭐, 오늘은 레오 군 치고는 빨리 눈치챈 것 같지만. 부끄러움이라곤 모르는 생물인 줄 알았더니, 그런 건 의식하는 거? (장난기 어린 웃음을 작게 띄우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네네, 알았으니까 그만 잡아당겨. 기껏 차려 입었는데 소매 늘어나는 건 싫거든~? (소매를 잡아당기던 네 손을 부드럽게 떼어내 제 손으로 감싸쥐었다.)
츠키나가 레오:므으...... 넥타이가 풀리는 건 내 의지가 아니니까! 그래도 오늘은 평소보다 잘 관리하지 않았어? 안 그래 보여도 부끄러움은 당연히 느낀다고~? ...흐흥, 역시 세나야. 좋아해, 사랑하고 있어! (제 손에 감겨오는 손을 마주 꽉 잡는다.) ...♪
게스트룸은 멀지 않습니다.
복도를 나가 우측으로 꺾은 뒤 한 층을 올라가면 그만입니다.
어떻게 알고 있더라, 묻는다면……
글쎄요.
창밖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여름이 가득한데 눈이 내립니다.
눈이, 눈이 내립니다.
온통 이상한 일 천지입니다.
세나 이즈미:...하아? 이거, 눈이야? (게스트룸을 향하다가, 문득 창밖에 쏟아지는 하얀 것들을 보고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아까부터 문득문득 느껴지는 위화감. 그리고 여전히 알 수 없는 바깥의 풍경. 이 모든 게 명백히 이상한데, 너와 이렇게 파티를 즐기고 있어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긴다.)
세나 이즈미:(들어와서 넥타이를 고쳐 주려던 제 계획이 무색하게, 침대에 푹 누워버리는 널 어이없단 듯 보다가.) 진짜 너란 녀석은...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던 거 아냐? (침대의 네 옆에 걸터앉아, 너의 뺨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곤.) 바로 나가자고 해도 떼 쓸 거잖아? 뭐, 여기의 조용한 분위기는 마음에 드니까. (그대로 너의 머리를 몇 번 더 쓰다듬으며, 침대를 전체적으로 휘 둘러본다.)
새하얀 침대.
레오는 이미 그 위에 몸을 뉘었습니다.
폭 파묻힌 모습이 퍽 편안해 보입니다.
레오가 누운 시트 아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세나 이즈미:...?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시트 아래로 손을 넣어 보았다.)
시트를 살짝 걷어내면, 매트리스는 새빨간 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무르익은 단풍잎들이 짓눌리고, 뭉개지며 시트를 칠한 것입니다.
웬 단풍일까요?
레오는 여상하게 대답합니다.
츠키나가 레오:가을이잖아.
게스트룸의 창밖으로 붉은 단풍이 물결칩니다.
가을바람이 선선해선 이따금 불안하게 흔들리는군요.
마치 피에 젖은 것처럼 붉고, 붉고, 선명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렇게 불길하게 느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한 세나, SanC(0/1)
세나 이즈미:하? 아무리 그래도 침대에까지 단풍잎을 넣어놓는다고...? (어이없단 듯 대답하곤, 피처럼 새빨간 바깥 풍경을 보다 문득 인상을 찌푸렸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리고 이어서,
문득 깨닫습니다.
게스트룸에는 창이 없었노라고.
불가능의 연속을 목격한 세나, 추가 SanC(0/1)
세나 이즈미:...상식 따위는 안 통하는 곳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어쩐지 유쾌하진 않은 기분에, 찡그려진 눈썹은 펴질 줄을 모르고.)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세나, 이성 -1
츠키나가 레오:(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긴커녕 오히려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손으로 네 미간을 꾹꾹 문질러줘) 인상 펴, 세나. 세나는 웃는 게 훨씬 예쁘다고~?
세나 이즈미:...난 네가 시종일관 그렇게 태평한 표정인 게 더 신기하거든. (왠지 맥이 빠진 듯한 얼굴로 너를 내려다보다가, 끝내는 네가 문지르는 것에 맞춰 인상을 펴고 어쩔 수 없단 듯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아무튼, 말은 잘 해요. (침대에서 일어나 문득 책상을 둘러보았다.)
세나 이즈미:원래는 4대 비극과 5대 희극, 아냐? (달랑 한 권만 놓여있는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을 펼쳤다.)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요정의 왕 오베론은 요정의 여왕 티타니아에게 마법을 부려, 여왕이 이즈미를 열렬하게 사랑하는 꼴을 실컷 구경하고, 만족한 뒤 마법을 풀어준다.
마법이 끝나자 티타니아의 사랑은 짧디짧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허무히 스러진다.
……원래 이런 내용이었던가요?
마지막 장에 꽂혀 있던 카드가 떨어집니다.
[한여름 밤의 꿈은 짧을지언정 잊히지 않을 테니]
세나 이즈미:(페이지를 읽다가 도중 한 단어, 바로 눈에 들어오는 그 단어를 보고 인상을 팍 찌푸렸다.) 하아? 뭐야, 이게. 왜 내 이름이 들어가 있어. 누가 한 짓이야 이거? 원래 이런 내용도 아닐 텐데. (기분 나쁘단 듯 책을 노려보다가, 떨어진 카드를 주워들고 읽었다.) 이거, 아까의 카드와 이어지는 건가. ...오베론이 티타니아에게, 한여름 밤의 꿈을 선물했다고? (제 입으로 말했지만 역시 납득이 가지 않아, 시원찮은 표정을 하곤 옆에 있던 잡지로 눈을 돌려버렸다.)
거절당하지 않는 프롬포즈 101가지, 알고 마시는 샴페인, 눈에 띄는 야회복 고르기…….
프롬에 관련된 팁이 여럿 적힌 하이틴 잡지입니다.
자료 조사 판정
세나 이즈미: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프롬 파티의 사건·사고 코너가 눈에 띕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기 위한 프롬 파티지만, 결국 그다음은 이별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S씨는 프롬 파트너, T씨와의 이별을 끔찍하게도 싫어한 나머지 프롬이 한참 무르익은 그 밤에 테라스 너머로 몸을 던졌습니다. 덕분에 파티는 엉망진창으로 끝나버렸어요. 그리고 학교는 조속한 시일 내에 프롬 파티를 다시 계획해보겠다는 견해를 내놓으며……] "
어떤 의미로는 S씨가 바라던 바가 이루어졌군요.
세나 이즈미:하, 자살? 프롬 파티에서? 별 일도 다 있네. (께름칙한 표정으로 기사를 읽다가.) 뭐, 이별이 싫다는 기분이야 조금은 알 것 같지만. (드물게도 싸우지 않고 이별했던, 흔치 않았던 경험. 섭섭하고 슬프지만, 더 소중한 무언가를 알게 된 것 같았던 얼마 전의 경험을 떠올린다.) 그래도 섣불리 목숨을 끊는 건 바보 아냐. (나지막이 중얼거리다, 잡지를 덮고 옆의 파란 꽃에 눈길을 준다.)
옅은 보랏빛을 띠는 하늘색의 작은 꽃송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풍성한 꽃송이가 퍽 볼만하군요.
파란 수국입니다.
흰 방과 흰 가구 사이에서 시선을 잡아끄네요.
지능 판정
세나 이즈미: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여름에 피는 수국.
요즈음에 어울리는 꽃은 아니네요.
파란 수국을 선물하는 의미를 들어본 적 있나요?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
보통 보기 싫은 상대에게 선물하는 꽃이죠.
무정하고 냉랭합니다.
세나 이즈미:수국인가, 여름 꽃이잖아. (아까 지나쳐 왔던 식사 테이블 주변의 풍경을 문득 떠올리곤.) 거기 있으면 더 예뻐 보였을 텐데,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꽃말 때문인가. (그래도, 그건 선물했을 때의 이야기인데. 고개를 갸웃하곤 꽃을 잠시 구경하다 서랍을 열어본다.)
잠겨 있습니다. 열리지 않는군요.
열쇠가 필요할 것 같은데…….
지능 판정
세나 이즈미:이런 곳의 서랍을 잠가 놓기도 하나.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그래요.
이 게스트룸은 우리에게 부여된 곳이었죠.
세나가 잠그지 않았다면 레오뿐입니다.
레오가 열쇠의 출처를 알고 있을 거예요.
세나 이즈미:...아, (침대에 누워있을 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레오 군, 여기 서랍이 잠겨 있는데. 서랍 열쇠 어디에 있는지 혹시 알아?
츠키나가 레오:서랍 열쇠? (누워있던 몸을 언제 일으켜서는 작곡을 하다가 네 말에 말가니 눈을 깜빡이며 바라본다. 꼭 왜 그걸 나한테 묻냐고 말하는 듯이.) 그 서랍은 세나에게 잠겨 있지 않아.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서랍이 지문 인식이라도 한단 말인가요?
하지만 정말 그렇습니다.
레오의 말을 듣고 뒤돌아보면, 서랍은 한 뼘이 조금 안 되게 열려 있습니다.
어느새?
세나 이즈미:...하? 아까는, 잠겨 있었는데. ...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이 파티장의 모든 것에 시종일관 익숙한 표정이었던 너였지. 그렇다면 역시 너는, 뭔가 알고 있는 걸까. 그런 말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오려다가도, 열심히 작곡 중인 너를 보며 삼켜내곤 서랍을 마저 열어보았다.)
서랍의 레일이 매끄럽게 미끄러지고 소리 없이 틈을 벌립니다.
오, 놀랍게도 그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넘쳐 흐르기 직전이에요.
찰랑거리는 표면 위, 혹은 투명한 수심 아래로 이어폰이 몸을 담그고 있습니다.
이런, 다 젖어버렸군요.
세나 이즈미:우왓?! (서랍이 열리며 넘쳐흘러버린 물이 제 옷을 적셔서,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럼에도 옷은 좀 젖어버려서.) 아니, 어떤 바보가 서랍에 물을 이렇게 꽉 차게 넣어놓는 거야? 생각이 있긴 해? 완~전 짜증나! (급한대로 옷에 묻은 물을 손으로 털다가, 문득 그 안의 이어폰을 발견하곤.) 누군진 모르겠지만 진짜 바보가 분명하네. 이런 데 넣어두면 고장나잖아?! (서랍 속 이어폰을 꺼내 살펴본다.)
츠키나가 레오:으응. 그냥 말장난! 아무것도 아니야. (웃으며 넘기고는 다시 작곡에 몰두한다.)
세나 이즈미:뭐야... 싱겁게. (말장난이라기엔 퍽이나 알쏭달쏭한 말이다. 자신을 잠가 둘 수 있냐니. 결국은 열려서 흘러넘쳐 버린 이 서랍처럼? 복잡해지는 머릿속에, 고개를 얕게 저으며 네 주황빛 뒤통수를 빤히 바라보다가 아랫칸 서랍을 열어보았다.)
서랍을 잡아당기는 순간 훅 퍼지는 것은 지독한 꽃향기.
서랍은 [흰 꽃]으로 잔뜩 채워져 있고, 가운데에 흰 [카드] 하나가 파묻혀 있습니다.
세나 이즈미:...여기도 꽃이야? (흰 꽃을 먼저 집어들어 살펴보았다.)
종을 닮은 자그마한 모양의 흰 꽃들.
흔들면 딸랑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습니다.
이 꽃의 이름이…… 은방울꽃이었죠.
자연 판정
세나 이즈미:
자연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은방울꽃. 틀림없이 행복해진다……
아름다운 꽃말과 모양새 덕에 부케에 자주 쓰이는 꽃입니다.
하지만 독성이 상당해 조금만 삼켜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세나 이즈미:은방울꽃이네. (틀림없이 행복해진다. 아름다운 꽃말과 예쁜 외관. 그렇지만 그 안에 든 독까지 사랑받기란 어려운 일이겠지. 그리고 어쩌면,) ...시행착오도 장애물도 없이, 틀림없이 행복해진다는 건 불가능하단 건가. (언젠가 자신들이 결혼할 때 부케에는 넣고 싶지 않다고. 그리 생각하며 꽃을 내려놓고 카드를 살핀다.)
[졸업이 목전에 다가왔어요. 우리 함께 이별의 인사를 나누고, 춤을 춰요. 슬픔 따윌랑 잊고서……]
프롬 파티의 초대장다운 그럴싸한 문장이네요.
세나 이즈미:흐응, 초대장인가. ...이게 이런 서랍에 들어 있었다고? (어이없는 눈으로 카드를 이리저리 뒤집으며 살폈다.) 보내는 사람은 안 적혀 있나.
문구 외에 적혀있는 것은 없네요.
세나 이즈미:초대장이면서 초대 멘트도 없어? 뭐 이래. (카드를 도로 서랍에 넣어두고 옷장을 둘러본다.)
옷장의 양 문은 경첩이 없는 것처럼 부드럽게 열립니다.
옷걸이에 걸린 것은…… 레오와 세나가 입은 것과 꼭 같은 야회복입니다.
왜 똑같은 옷이 들어 있는 걸까요?
지능 판정
세나 이즈미:뭐야, ...우리가 입은 옷이랑 똑같잖아.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야회복을 고른 것은 누구였던가요.
레오? 아니라면 세나?
기억은 희미하지만, 어째서일까.
둘 다 아니라는 확신이 섭니다.
우리는 정말로 이것을 입었던가요.
파트너를 청하고, 손을 잡고, 그럴싸한 정장을 고르고…….
그렇다면 왜 기억에는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을까요?
세나 이즈미:...어? (사고의 끝에, 그 기억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느껴지자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가만히 서서 눈만을 깜빡였다.) 역시, 뭔가 이상해... (작게 중얼거리며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생각나는 건 없어서. 어쩐지 등줄기가 서늘한 느낌에 천천히 옷장의 문을 닫았다.)
츠키나가 레오:(옷장 문을 닫는 네 모습 뒤로 네 이름을 불렀다.) 세나. 넥타이 좀 다시 매줄 수 있어? 방금 내가 매긴 했는데, 영 헐거워서 이대로 가다간 또 풀릴 것 같아.
세나 이즈미:어? (네가 부르는 제 이름에, 퍼뜩 뒤를 돌아 너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랬지. 너의 넥타이가 풀린 것 때문에 여기로 온 거였는데.) 아... 잠깐 잊고 있었네. 나 참, 진작 날 부르지 그랬어? (침대 위 네 옆에 걸터앉는다.) 자, 이리 가까이 와 봐.
츠키나가 레오:아하하. 세나의 도움 없이 혼자 해보려고 했는데 말이지~...... 역시 난 세나가 없으면 안되나 봐. (네 옆에 가까이 가 앉는다.)
세나 이즈미:나 참... 옆에 있는 사람 내버려두지 말고, 부를 생각을 하라고? (너의 넥타이를 능숙한 손길로 매만지며, 고쳐 매어준다.) ...좋아, 이 정도면 됐나.
넥타이의 매듭을 풀면……
얇고 부드러운 천이 흘러내리고, 목덜미가 드러납니다.
넥타이를 걷어도 레오의 목에는 여전히 붉은 것이 매여 있습니다.
아니, 매인 것이 아닙니다.
붉은…… 자국이군요.
목덜미를 완전히 감싼 자국은 마치 실선처럼 얇고 가늘며, 새빨갛습니다.
꼭,
지능 판정
세나 이즈미: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정확히 자르기 위해 그려둔 절취선처럼.
당장이라도 그 자국을 기점으로 머리가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습니다.
츠키나가 레오:(네가 매준 넥타이를 몇 번 만지작거리고는) 흐흥, 역시 세나야. 고마워! 이제 더는 안 풀리겠다.
세나 이즈미:(붉고 가는, 절취선을 닮은 실선. ...그게 어째서 목에?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되어서, 넥타이를 가지런히 잘 매어주고도 너의 목 부근에 눈길을 몇 번이나 주었다.) ...으응, 뭐. 꼼꼼하게 맸으니까. 또 아무데나 굴러다니다가 풀어지게 두지 마?
츠키나가 레오:에엑, 아무리 나라고 해도 때와 장소는 가린다고? 그리고, 딱히 굴러다녀서 풀린 건 아닌데 말이지. (불만이라는 듯 꿍얼거리다 이내 다시 웃으며 네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다.) 세나, 넥타이도 맸으니 슬슬 내려가자. 마침 목도 마르고.
세나 이즈미:아하하, 뭐 그건 그렇네. 오늘은 여기저기로 안 뛰어다니고 얌전히 있었고 말이야. (꿍얼거리는 네 모습에 머리를 몇 번 쓰담아주며.) 응, 그럴까. 생각보다 오래 있었네. 내려가자. (손을 잡고 그대로 침대에서 일어나 게스트룸을 나간다.)
나가기 전, 문득 뒤를 돌아 시트 아래에 깔린 단풍잎을 보면, 표면은 하나같이 엉망입니다.
짓눌렸거나, 뭉개졌거나, 찢어졌거나.
심지어 벌레가 갉아먹은 것처럼 구멍이 잔뜩 나 있습니다.
관찰력 판정
세나 이즈미:... (침대에서 일어나며, 문득 침대 시트 밑에 있던 단풍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힐끔 고개를 돌려 시선을 주었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벌레가 갉아먹은 그 흔적이……
삐뚤빼뚤하지만, 글자를 이루고 낱말을 맞춰 문장을 적었습니다.
[당신의 온전한 행복을 바라요]
세나 이즈미:...온전한 행복?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발견한 의외의 문장에 놀라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온전한 행복이란 뭘까. 그걸 바라주는 사람은 또 누굴까. 누가, 누구에게?)
다시 홀로 내려오면, 느린 음악이 흐릅니다.
댄스 플로어에는 몇몇 커플이 춤을 추고 있고, 대부분은 테이블 근처에 서 있거나 자리를 비운 뒤입니다.
휑하군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걸음을 옮기는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이 사람들, 사람이 아니에요.
머리가 있어야 할 목 위에는 부글부글 끓는 거품이 대신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모독적인 색.
거품은 부풀었다가 터지고, 어떤 형태를 이루다 다시 녹아내립니다.
두꺼비를, 혹은 뱀을, 그보다 더 차고 소름 끼치는 것을 닮은 형상을.
끔찍한 광경에 세나, SanC(1/1d3)
세나 이즈미:?! 뭐, 뭐야 이것들은...! (소름끼치는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라서는, 무심코 한 발을 뒤로 딛고 만다.)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세나, 이성 -1
왜 여태까지 몰랐을까요?
주위에 제대로 된 얼굴을 달고 있는 사람이라곤 레오와 세나가 전부입니다.
레오의 안색은 변함없습니다.
괴이한 것들도 두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끔찍함을 느끼는 것은 오직 세나뿐입니다.
귓가에는 여전히 평온한 음악이 흐릅니다.
세나는 어렵지 않게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됩니다.
이 홀 내에는 곡을 연주할 악기도, 스피커도 없다는 것을.
이 음악은 대체 어디에서 들려오는 것인가요?
눈을 깜빡이면, 창밖에 까맣고 차가운 밤이 드리웁니다.
앙상한 가지와 서리가 서린 창, 새까맣고 건조한 밤하늘……
아, 그래. 겨울이에요.
이별과 죽음의 계절.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세나 이즈미:...진짜, 짜증나. 아까부터 생각했지만, 역시 여긴 정상이 아냐. 대체 뭐야... (제 곁에 변함없는 안색으로 서 있는 너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 옆으로 비치는 풍경은, 누가 뭐래도 겨울의 것. 어쩐지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생기라곤 없이 차가워 보여서, 괜히 침을 꿀꺽 삼킨다.) ...레오 군,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너는, 알고 있는 거지.
츠키나가 레오:(아까부터 위화감을 느끼던 것을 더는 무시할 수 없어진 너는 설명을 바라는 듯 제게 말을 건넸고, 그런 너를 옆눈길로 한 번 보고는) 여긴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비교적 조용한 곳으로 가자. (잡은 손에 힘을 주며 테라스로 이끈다.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세나 이즈미:...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먼저 조용한 곳으로 이끄는 너를 보고서야 비로소 명백히 확신한다. 역시, 알고 있었구나.) ...좋아.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자. 저런 걸... 보면서 이야기하고 싶진 않고. (꺼림칙한 기분에 홀에서 시선을 떨어뜨려서, 그저 마주잡은 너와 저의 손만을 내려다보며 너를 따라간다. 문득, 아까 네 목에 언뜻 보였던 붉은 선 자국이 떠올라서 내딛는 다리가 조금 떨린 것도 같다.)
격자창이 열리고, 커튼이 드리우고,
천 너머로 새어드는 희미한 불빛이 두 사람의 옆얼굴을 밝힙니다.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테라스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새까만 어둠, 심연.
그저…… 깊고 깊은 수렁이 그곳에 존재할 뿐.
창을 통해 보았던 벚꽃, 여름의 녹음과 가을의 단풍, 겨울의 앙상한 가지는 찾아볼 수 없군요.
레오는 세나에게 샴페인 잔을 내밉니다.
우린 테이블에 들리지 않았고, 내내 빈손이었는데 이 잔은 어디서 났단 말인가요?
잔에는 투명한 연보랏빛의 무언가가 담겨 있습니다.
레오 몫의 잔은 없고, 이것은 세나의 잔입니다.
츠키나가 레오:나한테 묻고 싶은 게 많을 텐데... 우선 마시면서 얘기할까. (잔을 네게 쥐어주고는 마시라는 듯 손짓을 한다.)
세나 이즈미:...이건... (대뜸 저에게 내밀어진 샴페인 잔을 얼결에 받아들고, 내용물과 너를 번갈아 보았다. 시원찮은 표정으로, 그렇지만 네가 마시라고 하니까. 느릿하게 안에 든 액체를 목구멍으로 흘려넣었다.)
잔을 기울이면 아찔한 단내가 쏟아집니다.
지독하고 강렬한 향기와 달리 혀를 적신 것에선 아무 맛도 나지 않습니다.
향수 탄 물을 마시는 것 같은 끔찍한 기분입니다.
곧이어 잔 속의 액체처럼 머릿속이 출렁입니다.
기억이 뒤섞이고, 재조립되고, 다시 완성되는 메스꺼운 감각.
독을 마신 것처럼, 부토니에마저 순식간에 시들고 머리를 떨굽니다.
아이디어 판정
세나 이즈미: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레오가 죽음을 맞이한 그 순간을 떠올립니다.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보내야 했던 서글픈 마지막을.
이것은 착각도, 망상도 아닙니다.
분명한 진실입니다.
그러나 때론 기만보다 진실이 더 잔인한 법이에요.
진실을 떠올린 세나, SanC(1/1d3)
세나 이즈미:... ... (메스꺼운 감각 사이로 이제야 고개를 든 진실. 지금 이 순간 제일 진실이 아니기를 바라게 되는, 진실. 잔인하고 사무치는, 너의 죽음이라는 진실. 제 머릿속을 잠식한 그것에 온 몸의 힘이 희미해진다. 고개를 떨궈버린 부토니에처럼 팔이 힘없이 스러져 내리고, 힘없이 벌어진 손아귀에서 잔이 떨어져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난다. 알고 있어도, 알고 있었다 해도, 그럼 아까 나와 나눴던 얘기는. 그렸던 미래는. 비어버린 손을 희어질 때까지 꾹 말아쥐었다.) ...레오 군, 너...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세나, 이성 -1
츠키나가 레오:(잊고 있던 진실을 떠올린 너의 얼굴 위로 상실감과 허망함, 슬픔 등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웃고는 있지만, 아까처럼 밝게 웃어 보였던 것과는 다른, 아마도 너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을 자신. 떨리는 손을 말아쥐는 것을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프롬 파티라고 했잖아. 졸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추억을 만들고 싶었어. (손을 들어 네 뺨을 살살 문질렀다.) 세나. 너와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서 졸업하는 거야. 즉, 이 시간 이후로 우린 이별하는 거지.
세나 이즈미:...말, 안 했잖아. (멍한, 그러나 엉망으로 잠긴 것 같은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서로를 졸업하는 파티라고는, 말 안 했잖아. ...이게 마지막 추억이라고도, 말 안 했잖아.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이 쏟아져 나온다. 제가 잊고 있었던 것뿐이면서. ...그랬으면서.) ...미래에도, 옆에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잖아. 결혼해서, 함께 추억을 쌓자며. (제 뺨을 살살 문질러 오는 온기에, 결국 목이 메이기 시작해서 형편없이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럼 여긴 대체 뭐였어? 너는 어떻게, 내 앞에 있는 거야?
츠키나가 레오:(제게 하는 말들을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네게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어. 무슨 말을 하든, 어떠한 이유든 결국 변명에 불과할 것을. 그럼에도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을 뗐다. 이대로 입만 꾹 다물고 있는 건... 제 앞에 있는 너와 눈을 마주한다. 그 변명이라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미안해, 세나. 아까 말한 대로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이별하기 전까지 세나가, 아무것도 모른 채 슬픈 건 잠시 잊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했어. (아, 점점 일그러져가는 네 얼굴이, 떨리는 속눈썹이, 푸른 빛의 눈동자가 초점이 흔들리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다. 아까의 태연한 얼굴은 어느덧 사라지고 뺨을 문지르는 손이 조금씩 떨려온다. 나는 네게 있어 죄인이다.) 이건 꿈이야. 죽은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 죽기 전에 제일 먼저 떠올린 얼굴은 다른 누구도 아닌 세나, 너였어. 나는 세나 네가 보고 싶었어. 겨우 다시 제대로 아이돌을 하고 싶어졌는데, 내가 죽으면 knights는, 루카땅은, 가족은, 내가 사랑하던 것들은 모두... 이대로 가기엔 억울하고, 슬프고, 화가 났지만, 그런 것보다도 남겨질 너를 생각하면 다른 건 아무것도 아니라 느낄 정도로 미칠 것 같았어. 오늘 세나와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겐 약속한 미래가 있었는데... (고개를 천천히 아래로 내린다. 울고 싶다. 정말로 울고 싶은 건 내가 아니라 너일 텐데 말이다.) ...하다못해 제대로 인사라도 하고 싶었어. 그리고 그 염원이, 희망이, 마지막 바람이 신에게 닿았어.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을 선물 받았지. 그래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거야. 신은 세나의 꿈속에 작은 세계를 만들어주었어. 제한 시간은 세나가 깨어나기 전까지. 꿈속이니까, 온갖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던 거야. 사계가 바뀌고, 플로어에 괴물들이 춤을 춰도 말이야. ...이걸로 대답이 됐을까? (다시 고개를 들어 웃음짓는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웃고 있는 게 분명함에도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나. 나는 네가, 내가 없어도 행복했으면 해.
문설주를 따라 덩굴이 싹을 틔웁니다.
연록색의 줄기, 희고 둥근 열매.
겨우내 살아남고 겨울의 끝을 알리는…… 겨우살이입니다.
겨우살이 아래에서 입 맞춘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던가요.
이 얼마나 고전적이고 고리타분한 클리셰인지.
지능 판정
세나 이즈미: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지만 사랑받기에 클리셰라는 말이 있지요.
이것은 세나의 행복을 바라는 레오의 클리셰, 단 하나의 소원입니다.
세나 이즈미:(너와 눈을 마주친 순간, 차디찬 독배를 마신 것처럼 온 몸에 흐르는 피가 아찔하게 서늘해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눈빛이, 두려움과 슬픔과 죄악감이 모두 얽혀있는 것만 같은 그 눈빛이 너무나도 아득했던 탓이다. 점점 태연함이 무너지는 너의 얼굴을 본다. 담담함을 가장했던 목소리가 흐트러지는 것이 조금씩이라도 들리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아프다. 그러니까, 망자가 된 너의 최후의 고백에도, 마지막 소원에도 제 이름이 있다는 것이. 네가 고개를 아래로 내리는 것이. 마지막 인사를 하러 제게 왔다는 것이. ...즉, 모든 것이.) ... (너의 마지막 말을 듣자마자 네게 다가서서 단숨에 너를 끌어안았다. 도무지 이성적일 수가 없었다. 네가 아름답지 않다 하더라도 지금은 도무지, 아름다운 세나 이즈미로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주체할 길 없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흐려지는 시야 사이로 너를 으스러져라 껴안으며.) ...미안. 미안해, 레오 군. 네 입으로 그런 걸, 말하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니야. 널 탓하려는 게 아니야. ...미안해. 그렇지만 난, 나도... (차오르는 울음에 엉망으로 일그러진 목소리가 눅눅하다.)
나도, 슬퍼. 이렇게 다짜고짜 이별하라니, 말도 안 된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건 이제, 지긋지긋해...! 새끼손가락을 걸고 아무리 약속해 봤자, 언제 없었던 일이 될지 모르는 거라고... 그걸 다시 실감하고 싶지 않았어. 그러지 않도록 너를, 지키고 싶었는데! 다시는 부서지지도, 잃지도 않게, 옆에 있겠다고 결심했는데, 나는... ...모르겠어, 레오 군. 네가 없어도 행복하다는 건, 도무지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난, 모른다고. (단단히 끌어안은 네 어깨 위로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흐르는 눈물을 삼켜냈다.)
츠키나가 레오:(네 품에 가만히 안긴 채 흐느끼는 소리를 듣는다. 이렇게나 가까이 닿아있는데, 이렇게나 따뜻한데. 꿈속의 세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나도 선명한 지금의 감각들은 네가 깨어나는 순간 사라지고, 덧없어지겠지.) ...응. 알고 있어. 네가 날 탓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쯤은. 그도 그럴게, 세나는 상냥하잖아? (조금은 탓해줘도 좋을 텐데. 생각해보면 너는 항상 그랬지. 겉은 표독한 가시를 품은 장미처럼 보여도 속마음은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여린 너는...) 지금은 모르더라도 곧 알게 될 거야. 내 빈자리도, 익숙해질 테고. 세나는 뭐든 해내는 사람이잖아. 지금까지 세나가 일궈낸 것들에 비하면, 이정도는 어린아이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일. 그러니까...... 이번에도 할 수 있을 거야. (네게 비수와도 같이 꽂혔을 말. 그럼에도 말할 수 밖에 없는 말.)
세나, 누구에게나 이별의 순간은 찾아와. 비록 이런 형태로, 이렇게 빠르게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그리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하는 결말을 바랐는데, 아쉽게도 나의 무대는 여기서 끝나버렸네. 생각해보면 나에겐 너무 과분했던 걸지도 몰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너를 가졌으니까. ... (아, 안 되는데. 마지막이니까 제대로 웃어야 네가 날 보내줄 텐데. 시야가 눈물로 흐리게 번진다. 울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잘게 깨물었지만 몸이 떨리는 것까진 차마 막을 수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부자가 되게 해달라거나, 제일 가는 유명인사로 만들어달라고 한 적 없었어. 말도 안 되는 소원을 빈 적도,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면서까지 욕심을 부린 적은 더더욱 없었어. 그저 네 옆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는데... 나는, 그거 하나면 됐는데...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이었어? 잔인도 하지, 이제 겨우 행복해지나 싶었는데, 어째서...... (네게 하는 말들은 아니었다. 방향성을 잃어버린 채 뱉어져 추락해버리는 말들. 그래, 태연한 척 해봐야 결국 '척'에 불과한 것을. 사실은 헤어지긴 싫어. 이게 나의 진짜 속마음.)
세나 이즈미:(상냥하잖아, 그 말이 지금은 왜 이렇게나 무력하게만 들릴까. 겉보기에는 좋아 보이는 말이지만 지금은 정말이지 짜증나게도, 너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그저 찌꺼기 같은 말뿐으로 남아 버렸는데. 저를 아무리 상냥하다고 치켜세워 준들, 지금은 도저히 모르겠다. 이렇게 너를 끌어안고 울고 있는 것도, 그저 스스로를 달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한다면 자신은, 지금 너를 위해 대체 무엇을 해 줄 수 있다는 걸까.) ...난, 너 같은 천재가 아니라고. 뭐든 해내왔다 해도 그건, 시간을 아껴가며 늘 꾸준히 연습했으니까. 그게 없다면, 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아. ...난, 그런 인간인걸. (그러니까, 이번에도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 정말이지 괴로워서. 이번에도, 라니. 그런 건 모르는데.)
(이상한 일이다. 늘 어리광을 부리거나 감정을 대놓고 표출하는 건 네 쪽이었고, 들러붙어 오는 너를 침착하게 진정시키는 건 제 일이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어쩐지 뒤바뀐 것 같아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후에야 알아차린다. 이것이 비로소 '솔직함' 이라는 것을. 그 깨달음 뒤에 따라붙는 것은 어쩌면 자조였을지도 몰라. 이제야 변해서 어쩌려고. 이제 네가 더는 없을 세상에서 네가 바라던 모습으로 변해서 어쩌려고. 그렇게 끝없이 치닫던 생각은 문득, 너의 울음 섞인 말을 듣고 도중에 멈춰버린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레오 군, 바보 아냐. 아니... 바보가 틀림없어. 내가 너한테 과분한 사람이라고, 대체 누가 정했어. 그 정도로 행복해져서도 안 되는 거라고는... 아무도 말 안 했잖아.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슬픔. 그것에서 몸부림치듯 눈을 꾹 감고 울음소리를 죽였다.) ...레오 군, (겨우 깨달은 솔직해진다는 일이 이렇게 슬플 줄은 몰랐다고. 그렇지만 지금은 너도 솔직하게 슬퍼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대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그 말을 울음과 함께 삼키며, 너의 등을 꼭 끌어안았다.)
츠키나가 레오:...천재라. 다들 나보고 그렇게들 말하지만, 진짜 천재는 너였어. 운이 좋아 타고난 재능과 내가 좋아하는 게 일치했을 뿐이고, 그걸 했을 뿐이야. 무언가를 노력해 성취한 적은 별로 없었지만, 세나 넌 달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결국 얻어내고야 말잖아. 그러니까...... (팔을 들고 그대로 마주 안은 채 네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네 셔츠가 눈물로 젖어들었다. 더는 슬픔을 참지 않았다. 네가 솔직해진 만큼 나 역시 솔직해지기로 했으니까. 잔잔하게 들려오는 음악 위로 끅끅 거리며 흐느끼는 소리가 한데 섞여 흩어졌다. 이어 네게서 조금 떨어지고는,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다. 눈가엔 여전히 눈물을 매단 채.) 그러니까 우리는 여기서 헤어지는 거야. 여기서 끝. 안녕! 믿고 싶지 않겠지. 나 역시 그렇지만 이게 현실이야. 나는 죽었고, 너는 살아있어. 세나, 꿈에서 깨기 전에 제대로 인사하자. 한 여름밤의 꿈처럼 덧없어지지 않도록 아름답게 이별을 장식하자.
세나 이즈미:(그런 걸 천재라고 하는 거잖아. 평소였다면 그렇게 투덜거리며 되받아쳤겠지만, 지금은 그저 널 안은 채 너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연습을 거듭하는 것처럼, 시간을 거듭하면. 그렇게 하면, ...할 수 있는 걸까. (너의 말에 그렇게 중얼거리고, 곧 범람한 감정이 흘러넘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기 자신을 가둘 수 있냐는 너의 물음이 불현듯 지금의 울음소리와 겹쳐져서. 그런 거구나. 차마 가둬 둘 수 없는 감정들이 인간에게는 많아서. 그걸 가둬야만 한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래서 내가 너를 사랑했고, 너는 내 꿈에 찾아올 수 있었던 거구나. 셔츠가 눈물에 젖어드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너를 단단히 껴안고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난 네 덕분에 이렇게 더 많은 걸 깨달아 가는데. 사실은 이런 모습을 앞으로도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레오 군. (그렇지만 너는, 지금 이별을 말하고 있다. 솔직하게 슬퍼하면서도, 믿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이지, 하여간 마지막까지 이런 식으로 휘두르기나 하고 말이야. 그래도, 네가 할 수 있다고 말해줬는데... 그 기대에 응하지도 못하고 폐인처럼 살아가는 것도, 내키지는 않네. ...알고 있어.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꿈과 현실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 그래도 방금은, 생각나는 걸 전부 말하고 싶었으니까. ...이거, 솔직해졌다는 걸로 괜찮지? (아직 일렁이는 눈으로 어슴푸레 슬픈 미소를 짓고는, 네 눈가에 매달린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냈다. 너는 제게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했었던가. 틀림없는 행복이란, 손에 넣었다 해도 그것을 온전히 취하기란 힘든 것. 그렇지만 네가 바라준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나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면. 그것이 비록 온전한 행복의 형태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누구보다 사랑하는 너와의 추억을 품고 또 사랑하느라 잘게 균열이 생겼을지라도. 그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결국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일 테니까. 슬픔으로부터 나아가, 행복해져 달라는 너의 부탁을.) ...노력해 볼게. 네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도록. 좀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아니 솔직히 마음에 안 들지만. (그 말을 하면서는 옅게 웃었고.) ...그렇지만 네가 바라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들어줄 생각이고. ...사랑하는 너의 부탁이니까. 그러니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까, 레오 군. 안녕, 잘 가. 정말 사랑해. (눈물을 머금은 채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 한 손으로는 머리를 쓰담듯 뒤통수에 손을 대고. 네 입술에 제 것을 겹쳤다. 부드럽고, 조금 애달픈 맛의 이별의 키스를.)
츠키나가 레오:(제 눈물을 닦아주는 손바닥에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아하하. 그래도 싫지 않았지? 세나는 내가 휘두른다고 말하면서도 항상 휘둘려줬잖아. 정말 귀찮아한 적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즐겁고 행복해보였거든. 적어도 내 눈에는. ...너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주니까. 그랬기 때문에 네게 더 치댔던 거야. 있는 핑계, 없는 핑계까지 대면서. 응. 지금의 솔직한 모습, 정말 예뻐 세나. 나만 알고 싶고, 나만 보고 싶은걸.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자신이 주연인 무대는 막을 내렸고, 이제는 정말 퇴장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자신의 극은 끝이 났어도 네 극은 네가 백발의 노인이 되어 눈을 감을 때까지 언제까지고 찬란하게 빛이 나겠지. 그날까지 관객석에서 지켜봐줄게. 세나 이즈미가 얼마나 아름다웠고, 얼마나 멋진 삶을 살았는 가를.) 미안해. 마지막까지 억지를 부려서. 고마워. 그럼에도 내 부탁을 들어줘서.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 사랑해, 세나. 이건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영원히. (부드럽게 입술과 입술이 겹친다. 제 숨을 불어넣고, 마시며 서로의 호흡을 나누었다. 달콤하지만 씁쓸한, 어느때보다 더욱 애틋한 이별의 키스를.)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것과 동시에 세나는 직감합니다.
막이 내릴 때가 되었다고.
이제는 완벽한 이별이라고…….
저편의 모서리가 희게 새기 시작합니다.
아침이 밝고 있는 것입니다.
밤중에 만나 아침이 되면 사라진다니.
이 얼마나 서러운 운명인가요.
몇 번을 겪더라도 이별은 참담하고, 먹먹하고, 서글프기만 합니다.
그래도……
세나는 눈을 뜹니다.
어둑한 시야에 익숙한 천장이 보입니다.
세나의 방입니다.
샹들리에의 화려한 불빛, 모독적인 머리를 한 정체 모를 괴물들, 창 너머로 흐르는 사계와 꽃잎처럼 흩어지는 정장 자락…….